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기록

라비우와 링과

김서해

A by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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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즈덤 워픽 소설로 읽게 되었다. 위즈덤 워픽 소설은 위즈덤 출판사의 사이트에서 일정 기간 동안 공개되는 아주 짧은 소설이다. 처음 위즈덤 워픽을 읽었는데, 김서해 작가 특유의 분위기 때문인진 모르겠지만 소위 말하는 포타를 읽는 느낌이기도 했다. 그런 감상과 별개로 재밌게 읽었다. 어쩌다 보니 김서해 작가의 책을 전부 다 읽었는데, 정말 김서해 작가는 개인의 우울을 풀어내는 데 특화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눅눅하고 어디 보기에 창피한 우울감을 친숙한 단어들로 표현해내다 보니 가끔씩은 작가의 일기 혹은 나의 일기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또한 <라비우와 링과>에서도 김서해의 이전 소설처럼 ‘나’와 정반대에 있는 듯한 인물이 등장한다. 이네스는 브라질에서 온 유학생으로 생기가 넘치고, 밝고 우울을 모르는 듯하다. ‘나’인 이주영은 그런 이네스를 불편해하지만, 점점 이네스와 함께 할수록 이네스에게 편안과 매력을 느낌과 동시에 이네스만의 우울과 사정을 깨닫는다.

“이네스에 따르면, 모국어로 말할 때는 생각과 말이 함께 움직이고, 외국어로 말할 때는 ‘연착’이 생긴다. 번역하는 시간, 적절한 발음을 기억해내는 시간, 구어적 톤을 입히는 시간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모국어로 말하는 건 눈앞에 있는 것을 보는 것과 비슷하고, 외국어로 말하는 건 1.3초 전의 달을 보는 것과 비슷하다고 했다. 달빛이 지구에 도달하는 데 약 1.3초가 걸린다나? 우리가 보는 달은 항상 1.3초 전의 달인 것처럼, 아무리 빠르게 말해도 이미 생각은 바뀌어 있고, 사고가 의식을 넘나들며 다른 일을 처리하고 있는데 입으로는 지나간 생각을 뱉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 구절이 정말 마음에 들었는데, 아무리 밝고 적응을 잘하는 듯이 보여도 외국인으로서 타지에서 느낄 수밖에 없는 피로가 엿보이는 것만 같았기 때문에. 동시에 언어의 성질을 잘 보여주는 구절이라 더욱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언어는 생각을 전달하는 수단이지만, 외국어로서 기능할 땐 그조차 쉽지 않아 답답해지는 경험을 최근에 많이 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어쨌든 주영은 이후부터 이네스의 언어에 많은 관심을 보인다. 그러면서 이네스의 나라에 대해서도 점차 관심을 가지게 되는데, 이런 수순들이 정말 마음이 생겨가는 방향을 보여주고 타인이지만 이해하고자 하는 시도를 하게 만드는 이유가 사랑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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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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