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ood For Thought

Food For Thought 생각할 거리

4. 파블로프의 뱀

원제: Food For Thought

저자: BlueberryPaincake


알래스터는 그의 애완동물을 위해 간식을 남겨두기 시작했다.


펜셔스와 알래스터의 마지막 만남이 있은 후 거의 2주가 지났다. 모든 것은 대부분 정상으로 돌아갔다. 그는 제 친구들과 식사와 그룹 활동 등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아니면 그의 작업장에서 에그 보이즈의 보조를 받으며 사적인 시간을 보내거나. 다만…… 음……

펜셔스는 제 입을 손으로 가리며, 꼬리로 다 썩어가는 죽은 쥐를 들어 올렸다. 파리가 사체 주위에서 윙윙거렸고, 그것들은 작은 내장이 거의 터져나올 것같은 살을 파먹고 있었다. 악취 탓에 속에서 점심식사를 재연해내는 불상사가 일어날 것이 뻔했으므로 그는 가능한 한 입을 꾹 닫았다.

외부 대형쓰레기통을 이용하고 돌아와서, 그는 한잔하러 바에 들르기로 마음먹었다. 아니면, 최소한 그의 기억에서 악취를 날려버릴 만큼 강한 향이라도 맡으러. 테이블 위에 구부정히 몸을 기댄 채, 펜셔스는 모자를 배에 편히 끌어안고 있었다.

“여기가 확실히 오성급 호텔은 아니지만 말이야, 네가 발견한 쥐가 이번 주만 다섯 번째라고.”

허스커가 레드와인 한 잔을 뱀에게 내어주며 말했다. 펜셔스는 즉시 잔을 낚아채 혀를 빼물고 냄새를 맡았다.

“누가 계속 그런 걸 두고 가는지 단서가 하나도 없어요! 제 에그보이즈조차 전혀 보지 못했고요.”

그 역겨운 충격 이후 기분 좋은 환기 삼아, 약간의 화끈거림과 달착지근함을 즐기며 그는 와인을 한 모금 머금었다.

허스크가 청소용 행주를 제 어깨 너머로 던졌다.

“키키 아니야?”

그의 말에 펜셔스는 고개를 저었다.

“샬럿은 키키가 사냥한 걸 호텔 앞에서 처리했을 거라 했어요. 혹시 근처에서 알게 된 떠돌이 짐승 같은 건 없나요?”

고양이는 바 뒤에서 펜셔스를 노려보며 손가락으로 그를 가리켰다.

“네가 나를 망할 집고양이에 빗댄 게 아니라는 건 알겠는데.”

펜셔스는 더듬더듬 말을 버벅거렸고, 얼굴이 새빨개졌다.

“아—아, 아뇨, 아니, 절대 아니에요! 저는 그저 당신이 프론트 데스크에 있으니까, 그런, 뭔가가 들어오는 걸 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해서!”

젠장, 친구가 될만큼 가까워진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허스크는 피식 웃으며 그의 어깨를 다독였다. 펜셔스는 자신감이 떨어지는 괴짜였기에, 아마 자신이 무례하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을 터였다. 이 불쌍한 이는 지난 수십 년간 자신을 죽이려 드는 이들의 위협 외에는 어떤 사회적 교류도 없었으니까.

“알아, 진정해. 한동안 네 달걀들이 책상을 지켜보게 하면, 걔들이 뭐라도 잡아낼지 몰라.”

뱀은 자리에서 미끄러져 내려와 남은 술을 털어 넣고 가슴을 부풀렸다.

“그럴 거예요! 아니면 그게 접근하지 못하게 덫을 놓을 수도 있을 거고요! 영감이 저를 어디로 이끄는지 봐야겠어요.”

그의 갑작스러운 기분 변화는 허스크를 웃게 했다. 펜셔스의 낙천주의는 언제나 달가웠다. 자신에 대한 엉뚱한 자신감만 없었다면, 그의 낙천성은 가히 찰리와 견줄 수 있을 터였다.

예의 그 자신감은 펜셔스가 그의 연구실 문을 열었을 때 알래스터가 거기에 있는 것을 보고는 사라져 버렸지만.

“대체—”

그는 문을 쾅 닫고, 후드를 치올린 채 문에 등을 기댔다. 대체 왜 알래스터가 방에 있는 거지? 알래스터에게 뭔가 잘못을 저질렀던가? 그래서 그가 계속 적대했던 걸까? 그의 코트를 망쳐놓았던 게 이정도로 그를 거슬리게 했을까?

펜셔스가 다시 문을 열 용기를 끌어올리기도 전에, 검은 연기가 그의 손목을 휘감아 문에 가두었다.

“이 호텔의 어떤 점이, 사람들이 문을 거칠게 닫도록 하는 걸까요. 흐음?”

알래스터는 안개 속에서 걸어 나와 무심히 코트의 먼지를 털었다. 펜셔스는 문에 기대 맥없이 주저앉았다. 이는 알래스터와 같은 이들에게 발각되지 않으려는, 먹잇감들 사이의 일반적인 습성이었다.

“두려워 말아요. 그냥 여기 계시면 됩니다.”

펜셔스는 앞서 쥐를 집어 들었을 때처럼 메스꺼움을 느꼈다.

“제—제가 당신을 화나게 했나요?”

그의 혓소리는 그가 최근 겪는 말더듬에 방해만 될 뿐이었다.

알래스터의 눈이 밝게 빛나며, 그들 주위의 전등이 깜빡였다.

“저를 화나게 해요? 그럴 리가요! 그저 당신의 멋진 작업장을 둘러보려던 것뿐이에요. 여기 이 호텔의 호스트로서, 모든 방의 사정을 아는 것은 저의 책무니까요.”

이윽고 검은 덩굴손이 사라지고, 펜셔스는 안정을 찾았다. 알래스터는 본인의 업무를 위하여 그곳에 있는 것이었고, 거기에는 투숙객을 살려두는 것 역시 포함될 것이었다. 최소한, 죽이지는 않거나.

펜셔스는 자신감을 가장한 억지웃음을 지어 보이며, 꼬리를 휙 돌려 손님을 위해 문을 열었다.

“물론…… 음, 이리로 오세요. 발밑 조심하시고요.”

알래스터는 분석적인 시선으로 뱀을 뒤따랐다.

그는 그저 간식 한두 개를 두기 위해 지나가는 길에 잠깐 들렀을 뿐이다. 알래스터는 자칭 기술 애호가의 은신처 내 활동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리고 여기 있는 건 공주님이 처분을 명하신 모든 무기들이에요. 참 안타깝죠…….”

구식 디자인의 어마어마한 더미들을 힐긋 보며, 라디오 악마는 이해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며 콧소리를 냈다. 그동안 이어지는 펜셔스의 열렬한 설명은 알래스터에게는 그저 배경 소음에 불과했다.

“물론 저는 여전히 제 일에 전념하고 있지만요! 사실, 실용적 솔루션 또한 개발하기 시작했어요. 예를 들면,”

알래스터의 동행이 두려웠음에도 불구하고, 펜셔스는 그의 작업물에 대해 그의 계란들이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설명할 기회를 외면할 수 없었다. 그는 작은 카트리지를 자랑스레 들어 올렸다.

“이건 대청소 없이도 바닥의 얼룩을 제거할 수 있는 제품입니다! 그저 시제품일 뿐이지만요. 지난번 것은 바닥의 일부도 함께 제거해 버렸어요. 화학은 제 전문 분야가 아닌지라…….”

알래스터는 찰리가 지난 주말 제게 고치라 했던 큰 구멍을 떠올렸다. 그의 눈가가 실룩거렸다. 느린 숨을 뱉으며, 그는 직전에 간식을 놓아둔 작업대로 향했다. 그리고 그것이 먹힌 것을 보고 퍽 기뻤다. 그것에 대해 묻기도 전에, 펜셔스가 달려들어 책상을 가렸다.

“잠시만요!”

자신이 한 짓을 깨닫고 펜셔스는 순간 데자뷰로 얼어붙었다. 펜셔스가 팔을 휘저었다. 그는 더듬더듬 서둘러 해명하려 했다.

“죄송합니다. 근래에 웬 짐승이 제 거처에 죽은 쥐를 물어다 놓는데, 미처 치우지 못했어요.”

짐승?

“놀랍네요! 그냥 드시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지 않나요?”

보이지 않는 청중들이 그의 멘트에 웃었다. 하지만 그의 애완동물은 알래스터의 질문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다.

펜셔스는 담차게 웃었다. 알래스터의 흐려지는 미소를 보고, 이 악마가 진지하다는 사실을 깨닫기 전까지는.

“저는 설치류를 먹지 않아요. 완벽하게 좋은 다른 음식들이 많잖아요. 예를 들면 비스킷 같은 거요. 아니면 계란이나.”

예의 미소에 위협성이 다시금 차올랐다.

“아하, 그럼 당신의 계란들은 간식으로 깨서 드시는 건가요?”

펜셔스는 벽돌담에 대고 말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면 그냥 아래층에 있는 걸 쓸 수도 있겠죠……?”

“재미가 덜한걸요, 파충류 친구!”

알래스터는 바닥을 찍기 전 마이크를 손에서 한 번 빙글 돌렸다.

“이야, 여기는 좀 춥네요! 지옥을 얼려버릴 셈인가요? 그럴 기회만 노리고 있는 악마들을 몇 압니다만.”

뱀은 이것이 구경이라기보다는 시찰에 더 가깝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고, 눈에 띄게 위축되었다.

“글쎄요, 제 기계를 위해서는 시원한 온도가 중요해서요. 그렇지 않으면 대부분 과열될 수 있어요.”

“하지만 당신은 뱀이잖아요.”

“그……래서요……?”

펜셔스는 파충류의 태가 흔치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제 생물적 특성에 대한 갑작스러운 관심은 알래스터가 정확히 무엇을 원하는지 그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소화 및 질병에 대한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까요?”

관리 가이드북은 뱀의 체온조절을 위해 사육장이 유지해야 하는 특정 온도를 상세히 설명하고 있었다.

펜셔스는 그 말에 움찔했다.

“여기서 멍하니 있을 때에는 그렇겠죠.”

“그런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정말 있습니까? 차라리 방을 항상 당신의 최적온도로 유지할 수 있는 기계를 개발하는 건 어때요?”

알래스터의 해결 방식은 애초에 그런 방이 필요할 일을 없애버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엔젤은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이란 그들 나름의 응석을 다 받아주는 것이라고 했다.

펜셔스는 벽에 붙은 작은 흰색 다이얼로 스르르 기어가 말없이 그것을 가리켰다. 그들이 몇 초간 서로를 응시한 후에야 언어구사력이 돌아왔다.

“온도 조절기요?”

알래스터가 싱긋 웃자 녹음된 웃음소리가 주위에 터져 나왔다.

“당신 같은 지성이 생각할 수 있는 범위가 고작 그 정도인가요?”

그는 온도 조절기는 생각지도 못했지만, 결코 제 실수를 인정하지는 않았다.

“뭐— 아니, 아뇨, 당연히 아니죠! 설정된 값에 따라 온도를 감지하고 냉난방을 줄여서 완벽하게 사용자의 즉각적인 요구사항에 부합하는 자동 실내온도 조절장치를 만들 거거든요!”

아, 어쨌든 간에 알래스터는 실제로 그의 작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펜셔스의 머리가 시속 일만 km* 정도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는 신이 나서 그의 낡은 기계들에서 재설계를 위해 부품을 그러모으고 연신 중얼댔다.

그러는 동안, 알래스터는 또다시 반 정도는 흘려듣고 있었다. 이 뱀은 굴을 어디에 파뒀을까?


* : 원문은 ‘Pentious’ mind began working at a hundred miles a minute’이며 머리가 빠르게 돌기 시작했다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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