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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 인연.

그것은 정말로, 마치 실과 같다.

무언가와 연결되는 것으로,

사람은 조금씩 부자유스러워진다.

자신의 의지로, 자신을 움직인다.

그런 간단한 것이 어려워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무래도 인간은, 혼자서 살 수 없으니까.

우리는 연결되어 간다.

지금까지도, 지금부터도, 언제든.

다테 유키무라 : —이야. 오늘도 색이 잘 나오지 않았어? 이거, 또 잘 뽑아버리고 말았구만.

야시로 이토 : ……그렇네요……

다테 유키무라 : 에, 뭔가 느낌이……? 미안, 설마 생각했던 거랑 달랐어?

야시로 이토 : 아, 아뇨, 그건 아니에요! 색은 오늘도 최고예요, 감사합니다.

금요일 밤, 늘 자주 다니는 미용실.

시간을 들여 정성스레 감긴 머리카락을 말려주는 상냥한 손길을 느끼며

나는 살며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스태프 : 감사합니다—

다테 유키무라 : 감사합니다! 조심히 가세요.

아까까지 근처 자리에 있던 여성 분이 계산을 끝마친 후 나가

시술을 받고 있는 것은 나 밖에 남지 않았다.

머리카락을 쓸던 스태프 분도 뒤쪽으로 들어가, 작게 틀어진 노래의 선율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안내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 남성이 한 명 입구 근처의 소파에 앉아있긴 하지만

이 정도로 거리가 떨어져 있으면, 딱히 서로가 거북하게 느껴지진 않겠지.

야시로 이토 : (……응, 지금 뿐이야. 가자.)

야시로 이토 : 유키 씨. 사실은 오늘, 상담하고 싶은 일이 있어요.

다테 유키무라 : 에엑! 복권으로 1억이라도 당첨된 거야!?

야시로 이토 : 그랬다면 저, 머리를 자르고 있을 때가 아닐지도……. 집에서 몸을 지켜야죠.

다테 유키무라 : 아하하, 왜. 온 동네 뛰어다니자.

야시로 이토 : 그게…… 몇 년을 돌아봐도 1억을 받을 정도의 선행을 한 기억도, 고통을 받은 기억도 없는 것 같아서요.

야시로 이토 : 갑자기 그런 큰 좋은 일이 생기면, 기쁨보단 당황스러움이 이길 것 같아요. 설마 오늘 죽나? 하고.

다테 유키무라 : 대가가 너무 크잖아.

다테 유키무라 : 괜찮아. 1억을 받은 정도로 죽는다면 이 세상의 부호는 절멸해야 하니까.

야시로 이토 : 그렇네요! 그럼 목숨은 괜찮으려나.

다테 유키무라 : 목숨 외의 것도 괜찮을 거야. 그나저나, 중요한 상담이란 건 뭐야?

야시로 이토 : 앗. 제대로 물어봐 주시는군요, 역시……

다테 유키무라 : 왜 조금 물어보지 않았으면 하는 눈치인 거야. 역시 그만둘까?

야시로 이토 : 아뇨, 괜찮아요. 얘기할게요. 이미 각오는 해뒀으니까요.

다테 유키무라 : 에— 뭔가 나까지 긴장되기 시작했어.

다테 유키무라 : 나랑 대화할 뿐인데, 그렇게까지 엄청나게 비장한 얼굴 하는 거 오랜만이지 않아?

야시로 이토 : ……그런가요.

다테 유키무라 : 그래. 일단 드라이 완료.

다테 유키무라 : 커트는 오늘도 가볍게 정리하는 느낌이지. 싹둑싹둑 하겠습니다~

거의 한 달 텀으로 몇 시간 대화, 그게 몇 년동안 이어지면 서로에 대한 이해도 어느 정도 깊어지기 마련이라……

긴장하면 할수록, 세 보이는 굳은 얼굴이 되어 버리는 나를 늘 그랬듯 오해 없이 받아들이는 유키 씨에게 감사를 하며

호흡을 가다듬고, 나는 마침내 그 이야기를 꺼냈다.

야시로 이토 : 유키 씨—

야시로 이토 : 저, 일하고 싶어요!

??? : (……? 저 애—?)

다테 유키무라 : 오, 무슨 일이야. 잠깐 안 본 새에 어른의 여름방학에 돌입한 거야?

야시로 이토 : 아아, 죄송해요. 그게 아니라, 지금은 아직 일하고 있어요. 간당간당하게.

다테 유키무라 : 간당간당하다니.

다테 유키무라 : 그러고보니 이토 쨩의 일 얘기는 자세히 들은 적이 없네. 사무직, 이라는 정도로 밖엔.

야시로 이토 : 크지도 작지도 않은, 아주 평범한, 일반 기업의 인사부에서 일하고 있어요.

야시로 이토 : 부내 인간 관계 트러블 대응에 특화된 대책 팀 같은 것이 존재해서

야시로 이토 : 배치된 사람이 계속해서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퇴사하는 바람에 인원이 전혀 안정되지 않아요.

다테 유키무라 : 이미 블랙의 느낌이 강하게 드는데, 설마, 그 팀에 있는 거야?

야시로 이토 : 입사 2개월차에 배치되어서 5년째로, 최근에 수당도 없는 이상한 직함을 받은 차예요.

다테 유키무라 : 있는 정도가 아니잖아. 달인이라고 해도 될 정도네.

야시로 이토 : 계속 타이밍을 놓치고 있었을 뿐이고, 전혀, 원해서 머물러 있는 게 아니에요. 정말로.

야시로 이토 : 잘 모르는 사람이랑 대화하면 긴장해서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는 걸

야시로 이토 : “너는 어떤 사람에게도 의연한 태도로 대응하는구나.” 하고 칭찬을 받아서…… 아하하, 오해인데……

??? : …….

다테 유키무라 : 그 건조한 웃음이 너무 불쌍해서 웃을 수가 없어.

다테 유키무라 : 뭐 그치만, 납득했어. 그러니 이제 그만두고 다른 회사에서 일하고 싶어요, 라는 거지?

야시로 이토 : 아뇨, 그렇게 하고 싶은 기분은 있지만 이건 그렇게까지 자발적인 이야기는 아니라고 해야 할까요.

다테 유키무라 : ……?

야시로 이토 : 경위는 생략하고……

야시로 이토 : 지금 ‘사원끼리의 불륜 문제가 진흙탕 싸움이 된 결과, 그 건을 담당하고 있던 제가 잘리거나 좌천될 위기’

야시로 이토 : 라는 상황이라서요.

다테 유키무라 : 뭐라고?

야시로 이토 : 일단 말해두는 거지만, 하늘에 맹세하고 저는 억울하다고 해야하나, 관계가 없는데요.

야시로 이토 : 그런데 관계자들이 각자 제멋대로 날뛴 결과 점점 큰 일이 되어 버려서

야시로 이토 : 거액의 거래처도 얽힌 이야기가 되었어요. 제발 봐달라는 심정으로 대응했는데

야시로 이토 : 영문도 모르게, 이 소동의 책임을 제가 지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진전되고 있어요……!

다테 유키무라 : 이토 쨩, 나는 한 번도 회사 같은 곳에서 일한 적이 없지만 이건 알아.

다테 유키무라 : 너희 회사는 미쳤어.

야시로 이토 : 안타깝게도 틀림없이 맞는 말이에요.

야시로 이토 : 이건 아무리 그래도 이직 준비를 하지 않으면 위험하겠단 생각에, 그럴 듯한 곳에 회원가입도 해보고 했는데……

야시로 이토 : 애초에 무언가 하고 싶은 게 있어서 그만 두는 것도 아니라 이직처도 애매하고,

야시로 이토 : 이직 사유에 관해서 ‘나는 잘못이 없다’라고 주장할만큼의 강인함도, 잘 얼버무려서 설명할 스킬도 없는 바람에.

야시로 이토 : 자신의 이직이 성공할 미래가, 솔직히 안 보여서

다테 유키무라 : 아니, 그쪽은 전력으로 주장해도 되는 부분 아냐?

야시로 이토 : 아하하, 그럴까요…… 뭐, 그래도

야시로 이토 : 이렇게 되기까지 질질 끌고 이래저래 휘둘린 제가 한 톨의 잘못도 없느냐고 묻는다면

야시로 이토 : 역시,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하니까요.

다테 유키무라 : …….

??? : ……읏.

야시로 이토 : 그러니까 유키 씨라면 이럴 때 어떻게 하려나 싶어서, 생각을 듣고 싶었어요.

야시로 이토 : 갑자기 생뚱맞은 이야기를 꺼내서 죄송—

스오우 로카 : —잘못하지 않았어!

다테 유키무라 : !

야시로 이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