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ood For Thought

Food For Thought 생각할 거리

9. 포장 음식 먹는 날

원제: Food For Thought

저자: BlueberryPaincake


두 사람의 외출의 시작.


제 애완동물이 자주 찾는 부품 가게가 복스의 개인 부티크 바로 옆에 있다는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알래스터는 거기에 있느니 차라리 그곳을 불태워버렸을 것이다. 그는 보안카메라를 쏘아보다가 결국 그것을 부숴버렸다.

완벽하군.

그의 만족스러운 미소는 펜셔스의 중얼거림을 듣고 사라졌다. 그이는 똑같아 보이는 두 개의 은색 디스크를 붙들고 고민 중이었다. 그는 결정을 못 해 눈썹을 찡그린 채였다. 그들은 벌써 20분을 그 자리에서 흘려보냈다.

“뭐가 문제인 거죠? 흠?”

펜셔스는 들고 있던 하나를 떨어뜨릴 뻔했다가 간신히 잡았다. 망가뜨렸으면 강제로 사야만 했을 것이다. 그는 지루한 눈으로 진열대를 훑고 있는 알래스터를 쳐다보았다.

아, 펜셔스는 그들이 상당히 오래 거기에 있었다는 것을 여태 깨닫지 못했다.

“죄송해요. 이 부품은 좀 더 비싸지만, 재료에 비춰볼 때 다른 선택지들보다 오래 쓸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이건 가격은 합리적인데, 다만 오븐 전체를 조정하지 않으면 오래 못 갈 거거든요.”

알래스터는 텅 빈 미소로 펜셔스를 쳐다보았다. 분명 그가 현대 기술을 증오하긴 하지만, 그 사실이 알래스터가 이 말을 이해하지 못함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그렇잖은가?

알래스터는 이해했다. 그는 단지 이러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사실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을 뿐이다.

“호텔에 가장 도움이 되는 쪽을 택하시지 않고요?”

젠장. 펜셔스는 한숨을 쉬었다. 아마 제 개인 프로젝트를 당분간 미뤄야 할 성싶었다.

“그러죠.”

마침내 부품을 카트에 담고, 그들은 앞으로 갔다. 카운터에는 켄타우로스의 태를 한 남자가 있었다. 폰을 보고 있던 그는 손님과 카트를 힐끔 보고는 계산대로 시선을 옮겼다.

제 시야 구석으로 숫자가 점점 높아져 가는 것을 보며, 펜셔스는 입술을 물었다. 물론 알래스터는 제 먹잇감을 갖고 노는 것을 더 좋아했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침내 최종 금액이 공개되었다.

뭔데 이게?

“실례합니다만, 이 부품들은 각각 250달러라고 붙어있는데요. 총액이 최소 백 달러는 차이가 납니다만.”

펜셔스는 지옥에서 언성을 높이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노골적인 허위광고는 말도 안 되지! 이건 제 지갑을 태우는 거고, 자기는 말 그대로 그럴 여유가 없었으니까!

계산원은 제 눈을 굴렸다.

“가격표 바꾸는 걸 깜빡했어. 돈 내든가 꺼지든가.”

펜셔스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쳐다보았다. 내려앉아있던 그의 후드가 펼쳐졌다.

“꺼지든가? 네놈이나 꺼져!”

그는 성이 나서 데스크에 손가락을 찍었다.

“다음번엔 네놈 일이나 똑바로 하시지, 가격표도 고쳐놓고! 전화기로 포르노나 보고 있을 게 아니라!”

알래스터는, 뱀의 얼굴이 분노로 상기되고 그의 독설이 저들 앞의 뿔 난 사내를 자극하는 모습을 즐겁게 지켜보았다. 이 작은 존재는 꽤 성깔이 있군.

“재수 없게,”

그의 큰 주먹이 카운터를 내리쳐 데스크를 흔들었다.

“굴지 마. 점잖게 보내주려고 했는데 안 되겠구만. 가진 돈 다 내놓고 꺼져!”

그의 큰 손이 곧장 펜셔스의 목을 향했다. 허나 사내가 데스크를 넘기 전에 그의 얼굴이 나무에 내리 찍혔다.

알래스터는 미소를 지으며 그의 재킷에 튄 나뭇조각을 털어냈다. 그는 여전히 사내가 서 있던 자리를 광선총으로 겨누고 있는 뱀의 얼빠진 얼굴을 돌아보았다.

“뭐, 이제 우리가 값을 지불할 필요는 없어 보이는군요.”

그는 당당하게 바구니를 챙겨 가게를 나섰다.

벙쪄서는, 펜셔스는 무해하게 식은 광선총을 놓고는 튀어나와 카트가 굴러가 버리기 전에 그것을 붙들었다.

“돈 낼게요! 그냥 가격표대로 내면 돼요.”

그의 목소리는 높게 시작했으나, 그가 지갑을 꺼내려 코트 주머니로 손을 뻗자 점차 느리고 작아졌다.

알래스터가 저만 아는 어딘가로 날려버린, 코트, 주머니.

그의 지갑은 사실상 사라져버렸다.

시혜적인 미소를 띠고 알래스터는 펜셔스를 바라보았다.

“그러실래요?”

발에 채인 강아지 같은 가엾은 표정이 그의 얼굴에 떠올랐다. 알래스터는 콧노래를 부르며, 제 애완동물의 이러한 일면을 감상하고 있었다.

먹잇감이 순하게 구는 모습을 보는 것은 언제나 즐겁다. 연극적으로 한숨을 내쉬며, 알래스터는 손가락을 튕겨 제 머리 언저리에 호텔 수표첩을 띄웠다.

“당신에겐 다행스런 일이네요. 이 비용은 호텔에서 부담할 겁니다.”

“잠깐, 정말요?”

그럼 점원과 싸울 필요도 없었던 거 아닌가? 펜셔스는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알래스터가 수표에 서명하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알래스터는 서명한 수표 반쪽을 데스크 위에 놓았다. 그것은 흘러내려 의식을 잃은 점원의 머리 위에 안착했다.

“네, 네. 자, 이제 가볼까요.”

바구니에 담겼던 것들은 눈 깜짝할 새 사라졌다. 알래스터는 빠르게 가게를 나섰다.

안타깝게도, 그는 멀리 가지는 못했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방식으로 당신의 이웃을 감시하세요! 복스테크의 최신 드론!”

알래스터는 눈을 굴리며 우아한 걸음을 이어가려 했다. 그의 애완동물이 따라오지 않았다는 점만 빼면.

알래스터의 목이 180도 돌아갔다.

펜셔스는 그 멘트에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호기심이 그를 건물 앞으로 이끌었다. 마치 최면에 걸린 듯 넋이 빠져 주의 없이 길을 건너다가, 그는 뒷덜미가 낚아채였다.

“어디 가시는 겁니까? 흠?”

뱀은 검은 촉수에 덜렁 들어 올려졌다. 그는 알래스터의 검게 차오른 눈과, 자신을 붙잡은 촉수에 놀라 비명을 질렀다.

펜셔스가 복스 같은 다른 이의 먹이가 될 수도 있다는 것…… 알래스터가 이 생각에 누군가의 이를 뽑아버리고 싶어지지만 않았다면, 그는 웃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것은 자신의 먹이…… 애완동물이었다. 같은 의미 아닌가?

초조하게 손을 꾹 맞잡으며, 펜셔스는 어색하게 웃었다.

“아, 죄송해요. 그저 Vee들의 신제품을 보고 싶었을 뿐이에요.”

알래스터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러나 복스를 위협으로 대하는 것은 라디오 악마가 복스를 두려움의 대상으로 간주한다고 인정하는 꼴이었다. 그 진실 여부를 떠나서, 알래스터는 그러한 비교를 허용하는 것 자체가 싫었다. 그는 뱀을 내려놓으며 검은 장막으로 도로를 내리쳤다. 알래스터의 장막에 눌려 달리던 차의 범퍼가 찌그러졌다.

“그럼 가까이서 살펴보는 건 어떻습니까?”

알래스터가 가볍게 허리를 숙이며 그의 마이크로 스크린을 가리키자, 펜셔스의 입이 떡 벌어졌다.

“정말요?”

그는 Vee들을 싫어하지 않았던가? 펜셔스가 알래스터를 줄기차게 공격했던 이유가 바로 그거였는데. 알래스터는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잠깐 구경하는 것쯤 나쁠 것 없죠. 하지만 다가올 약속을 염두에 두길 바랍니다.”

펜셔스는 의심스런 눈으로 사슴을 쳐다보았지만, 호의를 무시하지 않기로 했다.* 평정을 유지하려 노력하면서, 그는 가능한 한 태평하게 창가를 향해 미끄러졌다. 제 옆에 망가진 차량 잔해를 가능한 한 무심하게 지나치면서.

“얌마!”

알래스터는 불쾌한 목소리에 제 어깨너머를 돌아보았다. 아가미를 가진 사내가 어렵사리 문을 박차고 있었다. 찢어지는 듯한 쇳소리와 함께 겨우 문이 열렸다.

“씨발 내 차 어쩔 거야!”

그 즉시 알래스터의 입술이 갈라질 만큼 크게 미소가 번졌다. 그의 입꼬리를 꿰맨 바늘땀이 알래스터의 머리가 둘로 갈라지는 걸 붙들고 있었다. 아, 짜증을 풀 때였다.

“아니, 제게는 쓰레기 더미처럼 보이는데요.”

사내는 더 화가 나 알래스터의 어깨를 채려고 했다.

안 돼요, 안 돼…….

펜셔스는 바깥 스크린에 띄워진 드론의 화상을 흥분에 차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는 복스테크의 성과를 제 공학 스타일로 복제할 방법에 대해 연신 중얼거렸다. 사실, 그의 비행선이 이미 날 수 있음을 고려하면, 드론과 동일한 기능품을 만드는 것쯤은 쉬운 일이었다. 그러나 복스테크를 강력하게 만든 것은 단순히 기술 유무가 아니라, 사용자의 니즈와 저들이 가진 기술의 효용에 대한 통렬한 이해에 있었다.

드론의 날개와 회전자가 클로즈업되자 펜셔스는 유리창에 바짝 몸을 붙였다. 그가 충분히 노력을 쏟는다면, 이것들을 없애 조종을 더 쉽게 할 수 있는 개선의 여지가 있었다. 더군다나—

“죄송합니다만, 유리창에 손을 대는 것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펜셔스는 거의 뛰듯이 진열장에서 물러섰다.

“정말 죄송해요, 부디 미워하지 말아요!”

그는 혀를 세게 물며 제 입을 찰싹 가렸다. 그의 앞에는 인간형의 사내가 있었다. 그는 파충류의 꼬리가 달린 것을 제외하면 특별히 어떤 생물을 닮은 곳이 없었다. 너무 많은 새 신체 부위에 익숙해지거나, 전에 가졌던 것을 잃지 않아도 된다니 얼마나 운이 좋은가.

사내는 이맛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젓고, 고개를 돌려 뭔가를 나직하니 중얼거렸다. 온몸에서 뿜어지는 창피함에, 뱀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그는 알래스터를 향해 돌아섰다.

“죄송합니다, 손님. 가게에 들어오시겠습니까?”

펜셔스가 휙 돌아보았다.

“누구요, 저요?”

그의 대화 상대는 좀전의 무관심한 표정과 대조적으로 얼굴에 거의 도배하다시피 미소를 띤 채 고개를 끄덕였다.

“오 아뇨, 아니에요. 지금은 그냥 구경하려던 거예요. 감사합니다.”

게다가, 사실 그는 돌아가야만 했다. 약속은 약속이었다. 상대는 오븐 수리용 부품의 값을 치렀고, 빅토리안 시대의 악마는 제 동행에게 응당 존중을 보임이 옳았다. 그는 다시 한번 돌아섰다.

“정말이십니까? 심지어 시설 견학도 제공드리는데요. 사실, 견학을 하시면 특별 할인도 받으실 수 있답니다!”

문장 끝으로 갈수록 그의 목소리는 점차 고조되고, 미소 역시 더욱 커졌다.

복스테크의 내부를 구경할 수 있다는 생각에 펜셔스의 눈은 거의 반짝거렸다. 꿈에서나 그리던 부품들을 훨씬 저렴하게 집에 가져와 분해하고 재설계…… 유혹이 그의 머리 위로 칼처럼 매달렸다. 잠깐 들르는 정도라면 괜찮지 않을까?

쾅!

피범벅의 다리 한 쌍이 날아들어 유리창을 박살 냈다. 폭발하는 빛처럼 산산조각 난 그것은 좀 전까지 펜셔스가 달라붙어 있던 전시창이었다. 충돌하며 후두둑 쏟아진 피는 뱀의 몸 오른쪽을 샤워하듯 흠뻑 적셨다. 펜셔스는 그와 동시에 바닥으로 몸을 숙여 위험을 피하려 했으나, 셔츠 깃이 잡혀 덜렁 들어 올려졌다.

뱀을 뒤덮은 것과 비슷한 붉고 끈적한 것이 알래스터의 웃는 낯에도 범벅이었다. 그의 양손은 옆으로 축 늘어나고, 입은 파리가 날아들 만큼 넓게 찢어져 있었다.

라디오 악마가 씩 웃었다. 그가 발을 쿵 내리찍자 땅이 흔들리고, 그의 애완동물을 끌어갔던 스크린 또한 박살 났다. 지직거리던 화면이 하나하나 완전히 나가다가, 완전히 겁에 질린 복스테크 직원 바로 뒤에서야 끝이 났다. 직원은 손에 든 클립보드에 몸을 숨긴 채 거의 후들거리고 있었다.

붉은 눈이 텅 비어 탁해지고 그의 이빨이 날카로워졌다. 그는 손가락을 입가에 갖다 댔다. 그의 머리 위에 숨어있는 카메라에 대한 조용한 경고였다.

“오 이런, 당신 지금 재단사가 진정으로 필요해 보이는군요.”


* ‘not to look a gift horse in the mouth’ : ‘선물로 받은 말의 입을 살피지 말라.’ 말의 상태나 나이 등은 입안을 살펴보면 알 수 있는데, 선물로 받은 것에 이것저것 재며 불만을 표하지 말라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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