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For Thought 생각할 거리
5. 요리사가 너무 많으면 수프를 망친다
원제: Food For Thought
저자: BlueberryPaincake
엔젤과 허스크는 이상한 점을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4장 약간 이후 기반.
엔젤은 바 스툴에 앉아 발꿈치로 바닥을 긁었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서 방 건너편에서 TV 근처에 바짝 붙어 앉은 둘을 노려보았다.
“아마 눈을 깜빡이면 쟤들 중 하나는 터질 거야.”
깊은 중저음의 목소리가 말했다. 거미는 팔꿈치에 기대 상체를 뒤로 젖히며 바 너머의 이를 쳐다보았다.
“그러는 너도 나 못지않게 열렬히 보고 있는데. 우리 둘 다 이게 좋은 일이 아니란 거 알잖아.”
최근 들어 그들—바에 앉아, 다른 한 쌍이 갑자기 잘 지내는 것을 걱정스레 보고 있는—사이는 나아지고 있었다. 엔젤은 여전히 일터에서 비참했지만, 돌아와서 멀쩡한 척할 필요는 없었다. 어깨가 가벼워진 덕에, 그는 동네 바텐더에게 속을 터놓을 수 있었다.
“저 둘이 뭔가 거래를 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응?”
수염을 씰룩이며, 허스크는 방 건너를 노려보았다. 펜셔스는 TV 위에 몸을 숙이고, 나사와 전선을 당기며, 한 손에는 복스 매뉴얼을 들고서, 집중하느라 혀를 빼물고 있었다. 몇 초마다 펜셔스의 머리가 TV 박스 대신에 매뉴얼에 숙여졌다. 그때마다 알래스터는 전선을 슬쩍 섞어놓고는 했다. 부디 알래스터가 TV 박스를 원래 쓰임 대신 시체 나르는 용도로 쓰는 것을 더 선호한다고 펜셔스에게 말하지 않기를.
잠깐……
“언제부터 라디오 악마가 제가 싫어하는 일을 남이 하게 놔뒀지?”
둘은 조용히 우려 섞인 시선을 나눴다.
“알은 내가.”
“나는 뱀을 맡지.”
“으, 허스크! 술을 잘못 줬잖아! 이 망할…… 어…….”
엔젤은 눈을 가늘게 뜨고 손에서 구겨진 냅킨 위에 휘갈긴 단어를 하나하나 읽었다.
“프리미엄 30년산 버번 온 더 록? 씨발 뭐가 됐든…… 누가 대신—으악 씨발!”
엔젤이 독백을 마치기도 전에, 알래스터가 뿅 나타나 테이블을 내려쳤고, 엔젤은 의자에서 넘어졌다.
“젠장, 알, 너 꼭 그렇게 해야…… 아, 그냥 잊어.”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루시퍼께서 알고 계시듯, 이 씹새끼는 여기 모두를 물 먹이는 걸 즐기는 놈이었다.
“제가 처리해 드릴 수 있겠군요. 당신 취향엔 안 맞는 것 같네요, 유감입니다.”
그는 술을 낚아채고 잔을 돌려 가볍게 향기를 맡았다. 고급품이었다. 자, 허스커가 이걸 어디에 숨겨뒀을까?
기회가 왔다. 엔젤은 알래스터에게 바짝 붙었다. 접근을 피하려 몸을 비트느라 알래스터의 목에서 난 소리는 일단 제쳐두고.
“실은, 네가 왔으니 말인데, 네가 갖고 싶다던 애완동물 구하는 건 어떻게 되어가?”
그를 대화에 조심스레 끌어당기는 것이 좋을 터였다.
알래스터는 포르노 스타의 뜻밖의 관심에 콧소리를 냈다. 엔젤 더스트는 알래스터에게 먼저 다가오는 위인이 아니었다. 그의 시선이 제 애완동물—물잔을 들고 온 허스커와 대화하느라 정신이 팔린—에게로 휙 돌아갔다.
“잠깐 여유가 있겠네요.”
알래스터가 자리를 잡자, 엔젤은 충격에 빠졌다. 방금 펜셔스를 확인했어? 그가 뭐라 말하기 전에, 알래스터가 말을 이었다.
“꽤 좋은 표본을 구했어요. 왜 물으시는 거죠?”
“그냥, 아직 안 데려온 것 같아서 물어본 거야. 최근에는 펜셔스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아서.”
알래스터는 손가락을 저어 의심을 물렸다.
“걱정 마세요. 제 애완동물과는 충분한 시간을 보내고 있답니다. 아시다시피, 파충류는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존재이지요.”
그가 웃었다. 펜셔스는 종종 폭발하는 영감 한 가운데에 스스로를 가두고는 했다. 물론 외부와의 교류를 통해 그가 자극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주인의 역할이었다. 비록 강제적인 수단에 의해서라 할지라도. 다행히 그를 밖으로 이끌어내는 데에 많은 설득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뱀은 허스커만큼 고집이 세지는 않았으므로.
엔젤은 믿지 않았다.
“그……으래. 그럼 왜 펜셔스한테 그렇게 많은 시간을 쏟는 거야? 2주 전에는 쟤 이름도 거의 기억 못 했잖아. 지금은 완전 껌딱진데.”
그는 제 어깨 너머로, 허스크가 곤란한 듯 빅토리아 시대의 남자 어깨를 다독이는 것을 힐끔 보았다. 몸이 움츠러든 것으로 보아, 페니는 뭔가 불편해하는 듯 보였다.
다시 술친구에게 몸을 돌렸을 때, 엔젤은 외로이 남은 빈 잔을 마주했다.
아 씨발.
좋아. 엔젤이 그 크리피한 놈을 펜셔스에게서 떼놓았으니, 허스크가 페니를 확인할 차례였다. 쉽군.
그는 목을 가다듬었다.
그와 동시에 전선 한 줄에서 큰 전기 충격이 터져 나왔다. 펜셔스는 바닥에 쿵 넘어졌고, 얼굴은 검댕으로 뒤덮였다. 어후.
허스크가 손을 내밀기도 전에, 뱀은 분노에 차 렌치를 바닥에 내던졌다.
“망할! 이 사악한 기계는 못 써먹어요! 열 번이나 시도해 보고 심지어 가이드까지 샀는데! 내가? 이 간단한 장치에!”
그의 후드가 펼쳐지며 그것을 묶고 있던 리본이 끊어졌다. 검댕 아래 후드 비늘이 분노에 차 검어졌다.
“진정해, 친구.”
허스크는 청소에 쓰던 바 타월을…… 뭐, 이걸로 아무것도 닦지는 않았지만. 잔으로 마시는 이는 없고 다들 병째로 술을 마셨으니까. 어쨌든 그 타월을 펜셔스에게 건넸다. 먼지 때문에 코가 간질거렸고, 펜셔스는 훌쩍였다.
펜셔스는 마지못해 그것을 받아들고 제 비늘을 닦아냈다. 비늘에 먼지를 뒤집어쓴 채 두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전능하신 루시퍼여, 그가 이까짓 것에 이토록 흥분한 것이 어찌나 어처구니없는 일이란 말입니까. 게다가 자신 같은 사람에게 있어 이러한 작업은 애들 장난이나 다름없다고 샬럿에게 호언장담한 직후에!
허스크는 콧방귀를 끼었다. 그는 길게 변죽을 울리고 싶지 않았다.
“너랑 라디오 악마 사이에 뭐가 있는 거야?”
“에?”
하던 일을 멈추고, 빅토리아 시대의 죄인은 혼란에 빠져 다른 이를 쳐다보았다.
“무슨 뜻이죠?”
허스커가 누구보다 알래스터를 오래 알고 지냈음을 고려할 때, 뭔가 특이점이 있었다면 그가 알아차렸을 것이다.
허스크는 팔꿈치를 TV 박스 위에 받치고 물잔을 건넸다.
“너희가 요새 친하게 지내는 걸 모두가 다 알아. 알래스터와 거래를 했다든가, 뭐 그런 멍청한 짓을 한 건 아니지?”
으. 어쩌면 휴식을 취할 때였는지도 모른다. 펜셔스는 소파로 기어가 그가 작업을 마칠 때까지 진득하게 기다리고 있던 제 모자를 토닥였다. 그의 에그 보이 하나가 펜셔스의 꼬리를 지나쳐 달렸다. 갖다 달랬던 납땜인두를 들고, 멈추지도 않고, 그저 인사 한마디만 던지고.
“안녕, 보스!”
허스커는 그저 눈썹을 치켜뜨며 에그 보이를 돌아보았다.
“물론 그런 미친 짓은 하지 않을 겁니다. 매드 사이언티스트의 ‘매드’는 오직 제 작업에만 국한된 거예요. 걱정 고마워요.”
“그럼 놈이 왜 네 주위를 얼쩡거리는데?”
“실은 알래스터가 제 작업에 관심이 있거든요!”
생각만으로도 얼굴에 미소가 피었다. 그의 취미에 관심을 가진 이를 만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다. 적어도 그를 죽이려는 사람이 아닌 누군가 중에는. 이러한 논리에 따라, 펜셔스는 자신에게 말을 거는 이가 지옥에서 가장 두려운 존재 중 하나라는 점을 기꺼이 간과했다.
그러나 허스크는 여전히 납득하지 못했다. 그는 이 빌어먹을 호텔에 다이얼 없는 전화는 구비할 수 없다던 악마와 동일인이었다.
“이봐, 내가 네 베이비시터는 아닌데, 그치만 우린 친구잖아.”
누군가의 친구라고 칭해진 것만으로도 펜셔스는 벅차오르고 눈시울이 촉촉해졌다. 어휴, 그에게는 정말 오랜만에 듣는 소리였으리라. 제가 사냥감인지, 놀잇감인지도 깨닫지 못했던 게 놀라울 일도 아니었다.
“그러니까 경고하는 거야. 놈과 어울리지 마. 너나 나나 알래스터가 위험하다는 거 알잖아. 너까지 나처럼 좆되지 않길 바라는 거야. 알겠어?”
펜셔스는 조금 풀이 죽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는 라디오 악마와 시간을 보내는 것에 어떤 위험이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를 거절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한숨을 내쉬며, 허스크가 펜셔스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들어봐, 옳고 그름이란 게 있어. 그냥—”
허스크의 얼굴 위로 거대한 뿔이 돋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의 목으로 손아귀가 뻗쳤다. 그 순간 펜셔스는 허스커가 얼마나 알래스터를 두려워하는지 실로 이해했다.
몸에서 모든 평안이 죄다 빠져나간 것 같았다. 그의 눈동자가 작은 점으로 수축하고, 온몸의 털이 쭈뼛 곤두섰다.
고양이가 자리를 뜰 변명을 하기도 전에 펜셔스가 벌떡 일어났다. 그는 알래스터를 마주하며, 허스크의 여린 그림자를 가려주기 위해 제 후드를 펼쳤다. 허스크는 그의 얼굴을 볼 수 없었지만, 바로 그 순간 그는 이 망할 뱀이 천국이나 지옥에서 가장 천사 같은 존재인 것만 같았다.
어쩌면 그는 정말로 지킬 가치가 있는 친구였는지도 모른다.
“알래스터! 죄송하지만, 잠깐 쉬어야겠어요. 진척이 더뎌서 허스커가 한숨 돌릴 겸 마실 걸 갖다줄 거예요.”
그렇게 말하면서 펜셔스는 꼬리 끝으로 고양이를 저들에게서 밀어냈다. 알래스터의 시선은 펜셔스의 등 뒤에 고정되어 있었다. 잡음이 허공에 웅웅거렸다.
허스크에게 필요한 전부였다.
그는 곧장 바로 달렸다. 씨발, 그는 라디오 악마가 그토록 화난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망할 영혼을 빼앗기고 나서도, 이 호텔에 강제로 일손을 돕게 된 후에도, 한 번도.
대체 펜셔스를 어쩔 셈인 거지?
“어이, 괜찮아?”
엔젤은 그의 등에 손을 얹었다. 그는 공포로 미세하게 떨고 있었다. 허스크는 고개를 저으며 돌아서 뒤에서 잔을 만지작거렸다. 힌트를 얻은 거미는 돌아서서 허스크에게 시간을 벌어주려 했고, 순간 목격했다. 만약 마시는 게 있었다면 그대로 엎질러버렸을 정도로 충격적인 것을.
끝이 거칠고 붉은 손가락이 펜셔스의 볼을 꼬집고는, 가볍게 흔든 후에 그를 놓아주었다. 펜셔스는 아래로 당겨져 몸을 반쯤 굽히고 있었고, 엄청난 충격으로 눈이 크게 뜨였고, 턱에서는 독이 방울방울 흘러내렸다. 풀려난 후에도.
충격과 공포에 휩싸인 다른 이들의 시선은 즐거이 무시한 채, 알래스터는 제 보타이를 바로 했다.
“문제없습니다. 사실 저도 처리할 일이 좀 있어서요.”
그리고 그는 만족감을 드러내는 젠체하는 걸음으로 느긋하게 문을 나섰다.
“그럼 이만!”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