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

2021 아가사 (고)로이 기반

underwater by 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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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깊이 잠든 여왕을 본다. 찡그린 미간 사이에 맺힌 식은땀. 살짝 벌어진 입술 새로 흐르는 고통의 신음. 자신을 끌어안느라 굽어진 팔의 모양과, 한껏 웅크린 등허리의 곡률을. 차라리 반갑지 못한 얼굴이다. 두려움이 불쑥 앞선다. 이미 오래 전에 지나간 직감이 더욱 선명해진다. 우리 얼마 만에 만나는 거죠, 아가사. 당신이 아프지 않고도 날 찾아올 수 있는 길은 정말 없나요. 나는 단지 당신을 영영 쫓아가는 것만으로도…….

 

 어떤 악몽이고 이별일까. 내가 모르는 슬픔들이 그사이 당신에게서 태어났나요. 미처 죽이지 못한 비참은 또 뭔가요. 닦아줄 수 없는 눈물이 창백한 뺨을 타고 굴러 허공에 떨어지는 것을, 그는 본다. 이끌리듯 뻗었던 손을 쓸쓸히 거둔다. 이것은 몇 번째의 재회인가.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이것이 어쩌면 마지막 재회일지 모른다는 의심. 당신은 이미 여러 번 나를 잊은 적 있죠. 내가 막지 못했던 이별도 꼭 그만큼이고. 그리하여 그는 수많은 예행으로 준비해왔으나…… 어떤 연습도 마주침 앞에서는 무용해지고 만다. 언제나 그랬듯.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안다. 그녀가 뒤척이기 시작했다는 건 곧 잠에서 깨어나리라는 신호나 마찬가지다. 조급해지는 마음을 간신히 억누른다. 첫 인사는 어떤 게 좋을까. 이번이 정말, 우리에게 남겨진 마지막 약속이라면. 어차피 다시 잊혀질 수밖에는 없다면. 그는 가장 밑바닥에 남겨두었던 이야기들을 꺼내 정리한다. 그것을 끝내 전하지 않아도 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적어도 당신이 스스로를 죽이는 일만큼은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번에는, 아가사, …….

 

 

 “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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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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