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나의 음악에게
Antonio Salieri, 1750. 8.18. - 1825. 5. 7.
음악에게, 라고 쓰는 것이 맞을지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제가 당신의 음악이었다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하겠지만 그런 식으로 따져 본다면 기실 ‘당신의 음악’은 나 아닌 모차르트였을 테니까. 그래도 이 편지는 당신에게 어떤 책임을 묻거나 힐난하기 위함이 아니니, 마음 편히 읽어 주시길.
무슨 말부터 꺼내는 게 좋을까요. 계신 곳은 마침내 평안한가요. 끝내 원하던 것을 만나셨나요, 혹은 비로소 원하는 일로부터 놓여나 자유롭게 되셨나요. 어느 쪽이든 저는 알 수 없겠죠. 그야 홀로 살아남았는걸요. 이제 만족스러우신가요? 어쩌면 당신은 거기서도 주제넘는 걱정을 하고 있을는지 모르겠습니다. 괜찮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그래요. 저는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당신에게서 떨어져나오던 그 때를 아직 잊지 못했어요. 무엇이 나를 이곳에 영영 붙들어 두었을까요. 당신과 함께 저편으로 떠나가지 못한 이유가 무엇일까, 여러 날을 고민했습니다. 아무래도 당신을 생각하는 나의 마음이 너무 컸던 모양이에요. 이제 와 슬픔 같은 건 어울리지 않는 일이니 그만 줄이는 게 낫겠네요. 마지막까지 당신에게 짐으로 남고 싶지는 않았는데.
나는 이제 더는 당신의 질투로 설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입을 새로운 이름을 찾아야 할 테지요. 그럼에도 당신은 여전히, 나의 유일하고 완전한 음악입니다. 하지만 이 독점의 순간을 오래 누릴 수는 없다는 걸 잘 알아요. 당신은, 당신 음악은 머잖아 온 세상에 닿게 될 테니까. 늘 바라마지않으셨듯. 내게 남은 몫은 축하뿐이겠지요. 그러니 나의 모든 경애를 담아, 당신께 마지막 편지를 보냅니다.
돌이켜보면 참 지난했으나 그만큼 값진 시간들이었습니다. 적어도 제게는요. 내가 당신에게 너무 큰 흉터로 남지 않았기를 바라지만, 글쎄요. 내 사랑은 결국 독보다 못한 것이 되고 말았으니. 마저 드릴 말씀은 하나뿐이겠네요. 계신 곳에서는 모쪼록 어떤 불편함도 없이 푹 쉬시기를 바랍니다. 함께 지내는 모든 순간이 감사했고, 또 죄송했습니다. 이 사랑이 꺼지는 날에, 당신이 계신 곳으로 뒤쫓아 가려 해요. 부디 그 때에는 반갑게 맞아 주신다면 더없이 기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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