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괴테
고전소설 독파를 목표로 읽기 시작했던 책이다. 제목은 알고 있었지만, 내용은 하나도 몰라 읽는 내내 좀 충격이었다. 사실 줄거리는 아주 간단하다. 베르테르는 로테를 보고 첫눈에 반해 강렬한 사랑을 느끼지만, 로테는 이미 약혼을 한 상태다. 베르테르는 로테의 곁에서 환희와 슬픔, 우울감, 사랑 등등을 격렬하게 느끼다가 결국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 그와 반대로 휘몰아치는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을 선택한다. 이런 간단한 줄거리이지만, 베르테르의 감정들이 너무나도 생동감 넘치게 느껴지다보니 결말에 다가갈수록 기진맥진해진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크게 1부, 2부로 나뉜다. 1부는 베르테르가 로테를 만나게 되고, 로테에게 사랑을 느끼면서 환희와 행복을 느끼는 것에 치중이 되어있다. 반면 2부는 로테의 약혼자가 돌아오면서 베르테르는 커다란 슬픔과 절망, 사랑에 압도 당하며 절정에 치닫는 내용이다. 사실 그래서 1부는 그렇게 재밌진 않았다. 편지형식의 소설이기 때문에 처음 베르테르가 로테에게 느끼는 감정을 서술할 때 너무너무 미사여구가 많아 읽으면서 조금 어지러웠다. 알맹이는 손톱만한데, 수식어가 워낙 넘쳐다보니 나도 모르게 쳐내가면서 읽게 돼서 좀 재미가 덜했던 것 같았다. 오히려 중심내용인 로테에게 느끼는 사랑보다, 마을에서 일어나는 다른 여러 일들을 묘사하면서 드러나는 베르테르의 생각을 서술하는 내용들이 더 재밌게 다가왔다.
“인류는 단조로운 존재일세. 대부분의 사람들은 먹고사는 데 많은 시간을 소모하고, 약간의 자유로운 시간이 주어지면 겁을 집어먹고 거기서 벗어나려고 온갖 수단을 강구한다네. 오, 인간의 운명이여!”-17p
이런 식으로 베르테르는 존재의 이유, 인간의 존재 자체에 대한 사유를 꽤나 상세하게 서술한다. 그런 부분에서 작가의 평소 생각이 드러나는 것 같다는 느낌도 받았다. 특히 자살에 관한 이야기를 로테의 약혼자인 알베르트와 나눌 때, 그 작가의 생각이 베르테르를 통해 확실히 드러난다고 느꼈다.
“인간의 본성에는 한계가 있네. 인간은 원래 기쁨이나 슬픔이나 아픔을 어느 정도까지는 참아낼 수 있지만, 도에 넘치는 경우에는 즉시 파멸에 이른다네. 그러니까 여기서 문제는 누군가가 강인하느냐 나약하느냐가 아니라, 도덕적인 것이든 육체적인 것이든 자신에게 주어진 고통의 정도를 참아낼 수 있느냐는 것일세. 악성 열병에 걸려 죽어 가는 사람을 겁쟁이라 부르는 것이 무례한 일이듯,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을 비겁하다고 말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황당한 일이라고 생각하네.”
이 구절에서 사실 좀 놀라기도 했다. 당대의 보편적인 생각과는 매우 다른 주장이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후 베르테르의 자살을 암시하면서 미리 옹호하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이후 2부에선 베르테르의 감정이 더욱 휘몰아치게 되는데, 보는 내가 다 진정이 안 될 정도였다. 소설 내에선 여러 차례 베르테르의 편지를 받는 인물이 베르테르를 진정시키고, 무어라 타박하는 듯한 뉘앙스를 보이는데 약간 내 마음이 그랬다. 물론 베르테르도 그 타박 등을 따라 로테와 멀어져 자신의 일을 하기도 하지만 그것 또한 오래 가지 않았다. 베르테르는 점점 야위어가고, 로테를 향한 마음은 커지면서 이루어질수 없음을 더욱이 절감하게 되는 총체적 난국의 연속이었다. 이 베르테르의 참을 수 없는 마음들은 또 흘러넘쳐서 주변 사람들도 그 마음을 눈치채게 되고, 로테도 베르테르처럼 심정적으로 몰리게 된다. 그래서 로테는 결국 베르테르에게 심한 말들을 하게 되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베르테르의 자살을 돕는 권총을 심부름꾼에게 전달한다. 여기에서 한숨이 진짜 크게 나왔다. 어느 하나 마음 편한 인물들이 없다. 마지막쯤에 베르테르의 편지에선 괴로운 감정에서의 해방감이 느껴지는데, 결국 그 해방감을 얻을 수 있는 방식이 자살이었던 게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이 들었다. 내가 다 피폐해졌다. 감정은 참 뭘까 싶었다. 결국 감정은 호르몬에서 비롯된 거라고 건조하게 생각하려고 하지만, 가끔씩 정말 내 감정을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어 어찌할 바를 모르겠는 상황이 분명 있지 않은가. 로테는 진짜 또 어쩔겨…
이런 피폐함과 별개로 참 당시에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큰 인기를 끌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존재이며, 감정의 불필요함을 말하던 시대에서 그와 정반대로 비합리적이고, 감정에 휩싸인 베르테르를 보여주는 것이 얼마나 사람들에게 해방감과 충격을 주었을까 싶었다. 그리고 소설을 읽으면서 아, 이거 좀 괴테 본인의 경험 아닌가? 했는데 역시나였다. 심지어 이름도 비슷하더라.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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