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잔향이 풍긴다.
「깊고도 짙은 워터리 향수.」
애초에 나는 모든 것을 꿰뚫고 있었다. 나를 다시 찾을 것이라고. 아니, 어쩌면 굳게 믿고 있었다고도 말할 수 있겠지. 그런 나의 마음은 서서히 식어가고 말라서 잘게 부서지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정신은 점점 바닥을 향해 추락하고 있었고 그마저도 겨우 잡은 정신줄이 손에서 점점 헤져가고 있었다. 그때─. 당신이 나에게 다시 돌아왔다. 내가 그동안 간절히 바라왔던 바램이 이루어진 것이었다. 한없이 달빛을 머금어 빛이 나던 밤이었을까, 아니면 그마저도 허용하지 않는 어둠 속이었을까. 너와 나의 ■■은 끝마저도 아물지 못한 상처처럼 덧이 났었는데 그 ■■이 나에겐 끊을 수 없는 중독이었나 보다. 아니면 당신을 놓지 못하는 나의 강박장애일지도. “뭐해.” 너의 단호한 한마디가 고요했던 나의 귓속을 강타했다. 그러한 너의 한마디에 나는 흐릿해져만 가는 눈물 속을 비집고 너의 손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잡아.” 상아색을 띠는 너의 고운 손에서는 짙붉은 핏방울이 흐르고 있었다. “죽고 싶지 않다면 잡아.”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너의 핏방울이 흐르는 고운 손을 덥석 잡았다. 그 찰나였을까, 당신이 나에게 실소를 내뱉은 것이. “와, 잡으라니까 정말로 잡네?” 그것은 그녀의 가녀리고도 어여쁜 목소리가 아니었다. 어느 것이 짓눌러진 여성의 목소리와 당찬 남성의 목소리가 오묘하게 섞인 미묘한 목소리였다. “······아.” 그 순간을 시작으로 난 너의 수많은 죽음을 지켜봐야 했고 난 점점 정신이 혼미해져갔다. 잠이라는 존재가 금방이라도 날 집어삼킬 것만 같았고 나를 무너트리게 할 거 같기도 했다. ‘잠, 자고 싶지 않아.’ 그 생각은 어느 순간 나를 흑색으로 물들게 하였고 그 생각은 나를 점점 추락하게 만들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나의 붉은 심장을 난도질하였고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트라우마를 만들었다. 나는 그중 가장 정확하거나 또렷이 기억나는 것을 형광펜으로 진하게 그었다. 「워터리 향수 같은 냄새.」 그것이 나의 기억 속에 가장 또렷한 것이었다. 진하면서도 그리 코를 간지럽히지 않는 워터리 향수가 배어버린 채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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