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ood For Thought

Food For Thought 생각할 거리

8. 외식

원제: Food For Thought

저자: BlueberryPaincake


알래스터는 제 애완동물을 산책시키기로 한다.


“어흠, 외출하고 싶으시다고요? 저랑? 부품 사러?”

알래스터는 그의 기계 밑바닥에 자리 잡은 뱀을 내려다보며 미소 지었다. 펜셔스의 얼굴은 검은 얼룩으로 지저분했다. 그는 불편하고 혼란스러운 표정이었다.

혹자는 그가 너무 패를 일찍 깠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그가 뭔가를 숨기고 있음을 시사했다. 사실 알래스터는 단지 선택의 환상을 제시했을 뿐이다. 그는 상대가 무슨 선택을 하든지 간에 제 뜻대로 이루어질 것임을 알았다. 결국, 그의 본성이 그러하듯이, 인간의 본성이란 여지가 없음이다.

때문에 그는, 대부분의 경우, 화나지 않았다.

“그럼요! 원래 재단사에게 들를 예정이었어요. 그러니 부품을 산 뒤에 함께 가면 되겠죠.”

펜셔스 경이 그 제안을 처리하는 데에는 잠시 시간이 걸렸다. 그는 상대의 다 까발리는 듯한 시선을 피해 기계 아래로 굴러 들어갔다.

신비롭게도 누군가가 폭발하게 만든 오븐을 고치기 위해, 그는 부품을 구하러 나갈 생각이었다. (그 ‘누군가’는 니프티였고, ‘신비롭게’의 의미는 그의 감독하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의 앞에서 그것을 폭발시켰다는 뜻이다.)

그렇더라도, 알래스터의 제안을 거절한 직후 그와 함께 외출하는 것은……

“진심이에요? 저는 당신이 제게 아직 화가 났을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저번…… 만남 이후에.”

그가 반응하기도 전에 주변이 흐려졌다. 정신을 차리니 제 정비용 크리퍼*는 작업하던 자리에서 뽑혀 나가고, 자신은 무척이나 대놓고 억지웃음을 짓고 있는 알래스터의 발치에 놓여있었다.

“전혀요.”

알래스터는 무시당한 것에 더 화가 났다. 그는 크리퍼에서 그림자 발톱을 우드득 뽑으며, 펜셔스의 대답을 기다렸다.

펜셔스는 마른침을 삼켰다. 맞잖아. 완전 화나 있어.

“괜찮겠네요. 어쨌든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했고.”

그는 뻣뻣한 등을 펴며 몸을 일으켰다. 크리퍼는 가능한 한 편하게 해뒀지만, 그는 한 세기 넘게 살아왔으며, 비극적이게도 그것은 관절에서 여실히 느껴졌다.

알래스터는 유연한 몸이 꿈틀대는 모습을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분명 저러한 생물은 지방보다는 근육이 많을 것이며, 탄탄하고 쫀득거리겠지. 마치 문어가 그러하듯이. 저 몸을 고문대**에 매달면 얼마나 늘어날까? 안타깝게도 그는 결코 알 수 없을 터다.

하지만 다른 파충류 악마로 시험해 보지 않을 이유가 뭐 있겠는가?

펜셔스는 근처의 수건으로 얼굴의 기름을 닦아냈다.

“샤워할 동안 기다려주시겠어요? 더러운 채로 나가고 싶지는 않네요.”

알래스터는 사색에서 깨어났다.

“물론입니다. 양장점에 다들 한껏 차려입고 가는 걸 생각하세요! 그럼 이제 가봐요.”

알래스터는 복도를 따라 그의 방에 이르기까지 뱀을 거의 떠밀다시피 밀어 넣고는 문까지 닫아버렸다.

펜셔스는 무진 혼란스럽게 제 방에 서 있었다. 알래스터는 나가기 위해 매우 서두르는 것처럼 보였다. 최소한 그는 자신을 키우는 개처럼 씻기려 들지는 않았다.

그리된다면 얼마나 수치스러울까?

다른 이의 방 밖에서 기다리며, 알래스터는 이전에 세웠던 계획들을 생각했다. 그래, 다른 뱀의 맛과 질감을 테스트하는 것은 적절할 것이다. 허나……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바닥을 응시했다.

그것은 제 애완동물과 정확히 같지는 않으리라. 그렇지 않은가?

“알래스터어어어!”

흥분에 찬 목소리가 복도 반대편에서 울렸고, 알래스터는 찰리가 그에게 뛰어드는 것을 깨닫고 때마침 정신을 차렸다.

“뭐해요? 저? 저는 지금 다음 그룹 활동 계획이랑 호텔 홍보책을 찾고 있어요! 그걸 더 널리 알릴 방법 없을까요?”

깜빡.

“끝났어요?”

그녀가 한 번도 안 쉬고 말을 하느라 숨이 차서 헐떡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래스터는 그녀의 머리를 토닥였다.

“좋아요. 아시다시피, 제 방송에서는 우리의 놀랍도록 비극적인 호텔을 매일 광고하고 있어요. 엔젤이 늘 글을 올리는 끔찍한 소셜미디어를 고려해 보는 건 어떻습니까? 신스타그램, 이었죠?”

찰리는 그 대답에 생기가 돌았다.

“그렇네요! 아마 우리의 신뢰 활동 중 하나를 거기서 스트리밍할 수 있을 거예요! 분명 누군가는 참여하고 싶어 할 거고요!”

환호성과 함께 그녀는 제자리에서 부르르 떨었다. 찰리는 포스트를 작성하러 내려가려다 멈춰 섰다.

“아, 그렇지! 오늘 뭘 할 건지 얘기 안 해줬죠?”

“저요?”

순진한 미소를 지으며, 그는 가슴에 손을 얹었다.

“재단사에게 가려던 참이었죠. 우리의 뱀 투숙객 또한 함께 갈 거예요. 겸사겸사 오븐을 고칠 부품 가게에도 들르고요.”

그가 말하는 동안, 얇은 벽 너머로 물이 잠기는 소리에 그의 왼쪽 귀가 쫑긋거렸다.

파란 눈이 말 그대로 반짝거렸다. 찰리는 제 볼을 손으로 꾹 눌렀다.

“언젠가 여기 모두에게 마음을 열 거라고 믿었어요!”

찰리의 초반 흥분이 마침내 가라앉고, 그녀는 알래스터에게 수줍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오븐 고치는 걸 도와줘서 고마워요. 나중에 다시 쿠키를 구워보지 않으실래요?”

알래스터는 친밀한 미소로 답했다. 그는 니프티가 또 다른 오븐을 폭발시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흥미를 느꼈다.

“안 될 거 없죠.”

알래스터 뒤로 끼걱이며 문이 열렸다.

“준비 다 됐습— 오, 샬럿 공주님?”

펜셔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여느 때와 같은 핀스트라이프 수트와—주인의 머리 위에서, 펜셔스만큼이나 찰리와 마주쳐서 놀란 듯 보이는—외눈박이 탑햇을 갖추었다.

“펜셔스 경! 오늘 우리 오븐을 고치기 위해 외출하신다고 들었어요!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그녀는 순하게 웃었다.

펜셔스는 손을 내저으며 우쭐하게 미소지었다.

“물론, 제게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게다가— 어, 모두에게 제 레시피를 가르치려 했던 제 책임도 일부 있고요.”

적어도 그의 쿠키는, 성기와 얼굴로 장식된 엔젤의 것과는 다르게 완벽하게 구워졌다. 하지만 어쨌거나, 최소한 그것들은 전부 나오기는 했다. 오븐을 터뜨리지 않고.

“당치도 않지요! 걱정할 것 없어요.”

알래스터는 대화를 짧게 끊었다. 체면치레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 대화를 듣고 있는 게 지겨웠다.

“자, 우리는 어서 나가봐야겠어요. 오, 잠시 실례하죠.”

딱.

그는 손가락을 튕겨서, 제 애완동물에게서 문제 되는 물건을 없애버렸다.

“그럼 안녕히!”

찰리는 손을 흔들며, 엔젤에게 신스타그램 계정 설정하는 법을 배우러 떠났다.

펜셔스는 그의 수트 재킷과 모자를 없애버린 갑작스러운 마법에 비명을 질렀다. 그는 제 친구를 찾기 위해 허둥지둥 후드 주위를 더듬었다.

“내 모자? 모자! 어디 갔죠?”

눈을 굴리며, 알래스터는 당황해서 팔을 휘젓는 상대의 옷깃을 잡아끌었다.

“물론 당신 방에요. 그 모자걸이에 있습니다.”

그가 그것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걸까?

말문이 막힌 펜셔스는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음. 고마워요……?”

알래스터가 제 겉옷을 없애버린 이유가 뭘까?

알래스터는 흥얼거리며, 상대를 실질적으로 질질 끌고 프론트로 내려왔다. 거기선 엔젤과 허스크가 뭔가에 대해 수다를 떨고 있었다.

마치 펜셔스의 생각을 읽은 듯이, 알래스터는 제 지팡이를 휘둘러 마력으로 문을 쾅 열어젖혔다.

“제 단골 재단사에게 보일 거라면, 그런 형편없는 갖춤새로는 안 돼요. 자, 따라오세요! 털기 전에 가게 문이 닫히는 걸 원치 않는다면요!”

그가 떠나고 방에 남은 이들은 적막 속에 서 있었다.

“놈이 저러려던 거라고 생각해?”

“가게 터는 거? 아니면 널?”


* ‘mechanic creeper’ : 차량 등을 정비할 때 사용하는, 정비사가 누울 수 있는 바퀴 달린 패드

** ‘medieval rack’ : 중세 고문 기구. 사지를 줄에 묶어 잡아 당길 수 있는 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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