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월 비화 앙코르 Days Gone By, Days Yet to Come
지나간 날들, 맞이할 날들
Days Gone By, Days Yet to Come
지나간 날들, 맞이할 날들
의역, 오역, 어색한 부분 존재. 영버젼 비화 번역입니다.
“이런, 우리의 아젬께서는 부주의하네.”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한 의자 위에, 손님 대신 다소 눈에 띄게 놓인 크리스탈을 발견하며 창조관리국 국장실로 들어오던 휘틀로다이우스가 중얼거렸다. 의심할 바 없이 모험 넘치는 주머니에서 떨어진 것이리라. 그는 크리스탈의 표면에서 빛이 고요한 호수에 비친 것마냥 뛰노는 것에 경탄하다 오늘 아침 그가 맞이했던 첫 방문자를 회상했다.
아젬은 오늘 그의 ‘여행의 짐을 더는 이데아’ 시리즈 중 14번째의 구조를 들고 국장의 의견을 받기 위해 찾아왔다. 손바닥만한 크기의 크리스탈 또한 구성품에 포함이었다. 그러나 언제나처럼 영감을 위한 대화는 개념 창조에 도움을 준 탈출 이야기를 듣다 전면적인 재창조로 흘러갔고, 휘틀로다이우스에게 전부를 평가할 시간이 주어지기도 전에 아젬이 14인 위원회의 회의에 참가할 시간이 되었다. 휘틀로다이우스 본인 또한 거대 창조 생물에 대한 공식적인 평가가 남아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마치고 이제 돌아온 참이었다.
‘짐을 덜 수 없다면, 네 여행이 얼마나 힘들어지겠어.’ 그는 친구의 크리스탈을 집어들며 생각했다.
가까운 창문으로 다가가 14인 위원회가 모이는 대의사당 쪽을 주시하며 다른 종류의 빛을 바라보고자하는 의지를 담았다. 많은 사람들이 에테르의 흐름을 느낄 수 있지만, 경험을 쌓은 사람만이 현재 상태를 눈으로 보고 받아들일 수 있었다. 선천적으로 예리하게 볼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을 제외하면 여전히 드물어 에메트셀크 정도다.
그 눈으로 휘틀로다이우스는 별다른 노력 없이 넓게 짜여진 에테르 속에서 아젬의 실을 찾을 수 있었다. 거리가 있었기에 정확한 위치는 알 수 없었지만, 의사당 내에 있다는 것은 확신할 수 있었다.
눈을 몇 번 깜박이면, 그는 다시 한 번 남들과 같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창 너머로는 태양이 수평선에 입맞춤을 하고 있으니 그에 맞춰 아치형 장식이 달린 아모로트의 거리가 장미와 금색으로 물들었다. 회의는 곧 끝날테니 잊어버린 분실물은 지금 배달해주는 것이 맞을 것이다. 경로가 정해졌으므로 휘틀로다이우스는 국장실을 나서 고참 비서에게 그의 일정을 이야기하며 아주 조금의 시간을 썼다. 근면하기 짝이 없는 영혼은 무책임한 상사의 영혼에 익숙해져있음에도 무슨 말을 하려했던 것 같으나 공손하게 고개만 끄덕이고 아무 말도 안 듣는 척하는 행동에 결국 패배했다.
문을 여니 아모로트는 저녁의 빛을 쬐고 있었다. 어쩌면 오늘보다 장엄한 풍경은 없을지도 모른다.
가장 수수한 거리부터 가장 높은 첨탑까지...
휘틀로다이우스는 발걸음을 부드럽게 놀려 의사당의 웅장한 문 앞으로 다가가다 이미 알고 있는 두 여성을 발견하였다. 그들의 유쾌한 농담들은 하나의 이중주마냥 익숙하게 울렸다.
“미트론, 알로그리프. 언제나처럼 반가워. 회의는 끝난걸까?”
“잘왔어, 휘틀로다이우스. 방금 폐회했지.”
미트론이 대답하고는 직후 알 것 같다는 미소를 지었다. “둘 다 아직 안에 있을 거야.”
과연 나는 습관으로 이루어진 존재인가. “아젬이 창조 크리스탈을 내 사무실에 놓고 갔거든.”
웃음과 함께 어깨를 으쓱하고 미트론은 마카렌세스 광장으로 향했다. 알로그리프는 작별인사를 건네고는 가볍게 뛰어 따라갔다.
“그래서, 미트론. 저녁에 뭘 한다 했지?”
“아까 한참 얘기했잖아— 정말 잘 잊어버린다니까, 너는….”
휘틀로다이우스는 멀어지며 들리는 그들의 왁자한 대화에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일을 하는 중이든, 여가를 즐기든 그들의 역동적인 면은 바뀌지가 않았다. 미트론이 수생생물을 창조하고, 알로그리프는 지면생물을 창조한다. 이어지는 지역은 불가분의 관계를 맺었고, 파도가 영원히 해안으로 끌리는 것처럼 그들의 관계 또한 그렇게 이어질 것이다. 휘틀로다이우스는 그런 따뜻함을 즐겼기에, 목적을 이루러 가기 전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까지 귀 기울였다.
의사당의 광활하고 우아한 로비는 먼지 한 점 없이 깨끗했다. 그 안쪽에서는 두 인물이 다소 진지한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중대한 사안을 다룰 때는 가면이나 후드로 얼굴을 가리지 않고 토론하는 것이 의회의 관례였기 때문에, 그들의 무표정한 얼굴에서 회의는 끝났지만 몇몇 문제에서 모두가 만족할 만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음을 알 수 있었다. 혹은 사촌끼리이니 자신의 의도를 굳이 숨길 필요가 없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휘틀로다이우스는 라하브레아와 이게요름을 방해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근처 문을 통과해 복도를 따라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또 다른 종류의 빛을 바라보며 그는 다시 한 번 아젬의 흔적을 찾았다. 이제 더 가까워졌어, 정원이려나. 그 말은 먼 길을 돌아서 가야 한다는 뜻이겠지.
그는 또 다른 실을 알아차렸다. 뭐어, 서두를 필요는 없으니...
휘틀로다이우스는 손을 등 뒤로 깍지 낀 채, 다음 만남을 상상하며 부드럽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걷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는 회의실 입구에 도착했다. 완벽한 타이밍에 무거운 문이 삐걱거리며 열리기 시작했고, 젊은 남자가 훤칠한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흰 가운에는 다른 사람과는 다른 붉은 마스크가 붙어 있었다.
“엘리디부스, 이 좋은 날에 네 노력을 위해 감사와 찬사를 보내야겠는걸.”
“아, 휘틀로다이우스. 언제나와 같이 친절하네. 하지만 아젬과 에메트셀크를 찾는다면 방금 나갔는데...”
솔직히, 이쯤 되면 우리의 행동은 모두에게 알려져 있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엘리디부스와 미트론이 비슷한 것을 대답했듯이─ 아젬과 에메트셀크가 창조관리국에 찾아오면 직원들은 보통 그들의 방문 이유를 묻기도 전에 휘틀로다이우스에게로 안내하는 것이었다. 오직 고지식한 고참 비서와 새로온 직원들만이 적혀있는 규정대로 대했다. 엘리디부스에게 아젬의 위치는 이미 알고 있다 이야기한 뒤, 휘틀로다이우스는 직전 사촌들이 이어나가던 대화에 대한 호기심으로 물었다.
“오늘 위원회가 가져온 주제 중 불쾌한 것이라도 있었어? 라하브레아와 이게요름이 말다툼을 하는 것 같던데.”
“아니, 아니야... 말하자면 상황은 이미 해결 되었다고 할 수 있지. 그렇지만 라하브레아에게 많은 부담이 되었어. 최근 회의에 간헐적으로 참여하기도 했고. 이게요름은 그의 건강을 걱정하고 있다고 봐.”
“그렇구나. 내가 본 건 논쟁이 아니라 잔소리였던 건가. 무슨 부담이 있었기에 존경 받는 라하브레아가 걱정도 받아야 하는 건지 궁금하네.”
엘리디부스의 곤란한 표정을 보자 놀랍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이렇게 뛰어난 사람도 생각을 말로 옮기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구나... 정말 섬세하게 다뤄야할 상황이었나보다.
"솔직히 얘기하자면... 위험은 무시할 정도는 아니고, 아직 내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측면도 있어." 엘리디부스는 시선을 피하며 중얼거렸다.
엘리디부스가 숨을 고르고 조금 더 바르게 설 때까지 두사람은 한참동안 침묵을 지켰다.
"하지만 이번 소동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얻었어. 새로운 우정도 얻었고." 그의 입술에는 미소가 살짝 뛰놀았다. "우리를 돕기 위해 하늘에서 떨어진 다른 축복도 있었지. 진정한 길잡이 별..." 눈은 반쯤 꿈을 떠올리는 듯, 아득한 곳을 바라보았다.
"만남에 대한 귀중한 추억을 얻은 모양이네."
엘리디부스는 눈을 깜박였다. “응... 응, 내 생각에는 그래. 그리고 내 삶이 이어지는 동안 계속 소중하게 간직할 거야.”
엘리디버스는 그 문제에 대해 더 이상 말하지 않기로 결심한듯 후드를 쓰고 양해를 구한 뒤 떠났다. 휘틀로다이우스는 시간 내줘서 고맙다며 조정자가 한 걸음 한 걸음 평정심을 되찾으며 걸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곧 전혀 다른 남자가 의사당을 떠났다. 궁금하네.
고개를 살짝 흔들고 다음을 향해 여유롭게 추격을 재개했다. 그 순간, 검은 인영이 모퉁이를 돌아왔고, 휘틀로다이우스는 충돌을 피하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균형을 되찾은 그가 고개를 돌려 인영의 정체를 확인한 순간, 옥빛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미안해. 생각 없고 무례하고 배려 없었어...”
우리의 새로운 파다니엘. 임명 되기 전부터 그를 알고 있던 휘틀로다이우스는 그를 파다니엘 대신 헤르메스로 생각하고는 했다. 다른 14인 위원회의 사람들처럼, 회의가 끝난 후 미처 가면과 후드를 쓰지 않은 그의 얼굴에는 죽음과 같은 창백함과 눈 밑의 다크서클이 존재하여 차마 무시할 정도가 아니었다.
“사과하지 않아도 괜찮아. 다치지도 않았는걸. 하지만 조금 직설적으로 얘기하자면... 많이 피곤해보이는데. 잠을 못 자고 있는 거야?”
“나... 나는 책임이 있으니까. 반드시 이해를 구하는 것들. 내가 반드시 이해 해야하는 것들.”
대답은 모호했지만, 헤르메스가 그의 눈을 마주치기를 꺼린다는 것은 많은 것을 말해준다. 에메트셀크의 말대로 그는 자신의 일에 파묻혀 있는 것이다. 헤르메스의 이런 행동이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그 강도와 지속 시간에서 주목할 만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지만...
휘틀로다이우스와 에메트셀크는 당시 엘피스의 소장이 14인 위원회 파다니엘의 자리에 앉을 자격이 있는지 평가하기 위해 엘피스로 파견 되었으나, 방문은 곧 사고로 끝났다. 헤르메스가 수년간 공을 들인 사역마들의 집합이 예고 없이 불안정해져 자연 소멸했고, 충격파로 인해 기억 재구성 시스템이 작동한 것이었다. 그 여파로 휘틀로다이우스와 에메트셀크는 엘피스에 도착한 이후의 기억이 전부 사라졌지만, 헤르메스는 조각조각 조합된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기억이 사라졌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 없이 불편한 상황이었지만 휘틀로다이우스는 이 사고를 담담하게 받아들였고, 곧 직원들 사이에서는 나름의 재미있는 일화로 회자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헤르메스는 아니었다. “내가 메테이온을 죽였다— 살해했어.” 휘틀로다이우스는 엘피스를 넘어 그 어떤 사람도 그렇게 표현하는 것을 들어본 적 없었기에 낯선 감정을 느끼며 한탄했다. 헤르메스는 마치 자신의 창조에 부여하던 날개를 빼앗긴 것처럼 다시는 날 수 있는 창조물을 만들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 후로 그는 파다니엘로서 자신이 의무를 다하기 위해 깨어 있는 모든 순간을 현존하는 현상을 관찰하고 연구하는 것에 시간을 썼다.
"네가 선택한 일을 방해할 생각은 없지만, 휴식을 취하거나 식사를 하긴 했어? 내가 간식을 가져다줄 수도 있겠지. 특별히 좋아하는 건 있어? 좋아하는 과일이라도? 맛있게 먹을 만한 거?"
“과일...?”
움츠러들며 휘틀로다이우스의 너머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흔들리고 있었다. 길을 잃고 또 탐색하며...
“모... 모르겠어.”
"피로가 걱정스러울 수준으로 높아진 것 같은데. 난 딱히 명확한 취향을 가지고 있지 않아, 내가 기쁨을 느끼는 지점은 좋은 사람과 함께하는 즐거움이니까 말이야. 무뚝뚝한 에메트셀크를 깔깔 웃게 만들 수만 있다면 나는 내 가면도 삼켜버릴 수도 있거든!"
의기소침해져있던 남자의 입꼬리가 살짝 비틀리듯 올라갔다. 진전인가! 휘틀로다이우스가 이번에는 좀 더 강한 공격을 감행했다.
"헤르메스, 무엇이 널 그렇게 일에 전념하게 하는 거야? 너처럼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건강을 희생해서 해결해야 할 만큼 난해한 문제가 있는건가?"
그의 질문은 침묵과 맞닿았다. 헤르메스는 답을 찾기 위해 다시 자신의 생각 속으로 물러나는 듯 했다. 별이 없는 바다를 유영하며 홀로 딜레마를 붙잡고 있었다.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그는 속삭였다.
“나아갈 수 밖에 없어.”
휘틀로다이우스는 그를 조심스럽게 대했다. “무슨 뜻인지 알려줄 수 있을까?”
“설명할 수는 없을 것 같아, 하지만... ...난 우리가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지, 혹은 우리가 무엇이 될 지도 몰라. 그러나 우리는 살아있지. 우리는 여기에 있고 살아있고, 그래서, 그렇기에 난 알아—... ... 나아가는 것 밖에 없다고.”
해류가 그를 별이 없는 바다로 끌어내리려 위협하니 숨을 헐떡이며 표류한다. 여기에는 분명 진실이 있지만 그는 보지 못 한다. 그러나 존재를 감지하기 때문에 입에서 말이 끊어져도 이해하기 위해 흘러나오는 단어들을 필사적으로 주워담는다. 에메트셀크가 명계의 수호자라면, 파다니엘은 명계와 대칭되는 물질계의 수호자였다. 당연히 물질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그의 주된 관심사가 되어야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그저 철학적인 사색일까, 아니면 그 이상일까...?
휘틀로다이우스는 곰곰이 자신의 의문을 생각하며 조용히 있었다. 헤르메스는 자신의 말이 어떤 반응도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자 반사적으로 사과의 말을 중얼거렸다.
“미안해. 방금은... 걱정 고마워, 휘틀로다이우스. 네 조언을 따라 돌아가서 쉬는 게 좋겠다.”
“좋은 결정이야. 에메트셀크가 말하기를—그리고 전해줄게, ‘만약 그 녀석이 서 있는 자리에서 그대로 쓰러질 계획이라면 쿠션이라도 가지고 다녀야한다’고 했으니 말이지.”
부끄러운듯한 미소를 물리지 못한 헤르메스는 다시 한 번 김사를 표하고는 가야할 곳으로 발을 옮겼다. 그는 갑자기 튀어나올지도 모르는 행인들을 피하기 위해 속도를 줄였으나, 휘틀로다이우스는 그가 비틀거리며 움직이는 동안 몇 번이나 벽을 스치는 것을 보았다. 오래 잘 수 있기를.
추격을 다시 시작하여, 휘틀로다이우스는 정원에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갔다. 확실히 하기 위해 그는 다시 한 번 시점을 조정했다. "하!" 아젬의 실이 눈앞에서 춤을 추며 공중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정원에 들어가는 그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아나그노리시스의 넓은 공간처럼, 이 소박한 안식처도 끊임없는 보살핌과 애정의 수혜자임이 분명했다. 복도로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하늘이 훤히 내다보였고, 곧 여행자가 친숙한 존재를 불러 창천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생각해보면 내가 그리 놀랄 일은 아니었다. 아젬은 떠나버렸고 두 번째로 익숙한 에테르의 실은 목을 빼고 먼 곳을 응시하고 있는 에메트셀크에게서 끝났다. 자주 찌푸리던 그의 눈썹은 지금 곡선을 그리고, 삐죽거리던 입술은 당황스러울 정도로 진실된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아젬이 가는 것을 지켜볼 때만큼 네 웃음이 진짜 같을 때가 없다고 말할래.”
말이 끝나자마자 얼굴에 음산한 막이 덮어졌다. 네가 경계를 내린 표정은 아주 소중하고 덧없다니까.
"조롱할 바보가 없는 한 너는 언제나 인상을 쓰고 다니잖아. 이 경우를 빼면 말이야."
“내 미간에 또다른 줄을 그어보겠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날 찾아다닌 건 아니겠지.”
당연하게도 에메트셀크의 눈 위에는 불만으로 이루어진 각양각색의 협곡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휘틀로다이우스는 그의 옆으로 미끄러지듯 서서 아까 에메트셀크의 시선이 머무른 자리를 되짚었다. 마지막 빛이 사라지기 직전에 아젬의 형체를 찾을 수 있었다. 그 뒤로는 볼 것이 남아있진 않았어도 계속 관찰했다.
“칭찬이야. 매력 있다고 생각하는 걸, 우리에게 좀 더 보여줬으면 할 정도로 말이지.”
“놀리지 마. 뭐, 인정은 할게. 이런 상황이 꽤 기분을 고무시킨다는 거 말이야... 어쩌면 상쾌하게 하는 것일지도. 우리의 친구가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목적지를 향할 때 ‘가서 뭔가 찾던가’ 비슷한 미소를 보여줄 수 있는 것 말이다.”
“응, 응. 그리고...?”
에메트셀크의 눈빛은 전능한 신들도 수치심에 굴복하게 할 만큼 강력했다. 하지만 휘틀로다이우스는 어린 시절부터 이 불굴의 인물과 함께 했기에 동요하지 않았다. 선천적인 에테르시視를 가진 두 말썽꾸러기. 오랜 교제 덕분에 에메트셀크는 그의 농담이 그저 장난일 뿐이라는 것을 알았고, 휘틀로다이우스는 정직함이 그의 자존심을 꺾을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면 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아젬이라면 어떤 고난이 닥치더라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에 위안을 삼지. 미래가 무엇을 쥐고 있든, 그 녀석 인생에 더 활기찬 부분을 만들어주는 것 밖에 안 될 거다.”
휘틀로다이우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자연의 힘과 같은 내 친구! “잘 말했네! 응!” 이라고 즐거움에 다시 한 번 웃음을 터트리기 전 맞장구 쳤다. 에메트셀크는 분노에 차 몇 마디 비난을 중얼거렸지만, 그것은 마치 잎사귀에 스치는 바람과 같아 휘틀로다이우스의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음악에 불과했다.
지금, 우리의 친구가 무한의 가능성을 보았던 하늘에서, 나는 오직 죽음만을 본다. 종말의 손이 닿지 않은 땅이 없다. 하늘이 불타고 있는 아모로트도 예외는 아니었다.
“제발, 휘틀로다이우스.”
에메트셀크의 숨이 차 있고 흐트러진 상태로 보아, 그를 찾아내기 위해 꽤 애를 쓴 듯한 모습이다.
“안 돼... 네 총명함과 기술을 생각해봤을 때 분명 너는 남아서 우리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더 많을 거다.”
“나는 나보다 더 뛰어난 자들을 채용할만큼의 총명함을 가졌지. 내가 없어도 분명 우리의 일은 끝마칠 수 있을 거야.”
아모로트의 시민들을 위해 우려를 표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여기는 편이 여러모로 좋겠지.
종말의 날을 막기 위해서는 별의 의지가 구체화 되어야할 필요가 있었다. 전례가 없는 일이었기에, 그에 맞는 생명이 필요했다. 14인 위원회는 자발적 참가자를 모았기 때문에 에메트셀크는 사람들이 자원할 권리를 거부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 그는 그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요청을 보내고 거절 당했을 때는 좌절감을 담아 주먹을 쥐는 수 밖에 없었다.
휘틀로다이우스는 투사가 아니었다. 고로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 가장 실용적인 선택이었다. 에테르로 변환되어 위대한 소환의 연료로 소비되는 것─ 휘틀로다이우스는 이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는 죽음을 이해했고, 죽음이 다가올 때 사람들이 사로잡히는 공포에 대해서도 이해했지만, 그 이해는 죽음을 포용하도록 대담하게 만들었을 뿐이다. 예전이었다면 그는 순환을 영속하기 위해 죽었을 것이다. 지금 그는 구할 수 있는 무수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 죽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메트셀크가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는 마음이 아팠다. 고통의 원인은 자신 뿐이 아니겠지만.
“아젬은 우리를 저버린 게 아니야. 그저 언제나 그랬듯 본인의 직감을 따라 이 운명을 해결하기 위해 길을 찾고 있겠지.”
“내가 그걸 모르는 것 같아?! 휘틀로다이우스, 시간이 없어! 우리는 지금 당장 해결책이 필요하단 말이다. 우리는 이 별을 위해 책임진 일이 있잖아!”
문장보다는 절규에 가까운 울부짖음이며, 끔찍한 분노가 느껴졌다. 누구보다 아젬의 귀환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던 사람. 그의 애원하는 눈빛에서 분노와 좌절과 고통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언제나 변함없이 진실했던 그는 자랑스럽게 나의 가장 소중한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다.
“에메트셀크, 네 말이 맞아. 네 말이 맞지. 그게 내가 14인 위원회의 계획에 반드시 내 운명을 놓아야하는 이유고.”
조디아크를 소환해야하는 시간이 다가온다.
그는 다시 말하지만 말할 수 있는 것이 많이 남지는 않았다.
나는 미안함과 작별의 의미를 담아 손을 들었고, 그를 두고 뒤돌았다.
나는 뒤돌지 않는다. 나는 정원과 하늘, 그리고 사람을 기억한다. 이것으로 만족한다.
이것으로 만족한다.
모든 것이 끝난다.
모든 것이 끝났지만... 다시 이어진다...
우주의 끝자락에 있는 두 영혼을 다시 한 번 무대로 부름 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변덕스러운 운명인지, 베네스는 또 얼마나 집요한지. 그렇게 휘틀로다이우스와 에메트셀크는 아젬의 상속자 앞에 서게 되었다. 인류는 종언의 날개에 실린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았다.
우리는 창조의 힘을 발휘했다.
마지막 임무를 완수한 뒤, 에메트셀크는 진부한 미사여구를 남기는 대신 여행자에게 나가서 많은 것을 발견하라는 이야기를 하며 소중하고 덧없는 말을 덧붙였다. “......나는 봤거든.”
나는 정원과 하늘, 그리고 사람을 기억한다.
그의 눈에는 흥분과 기대가 가득했다. 가슴에 존재하는 자부심. 마음 속의 흔들리지 않는 믿음. 아젬의 여행이 잘 되기를 기원할 때와 같은 미소가 입술에 걸렸다.
앙코르도 끝난다. 경기자들은 죽은 자의 자리를 차지하고, 곧 그들이 속했던 곳으로 항해할 대리석 배에 오른다. 우리는 우리를 집으로 부르는 잔잔한 물살에 몸을 맡긴다.
오랫동안 기다렸지만, 여전히 갑작스럽고 놀랍다.
저 너머의 반짝이는 물결에서 군중은 목소리 높여 노래를 부른다.
어서와요, 어서오세요— 집합적인 축하가 울린다. 또 다른 날이 이겼다.
모든 것이 끝났고 또 이어진다.
내 옆에서 그는 눈을 감은채 귀를 기울여 먼 곳의 환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그는 우리가 가졌던 모든 것과 앞으로 저들이 가질 모든 것에 미소를 지었다.
나는 그의 고통이 어떤 형태였는지, 어떻게 그를 지금의 사람으로 만들었는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인간이 처음 외로움과 두려움, 괴로움과 절망을 맛보았을 때 그가 고통을 함께 나누었다는 것은 안다.
잠들라는 부름을 받았을 때 그는 빛을 발한다. 그리고 이건 네 덕분이라는 걸 알아.
고마워.
그는 고개를 들어 물속을 바라본다.
내게 마지막 미소와 친절한 말을 선물하고 눈을 감는다.
별이여, 두 지친 여행자들이 돌아가오
우리는 그대고 그대는 우리이니
그대의 흐름에 따라 풀어내고 엮이는 육신과 영혼과 기억
새로 짜내어 해안에 드리운다면
언젠가...
그 날을 상상하니 가슴이 두근거리네.
하데스, 너도 그렇지?
그렇게 삶은 삶으로 돌아간다.
꿈꾸듯 감은 눈꺼풀 뒤로 우리의 마지막 환상(final fantasy)이 이어진다.
효월 비화 앙코르 영버젼 번역
https://eu.finalfantasyxiv.com/lodestone/special/tales_from_the_da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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