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이거 요금 받는거야?...받는거지?

제목 그대로의 에피소드.

DLSite에서 번역 허가가 나온 작품을 번역하자면 Mantra 라는 웹 프로그램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이게 생각보다 꽤 잘 만들어져 있어요. 일단 기본적으로 말풍선 안에 있는 ‘대사‘들은 기본적으로 번역대상으로서 말칸 안에 담기고, 리터칭 툴이 해당 대사가 있던 곳을 자동으로 주변 색으로 덮어주는 덕에 맘편하게 번역만 하면 됩니다.

하지만 위에서 말씀드렸듯 ‘대사’는 그렇지만 의성어, 의태어, 기타 말풍선 안에 들어있지 않은 필기체 대사같은 것은 그렇지 못합니다.

종종 되는 녀석도 있지만, 대체로 AI가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아마 이미지로 인식되는 듯 합니다.

그래서 그런 의성어, 의태어들은 따로 수제작으로 리터칭 툴로 덮어야 합니다.

여기에서 한가지, 만화를 직접 그려 보고 톤을 써 보신 분이라면 아실겁니다.

톤 위나 집중선, 속도감을 나타내는 선 등의 위쪽에도 쓰게 되지요. ‘의성어’와 ‘의태어’라는 녀석을….

‘슈웅‘, ’휘익‘, ’촤악‘ 등….

(이런 녀석 말입니다…)

심지어 해당 의성어, 의태어는 AI가 인식을 해 준다 하더라도 배경이 완전히 못쓰게 되어버리기 때문에 리터칭 툴을 따로 쓰는 편이 훨씬 깔끔해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AI이기 때문에 마법진같은게 배경에 나와버리거나 그러더라구요….

‘ 「일본어를 단 한 글자도 모르는 사람도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도록 번역한다.」 는 모토가 이 의성어와 의태어를 번역하지 않으면 깨어지고 말텐데 이걸 어쩌지? ’

일단 폰트만으로 보자면, 다행히 Mantra에서 지원하는 한글 폰트 중 몇가지는 활용하기에 나쁘지 않았습니다. 프로그램 내에서 제공하는 글씨 기울이기나 비틀기 등을 사용하면 충분히 의성어나 의태어로 사용할만 했구요. 문제는 그 글씨가 있던 배경이었습니다. 수작업이 조금 필요했거든요.

일상 장면은 별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해당 작품의 경우 전투장면이 좀 있었습니다. 속도감을 나타내는 수직선과 집중선이 들어간 컷은 대체 어쩌면 좋을까 고민하던 중, 저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실겁니다. 톤이란거 사실….

원래는 수작업으로 그려 내던거잖아요?

…실제로 여기까지 생각했다가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었습니다.

정말로 Mantra지원 리터칭 툴만으로 톤을 전부 그려내자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격이었거든요.

어디까지나 번역이지 리터칭 위주의 툴이 아니었기 때문에 일단 제공하는 도구도 사각형, 원, 다각형 뿐이었습니다.

해당 책은 100p였고 번역에 한달 반을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만트라 자체기능 덕에 의외로 대사 번역은 이틀인가 삼일만에 끝났거든요.

톤을 정말로 일일히 그리자면 한달은 무슨, 반년도 모자랄 것이 분명했습니다. 이미지 수정 툴은 아니기 때문에 그려 낸 이미지를 합치거나 분리하는 기능도 없어서 이걸 다루기도 어려웠거든요. 정말 굉장한 사람은 그 툴로도 할 수 있겠지만 저는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서 그렇게까지 할 수는 없었습니다.

게다가 뭣보다 해당 책은 제가 처음으로 닉네임을 걸고 번역하는 녀석이라 조금 흥이 나서 응원조의 무료번역으로 하겠다고 써붙이기까지 해서…

보수도 없이 고생의 레벨로 일을 하는 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어요. 응원은 적정수준을 유지해야지 그 이상은 독이 됩니다. 고생하고 뭔가 쏟은 만큼 뭔가를 받고싶어하는게 사람이거든요.

아무튼, 그래서 톤을 그리는 건 좀 그래서… 다른 분들은 어떻게 하셨나 보려고 영문판 샘플을 슬쩍 봤습니다.

아하- 톤을 그려내신 게 아니라 톤과 비슷하게 색깔만 맞춰서 그 위에 글씨를 쓰셨더군요.

좋아요. 그 정도는 할 수 있습니다! 효율적이에요!

다른 분의 사례를 보고 대충 가닥을 잡아서 일을 해 나가고 있었습니다만, 역시 걸리는건 이거죠.

아까 맨 위에서 나왔던

얘요 얘.

아까도 말했지만 정말 도형뿐이라서… 선이 없습니다. 이걸 어떻게 하나 고민하고 있었습니다만, 방법이… 아예 없진 않더라구요.

네모를 가늘게 하면 선이 되니까요(…)

네모 여러개는 뭐… 하자면 못 할 건 아니니까… 하는 마음으로 네모네모를 쭉쭉 그려서 이어붙이고 있자니 가족이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가족 : …이야 정성이다.

보쌈 : 그치? 잘 만들지 않았어?

가족 : 그러게. 진짜 감쪽같네. 이거 돈 얼마받는댔더라?

보쌈 : …….

가족 : …얼마받아?

보쌈 : 2권부터는 받아.

가족 : …….

아무튼 그렇게…. 차가운 눈을 정면으로 받으며 작업을 하긴 했습니다. 현재는 심사를 ‘기다리는’중이지만요. 추후 심사가 완료되고 정식으로 제가 작업한 한역본이 판매를 시작하면 공유글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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