짱불) 애매하게 길어

마녀의 작은 아이들

근데 나견도, 나진도, 그 누구도 안 나옴

마력에게 사랑 받지 못하나 규칙을 억지로 비틀어 마법과 유사한 힘을 쓸 수 있는 여자들. 그녀들은 '마녀'라 불리었다.

마법사의 마법은 개인의 재능에서 비롯된 것인 반면 마녀의 마법은 어머니에게서 그 자식에게로 계승되어온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마법사가 자신의 재능으로 그가 할 수 있는 한 높이 자기만의 블록 탑 쌓는 이들이라면, 마녀는 선대가 지금껏 세워둔 것을 전달받아 넘어뜨리지 않고 이어가는 아슬아슬한 도미노 게임을 하는 이들인 것이다.

마법사의 마법은 물과 같아서 그가 가지고 태어난 그릇에 들어가는 양만큼을 자유롭게 조절해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마녀의 마법은 불과 같기에 그릇의 크기가 어떠하든 불타 없어지지만 않으면 된다. 그렇기에 마녀의 힘은 어머니에게서 딸에게로 계승된다. 양기가 가득한 아들은 힘을 움켜쥐기만 하여도 불타버리므로.

마녀의 계승은 말 그대로 모든 것을 물려받는 것이다. 어머니의 지식, 경험, 습관, 어쩌면 자아마저도.

한 인간을 대가로 규칙을 비틀어 얻어낸 힘을 쓰는 그들은 평범한 인간에게도 마법사에게도 배척받아 역사 속으로 사라진 듯했으나 몸을 웅크려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었다.

나견과 나진의 어머니도 그중 하나였다.

그녀는 숨어 사는 이답지 않게 모험심이 강하였고, 자신이 얼마나 매력적인 사람인지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어머니와 자매들의 품을 떠나 조용히 그러나 자유롭게 이곳저곳을 떠돌아 다녔고 사랑을 했다.

그렇게 그녀의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사랑한 이는 아무렇지 않게 그녀를 떠났고 상처만 안고 되돌아간 고향에서는 배신자라 낙인찍혀 또다시 도망치듯 떠날 수 밖에 없었다.

지나치는 사람들 모두가 자신을 욕하는 것만 같아 그녀는 멀리 더 멀리 아무도 자신을 모르는 곳을 찾아다녔고 작은 마을 인근의 숲에 홀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머지않아 그녀는 혼자가 아니게 되었다. 비록 그녀가 먹을 것도 입을 옷도 누울 자리도 부족했지만, 그녀는 자신에게 찾아온 작디작은 두 아이의 온기에 살이 에일 듯한 차가운 겨울바람도 두렵지 않았다.

그녀가 작은 아이들과 같이 산 지도 어느덧 5년 여가 지났고 어느 날부터 다른 아이보다 몸이 더 약하던 작은 아이가 심하게 앓기 시작했다.

그녀는 약초를 구해와 빻고, 개고, 달여도 봤지만 아이는 낫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작은 아이를 포기할 수 없었다.

어떻게든 방안을 찾아보던 그녀는 잠결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마법은 불. 그리고 그녀는 여태까지 단 한 번도 병에 걸렸던 적이 없었다.

애초부터 규칙을 비틀어 만들어낸 힘이니 질병조차도 태워버린 것은 아닐까?

하지만 그것은 무의식적인 행위였기에 그녀는 어떻게 해야 질병만을 태울 수 있는 지 알지 못했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몸으로 시험해보기로 했다.

그녀는 곧바로 무작정 마을의 의원을 찾아가 모든 환자와 직접 접촉을 하고 자신의 몸을 불태웠다.

화상자국은 점점 늘어났고 그녀의 어여쁜 외모는 점차 흉측해져 갔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새로 생기는 화상의 크기가 시간이 지날수록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그녀는 제 몸의 대략 3분지 2가 누더기가 되고 나서야 질병을 태운다는 개념에 대해 깨닫게 되었다.

그사이 마을에는 그녀가 마법사라는 소문이 떠돌다가 그녀의 기이한 행태에 괴물이라는 이야기만 남게 되었고, 사람들은 그 괴물이 이 마을에서 없어지기만을 바랐다.

그녀가 작은 아이의 질병을 태워버리는 것에 성공한 그날 밤, 마을 사람들은 괴물을 없애기로 결정했다.

온갖 질병과 화상으로 약해진 그녀는 손쉽게 붙잡혔고 무너져 내렸다.

그녀는 죽음은 두렵지 않았지만 작은 아이들이 제가 느낀 혼자가 됐다는 감정을 알게 된다는 것이 너무나도 무서웠다.

그녀는 자신에 대한 기억을 모두에게서 태워버리기로 했다.

이미 한 번 태울 수 있는 객체에 대한 틀을 깨버린 그녀에게 응용은 더 이상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게 되었으므로.

기억과 함께 본인의 몸도 불태우며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인 그녀는 아팠던 작은 아이에게 제 어머니가 해주었던 것처럼 자신의 모든 것을 전해주었다.

비록 그 애는 사내아이였지만, 이미 한 번 죽음을 경험해 본 그릇은 그녀 자신보다도 더 불을 잘 품을 것이라 확신했기에.

물론 이제부터 둘이서만 살아가야 하는 아이들이 많이 걱정되긴 하지만 조금 큰 아이가 똑똑하니 작은 아이와 어떻게든 잘 살아남으리라.

_ 손이 닿지 않는 등의 화상은 항상 자신이 연고를 발라주었기에 마녀에 대한 기억은 없지만 누군가의 몸에 있던 화상자국은 기억하는 나견과 기억이 지워졌지만 힘을 계승 받아 커가면서 점차 마녀와 자신이 가진 불에 대해 기억해내는 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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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빽끼 창작자

    그녀는 친모일 수도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해석은 각자 마음에 드시는 걸로 하셔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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