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ood For Thought

Food For Thought 생각할 거리

7. 차를 쏟다*

원제: Food For Thought

저자: BlueberryPaincake


펜셔스는 알래스터와의 만남을 되돌아본다.


“놈이 ?”

“파충류를 원한다던 게 그 뜻이었다고?”

둘의 외침은 가엾은 뱀의 귀를 찢어놓았다. 세 명은 새벽 세 시에 펜셔스의 둥근 침대 위에 앉아 잠옷을 입고 말똥말똥 깨어있었다. 베개에 느긋하게 기대있던 엔젤이 벌떡 일어섰다. 덕분에 그가 바르던 매니큐어가 시트에 거의 쏟아질 뻔했다. 한편 허스크는 섞던 카드를 놓고 엔젤을 휙 돌아보았다.

“알고 있었어?”

“걔가 그렇게 미친놈일 줄은 몰랐지! 드래곤이나 뭐 씨발 그런 걸 갖고 싶단 뜻인 줄 알았단 말이야, 사람 영혼이 아니라!”

펜셔스는 제 무릎 위에서 닦아주던 알을 보냈다. 에그보이는 기분 좋은 듯 딴 데로 가버렸다. 펜셔스는 미간을 집었다.

“네, 뭐, 그가 제게 거래를—”

“거절했지?”

침묵.

엔젤이 덜 마른 손톱을 휘저으며 가까이 붙었다.

“페니 씨발 너—!”

“거, 거절했어요! 하지만…… 죄책감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그 제안은 말처럼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당신은 친구를 원하죠. 저는 애완동물을 원합니다.

허스커는 화가 난 듯 카드더미를 옆으로 치우며, 펜셔스가 기억에 빠져들어가기 전에 그를 끄집어냈다.

“그 개자식 때문에 죄책감 느낄 필요 없어.”

‘개자식’에는 안쪽 깊은 곳에서 울리는 뭔가가 있었다.

“그 자식은 지한테 접근해서 좆을 잘라버려도 정상적인 관계라는 게 뭔지 모를걸.”

펜셔스는 베개를 가슴에 껴안고 한숨을 내쉬었다. “뭐…….”


“친구가 되어주시겠다고요?”

새로운 인연을 맺으리라는 기대에 펜셔스의 눈이 빛났지만, 알래스터의 미친 듯한 웃음에 그것은 이내 사그러들었다.

“하하! 아하하! 하하 하하하!”

농이 너무 웃겨서 알래스터는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웃음이 가라앉고, 그는 제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아뇨.”

펜셔스의 혼란을 느끼며, 알래스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펜셔스의 뒤로 슬쩍 가서는 앞을 향해 몸을 숙였다. 혼란스런 뱀의 얼굴이 가까웠다.

“어, 그럼 뭘 원하시는—”

“인간의 심리란 꽤 단순합니다. 하나로 뭉치게 하는 데에 공통의 적보다 좋은 게 있을까요?”

그는 더 가까이 기대어, 완전히 겁먹은 여린 눈을 들여다보았다.

“저는 당신의 그 어중이떠중이들에게 그 역할을 해드릴 수 있습니다. 정말로 그들과 친구입니까? 그들이 당신을 그리 부르던가요?”

승리가 눈앞이었다. 제 먹이의 찌푸린 눈썹을 보면 알 수 있었다. 그의 미소가 더 커졌다. 그는 만족감에 대한 기대로 전율했다.

펜셔스는 의심이 목을 기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마른침을 삼키며 그는 제 손을 내려보았다.


둘이 그를 보았다. 어떤 부끄러움 같은 것이 그들에게 펜셔스의 시선을 온전히 마주하기 어렵게 했다.

“페니…….”

펜셔스는 곧장 손을 들고 그들을 달랬다.

“걱정 마세요! 당연히 당신들도 저 같은 천재와 친구가 되길 원하시겠죠! 알아요!”

미친 듯이 웃는 것도 그들의 마음을 달래주지는 못했다. 그들의 실망 어린 눈빛을 보면 알 수 있는 것이 있었다.

일전에, 허스커는 그에게 우리가 친구라고 말했다. 허나 근거는 불안정했다. 우정이란 것이 낯설어 그런 것일 수도 있었다. 때문에 그때, 그는 그 단어에 매달렸고, 도박꾼에게 익숙한 방식대로 모든 것을 걸었다.

먼저 움직인 이는 허스크였다. 그는 펜셔스에게 더 가까이 붙어 앉았다. 펜셔스는 제 몸을 좀 더 웅크렸다.

“이봐. 솔직히 말할게.”

그는 펜셔스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고양이는 그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우린 친구야.”

펜셔스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또 다른 손이 펜셔스의 다른 어깨 위에 부드럽게 얹혔다.

“그래, 친구. 말할 필요도 없이 당연하게.”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받아보리라 생각해 본 적 없는 인정이었다. 펜셔스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코를 풀었다. 엔젤은 눈을 굴리며 턱을 괬다.

“그리고 친구로 있으려고 악당인 척 굴면서 웃을 필요도 없어.”

“정말요?”

그들이 끄덕였다.

“알래스터의 제안을 거절해서 다행이에요!”

그의 환희가 멎었다. 그리고 펜셔스는 그들을 걱정스레 쳐다보았다.

“그가 정말로 저를 애완동물 삼으려던 것은 아닐 거예요. 그쵸?”

그들이 머뭇거렸다.

왜 주저하는 걸까?

더는 견딜 수 없어서, 뱀이 대신 대답했다.

“당연히 아니죠! 제정신인 사람은 인간의 영혼을 애완동물로 삼지 않을 거예요. 하하! 아마 도마뱀이나 뭐 다른 파충류를 찾아주길 원했던 거겠죠?”

이는 두 사람에게 묻는 것이 아니었다.

허스크는 뭔가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뭐라도 확인하면 상황이 더 나빠질 것 같았다. 알래스터는 기다리는 게임에 능했다. 여러 날을 포식자처럼 따라붙고, 때로는 끔찍한 공격성을 드러낼 수도 있었다. 펜셔스에게 자신이 옳다 말해주는 것은 그를 더 멀어지게 만들 터였다.

그리고 알래스터는 언제나 두 배로 되갚는 자였다.

하지만 엔젤은 확신하지 못했다.

“어, 우리 지금 알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잖아. 걔는 이미 허스크를 무슨…… 애완동물로 대하잖아?”

제게 쏘아지는 시선을 느끼고, 엔젤은 얼굴을 찡그리며 어깨를 으쓱했다.

“미안.”

짜증나지만 사실이었다. 허스크는 한숨을 내쉬며 침대 옆을 더듬어 얼음통을 찾았다. 더 중요한, 같이 마시려고 아래층에서 가져온 와인도.

“그래, 뭐.”

그는 턱으로 쉽게 코르크를 뽑아냈다.

“그 새끼가 내 영혼을 갖고 있지. 그 자식은 그냥 나를 열받게 만들려고 그러는 거야.”

펜셔스는 머뭇머뭇 잔을 받았다. 그는 잔을 돌려 주향을 퍼뜨렸다.

“그렇죠? 일단은 알래스터와는 괜찮게 지낼 거예요.”

그는 와인을 한 모금 머금고, 목에 남은 홧홧함을 음미했다.

“이전처럼 그를 대해달라는 건 무리한 부탁일까요? 사람에 대한 알래스터의 생각이 틀렸으면 해요. 우리들에 대해서요…….”

둘을 보았을 때, 그는 자신에게 향한 잔 두 개를 마주했다. 마치 그들은 처음부터 그가 바라던 대답을 해주려 기다리고 있던 것 같았다.

“씨발 당연하지! 걔 생각대로 굴어주긴 싫거든.”

엔젤은 잔을 부딪히고 벌컥벌컥 들이켰다.

“난 늘 그놈이 싫었는데.”

팔꿈치가 고양이의 가슴을 퍽 쳤고, 그는 숨을 들이켰다.

“하지만, 그래, 뭐가 됐든. 네가 있을 땐 걔를 참아줄게.”

허스크는 펜셔스의 잔에 제 것을 가볍게 부딪히고, 둘을 향해 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하지만 약속해. 알래스터를 상대로는 항상 경계해야 해. 난 그놈 방식을 알아. 놈은 네가 밑바닥에 떨어지는 순간까지 기다릴 거야. 그리고 네 영혼과 맞바꿀 해결책을 들고 덮치겠지.”

펜셔스는 잔을 제 가슴으로 가져왔다.

“약속할게요.”

“좋아. 자, 무슨 색 네일 바를래?”


* ‘Spilling the tea’ : ‘소문이나 비밀 등을 털어놓다, 퍼뜨리다’를 의미하는 관용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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