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을 휘두르는 건으로 넷에서 불타올랐기 때문에 쿠소자코흡혈귀에게 친절해지기로 결심했습니다

흡툭죽 로나드라

로도 백업 by 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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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나드라 교환회(2023.3.25.)에 낸 회지, '충격 로나드라 아직도 안 사귐'에 수록된 단편 중 하나입니다.
(언제든 지워질 가능성 있음)

이 글은 비공식 2차 창작으로, 원작 및 공식과는 무관합니다.
+스토리 전개를 위한 오리지널 흡혈귀 단역이 등장합니다.


흡혈귀 퇴치인인 로널드는 심각한 표정으로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건의 발단을 말하자면, 본인의 이름으로는 서치해 볼 엄두를 못 내는 그였지만 함께 콤비로 활동하는 그 망할 흡혈귀의 이름이라면 험담이 나와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서 둘러보던 중 어떤 글을 발견한 것이다. 「인기 퇴치인 로○드 흡혈귀 폭행 논란」이라는 제목이었지만, 누군가 글을 인용하면서 드라루크를 언급했기 때문에 검색에 걸렸던 것이었다. 사진 속 얼굴은 모자이크로 가려져 있었지만 누가 보더라도 로널드가 드라루크를 때려서 모래로 만드는 모습이었다. 그 밖에도 로널드가 손가락질하고 폭언을 하는 모습이 사진으로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는데 자극적인 내용이 내용인 만큼 반응 또한 격렬했다.

 

[흡혈귀라지만 너무하잖아 때릴 데가 어디있다고] [인류애의 상실]

[DV남이었나] [드라루크 정말 죽으면 책임질 수 있어?]

[인간과 흡혈귀 화합 붕괴의 발단] [나의 드라드라쨩이-----!]

[드라루크는 왜 안 도망가는데?] [약점이라도잡혔나?]

[로널ㄷ가 성을 부쉈다면서. 갈데가 없는거겠지] [폭력널드]

[착한 줄 알았는데 저런 인성인 줄 몰랐네(주어없음)]

[아니 원래 잘난척 하고 있었잖아. 로ㅋ널드ㅋ님이라면서ㅋㅋ]

 

로널드는 자신도 모르게 두 손으로 폰을 힘껏 움켜쥐었다. 너무 힘을 많이 줘서인지 핸드폰이 부서질 듯이 떨리는 것 같았다. 내가...허약한 흡혈귀를 폭행하고 있는 인간쓰레기라고...? 정확히는 그런 말까진 아직 없었지만, 비판이 넘쳐나면서 실시간으로 불타오르는 광경은 로널드를 침몰시키기에 충분했다.

"나, 나, 나는 정말 글러먹은 놈이었나. 하지만 그 모래 자식이 맞을 만한 짓을, 아, 아냐...너무 쓰레기 같은 대사였어. 그렇지만 그 녀석이 한 짓을 생각하면...매일 놀려대거나 그...초록색의 그것!을 먹이려고 하거나 하면 어쩔 수 없잖아? 오히려 난 열심히 참았는데요? 아, 아니야. 이런 생각으론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 그래. 결심했다! 이제부터 망할 허접 모래를 때리거나 죽이지 않기로!"

로널드가 마지막 문장을 외치며 진지한 결심의 포즈를 취했을 때쯤, 절묘한 타이밍으로 드라루크가 사랑스러운 사역마와 함께 돌아왔다.

"음. 무슨 소리를 하고 있었던 건가, 자네. 마치 3일밖에 지키지 않을 새해 결심을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만."

"너 같은 건 몰라도 되는 중요한 이야기거든?"

"그래. 가슴이 큰 여자친구를 사귄다거나 하는 얘긴 결말이 훤히 보이니ㄲ쿠에에에엑!" "누우우우-!"

"죽어! ...아니, 죽지마!"

"죽여놓고 양심 없는 부탁을 하고 있지 않나."

결심한 직후부터 실패해 버린 로널드는 좌절했다.

로널드는 그 이후에도 드라루크를 때리거나 죽이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망할 흡혈귀는 항상 그를 매도하거나 반드시 신경을 긁는 언행을 하거나 했기 때문에 반사적으로 죽일 수밖에 없던 것이다. 로널드의 몸통박치기에 흡혈귀는 즉사해 모래로 변하고 사역마는 울었다. 로널드는 머리를 감싸며 주저앉았다.

"안돼애애... 뭘 해도 이 자식을 죽이지 않고 넘어갈 수가 없어...가만히만 있어 주면 나도 쟤를 죽이지 않을 텐데..."

 


"로널드, 너 요즘 무슨 고민이라도?" "아...그, 그게."

어느 날 대량으로 나타난 하급 흡혈귀의 퇴치일로 로널드와 우연히 마주치게 된 히요시는 동생의 근심 어린 표정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아까부터 동작에 조금씩 빈틈이 보이는 것으로 봐선 집중이 흐트러질 만큼 심각한 고민을 품고 있는 듯했다. 로널드는 전적으로 형을 신뢰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처한 문제에 대한 해결법을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형님은 만능에다 천재니까, 빔을 쏘는 것처럼 문제를 한 방에 날려버릴 수 있다. 하지만 조언을 구하기에 앞서 한 가지 걸리는 점이 있었다.

'잠깐. 하필 동거하고 있어서 계속 같이 있는 녀석과 트러블이 있다고 하면, 형이 걱정하지 않을까??'

로널드는 마치 어딘가 익명 사이트에 고민 상담글을 올리는 사람처럼 반사적으로 사연에 페이크를 넣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 모든 것이 너무 즉흥적이었다는 점이었다.

"어...일단, 여자,고. 살집은 조금 있는 편이랄까 아니, 엄청 있다고 해야겠구나, 그러니까 가슴 쪽이...? 아, 그리고 인간인데 요리는 엄청 못하고."

"서술하는 방식이 좀 이상한데."

"그, 그, 아무튼 그 녀석...그 사람이 계속 장난을 건달까, 그렇지만 그만하라고 말해도 듣질 않고 그렇다고 손을 댈 수도 없어서 어떻게 하면 멈출 수 있을지 모르겠어."

"흠...혹시 그런 여성분이라면 너에게 관심이 있다거나?"

"ㄱ그 자식이 그럴 리가!!@($%1#??!?"

'그렇게까지 부정할 필요가 있는 건가.'

동생의 격한 부정에 히요시는 잠시 골똘히 생각하다가 중얼거렸다.

"조용히 만들고 싶을 땐 대체로 턱을 가볍게 잡아서, 입으로 막으면 조용해지던데..." "??!"

"하지만...로널드한텐 역시 좀 무리려나."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 말이었지만 형님이 하는 모든 말을 경청하던 로널드는 남김없이 전부 캐치하고 있었다.

"키...키키킷키스를??"

"아니. 역시 무리다. 잊어버려."

"아니야. 형이 말한 거라면 맞겠지! 틀릴 리가 없어!"

"..." 히요시는 잠시 말을 잃었지만 어떻게든 수습할 필요성을 느꼈다.

"...꼭 입술이 닿아야 한다는 말은 아니야. 그러니까 말이지, 하려는 분위기만 내도 효과가 있다! 무슨 말인지 알겠지?"

"그...그러면 되는 거야? 알았어, 고마워 형!!"

히요시는 적당히 신뢰감 있는 멋진 표정으로 얼버무렸다. 그리고 미처 발견하지 못한 하급 흡혈귀의 잔당이 발견되었다는 말에 곧장 뛰쳐나간 동생을 보면서,

'괜찮을까...그것보다 이 녀석, 어느새 그런 여자가 생긴 거지.'

형님은 어쩐지 자녀의 독립을 바라보는 어버이의 얼굴이 되어있는 것이었다.

 


 

드라루크는 당황한 표정으로 로널드를 쳐다보고 있었다. 로널드가 그를 벽에 몰아세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쩌다 이렇게 됐더라-로널드는 퍼뜩 제정신으로 돌아와 아까까지의 일을 반추해본다. 평소처럼 같잖은 가벼운 매도에 대한 반격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표현을 썼다는 사실을 드라루크가 알았다면 가벼운 매도라니, 이제 곧 상급자 코스를 알아보려고 하겠군.하고 태클을 걸 테지만.

"뭐, 뭔가. 로널드 군. 요새 왜 이렇게 흡혈귀를 벽 앞에 세우고 싶어하는 거지..."

"......"

로널드는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고민하고 있었다. 정말로 키스...를 해야 하는 건가. 드라루크를 벽으로 몰아붙이면 잠깐 조용하게 할 순 있지만 자신이 눈치를 보는 사이 망할 모래는 모래로 변하고 만다. 이런 상태라면 그저 험악한 얼굴만으로 허접흡혈귀를 죽이는 양아치널드.jpg로 알려지게 될 뿐이다. 결국엔 형이 말했던 대로 할 수밖에 없나. 이전에 히요시의 조언을 구할 때, 이야기를 지어내느라 드라루크 대신 가상의 여자아이를 만들어냈다는 사실은 이미 까맣게 잊어버린 뒤였다.

"너...어째서 계속 장난질하냐고??"

"아니, 요새 바보널드가 이상해진 느낌이라서 가끔씩 확인하지 않으면 개과천선 너무 좋아 흡혈귀라도 다녀간 걸까 싶어서다만."

"사람의 호의를 그대로 받아들여라---!!"

"그걸 제일 못하는 건 자네잖나!"

드라루크는 최근 로널드가 친절해진 이유를 알아내지 못해 자존심이 좀 상해 있었다. 처음에는 자신을 에스코트하거나 하는 퇴치인을 재미있어했지만 어딘가 어색한 분위기가 흐르는 것이었다. 딱히 자신을 외포하는 분위기가 아닌 것으로 보아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 터였다. 로널드 본인은 알려줄 생각이 없어 보이니 직접 알아내는 수밖에 없었다.

"잠깐 사 올 것이 있어 나갔다 오겠다."

"아, 그럼 나도. 짐 들어줄 테니까."

"...그러던가."

 


로널드는 짐을 들면서 한눈으로는 핸드폰을 쳐다보았다. 그 화면에 떠 있는 것은 '주간 뱀파이어 헌터'의 기사로, 로널드와 드라루크 콤비의 사진이 실려있었다. 의도는 아니었지만 퇴치 중에 드라루크를 보호하던 모습이 같이 들어가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아직도 차가웠다.

[뒤늦게 이미지 메이킹이냐] [뭐 중간이 없냐ㅋㅋㅋ]

[네 이제와서 늦었습니다] [지금이야 도망쳐 드라루크!!]

[잠깐 친절해지는 DV맨이잖아 이거. 언제 다시 돌아갈지 몰라]

어째서야, 이렇게 노력하고 있는데...역시 나는 틀려먹었어. 로널드는 약간 울고 싶어졌지만 밖이기도 하고 망할 흡혈귀가 옆에 있어서 힘껏 참으면서, 드라루크가 화면을 흘끗 훔쳐보던 것을 한발 늦게 저지하려고 하거나 했다. 이 녀석, 분명 남이 욕을 먹고 있는 꼴을 봤으면서 하는 말이라고는 주뱀인가.가 전부라니.

"로널드 군. 그래서 정말 이유를 알려줄 생각은 없나?"

"벼...별 이유 없어. 그냥 친절해지기로 했을 뿐이니까! 자꾸 물어보면 죽인다."

"아무래도 금단증상이 있어 보이는데, 절대 무슨 이유가 있는 게 아닌가. 뭘 고장 냈다거나, 내 관을 조금 부쉈다거나, 손님 100명을 초대하고 싶은데 부탁하기엔 자네도 양심이 찔린다거나."

"사무소에 어떻게 100명을 초대해?!"

"흠. 전부 아닌가...존도 아직 찾아낸 게 없는 것 같고."

"존을 두고 온 이유가 그것 때문이었어??"

"뭐, 재미있는 물건이라도 나올지 모르니까 계속 찾게 두도록 하지."

"존을 그런 데다 이용해 먹지 말라고-!"

"아아아 로널드 군이 결국 날 치려고 한다- 그만둬어~~ 로널드 군의 츳코미(물리)는 아프고 과격하니까-"

"아, 아냐. 안 한다고! 안 때릴 거야!!"

"그렇다면 마음 놓고 놀려도 될까?"

"절대 안 돼...! 그, 그런데 때리는 걸 못 하면, 이러면 되는 거 아냐? 때리는 게 아니니까!"

로널드는 깨달음을 얻었다는 듯, 두 손을 드라루크에게로 가져갔다.

"히야악? 아...그, 그만! 하앗, 그만해...!"

쉽게 죽는 녀석이니까 아주 약간씩만 쓰다듬듯이 건들면 힉힉거리는 소리와 함께 조금씩 움찔거리는 반응을 보였다. 드라루크가 도중에 뭔가 말하려고 하면 빠르게 캔슬시켜 버리고, 이쪽은 건들면 죽지 않으려나.하고 옆구리와 갈비뼈 사이의 파인 곳을 노리면 참는 듯한 소리가 새어 나왔다. 의외로 잘 버티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죽지 않고 있어서 그렇게 한참 간지럽히고 난 후, 손만 닿으려고 해도 드라루크의 몸이 떨리는 것을 본 로널드는 의기양양해졌다.

"후...후후...이제 얌전히 있을 마음이 들었어? 드라공?"

"너..."

빨개진 얼굴을 감추려는 듯 모래가 되어버리는 흡혈귀를 보며 로널드는 아차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 이건...큰일 났다! 소파에 앉아 있던 로널드는 무심코 입 밖으로 외치고 있었다. 원인이라면 언제 찍혔는지도 모르는 지난번의 일인데, 더 심한 건 노이즈로 가리거나 자르거나 한 음성의 편집이었다.

「아아아 로(치직-) 군이 결국 날- (치지직-) 그만둬어~~ (치직-)드 군의 (치지직-)는 아프고 과격하니까-」

「아, 아냐. (치직-) 그, 그런데 (치지치지직-) 이러면 되는 거 아냐?」

「히야악? 아...그, 그만! 하앗, 그만해...!」

「후...후후...이제 얌전히 있을 마음이 들었어? 드ㄹ(치지지직-)」

목소리뿐이었지만 정황상 누구와 누구의 대화인지 아는 사람은 다 알수 있을 것이었다. 실제로 다들 누구인지 특정한 상태로 떠들고 있었다.

[얘네 뭐하는 거야?] [뭐가아프다고???] [뭐가 아프고 과격하다고?]

[아무리봐도 생각나는게 한 단어밖에 없는데요ㅋㅋㅋ] [훈남의♂심볼]

[무 무슨 사이인거야 물어보기 두렵다] [로나x드라]

[로ㄴ드 언제 흡혈귀한테 성벽개조됐어?] [나의 드라드라쨩이]

 

로널드는 아연실색했다. 어째서 이렇게까지 왜곡한 거냐.라고 분개하다가도 편집된 부분은 어쩐지 이상하게 들려서, 슬쩍 이어폰까지 끼고서 두 자릿수로 돌려 본 뒤였다. 당시에는 간지럽히는 것에 몰두했기 때문에 이렇게 굉장한 소리로 들릴 거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이 현장을 찍은 게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찾게 되면 반드시 날려버리기로...

"로널드 군, 로널드 군? 야한 것을 보려면 안 들키는 장소에서 봐줬으면 하는데." "으아아아아악!!! 아니야아아-"

가까이 다가온 동거인을 눈치채지 못했던 로널드는 비명을 내지르고, 그 소리에 드라루크는 깜짝 놀라 모래가 되었다가 돌아왔다.

"오, 오, 오해하지 마. 나는 절대 이상한 뜻으로 그런 게-"

"음. 계속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더군. 저번 일의 연장선이려나."

"어? 이거 봤어?"

"뭔가 애송이, 그렇게까지 유리멘탈일 줄이야. 이런 시시한 얘기는 조금만 있으면 지나갈 텐데?"

드라루크는 로널드의 핸드폰 화면을 가리키면서 담담하게 말했지만 로널드의 두뇌회전은 급격히 빨라지고 있었다. 아까 그거...봤나? 스크롤이 어디쯤 있었더라? 확실히 소리는 위험했지만 글만이라면 괜찮나?

하지만 그래도, 너무 태연한 반응이잖아...?

"이, 이게 금방 지나간다고?? 10년이나 20년은 갈 것 같은데, 너야 흡혈귀니까 그 정도의 시간은 아무렇지도 않은 거겠지...! 이쪽은 1년도 몇 개월도 한참 길다고!"

그렇게 말하는 자네는 우리가 같이 산 지 얼마나 지났는지 알고 있는 걸까. 드라루크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뭐, 그렇게라도 신경 쓰인다면 좀 더 큰일로 묻어보는 건 어떤가? 자네가 폴댄스 공연을 하면 순식간에 화제전환이 가능하다고 본다만."

"저...절대로 안 할 거니까! 것보다..."

이런 식으로 본격적인 만담으로 넘어가 버리기 전에, 로널드에겐 확인해야 할 것이 있었다. 로널드는 순식간에 드라루크의 몸을 소파로 끌어당겨 거의 눕혀놓고는 자신의 양팔로 가뒀다.

"...너는...나하고 그런 얘기가 나와도 괜찮은 거야?"

-그전부터 몇 번이고 네 입을 막아 버리고 싶었지만...원래 그런 건 서로 좋아하는 사람끼리 하는 거잖아. 형처럼 멋있는 사람이라면 좋겠지만 나 같은 거랑 해봐야 좋을 리가 없잖아? 그러니까 할 수가 없었어. 아무리 너 같은 허접한 모래 아저씨라도...너의 허락을 받고 나서 하고 싶었으니까. 평생 죽이지 못해도 좋으니까, 허락해주면 좋을 텐데.

"로...로널드 군...??"

로널드가 지금까지 숨겨온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고 있었지만, 첫 문장 빼고는 모두 독백에 불과했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드라루크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무슨 일인지 영문을 모르겠는데?!"

말을 멈추고 진지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동거인의 모습은 눈부시게 빛나고 있어서 몇 번을 봐도 적응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분위기는...존도 뭔지 알겠다는 얼굴로 자러 가버렸다고...그런 배려는 괜찮으니까-

"드라루크..."

로널드는 어느새 거의 껴안는 거나 다름없는 자세로 달라붙어 있었다. 허락을 구하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입술만 닿지 않는다면 아슬아슬하게 세이프가 아닐까? 하는 고장 난 사고를 하면서, 다른 곳은 어떨지 간을 보듯이 귀나 목 근처를, 닿을 듯 말 듯한 위치에서 머뭇거리는 기색이 역력했다. 드라루크는 벌써 퇴치인의 입술이 몸에 닿은 것처럼 얕은 숨을 내쉬거나 하면서 그 끈적한 시선을 피하고자 고개를 돌렸다. 이 바보가 흡혈귀한테 최면이라도 걸린 걸까. 현실도피와도 같은 의식의 흐름이 그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눈앞에 있는 테이블은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을 뿐이었지만...

"자, 잠깐, 로널드 군. 자네 핸드폰, 어쩐지 위치가 바뀐 것 같은데...마치 보기 좋은 앵글을 노리듯이..."

"이런, 들켰군."

로널드가 목소리가 나는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거기에는 핸드폰이 자아를 가진 채로 두 사람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 몸은 흡혈귀, '날아오르라 주작이여'!! 최면술로 조작해서 실제와 다른 화면을 보게 만들 수 있는, 단순한 스마트폰 바이러스와는 차원이 다르게 무시무시한 흡혈귀다!"

"뭐, 뭣? 대체 언제부터 변해있던 거지??"

"로널드 군이 유리멘탈이 아니었다면 17페이지에서 눈치챘을 텐데."

드라루크가 로널드의 폰 화면을 들여다보았을 때 나온 것은 마찬가지로 '주간 뱀파이어 헌터'의 기사였지만 댓글은 로널드가 보던 것과 달리 대체로 평이한 내용이었다.

[항상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퇴치인도 고생이네]

[마딜로 특집 기사도 제발] 이런 훈훈한(?) 댓글들 사이로,

[헌터놈들 복장을 보면 죄다 컨셉충이야. 센스 이상해] 라던가, 조금 가볍게 신경 쓰일 댓글 정도만 눈에 들어왔으므로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던 것이다.

"그때 자네가 보던 건, 주뱀 기사였다만. '로널드 극렬안티카페' 같은 곳이 아니었지."

"내가 본 것도 그런 제목이 아녔거든? ...별 기대도 안 했지만, 너...네가 그러고도 고위흡혈귀냐고...?"

로널드의 목소리가 어쩐지 조금 안쓰럽게 축축한 것을 무시하고, 드라루크는 핸드폰을 들여다보았다.

"그렇지만 실제의 바이러스 쪽이 훨씬 무서운 일을 할 수 있지 않은가. 가령 연락처의 여성들에게 한심한 작업 멘트를 보낸다거나, 폴더에 숨겨뒀던 사회적으로 말살 가능한 이것저것을 찾아서 전송시킨다거나."

"내 폰에 그런 거 없거든!!"

드라루크의 말에 로널드는 반박했지만, 흡혈귀는 정곡을 찔리고 당황했다. 최면 외에 다른 기능은 전무했기 때문이었다.

 


 

"아— 다행이야. 흡혈귀의 짓일 거라곤 생각 못 했다고. 핸드폰은 VRC에 맡겼으니까, 한동안은 노트북만 쓸 수 있겠어. 하, 하하하."

"어쩐지 연극에서 사건의 결말을 모두 대사로 설명하는 듯한 행동을 하고 있군."

"시꺼. 그동안 내가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알아? 그런 어마무시한 얘기가 오가고 있었는데, 누가 태연할 수 있겠어? 하지만 그게 다 흡혈귀의 조작이었다는 거지."

"그거 말이다만..."

드라루크는 자신의 핸드폰 화면을 보여주었다. 거기엔 두 사람이 지금까지 바깥에서 해온 염장질의 목격담과 코멘트가 가득했던 것이다.

 

[얘네 뭐하는 거야?] [아니 목격담이 끝없이 나오고 있잖아ㅋㅋㅋ]

[무 무슨 사이인거야 물어보기 두렵다] [로나x드라]

[로ㄴ드 언제 흡혈귀한테 성벽개조됐어?] [나의 드라드라쨩이]

 

"폴댄스 할 때, 무슨 옷 입으면 좋을까..."

"자네 마음대로 하게."

뭐, 나는 이대로 둔다고 해도 상관없다만. 드라루크는 마음속으로만 한마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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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고. "로널드 군이 유리멘탈이 아니었다면 17페이지에서 눈치챘을 텐데."

회지에선 이 부분쯤입니다 -> 로널드는 약간 울고 싶어졌지만 밖이기도 하고 망할 흡혈귀가 옆에 있어서 힘껏 참으면서, 드라루크가 화면을 흘끗 훔쳐보던 것을 한발 늦게 저지하려고 하거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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