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 동쪽 책장 밑, 세 번째 타일 아래 쪽지 ¹

나폴리탄 괴담풍 아이네

안녕.

네가 이 쪽지를 펼쳤다는 건 이 저택에서 동생과 함께 살아가다 말고 위화감을 느끼는 바람에 뭔가 알아보기 시작했다는 뜻이겠지.

이 쪽지를 남긴 건 순전히 안내 겸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야. 호의에 불과하니 밑의 내용을 믿어도 믿지 않아도 상관없어.

어느 쪽을 선택하든, 어차피 너는 또다시 같은 길을 가게 되어 있거든. 쪽지가 낡은 걸 보면 알겠지만, 이건 이미 수백 번은 반복됐어. 그러니까 사실 밑의 내용을 지키지 않아도 큰 문제는 없단 소리기도 해.

그러니까 이건 그냥 지름길을 위한 안내판 같은 거야. 그 끝에 뭐가 있는지는 아직 나도 모르지만.

그럼 행운을 빌어.

네가 명심해야 하는 것들.

눈에 보이는 귀에 들리는 모든 것을 의심할 것. 그 애의 사랑한다는 말을 빼고.

두통을 받아들일 것. 그건 당연한 수순이거든. 그러나 심하면 진통제를 먹어도 좋아.

서재를 잘 찾아봐. 책을 읽는다는 핑계를 대기도 좋고, 찾아낼 것도 많아. 일기장, 앨범이 있으면 잘 살펴.

끊임없이 생각나는 기억을 되새길 것. 단서가 있을 수도 있어.

그 애가 주는 약은 먹어도 돼. 네 몸에 해가 되는 건 아니야.

이 쪽지를 숨겨둔 장소를 아무에게도 들키지 마.

너무 겁먹지 말 것. 이곳의 그 누구도 너를 해치지는 않아.

이 쪽지의 필체를 잘 살펴.

지키지 말아야 할 것들.

저택의 동쪽 끝 잠긴 지하실의 문을 열고 내려가지 말라는 말. 하지만 단단히 대비를 하고 내려가도록 해.

죽음을 두려워하는 일. 썼잖아, 아무도 너를 해치지 않는다고. 넌 죽지 않아. 기껏해야 기절했다가 다시 깨어나겠지.

기절했다 깨어나면 모든 걸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긴 하겠지만. 뭐, 그게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야.

어쩌면 미칠 수도 있겠지만, 자살은 하지 마. 그래봤자 끝날 리는 없거든.

굿나잇 티를 마시는 것. 오전이나 오후는 상관없어. 밤에 나오는 차는 마시지 마.

지하실의 문을 열기 전까지 무언가를 확신하는 일. 모든 비밀은 그 안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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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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