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ch/괴담] 어느 쪽이 진짜?

사에지마 신이 겪은 기괴한 이야기

863: 정말로 있었던 무서운 무명 20XX/XX/XX(無) XX:XX:XX.XX ID: bmk12Qbd00

귀신이라던가 하는 걸 믿진 않지만 딱 한번 이상한 일을 겪었던 적이 있다.

한 3년 전부터인가, 나는 이직을 했다.

원래 일하던 곳은 도쿄. 새로 발령받은 곳은 도쿄 근교의 위성도시.

아내와의 신혼집은 이미 도쿄에 있고, 자리를 잡은지 오래라 통근을 하기로 결정했었다.

직장에서 집까지는 1시간 반쯤.

전철을 타니까, 가끔은 2시간까지 걸리는 일도 있다.

가뜩이나 매일 일이 많아 야근이 잦아지는 와중에 그게 마음에 걸렸다.

계속해서 늦게 귀가하게 되니까.

자주 저녁 시간을 가족이랑 보내지 못하는 것도, 아직 어린 아들을 아내에게만 맡기는 것도.

아내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더니, 아내는 웃고는 『안전하게만 들어와~』라고 말해줬지만.

여전히 신경쓰여서 이직한 이후로 식사는 전부 내가 전담하고 있었다. (사실 원래도 대부분 내가 맡았지만.)

점심 도시락 같은 경우에도.

보통은 내가 싼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준비하던가, 그날 밤에 남은 반찬을 위주로 대충 만들던가.

귀찮은 날에는 직장 동료들이랑 사먹거나, 구내식당을 이용하기도 한다.

그날도, 똑같이 도시락 없이 출근한 날이었다.

점심에 갑자기 아내가 직장 근처로 찾아왔다.

오늘은 도시락을 만들어서 가져왔다면서

그러고 보니 연애할 때엔 이런 이벤트를 자주 했었다.

뭐, 아내가 할 줄 아는 요리는 한정되어 있었지만. 당연히 기쁘게 먹을 수 있었다.

직장의 위치는 자세히 알려주지 않고 OO역 근처다, 정도로 설명했었다.

그래서였을까. 그 근처를 배회하고 있던 아내를 다행스럽게도 직장 동료가 사진상으로 봤었다며 알아보고 데려왔다.

상사에게 잠깐 양해를 구하고 회사의 휴게실로 아내를 불렀다.

왜 연락하지 않았냐고 물어봤더니, 급하게 나오느라 휴대폰을 까먹었다고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챙겼어야 했는데. 자기 회사 위치를 정확하게 모르는 걸 잊고 있었지 뭐야.』

하고 웃는 아내의 모습을 보며, 나도 웃었다.

도시락을 먹다가, 잠깐 직장 동료가 급한 일이라며 호출해서 자리를 비웠다.

잠금이 걸려 있던 서류의 비밀번호를 풀어서 넘겨주고, 돌아오는 사이에 아내에게 문자가 왔다.

그때까지 나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점심은 잘 먹었어?」 라고, 매일 점심이면 안부를 묻기 위해 서로 보내던 문자다.

나는 「응. 도시락 맛있더라. 고마워.」라고 답장했다.

답장은 조금 빠르게 돌아왔다. 아내는 당황한 것 같았다.

「뭐? 무슨 소리야?」

그때까지만 해도 아내가 나를 놀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장난쯤은 얼마든지 칠 사람이니까.

조금 시간이 넉넉했으면 고민해서 재치 있는 대답을 보내줬겠지만, (나는 유머 감각이 훌륭한 편은 아니니까)

사무실에서 아내가 있는 휴게실은 그런 걸 고민하긴 너무 가까웠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여보가 도시락 싸와줬잖아. 계란말이 맛있더라. 다음엔 내가 만들게.」 라고 보내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조금 더 길게 장난치고 싶은 걸까? 발걸음을 틀어서 흡연실 근처로 옮겼다.

편하게 통화할 수 있겠지.

전화를 받은 아내의 목소리는 여전히 경쾌했다.

『무슨 신박한 농담이야? 오랜만에 재밌었어. 유머감각 많이 늘었네! 그래서 점심은 뭐 먹었고?』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진 않았다.

그때 조금 당황했다. 뭔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혼란스러운 말투로, 횡설수설하게 당신이 직접 싼 도시락을 들고 회사로 찾아오지 않았냐고 되물었다.

내가 평소에 이런 걸로 장난을 치진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아내의 목소리가 덩달아 의아하게 변했다.

아내는 지금 집이고, 오늘은 일이 쉬는 날이라 아들을 등원시킬 때 빼고는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다고 했다.

아니, 확실히 재미없는 농담이잖아.

아내는 지금 여기서 몇 미터 떨어지지 않은, 직원 휴게실에 앉아 있다.

그렇게 생각하고 아내에게 조금 따졌다.

평소에도 장난기가 많은 사람이라서 「이 정도는 괜찮겠지~」하고 조금 과한 장난을 친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돌아온 아내의 대답은 어딘가 겁먹은 듯한 목소리였다.

심지어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우리 집 TV 소리.

그러고 보니 도시락을 가져온 아내 쪽이, 이렇게 말했던가.

『급하게 나오느라 핸드폰 까먹었어~』

라고나 할까, 대수롭지 않은 어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실제로도 자주 덜렁이는 사람이라 신경쓰지 않았고.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면 신경쓰이지 않을 수가 없다.

나랑 전화하고 있는 아내가 진짜 아내라면,

도시락을 들고 직원 휴게실로 찾아온 아내는 누구일까.

그런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져서 터질 것 같았다.

일단 나는 아내를 안심시키기 위해서, 농담이었다고 대충 둘러댔다.

그리고 집 밖으로 더 나오지 말라고 당부한 다음, 전화를 끊었다.

직원 휴게실로 돌아가니 아내가 나를 반겨줬다.

아무것도 모르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늦었네. 어려운 일이었어?』

라고 하길래, 그렇다고 말했지만 아내의 눈에는 괜찮지 않아 보였던 모양이다.

무언가 눈치챈 듯, 괜찮냐고 물어왔다.

분명한 아내의 얼굴이고, 아내의 목소리고, 내 아내였다.

어느 쪽이 진짜일까. 머리가 복잡해져왔다.

정확히 그때 전화가 한 번 더 진동했다.

그 순간.

같이 있는 쪽의 아내가 다급한 듯 『받지 마!』하고 소리를 질렀다.

아내는 어딘가 겁먹은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뭔가 아는 걸까?

물어보려는 찰나에 아내가 내 핸드폰을 들어서 강제로 전화를 수신거부 해버리고 덜덜 떨며 말했다.

『집에, 나를 흉내내는 무언가가 있어.』

라고.

그렇게.

도시락을 싸왔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집에서 TV를 보는데, 안방 안에 어른거리는 인영이 보였다.

사람이 있을 리가 없을 터인데, 갑자기 확 무서워졌다.

안을 들여다보긴 무서웠고, 안방에 설치된 베이비캠을 휴대폰으로 확인해 보니

「나와 똑같은 형상을 한 무언가가 텅 빈 아기 침대를 들여다보며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라고.

그래서 소름이 끼쳐서 그 즉시 휴대폰을 내던지고 도망나왔다고 했다.

찾아올 핑계가 없어서 도시락을 사들고 온 거라고.

그 순간 ‘그래서 평소랑 다르게 맛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런 말을 입 밖으로 내어 놓을 때는 아닌 것 같았다.

그 베이비캠이라면 내 핸드폰에도 앱이 설치되어 있다.

아이가 걸음마를 하기 시작한 무렵부터, 언제 사고를 칠지 모르니까 설치해뒀다.

안방의 베이비캠에는 아무 것도 없었지만

거실의 베이비캠에는, 아내 (아내의 모습을 한 것일까?) 가 담요를 두르고 앉아 있었다. 조금 떠는 것 같았다.

집 밖으로 더 나오지 말라고 당부한 건 나였다.

내 옆에 있는 아내도 그걸 보곤 더 떨기 시작했다.

나는 그 상황에 바보같은 질문을 몇 개 할 수 밖에 없었다.

『I코, 우리가 처음 같이 여행을 간 곳이 어디였지?』

『네가 나한테 처음 말 걸 때, 뭐라고 걸었는지 기억나?』

옆에 있는 아내는 떨면서 순순히 여행지를 맞췄고, 뒤 질문에는 그런 걸 기억하겠냐면서 화를 냈다.

나도 정답을 기억하지 못하는, 페이크로 낸 퀴즈니까 그렇겠지만.

잘 모르겠다, 결정하기 어려웠다.

한참 고민했지만, 목소리만 듣고 영상만 본 쪽보다는 직접 보고 대화하고 있는 쪽인 아내가 맞지 않을까.

그런 결론을 내렸다.

사람을 속이기에는 전자로 속이는 것이 후자로 속이는 것보다 훨씬 어려울 테니까.

어차피 곧 아들이 하원할 시간이었다.

상사에게 이런 말도 안 되는 사정을 설명할 수는 없으니까.

나는 아들이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조기 퇴근해서 곁에 있던 아내와 집으로 돌아갔다.

아들을 데리고 집 문을 열었다.

아내는 여전히 떨고 있었지만, 억지로 괜찮은 사람처럼 경쾌하고 밝은 척 하는 것 같았다.

아들이 옆에 있으니까, 겁먹은 티를 낼 수 없겠지.

문을 열기 직전까지 생각했다.

제발 차라리, 아내를 흉내내는 미친 여자가 집에 멋대로 들어와 있는 것이게 해달라고.

아무튼 사람이기만 하면 좋을 것 같았다. 그럼 경찰이라도 부르면 된다, 라고.

그렇게 생각하면서.

…문을 열었을 때는, 집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아내가 「던지고 나갔다」고 표현한 휴대폰은 쇼파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베이비캠으로 봤듯이 집 안의 아내가 둘둘 말고 있던 담요도 쇼파 위에 흐트러져 있었다. (원래는 장롱 안에 있던 것이었다.)

아내는 안도한 듯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 뒤로는 잘 모르겠다.

별 일은 없었다.

나중에 직장에서 아르바이트 중인 고등학생 H에게 듣기로는.

이런 류의 도시괴담이 있다고 했다.

「도플갱어, 또는 두 개로 나뉘어버린 사람, 뭐라고 불러도 좋다.」면서.

「주위 사람이 믿어준 쪽이 남는 것이다.」라고. 하기야. 이런 설화도 일본에는 많이 남아 있지.

그럼 도시락을 들고 찾아온 아내는 남아 있고, 집 안의 아내가 사라진 이유는 내가 전자를 선택했기 때문이었을까.

내가 고른 아내가 진짜였을까.

아직까지도 확신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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