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g Alone

2021 아가사 (고)로이 기반

underwater by 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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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여전히 잠들어 있다. 잠으로 도망치는 당신을 차마 쫓아가지 못해 나는 다시 혼자다. 그렇다면 차라리 당신이 노래하던 슬픔을 대신 부르고 싶었는데, 부정(不淨)은 나눈다고 해서 도무지 덜어지지 않는 것이라. 하지만 당신에게서 해로운 것들을 빼앗아 오기를 멈출 수는 없지 않은가. 그것이 나의 일이니까. 당신 나쁜 결심을 대신 매듭짓는 것.

 

 너무 오래 웅크리고 있었다는 생각을 한다. 그야 당신이 불러 주지 않으면 나갈 수가 없는 걸. 하지만 설령 그것이 불가능하지 않더라도 나는 영영 자리를 지킬 것이었다. 대면을 마냥 기뻐할 자신이 없었다. 당신은 우리가 함께 보낸 시간을 자꾸 잊었다. 버렸다. 그런 과정을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물론 다른 일이어서. 하지만 이 정도는 당신 탓을 해도 괜찮지 않나요. 가끔은 내가 부러 못되게 구는 거라고 착각해 주면 안 될까요. 어차피 당신은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나는 결국 당신을 버릴 수 없잖아.

 

 혼자서는 춤을 완성할 수 없다. 음악 없이도 자유롭게 홀을 누비던 걸음들은 벌써 다 잊었나. 뻗어본 팔 안에 들어차는 허공의 양감이 낯설다. 이 안에 모습을 비춰볼 거울 같은 것은 존재치 않았으므로, 나는 지금 나의 자세 어디가 어떻게 어긋나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이렇게 하는 거였던가, 아니면 이렇게? 무용한 노력이다. 파트너 없이 추는 독무에는 영 소질이 없었다. 어둡고 추운 이곳에서라면 더욱이 그랬다. 호흡하는 일조차 익숙지 않고, 아무렇게나 늘어뜨린 팔다리는 나무토막처럼 굳어가는 것만 같아. 가끔은 내 얼굴의 생김조차 잊었다. 어둠 속에서 나는 훤칠한 장신의 남성이었다가, 해사한 악의로 반짝이는 어린아이였다가, 험상궂은 뿔이 돋아난 짐승이었다. 어떤 것이든 될 수 있었고 그 중 어떤 것도 되고 싶지 않았다. 당신이 원하지 않았으니까.

 

 이토록 긴긴 당신 잠이 끝난 다음이면 우리에게도 봄이 오나요. 가끔은 괜히 묻고 싶기도 하다. 추적추적 비 내리는 어두운 밤만을 허락받은 내게 그런 질문은 생각만으로 과욕이겠지만. 불쑥 치미는 충동들을 언제까지고 삼키기만 할 수는 없는 것이잖아요. 나도 당신을 구하고 싶어. 당신을 위로하고 싶어. 당신을…… 사랑하고 싶어.

 

 노래가 되지 못한 비참은 어디로 흘러가 고이나.

 

 당신은 꿈속에서 홀로 명랑하다. 나비떼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오르고 부신 햇살이 찬란하게 흩뿌려지는, 내가 내내 지켜만 보았던 그 어린 시절에 환하게 머무르면서. 그러나 내가 딛고 선 땅은 너무 검다. 차고 뻣뻣한 손이 당신 뒷모습을 붙잡으려 내밀어졌다가, 맥없이 거두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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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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