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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노]그리고 "동인녀"는 오리지널 만화가 된다.

『내 장르에 「신」이 있습니다』의 사나다 츠즈루 선생님에게 듣는, 자신이 그리고 싶은 만화를 그리기 위한 사고법.

*2021년 4월 21일 기사입니다.

*맥락에 맞게 수정한 문장, 표현 및 오역이 존재합니다.


만화를 그리기 위해, 그리고 전하기 위해, 그 선생님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만화 제작에 열정을 기울이는 여러분이라면 분명히 품고 있을 이런 의문을, 선배 작가님께 물어보겠습니다. 만화의 발매를 기념하여 들려드리는 이 스페셜 인터뷰 1탄은 2020년 11월에 출간된 『내 장르에 '신'이 있습니다』의 작가 사나다 츠즈루 선생님(@sanada_jp)입니다.

이 작품의 밑바탕이 된 『동인녀의 감정』 시리즈는 트위터에 업로드 되자마자 엄청난 기세로 확산되어 1화의 RT 수는 4만을 오버(2021년 1월 시점). 이후에도 작품이 공개될 때마다 이 작품의 캐릭터인 「오케케 파워 나카지마」가 트위터 트렌드에 진입하는 등 2020년의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습니다.

이 초 인기(バズ) 만화를 사나다 선생님은 어떻게 만들어 내셨을까. 그리고 SNS에 새겨지는 숫자나 리액션과는 어떻게 마주하고 계셨을까. 작품의 시작, 인기의 한가운데에서 만화를 제작한 일, 그리고 이야기되지 않았던, 사나다 선생님의 만화가로서의 원체험을 사나다 선생님께서 그린 자화상과 함께 전해드립니다!

목 차

●가져간 원고도 「완전 탈락」. 사나다 츠즈루가 2차 창작을 만나기 전

● 순간의 감동을 전하고 싶어서, 다시금 만화의 길로

● 오리지널 만화 창작에 도전하다. 그리고 캐릭터 만들기라는 벽

● 4만 RT의 초절정 인기! 광연 속에서 작품을 계속 그려나가기 위해 필요한 것

● 망작을 두려워하지 말고,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자

●가져간 원고도 「완전 탈락」. 사나다 츠즈루가 2차 창작을 만나기 전

─먼저 사나다 선생님의 만화가로서의 출발점을 알려주세요.

사나다 : 정말로 처음, 이라는 의미에선 어렸을 때 그렸던 막대인간의 이야기입니다. 철이 들 무렵부터 마음대로 이야기를 생각하고 그림으로 만드는 행위를 즐겼던 것 같습니다. 제대로 스토리를 생각하고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것은 중고등학생 때였지요. 계속 만화를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그리기 시작했어요. 제대로 칸도 분할하고, 스토리도 생각하고.

─그건 어떤 만화였나요?

사나다 : 점프를 아주 좋아했기 때문에, 「소년 점프 NEXT!(현재의 「점프 GIGA」의 전신)」에 게재되어 있던 단편을 읽은 뒤, 그 작품에 영향을 받아 1화로 끝나는 소년 만화를… 그리 자세히 기억하고 있지 않지만, 스포츠를 좋아했으니까 스포츠 만화를 그리고 있었던 듯한 기분이 듭니다(웃음).

중학생 때는 몰래 혼자서 그리다가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친구들이 읽어줄 기회가 생겼거든요. 그랬더니 모두가 「재미있어. 잘 그리네!」 이렇게 말해줬어요. 자신의 만화나 그림을 즐겨주고 있다는 것이 너무 기뻤지요. 거기서부터 의욕에 불이 붙었습니다(웃음). 제대로 만화를 공부해서 더 능숙하고 더 재미있게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후로는 만화를 그려서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재미없으면 확실히 말해달라고 꽤 진지하게 마주하게 되었던 느낌이에요.

─사나다 선생님의 만화가 길(まんが道)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거군요.

사나다 : 그 흐름으로 당시 「반입(持ち込み)」에도 가봤거든요. 「점프 스카우트 카라반」이라고 점프 계열 편집부가 전국 각지로 출장을 오는 행사가 있어서 거기에 제 만화를 가지고 갔어요. 「혼자 가면 불안하잖아」하고 친구들도 따라와줬고요(웃음).

─반입 결과는 어땠나요?

사나다 : 완전 탈락이었어요. 굳건한 탈락. 요만큼도 안 먹혔습니다. 당시의 작품을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야 안 되겠지」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지만, 당시에는 「꽤 멋진 선을 그렸어」라고 생각해서 제법 설레면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도 완전 탈락. 당연히 기가 죽지요.

─그건 마음이 꺾일 것 같은 체험이군요….

사나다 : 엄청 꺾였어요 (웃음). 그래도 열심히 그리려고 생각했습니다만, 만화는커녕 동그라미나 막대기조차 그릴 수 없게 되어 버렸어요. 분명 자신이 느끼고 있는 것보다 더 깊은 충격을 받은 거겠죠. 그 이후로는 만화 그리는 일을 일절 멈춰버렸습니다. 완전히요. 자신의 만화를 세상에 내놓으려고 갔는데, 그 전에 좌절하고 말았네요….

(사나다 선생님의 자화상 #1)

(똑 하고 부러진 사나다 선생님, 그러나 그 뒤에, 2차 창작과 만나고…)

─이후로 다시 창작에 도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사나다 : 오리지널 만화를 그리는 것은 그만두었습니다만, 그 후에 2차 창작의 세계가 있는 것을 알고, 「이건 재미있을 것 같아!」했어요. 저는 만화 창작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캐릭터를 만들어 내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캐릭터, 즉 한 명의 인간을 처음부터 만들어낸다는 것이니까, 이것은 마치 「신의 과업」과 같은 일이지 나에게는 무리라는 체념이 계속 있었습니다.

하지만 2차 창작이라면 이미 존재하고 있는 훌륭한 캐릭터가 있어요. 더불어 그 캐릭터를 생각하고 있으면 머릿속에 스토리가 생겨나는 것을 느꼈습니다. 원고 평가로 좌절하고, 더 이상은 절대 스토리를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깨닫고보니 멋대로 머릿속에서 스토리가 움직이기 시작했죠. 계속 기죽어 있었는데 오랜만에 설레는 기분을 느껴서 너무 기뻤어요.

─만화가 아니라 소설로 창작하신 이유는 왜일까요?

사나다 : 왜냐하면, 2차 창작 소설을 계속 읽고 있었기 때문입니다(웃음). 당시에는 정말 많은 분들이 개인 사이트에 소설을 올려주셔서 그야말로 정신없이 읽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나도 2차 창작 소설을 써봐야겠다」가 된 거죠.

─그렇군요. 그 소설은 어딘가에 공개하셨나요?

사나다 : 다른 분과 마찬가지로 저 역시 제가 만든 개인 사이트에 올렸습니다. 아직 pixiv가 유행하기 전의 시대네요. 당시에는 개인 사이트뿐만 아니라, 휴대폰 사이트의 블로그 기능을 사용하여 소설을 올리는 분들도 많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사나다 선생님의 작품이 처음으로 널리 공개된 셈이죠. 공개에 망설임은 없으셨을까요?

사나다 : 당시 인터넷에서는 「자신이 쓴 작품은 공개하는 것이다」라는 기조가 있어서 저도 별다른 망설임 없이 「완성했으니 올리자」고 부담없이 업로드했습니다.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은 있으셨나요?

사나다 : 그게 말이죠, 별로 없었어요. 2차 창작 소설은 공개하는 게 당연했고, 제가 알기로는 공개된 작품을 「잘 썼다, 못 썼다」 비판할 법한 세계도 아니었어요. 누구나 작품을 공개하고, 능숙하든 서투르든 상관없이 제멋대로 기반 작품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2차 창작의 문화에 저는 몹시 감동했습니다. 그래서 저 또한 누군가에게 비난받으면 어쩌지, 이런 불안감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도 읽어주지 않으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도 없었나요?

사나다 : 별로 깊이 생각하지 않고 공개했기 때문에, 그런 불안도 없었어요. 사이트에는 방문자 수를 나타내는 기능이 있었습니다만, 그 숫자가 조금이라도 올라 있으면 기쁘겠다, 라는 정도의 감각이었습니다(웃음).

● 순간의 감동을 전하고 싶어서, 다시금 만화의 길로

─소설의 세계를 즐기시면서도, 그 후 다시 만화를 그리려고 생각하신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나다 : 소설을 쓰기 시작한 지 2년 반 정도 지났을 무렵, 문득 「다시 만화를 그릴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열심히 소설을 쓰면서 만화를 그리는 것에 대한 트라우마나 공포심이 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순간의 감동」을 만들고 싶어졌다는 이유도 있습니다. 소설의 경우에는 글자를 쫓으면서 「조금씩 감동이 전해져 온다」는 감각이 있습니다. 하지만 만화는 그림을 본 그 순간에 정보가 날아들어와, 천둥을 맞는 것 마냥 감동이 전해져 오지요. 이 「순간의 감동」을 스스로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역시 만화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시금 만화를 그리고, pixiv에 공개하신 거죠. 만화를 공개하는 것에 불안은 없으셨나요?

사나다 : 없었네요. 자신의 작품을 공개하는 행위는 인터넷의 존재를 몰랐을 무렵이라면 매우 중요하고, 터무니 없는 각오가 따르는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자리가 웹 상에 많이 존재하면 작품을 공개하는 일도 그리 비장하지 않지요. 그래서 저도 부담없이 올릴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나다 선생님의 작품 『내 장르에 「신」이 있습니다』의 5화 『첫 원고지옥』 편에서는 주인공 나나세가 자신의 작품에 대해 「이 책, 재미있나?」하고 자문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사나다 선생님께서도 작품을 발표해 나가면서 비슷한 물음에 시달리는 일이 있으셨을까요.

(『동인녀의 감정』 5화 일부 장면)

사나다 : 네, 있습니다. 소설이든 만화든 반드시 느낍니다. 동인지 형태를 한 작품의 경우, 자신만만하게 원고를 입고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웃음). 작품을 향한 자문에도 단계가 있어, 처음에는 「이건 반드시 재미있어!」 그런 생각으로 그려내요. 이후 작업이 고비에 접어들면 「이거 재미없는 것 아냐?」하는 의문이 듭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이거 절대 재미없다」는 확신으로 바뀌죠(웃음). 그래서 동인지가 인쇄되고, 인쇄 오류가 없는지 확인해야 할 때도 슬쩍 훑어볼 정도에요. 자기 작품을 제대로 읽을 수 있게 되는 것은 인쇄되고 2~3개월 후 정도입니다. 그때까지 재워둔 다음에야, 비로소 「재미있어. 다행이다….」하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어요(웃음).

─완성되기까지는 「자문(自問)의 벽」이 가로막는군요(웃음). 그 벽을 돌파하기 위해 뭔가 궁리하고 계신 방도는 있나요?

사나다 : 저의 경우 작품은 우선 플롯부터 만드는데, 나름대로 만든 플롯 창작 이론이 있어 「플롯대로 만들면, 반드시 재미있어져」라고 자신을 믿으려 노력합니다. 그런데도 「이거, 진짜 재밌나?」하는 물음이 어디선가 튀어나옵니다. 그럴 때는 플롯 곳곳에 「여기 너무 불타오른다!」 라던가, 마지막 페이지에는 「여기서 박수!」 라고 쓰는 거죠. 스스로 자신을 흥분시키면서 불안과 대치하는 것입니다(웃음).

(사나다 선생님의 실제 플롯 사진)

(여기 실제 플롯의 스크린샷이 있습니다. 스토리 부분은 보여드릴 수 없는 것이 유감이지만, 사나다 선생님의 말씀대로, 곳곳에 「반드시 재미있어…… 힘내자」나 「여기 너무 좋아!」 등등, 자신을 고무시키는 말이 쓰여져 있습니다. 덧붙여 사나다 선생님의 플롯, 콘티 창작 방법은 코미티아에서 발간된 『지금부터 만화를 만듭니다.』에 자세하게 해설되어 있습니다.)

● 오리지널 만화 창작에 도전하다. 그리고 캐릭터 만들기라는 벽

─2019년 5월 코미티아 128에서 오리지널 만화를 발표하셨지요. 2차 창작 만화를 거쳐 다시 오리지널 만화에 도전하는데 허들로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을까요?

사나다 : 허들은 엄청나게 있었습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캐릭터를 만들 수 없다는 서투른 의식이 있어서, 오리지널 만화를 그릴 자신은 전혀 없었어요. 하지만, 「사나다 씨가 그리는 오리지널 만화를 읽고 싶어! 실패해도 좋으니까 코미티아에 나가자」고 친구들이 열심히 권유해줘서, 그럼 도전해보자고 마음 먹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만화를 그리는 여고생」 이야기를 작품으로 만들었는데 전혀 생각처럼 그릴 수 없었어요. 왜 이렇게까지 그릴 수 없을까, 하고 상당히 괴로운 기분이 빠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어지는 2019년 8월 코미티아 129에도 작품을 내기로 하고, 캐릭터 만들기 책이나 자료를 꽤 알아보고 다시 도전했는데도 이것도 마음대로 그릴 수 없었어요. 이번에야말로 재미있는 것을 그리려고 꽤 시간을 들였습니다만…. 그리고, 그 이후로는 다시금 오리지널 만화 그리는 일을 멈췄습니다.역시 저한테는 적합하지 않은 게 아닐까, 하고.

─코미티아에서는 출판사의 만화 편집부가 출장 편집부의 형태로 원고 반입을 받았는데 여기에 참여할 생각은 못 하셨나요?

사나다 : 못했네요. 5월 코미티아에서는 출장 편집부 앞을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식은땀이 날 정도로 긴장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고등학생 시절의 쓰라린 체험이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았던 것이겠지요. 8월 코미티아에서는 「이번에야말로 가져가서, 감상을 듣자」고 벼르고 있었습니다만, 막상 편집부 근처까지 가면 또 두근거림이 심해져서……. 원고 반입은 할 수 없었습니다.

─벽에 부딪히면서도 2020년 6월 뒤에 『내 장르에 「신」이 있습니다』라는 『동인녀의 감정』을 트위터에 올리셨죠. 이것은 어떠한 경위로 만들어진 작품이었나요?

사나다 : 2트윗 정도로 올릴 수 있는 7~8쪽짜리 만화를 많이 그려보려는 생각에 오리지널을 몇 편 공개한 것이 2020년 6월이었고, 『동인녀의 감정』도 그 중 한 편이었습니다. 코미티아에서는 원하는 작품을 그릴 수 없었지만, 다시 한 번 캐릭터 만들기를 공부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이러한 창작 덕분에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나다 선생님의 자화상 #2)

(『기동전사 건담』 등 수많은 명작 애니메이션 각본을 쓴 호시야마 히로유키 씨의 책이 사나다 선생님의 캐릭터 만들기에 큰 힌트를 줬다고 합니다.)

─무슨 일이 있으셨나요?

사나다 : 우연히 손에 넣은 호시야마 히로유키 씨의 『애니메이션 시나리오 교실』이라는 책에서 엄청난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특히 아랫부분에서요.

창작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캐릭터의 윤곽은 명확하지 않다

(중략)

캐릭터의 실제적인 윤곽은 시나리오를 만들 때 분명해진다. (중략) 스토리 전개 속의 「아날로그=시간의 경과」의 축적으로 형성되어 가는 것이 진짜 성격이다. (중략) 경력, 행동 범위 등 세세한 설정이 초기 단계에서 이뤄지면 오히려 그 이후의 스토리 전개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중략) 설정 단계의 캐릭터를 글로 설명하면 세 줄 정도의 내용에 그치게 되는데, 그걸로 충분한 것이다.

호시야마 히로유키 『호시야마 히로유키의 애니메이션 시나리오 교실』

(출판 : 전뇌사雷鳥社) P85~86에서 발췌

이걸 읽었을 때 하늘이 열린 것 같았어요. 호시야마 씨의 말 뜻은 「이야기의 작가라도 첫 단계에서는 캐릭터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의 저는 제 이야기 속 캐릭터를 100% 이해하려고 했었어요. 마치 신처럼 캐릭터를 부감하고 조종하려고 했는데, 그런 건 불가능하죠. 현실의 가족이나 친구에 대해서도 100% 이해할 수 없는데.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만, 호시야마 씨의 책을 읽고 처음으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전에는 제 만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모두 세세하게 설정했습니다. 어떤 성격이고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 어떤 갈등을 안고 있는지, 만화에 등장하기 이전에는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등등을 다 세세하게 정했거든요. 코미티아에 낸 작품에서도 동일하게 이러한 작업을 통해 캐릭터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호시야마 씨의 책에서 "그런 작업은 필요없다. 캐릭터 설정은 3줄 정도의 문장이면 된다"고 말하신 거예요. 이런 내용이 써있는 책은 그때까지 읽어본 적이 없어서, 생각지도 못하게 눈이 트였습니다…… 마음 속 깊이 새겨졌지요. 신이 아니라도 캐릭터를 만들 수 있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어요.

─실제로 사나다 선생님의 캐릭터 만드는 방식도 달라지셨나요?

사나다 : 그때까지와는 정반대의 방법으로 캐릭터를 만들게 되었네요. 캐릭터 설정을 일절 만들지 않고 만화를 그려봤습니다. 나와 캐릭터는 일주일 전에 알게 된 친구라는 느낌으로 마주했지요. 『수재 글러와 천재 글러』의 주인공 나나세도 그랬습니다. 나는 나나세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전혀 몰라요. 그런데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동인 소설이 너무 좋아서 그만 전철 안에서도 읽어버린다」같은 구체적인 에피소드가 떠오르더라고요.

과거의 저는 「이 캐릭터는 동료애가 강한 열혈계」같은 설정, 즉 추상적인 요소로부터 구체적인 에피소드를 만들려고 하다가 번번이 실패해 왔습니다. 하지만 「나나세는 이런 상황이면 흥분해서 말을 빨리 한다」처럼 마음 속에 떠오르는 구체적인 에피소드들을 점점 더 많이 생각하다 보니 캐릭터를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어떤 한 사람이 태어난 것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저에게는 캐릭터 만들기의 사고방식이 완전히 바뀐, 코페르니쿠스적 전환과도 같은 사건이었습니다.

● 4만 RT의 초절정 인기! 광연 속에서 작품을 계속 그려나가기 위해 필요한 것

─사나다 선생님에게는 매우 큰 경험이었군요. 이렇게 탄생한 『동인녀의 감정』이 트위터에 발표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사나다 : 누구나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환경으로 올리고 싶었어요. 다만 그동안 2차 창작 작품을 공개했을 때와는 달리 오리지널 만화를 공개한다는 것이 매우 불안했습니다. 자신이 그린 캐릭터가 제대로 인간답게 그려졌는지…. 그런 불안이 컸기 때문에, 트윗에 「좋아요」가 붙으면 기쁘다기보다 안심했다는 감각이 더 컸습니다(웃음).

─컷 분할이나 대사의 양 등에서 트위터 독자를 의식한 부분이 있으신가요?

사나다 : 대사, 많죠(웃음). 페이지 수에 관해서는 많아도 3트윗 안에 들어갈 정도의 양으로 하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다른 것은 별로 의식하고 있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1화 트윗은 현재 4만 RT(2021년 1월 취재 시점)를 넘어섰습니다. 이런 반응을 예상하셨나요?

사나다 : 물론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웃음). 동인계의 분들이 공감해주실 것이라고는 생각했습니다만, 저 정도의 규모로 확산될 줄은 몰랐어요. 저로서는 많은 분들이 반응해 주셔서 매우 기쁘다, 라는 느낌이었습니다.

─『동인녀의 감정』은 이후 시리즈가 되면서 속편이 속속 공개되었죠. 제1화의 인기가 이후의 이야기에 뭔가 영향을 주었습니까?

사나다 : 그건 아니었어요. 오히려 가급적 인기의 영향이 작품에 미치지 않도록 의식하고 있었습니다.

─두 번째 에피소드가 공개됐을 무렵에는 「오케케 파워 나카지마」가 트위터 트렌드에 들어갈 정도로 호응이 높았죠. 이 영향을 보고 나카지마를 더 등장시키자고 생각한 적은 없으셨나요?

사나다 : 그것은… 처음에는 고민했습니다. 읽어주시는 분들께서 기대하는 방향으로 그리는 게 좋을까...하고요. 다만 말씀드렸다시피 『동인녀의 감정』은 본래 「재미있는 만화 창작」이 목적이었습니다. 그게 「더 많은 "좋아요"를 받을 수 있는 만화 창작」이라는 목적으로 바뀔 것 같더라고요. 이것은 저로선 환영할 수 없는 변화였습니다.

제1화는 「만화 창작은 즐겁구나!」라는 마음으로 그렸었는데, 인기를 의식하면 「어떻게해야 더 많은 "좋아요"를 받을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만화를 그려야 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더 나아가면 「이런 만화를 올리면, 모처럼 팔로해 주신 분이 떠나버리는 것 아닐까」, 「 "좋아요"를 받을 수 있는 만화만 그려서야 안되지 않을까」라는 공포를 품게 되기도 하고….

그야말로 진흙탕 같은 상황이죠. 만화 창작이 재미있어서 열심히 하고 있었는데, 본래의 목적을 잃고 괴로워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반응에 맞춰 이야기를 만드는 방법은 취하지 않도록 의식하고 있었습니다.

─SNS에서 작품이 인기를 얻으면 부정적인 반응도 눈에 들어오지 않을까요. 만화가 분들께서 어떤 코멘트나 반응에 접하는가 하는 요소는 창작 의욕에도 상당한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망가노에서는 「부드러운 코멘트」라고 해서 부정적인 코멘트를 필터링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사나다 선생님의 경우에는, 작품의 코멘트에 어떻게 마주하고 계실까요.

사나다 : 사람의 눈에 띄는 이상, 부정적인 반응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저도 영화를 보고 「그저 그랬어. 속편은 보지 않을래」하고 평범하게 말하고 있고, 100% 긍정적인 의견만 존재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죠. 하지만 역시 인간이기 때문에 부정적인 코멘트를 보면 움츠러듭니다. 그렇기에 소중히 여겨야 할 것은 아까도 말씀드린 「만화 창작은 즐겁구나!」와 같은 의욕일까요. 「부정적인 반응이 무서우니까 그리지 말까?」 같이 자신의 외부에서 오는 압박보다, 「나는 이것을 그리고 싶어」라는 마음을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인기가 몰아치는 와중에 많은 생각을 하셨군요.

사나다 : 만약,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만화가가 「부정적인 반응이 괴로워서 만화를 그만둡니다다」라거나 「작풍을 바꿔야할까」라고 말한다면, 저의 경우 「그만두지 마! 지금까지처럼 즐겁게 그려줘!」라고 느낄 거에요. 그것을 반대로 자신에게 빗대어 보니, 역시 자신의 「그리고 싶다!」는 마음를 소중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SNS의 경우, "좋아요"나 RT 등 작품에 대한 반응이 다이렉트로 숫자가 되어 나타납니다. 자신의 의욕이 중요하다는 것은, 이러한 숫자에 작품 창작이 영향을 받는 일도 없어야 한다는 것일까요?

(『동인녀의 감정』 「전인미답의 0건 장르 전편」발췌 장면)

사나다 : 영향이라고 할까… 읽어주시는 분의 숫자를 상상하면, 역시 부담은 느껴지죠. 숫자를 의식에서 완전히 떨어뜨리는 것은 역시 어렵습니다. 하지만 아까도 말했듯이 숫자에 너무 신경을 쓰면 「왜 이번 얘기는 RT가 안될까, 어떤 이야기로 하면 RT가 될까」라는 식으로 본말이 전도되어 버립니다. 게다가 「이러는 편이 더 많이 RT되겠지…」하는 생각으로 이야기를 짜고 있으면 뭔가 멍한 기분이 되어 버립니다. 「사실은 이렇게 하고 싶은데」, 「이게 더 재미있는데」같은 마음의 소리가 들려오죠(웃음). 그래서 저는 이야기를 생각할 때 「이건 재미있다, 그리고 싶다!」하며 두근두근 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1화부터 최종화가 공개되기까지 5개월 정도 걸렸는데 이 기간 동안 작품을 계속 연재하느라 고생한 적이 있으셨나요?

사나다 : 연재 형식으로 만화를 그린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어쨌든 고생한 것이 시간과의 싸움이었지요. 원고를 입고하면 일단락되는 동인지 마감과 달리, 연재의 경우에는 한 편을 다 그리고도 바로 다음편에 착수해야 하잖아요. 제작 스케줄은 Google 캘린더로 관리하고 있었습니다만, 배경을 그리면서 다음 플롯을 짠다든가 했습니다. 여유가 너무 없었어서, 잘도 이렇게 그릴 수 있었구나 싶어요(웃음).

─그래도 트위터에 올릴 작품이니까, 공개 페이스는 스스로 정할 수 있지요. 실례되는 질문입니다만, 「이번 주는 좀 늦게 올리자」고는 생각하지 않으셨나요?

사나다 : 그것만은 절대로 아니었습니다. 저는 동인지 원고도 지금까지 한 번도 늦은 적이 없는 게 유일한 자랑이에요. 제가 그리고 싶은 얘기가 생기면 무조건 그려서 올려야 하죠. 아무리 야근이 이어져도 이벤트에 절대 늦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제시간에 맞추기 위해서라면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도 좋아요(웃음). 게다가 「공개는 다음 주로 늦추자」고 타협하더라도 다음 주도 아마 그릴 수 없을 거예요.

─『첫 원고 지옥』 편에서도 나나세가 마감과 고군분투하며 원고를 만드는 장면이 인상깊게 그려져 있죠.

(『동인녀의 감정』 「첫 원고지옥」발췌 장면)

사나다 : 마찬가지로 저도 제가 정한 시간에 탈고하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자기긍정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일지도 모르겠네요(웃음).

─『동인녀의 감정』 1화가 크게 유행하고, 2화 이후로도 모두 트위터에 올라셨습니다만, 작품을 수익화할 생각은 없으셨을까요? 망가노에서는 작품을 올리는 사람이 무료, 유료공개를 결정할 수 있는 마네타이즈 기능이 있습니다만, 이러한 수단으로 수익을 얻는 길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사나다 : 제일 처음에는 돈을 받을 만한 작품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그 후로도 부담 없이 읽어주셨으면 했기에 수익화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어요. 애초에 누구나 볼 수 있는 트위터에 올린 덕에 많은 분들이 읽어주시고 불타올랐다는 부분이 있고요.

더불어 작품을 읽어주신 분들의 소감이나 자기에 대한 이야기가 들끓는 것을 보았을 때 너무 기쁘고 행복했어요. 그래서 『동인녀의 감정』에 관해서는 최종화까지 누구나 읽을 수 있는 트위터에 올리려고 했죠. 다행히 『동인녀의 감정』은 『제 장르에 「신」이 있습니다』로 단행본화됐지만 제 오리지널 만화의 수익화를 생각한다면 다음 작품일까 하는 느낌입니다.

● 망작을 두려워하지 말고,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자

─2차 창작을 거쳐 오리지널 작품을 한 작품 그려낸 지금, 사나다 선생님 안에서 만화 창작에 대한 생각에 변화가 있으셨을까요?

사나다 : 『동인녀의 감정』을 시작하기 전에는 2차 창작과 오리지널 만화 창작은 전혀 다른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2차 창작은 「기반 소재에 대한 사랑이 전제된 상냥한 세계」고, 오리지널은 「실력이 모든 것인 엄격한 세계」 같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오리지널을 그리려고 생각하면, 느닷없이 「폭넓게 받아들여지는 것을 그려야 해. 그렇지 않으면 아무도 읽어주지 않을거야」하고 묘하게 긴장하게 되었었습니다. 어쩌면 「오리지널」의 끝에는 「상업」이 있다, 이런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2차 창작이든 오리지널 창작이든 근본에 있는 것은 같지 않을까, 깨달은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것이라든지, 뜨거워질 수 있는 것이라든지, 마음 속에 있는 외침을 있는 힘껏 부딪힐 수 있는 흥분. 열심히 땀을 흘리고 밤을 새고(웃음), 작품이 완성되었을 때의 기쁨. 그걸 읽고 재밌다고 해주시는 분, 공감해주시는 분이 나타났을 때의 기쁨. 2차 창작이든 오리지널 창작이든 이러한 것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지금 2차 창작을 하고 있고, 「오리지널 만화를 그려보고 싶은데…」라며 망설이는 분이 있다면 「한 번 그려봐요!」라고 전해주고 싶습니다. 2차 창작과 마찬가지로, 부담없이 자신이 그리고 싶어 설레는 것을 그려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오리지널 만화도 2차 창작도 너무 좋아해서 앞으로도 둘 다 계속할 것 같아요!

(사나다 선생님의 자화상 #3)

(사나다 선생님은 반려묘와 함께 오늘도 만화 창작에 힘쓴다!)

─마지막으로, 망가노에서는 사나다 선생님의 작품에 등장하는 동인녀들과 같은 열정으로 오리지널 작품 만들기에 몰두하는 만화가 여러분이 작품을 올려주시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런 분들을 향해 사나다 선생님의 메시지를 부탁드립니다.

사나다 : 망작(駄作)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려주셨으면 합니다! 「『좋아요』 가 하나도 안 붙으면, 아무도 읽어주지 않으면 슬프겠지」 같은 마음도 있으시겠지요. 그런 마음이 앞서다 보면 아무래도 자신이 그리고 싶은 것을 추구하는 모험을 할 수 없게 됩니다만, 그럴 때는 자신만의 안전기지(*1)을 찾으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는 창작가 동료나 오랜 친구가 바로 "안전 기지"여서, 작품을 만들어 별로였다고 해도 언팔로우하지 않고 「이번에는 별로였지만 다음이 있잖아」라고 말해줍니다. 그리고 그런 친구가 있어주기 때문에 저도 안심하고 자신이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마모토 카즈히코 선생님의 「신 울어라 펜」에서도 「망작을 만들 용기」,  「한 두 편의 망작을 내더라도…… 자신을 용서해 줄 수 있는 도량을 가져라!」라는 말이 나오니까요(웃음).

─감사합니다!

*1) 안전기지 : 미국의 발달심리학자 메리 에인스워스가 제창한 개념으로, 「자녀가 느끼는 양육자」처럼 편안함과 보호가 보장된 환경을 의미한다. 어린이는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는 안전기지를 가짐으로써 위험을 무릅쓰고 바깥 세계를 탐험할 수 있다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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