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번역하다 종종

번역공작소 by 익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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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부족한 점이 많아서 번역을 하든 개인 글을 쓸 때든 항상 사전과 맞춤법 검사기를 옆에 켜두고 하는 편입니다.

작업이 끝나면 가족에게 번역본을 보여주는데, 제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점을 찾아내거나 좀 더 괜찮은 단어를 떠올려 줄 때가 많아요.

이래서 검수가 필요하구나 하고 느끼곤 합니다.

이를테면 이번에 작업했던 악의간부와 여용사 1편의 경우, 스토리가 네타되지 않는 선에서 몇가지 말해보자면 이런 것이 좀 있었습니다.

1. オロオロ(오로오로)

허둥지둥 헤매는 모양새죠. 평소처럼 허둥지둥, 갈팡질팡, 당황…등의 단어들 사이에서 고민하다 지나가던 가족이 ‘우왕좌왕'은 어때? 라고 해서 그대로 단어를 넣어봤더니 아무래도 우왕좌왕이 당시 화면과도 맞았고, 모양새상 좀 더 해당 컷에 알맞게 예뻤달까요. 볼 것도 없이 바로 채택했습니다.

2. 格好悪い(칵코와루이)

영 보기 좋지 못한 꼴을 가리키는 말입니다만… 해당 표현이 나온 문장 상 아직 ‘그럴 자격도 없는 녀석이 그러는 모양새가 보기 좋지 않다.’ 는 느낌이었습니다. 볼썽사납다, 꼴사납다, 보기 좋진 않다, 등의 표현에서 고민하던 중 어느날 갑자기 ‘꼴불견’<라는 말이 훅 스쳐지나가지 뭔가요.

기존 후보 중 하나였던 꼴사납다 보다도 뭔가…뭔가 좀 더 어우 뭐야… 하는 느낌이 오는 말이라서 “아 그래 그게 있었지!! 그걸로 하자!”하며 신나게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만….

아뿔싸. 꼴불견이 다시 생각이 안나서 뭐였지를 연발하다 이불에 누우니 생각나는 바람에 얼른 메모장에 적어놓고 나중에 옮겨적었습니다. 다행이지요?

3. 本末転倒(본말전도)

이것도 사실 좀 고민한 표현중 하나였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번역을 하기 전 번역 가이드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대사들만 후루룩 번역해버렸을 때 “주객이 전도되었잖아“정도로 썼다가, 이건 너무 한자어인데… 의역이 좀 필요한거 아냐? 싶었지요.

추후 가이드를 읽어보니 DLSite 에서는 원어를 그대로 사용한 번역 대신 상황을 더 이해하기 쉽도록 의역을 적극 권장하고 있었습니다.

욧샤-!를 외친 후 다시 매달렸습니다. 결국 해당 말풍선에는 “주객이 전도되었잖아” 대신 “00하면 무슨 소용이야?”가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지금 봐도 가이드를 읽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에요.

4. え-, え?

일본에서 많이 쓰죠. 당연합니다. 일본어 감탄사인걸요.

저도 일본에서 직장생활 하던 시절에 많이 썼고, 지금도 많이 씁니다. 하지만 트위터에서나 쓰지 이게 실상 만화나 글에서 보면 또 너무 일본식인거 아닌가… 싶어 몰입이 갑자기 깨지더라구요. 뿐만 아니라 ‘에‘를 쓰다가 몰입이 깨진다는 지적이 달린 웹툰이나 소설을 종종 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또 일본만화인걸 빤히 아는데다, dlsite를 이용해서 번역된 동인지를 살 정도의 인식이 있는 유저라면 굳이 ‘え’를 한국식으로 상황에 따라 “뭐?” 나 “어?”, “응?” 같은 것으로 번역하지 않아도 다 넘어가지 않을까 싶었지만 독자님들이 기본적으로 일본어 감탄사를 자연스럽게 느끼는 것을 상정하기보다 한국어 번역본을 읽는 독자로서 자연스럽게 느낄 말로 번역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정도일까요.

잡담이 아니라 후기에 썼어야 하는거 아니야 싶긴 합니다만, 종종 번역중인 작품의 장면이 들통나지 않는 선에서 이런 류의 잡담을 해 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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