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ood For Thought

Food For Thought 생각할 거리

6. 차 마실 시간

원제: Food For Thought

저자: BlueberryPaincake


알래스터는 먹이를 결코 나돌게 두지 않는다.


허스크의 경고 이후, 펜셔스는 알래스터를 피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그것은 곰 덫에서 벗어나려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몸을 빼려 할수록 이빨만 더 깊숙이 파고들 뿐이었다.

발명가의 천성대로, 최초의 방책은 다른 이를 들지 못하게 하기 위해 제 방을 요새화하는 것이었다.

“보스? 문에 데드볼트를 달까요? 아니면 계산기 같은 거 하나 갖다 드려요?”

프랭크가 다른 에그보이들이 잔뜩 쌓아둔 잡동사니를 가리키며 떠벌댔다.

방해에 짜증이 난 그는 문틀에 하던 용접을 멈추고 소리를 질렀다.

“둘 다! 이렇게 뻔한 걸로도 하나하나 지시를 해줘야 하나?”

계란이 그에게 경례를 붙였다.

“네, 보스!”

그러고는 나머지 무리를 향해 달려갔다.

그는 용접기를 내려놓았다. 작업장의 열기가 몸에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그의 저주받은 냉혈한 몸은 체온조절을 할 수 없었고, 땀조차 흘릴 수 없었다. 오히려 너무 더워지면 몸이 안쪽에서부터 불타는 느낌이었다.

그런 일을 피하고자 그는 겉옷을 벗었다. 드레스 셔츠와 회색 실크 조끼를 드러내고, 제 후드를 몇 번 펄럭여 부채질했다. 열기가 여전히 그의 비늘을 짓누르고 있었기에, 그는 옷깃을 당겨 이를 좀 더 누그러뜨리려 했다. 어쩌면 음료가 도움이 될지도.

달큰하고 아린 진저비어가 그를 채웠다. 아, 완벽한 휴식—

유리병이 벽에 부딪혀 박살이 났다.

“까꿍!”

펜셔스는 최악의 예상을 하며 새된 비명과 함께 몸을 숙였다. 이는 잘못된 선택이었다. 일전의 검은 덩굴들이 그의 손목을 휘감아 붙들고는 알래스터의 웃는 낯짝과 마주하게 끌어당겼기 때문이다.

“호텔 시설물을 허가 없이 변경하시는 겁니까?”

알래스터의 애완동물이 를 못 들어오게 하려고 시도하는 모습에서 찾은 재미와 마찬가지로, 평소와 같은 펜셔스의 펄쩍 뛰는 반응은 알래스터에게 한줄기 즐거움을 선사했다. 다른 이들도 그렇게 인상적인 노력을 했었으나, 무가치했다. 하지만 뱀이 그런 빈약한 시도에 바짝 열이 올라 매달리는 모습은 절로 웃음이 터지게 했다.

한편 펜셔스는 다시 한번 공포로 얼어붙었다. 왜 라디오 악마가 저 같은 이에게 시간을 쏟는지 파악하려 애쓸수록 혼란스럽고 두려웠다.

아, 그래. 암만 애쓴들, 펜셔스는 알래스터의 말들에는 어느 정도의 진실이 포함되어 있음을 알고 있었다. 한심하게도 그는 압도당하는 입장이었다. 오버로드에게는 거의 위협이 되지 못했다. 한데 왜 자는 자신을 선득하니 주시하고 있는 걸까?

“음, 개축에 서류작업이 필요한 걸 미처 몰랐네요…….”

알래스터에게 이 빌어먹을 영혼이 뚫려버리는 것을 피해 보고자 눈을 연신 깜빡이며, 그는 웃어 보였다. 루시퍼여, 저 밖의 지옥 불이 그의 방 안으로 서서히 번져오는 듯 하나이다.

알래스터는 문밖으로 걸어나가며, 통 도움이 안 되는 알들을 옆으로 밀어냈다. 그의 먹잇감은 여전히 알래스터의 마법에 손목이 붙들린 채 끌려갔다.

“물론 필요하죠! 어쨌든 이것은 고유 시설입니다. 흉물이나 훼손된 시설이 고객들을 쫓아내도록 하고 싶지는 않군요.”

기존에 설치된 장식물이 그런 기능을 했던 것 같지만.

그들이 여러 층을 오르는 동안 나눈 대화에는 그들이 어디로 향하는지에 대한 언급은 빠져있었다.

“엄, 괜찮으시다면 우리가 어디로 가는 건지 여쭤봐도 될까요?”

검게 찬 눈이 갑자기 그를 돌아보았다.

“안 괜찮습니다.”

멋지군.

마침내 두 사람은 알래스터의 스위트룸에 도착했다. 곳곳에 그의 취향이 반영된 펜트하우스였다. 그는 뱀을 안락의자에 거의 던져넣다시피하고는 손가락을 튕겨 맞은편 난로에 불을 붙였다.

힘이란 항상 알래스터가 저보다 약한 이들을 굴복시킬 때 취하는 검증된 방법이었다. 하지만 그가 제 애완동물을 너무 겁먹게 만든다면, 이는 알래스터에게 훨씬 적은 재미를 줄 터였다. 공포는 언제나 맛있었지만, 늘 즐거움을 주지는 않았다. 재미란 유머와 공포, 그리고 기대에 대한 섬세한 균형에 관한 것이다. 단조로움은 그의 본질에 반하는 것이었다.

그동안 펜셔스는 초조하게 방을 둘러보며 손가락을 배배 꼬았다. 그 어떤 것도 건드리고 싶지 않았으므로, 그는 몸을 의자에 단단히 붙인 채였다.

벽과 선반에 뼈와 해골이 빼곡했다. 가장 큰 것은 벽을 따라 굽어 걸린 악어같이 생긴 것이었다. 한편 책장에는 책등에 아무 표시도 없는 미심쩍은 책들이 여럿 있었다. 무척 특이하게도 방에 침대가 없었던 탓에, 침실보다는 거실에 가깝게 느껴졌다. 어쩌면 그게 그거였을지도 모르지만.

그리고 조금 더 방을 내려다보면 무슨 습지 같은 것이 그를 맞이했다. 마치 포털이라도 있는 듯이. 기이했다.

가벼운 짤그랑 소리가 뱀의 주의를 끌었다.

“원하신다면, 제가 물을 올릴까요?”

알래스터는 그의 말에 눈을 찌푸렸지만, 마실 것을 준비하던 것은 멈추지 않았다.

“괜찮습니다. 제가 호스트니까요.”

시도해 볼 가치는 있었다. 목구멍에서 피어오르는 공포를 곱씹는 대신, 펜셔스는 최근에 후드를 묶어 올리는데 쓰는 리본을 꺼냈다. 작업할 때보다 훨씬 덜 덥기는 했지만, 난롯불의 온기 때문에라도 펜셔스는 몸을 선선하게 유지해야 했다. 특히나 뜨거운 차가 기다리고 있을 때에는 더더욱.

알래스터가 뒤로 돌았을 때, 그의 손님은 다른 차림새를 보이고 있었다. 사실 이 앞에도 펜셔스는 옷을 꽤 편하게 입은 채였다. 단순한 조끼와, 소맷동으로 갈수록 좁아지는 느슨한 소매의 셔츠라든가. 허나 지금은 후드가 녹색 리본으로 묶여있었다. 일전에 TV 밀회에 빌려주었던 것과 비슷했다. 완벽한 선물 포장처럼 깔끔한 나비 리본이었다.

알래스터는 엔젤이 제게 보여줬던 돼지 사진을 떠올렸다. 사진 속 돼지는 작은 스웨터와 나비 리본 등 이것저것으로 차려입고 있었다.

뭐, 뱀은 보기에 그다지 끔찍하지는 않았다. 예리한 송곳니, 어깨 위로 드리운 긴 후드, 그리고 늘씬한 체격. 알래스터는 이해할 수 있었다. 포식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먹잇감인 존재의 매력을.

허나 그는 너무 가벼운 식사가 될 것이다.

홀로 흥얼거리며, 알래스터는 마침내 그들 사이에 쟁반을 내려놓았다. 한편 펜셔스는 무슨 대화가 시작될지 대비하고 있었다.

후루룩.

극적인 휴지(休止).

“앞으로는, 호텔 자산에 허가 없이 어떠한 변경도 가하지 마십시오. 아시겠습니까?

펜셔스는 격렬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왜곡된 목소리가 이어지길 기다렸다. 허나 알래스터는 말을 잇는 대신 제 다이얼을 잔받침에 올려두었던 제 잔으로 휙 내렸다.

펜셔스는 눈치를 보며 제 몫의 음료를 한 모금 마셨다가 블랙커피의 쓴맛에 사레가 들릴 뻔했다. 역겨워. 그는 얼굴을 구기며 서둘러 잔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가능한 예의를 차리며 기침했다. 대체 누가 손님에게 차가 아니라 커피를 내온다는 말인가?

알래스터는 제 잔을 들며 미소 지었다. 작은 장난에 담긴 재미를 즐기면서.

입안을 데었음에도 펜셔스는 도망칠 구실을 찾으며 서둘러 말했다. 정말 끔찍하도록 입이 썼다.

“크흠, 하실 말씀은 이게 전부였나요?”

“자, 자, 서두르지 말아요. 참된 신사는 차를 다 마시기 전에는 자리를 뜨지 않는 법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때로 순진해 빠졌을 수도 있지만, 펜셔스는 알래스터의 저 말에 함정이 파져 있음을 알았다. 그는 패배한 듯 의자 깊숙이 앉았다. 펜셔스는 마침내 접어두었던 질문을 던질 용기를 냈다. 제 잔을 초조히 손톱으로 두드리며, 그가 물었다.

“요즘 갑자기 저와 대화하려는 이유가 있나요?”

알래스터의 손이 허공에서 멎었다. 상대의 대담한 질문에 자극받은 듯했다.

“왜 묻는 거죠, 흐음?”

알래스터는 이미 이유를 알고 있었다. 거미와 고양이가 저들을 당장에 떼어놓으려 들었으니까. 하지만 그저 호기심에 말을 좀 들어볼 셈이었다. 그들의 의도가 아니라, 펜셔스가 어찌 반응할지가 궁금해서.

그리고 그가 반응했다.

“오, 음, 그, 아시다시피—!”

펜셔스가 팔을 휘저었다. 그는 제 친구들을 입에 올리지 않고 이유를 빨리 짜내기 위해 애썼다.

“당신은 주변 사람들에게 별로 시간을 안 쓰는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그냥 궁금했어요…….”

제 손가락을 톡톡 마주치며, 그의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그는 구체적 근거에 기반한 설득력 있는 이유를 찾지 못했다.

알래스터는 상대의 기분을 얼마나 맞춰줄까 생각하며 제 턱을 톡톡 두드렸다. 결국 그는 거짓말을 하지 않기로 했다.

“당신은 친구를 원하죠. 저는 애완동물을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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