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For Thought 생각할 거리
3. 독특한 맛
원제: Food For Thought
저자: BlueberryPaincake
알래스터의 반려동물 개념은 엔젤이 의미한 바와 전적으로 다른 듯 보인다.
발명가의 본질은 그 촉매가 되는 변화를 이끌고 수용하는 것이다. 예컨대, 그는 젊은이들이 말하는 그들 유행에 대해 그 나이대의 악마들보다 민감했으며, 새로운 기술의 발전을 예의주시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스스로가 자랑스러웠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펜셔스의 그러한 면은 종종 그의…… 특이한 기질을 부추기고는 했다.
예를 들자면, 새 기계장치에 대한 놀라운 발상에 사로잡혀 밤늦게 작업을 하다가, 작업장에서 잠드는 것이라든가.
불행히도 펜셔스가 라디오 악마의 손에 잠이 깨게 만들었던 그 결정 말이다.
잠에서 깨어갈 때, 펜셔스가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추위였다. 그다지 효과적이지는 못했지만, 추운 데서 잠든 그는 온기를 유지하기 위한 딱한 노력으로 꼬리를 제 몸통에 둘둘 감았다. 악마가 되면서 냉혈한 몸을 갖게 된 그는, 주변의 작은 온도변화에도 아주 민감하게 반응했다. 작업장을 구함에 있어, 이는 그 자체로는 고려할 문제가 아니었다. 그의 수많은 기계는 설치와 작동 양면에서 상당한 열을 발생시켰으니까.
그러나 그가 작동을 멈춘 쌀쌀한 방에서 곤히 잠들었을 때는? 한기는 빠르게 그를 덮쳤고, 그는 차츰 휴면상태에 접어들었다.
잠결에 느껴진 두 번째는—뱀이 취할 수 있는 다소 불쾌한 방식으로—턱을 한껏 벌려 하품을 하고 싶은 충동이었다. 희미한 웅웅거림이 계속 들려왔다. 그는 이 소리를 잠이 깨는 중인 탓에 들리는 것으로 여겼다.
펜셔스를 잠에서 진짜로 잠에서 깨게 만든 것은 세 번째이자, 마지막 요인이었다. 눈을 떴을 때, 그 앞에는 제 영혼을 빤히 들여다보고 있는 한 쌍의 라디오 다이얼이 있었다.
“좋———은 아침입니다, 파충류 친구!”
펜셔스는 펄쩍 뛰어올랐다. 그는 몇 발짝 뒤로 물러나려 했으나 발전기에 걸려 넘어져 버렸다. 비명을 지르며, 그는 책상 깊숙이 기댔다.
“아아아아알래스터! 어, 여, 여기서 뭐 하는 거예요? 제 작업실에서?”
라디오 잡음이 점차 커짐에 따라, 펜셔스의 목소리는 갈수록 잦아들었다. 소리는 알래스터에게서 흘러나왔다. 그는 공허한 미소를 지으며, 펜셔스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있었다.
“당신을 확인하러 불려 왔습니다. 당신은 아침 식사를 거의 놓칠뻔했고 말이에요.”
알래스터는 어깨를 으쓱하며 뒷짐을 진 채 느리게 걸어 나왔다. 그는 유들유들하니 웃으며 펜셔스 가까이로 몸을 기울였다. 펜셔스는 초조한 듯 보타이를 당겼다. 그는 제 퍼스널 스페이스에 대한 갑작스럽고 공격적인 침범에 어떻게 응하면 좋을지 확신이 서질 않았다.
“오, 고, 고마워요. 어…… 아침 단장을 좀 하고 나서 내려갈게요.”
펜셔스는—바닥에 놓인 채 불안한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는—제 모자를 집으려 손을 뻗었다. 하지만 바닥을 금속으로 찧는 소리에 움직임을 멈췄다. 손 뻗은 데에서 불과 몇 센티 떨어진 자리였다.
누가됐든 부디 내 시체를 발견하는 이가 에그 보이즈를 잘 돌봐주기를.
알래스터의 지팡이가 펜셔스의 목을 낚아채 탁자로 밀어붙였다. 질식할 것 같았다.
“제, 제가 뭔가 잘못이라도—”
알래스터가 손으로 펜셔스의 턱을 잡아 벌렸다. 전능하신 루시퍼여, 그가 프랑스식으로 그를 참수하려 하나이다! 머리를 통째로 뜯어내어, 머리가 온전히 함께 묻힐 기회조차 주지 않겠지요.
누군가가 애써 그를 묻어주는 수고를 감수할 때나 의미있는 얘기겠지만.
압박은 결코 그 임계를 넘어서지 않았다. 대신에, 알래스터는 다른 한 손으로 펜셔스의 도드라진 윗송곳니를 쿡쿡 찌르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이런, 이리도 긴 송곳니를 갖다니, 무척 인상적이에요. 모두가 날카로운 이를 가진 이 지옥에서도 말입니다.”
펜셔스는 너무 두려워서 어떤 말도, 행동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떨리는 숨을 내쉴 뿐이었다. 그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의 손톱이 작업대 측면의 철판을 파고들었고, 우그러진 자리는 점점 커졌다.
그리고 그냥 그렇게, 알래스터는 뒤로 물러섰다.
“어쨌든,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식사를 놓치고 싶지는 않을 테죠?”
뱀은 얼어붙은 채 그 자리에 남겨졌다. 방금 벌어진 일과, 그것이 다 끝났다는 사실을 인식하고서도 전신의 긴장은 거의 풀리지 않았다. 그의 영혼은 여전히 육신에, 그의 육신은 지옥에 있었다.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그—그럼요.”
아직 그에게서 떠나지 않은 시선을 애써 무시하며, 펜셔스는 제 모자를 낚아챘다. 그는 복도를 따라 서둘러 방으로 향했다. 수 초 만에 방문이 쾅 닫혔다. 알래스터가 지금 어떤 기분이든지 간에, 펜셔스는 거기에 어울리고 싶지 않았다.
“이상했어. 그렇지?”
그는 제 모자로 시선을 휙 돌렸다. 그는 혼란스러운 듯 제 눈을 찡그리는 모자를 보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펜셔스가 추정컨대, 그가 알래스터의 코트를 망친 이후로, 알래스터는 자신을 싫어하는 듯했다. 아니면, 최소한 호텔 손님이라는 구분 외에, 개인으로서의 그의 존재에 관심이 없거나. 그는 거의 쓰러지다시피 문에 기대어 주저앉았다. 여전히 감시당하는 느낌에 그는 몸서리쳤다.
그는 이에 대해 더는 길게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제 단짝을 지정된 모자걸이에 걸어두고는 씻으러 들어갔다.
똑똑똑!
“아오——————!”
복슬복슬한 분홍 베개에 머리를 파묻으며, 엔젤이 신음했다. 귀가 후 열두 시간쯤 자는 것은, 시달려 아픈 등허리의 욱신거림에는 한참 모자랐다. 그리고 그게 누가됐든 방문객을 맞이하는 데에는 더더욱 충분치 않았다.
쾅! 쾅! 쾅!
요란한 소리에 짜증이 받친 거미는, 침대에서 몸을 힘겹게 끌어냈다. 그리고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뭔데?”
예의 그 망할 양양한 웃음과 붉은 눈이 그를 반겼다.
망할 자식은 깨워서 미안하다는 시늉조차 하지 않고 도르륵 눈을 굴렸다.
“아니, 이게 누굽니까, 여러분! 잠자는 숲속의 공주께서 마침내 시체처럼 눈을 뜨셨군요.”
엔젤은 제 여덟 개의 눈을 비볐다. 그는 라디오 진행자를 날카롭게 쏘아보며, 그가 자길 깨운 빌어처먹을 이유를 말하길 기다렸다. 알래스터는 그의 마이크에 기댄 채 말을 이었다.
“기억하실는지, 우린 지난주에 애완동물에 관한 흥미로운 대화를 나눴었죠.”
대화가 빨리 끝날 것 같지 않자, 엔젤은 문을 열어둔 채 터덜터덜 돌아와 침대에 풀썩 주저앉았다.
“그래서 어쨌단 거?”
느긋하게 바닥을 톡톡 찧으며, 알래스터는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그는 엔젤을 알았다. 자신이 너무 뻔뻔스레 군다면, 원하는 답을 듣기도 전에 그에게서 내쫓길 것이었다.
“애완동물을 들이는 데에 필요한 유일한 근거가 애정인지요?”
“아니, 그치만 그럴 수도 있긴 해. 걔가 널 죽일 능력이 없고, 죽이려 들지 않고, 다른 누구의 소유가 아닌 다음에야, 안 될 이유 없지. 너 정말 하나 들이려고?”
엔젤은 의심스런 시선으로 눈을 가늘게 떴다. 엔젤이 알기로, 알래스터라는 악마는 아마 애완동물이라며 드래곤을 보여줄 위인이었다.
대단히 무고한 미소를 지으며, 알래스터가 끄덕였다.
“아, 네. 사로잡은 청중을 갖는다는 것은, 이 지독히 단조로운 삶에 기꺼운 변화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저는 그저 보다 경험 많은 이로부터 조언을 얻고 싶었어요. 이런 중대사를 결정하기 전에 말입니다.”
휴식을 방해받아 구겨졌던 엔젤의 얼굴에 슬몃 흥미가 돋았다.
“뭐, 내가 너겟을 꽤 데리고 있긴 했지만.”
태평스레 콧소리를 내며 엔젤은 팔 한 쌍으로 제 머리를 받쳤다. 그는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하는 데에 너무 관심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애썼다.
어쨌든, 어느 방식이 됐든 젠체하지 않는 알래스터의 일면이란 아주 드문 것이었다.
“그건 네가 데려올 동물이 뭐냐에 따라 약간씩 다른데.”
그는 폰을 꺼내 앱을 휙휙 넘기다 인터넷 브라우저 탭을 끌어올렸다.
“찾는 게 뭔데?”
알래스터는 오늘 아침의 조우를 떠올렸다. 그의 주위에 잡음이 끼었다. 펜셔스의 늘어난 턱의 크기, 날카로운 그 송곳니의 길이, 그의 애처로운 수면 자세와 떨림, 겁에 질려 도망가는 모습까지.
그 얼마나 재미있던가.
“저는 좀…… 파충류 같은 걸 알아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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