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ood For Thought

Food For Thought 생각할 거리

10. 뜸 들이기

원제: Food For Thought

저자: BlueberryPaincake


엔젤은 알래스터가 그의 애완동물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보고 있다. 그리고 복스 또한 마찬가지이다.


호텔이 집과 같다면, 스튜디오는 세상에서 제일 좆같은 차와 같았다.

차에 처박혀있고 싶은 이는 결코 없다. 어딘가로 향하고 싶을 뿐이다. 차에 타고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일 테지만, 그것은 단지 목적지에 다다르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이다.

그리고 이 좆같은 차는 망할 쓰레기*였다.

“엔제에에엘!”

세계 최고 좆같은 새끼가 모는 쓰레기.

엔젤의 분장실 문이 벌컥 열렸다. 때려 부수듯 열린 게 아니었기에 엔젤이 마음의 준비를 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었다. 장신에다 이목을 끄는 모습의 이가 걸어들어왔다. 방 안을 가득 메운 붉은 연기 앞으로 나서며 발렌티노가 모습을 드러냈다.

안녕, 자기!”

길고 관능적인 손길이 엔젤의 어깨 위에 머물렀다.

엔젤은 얼굴에 웃음을 발랐다.

“안녕, 대디이—. 무슨 일이야?”

“글쎄, 우리 복시가 널 찾길래. 그러니 오늘은 쉬렴!”

그는 거의 녹아들듯 엔젤의 무릎 위로 다가와, 그의 턱을 가볍게 쥐고 살짝 흔들었다. 발에게 들었던 말들 중 이번 것만은 웃어줄 가치가 있었다.

발과는 다르게, 복스는 점잖게 노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니 엔젤이 제 카드를 적절하게 낸다면, 하루쯤은 진짜 휴일을 즐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어떤 이유에선지 그는 거미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었다.

“찾는 이유가 뭐래?”

발은 파이프를 길게 한 모금 빨았다. 그의 목소리에 짜증이 어렸다.

“내가 어떻게 알아? 그 새끼가 아무것도 말 안 해주는데!”

그의 불평에 엔젤은 동정을 가장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야 조금이라도 수틀릴 때마다 총을 갈겨대니까 너한테는 아무 말도 안 해주는 거겠지.

“으, 대디는 네가 보고 싶을 거야, 자기야.”

발이 그의 볼을 꼬집을 때, 엔젤은 속으로 움찔했다. 만약 그가 나가지 않는다면 뭔가 안 좋은 상황에 휩쓸릴 것 같았다.

키 큰 사내의 밑에서 천천히 빠져나오며, 엔젤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요, 대디! 내일은 나랑 하루 종일 있어 주는 거예요. 알죠?”

큰 한숨이 그가 이보다 더 노력해야 한다는 걸 알려줬다.

“대디가 하고 싶은 거, 뭐든 맘껏 하고요.”

발은 씩 웃으며 한숨을 쉬고 소파에 기대 파이프를 빨았다.

“그러자고. 가보렴, 베이비 케이크. 복스가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있어.”

엔젤은 안도하며 자리를 빠져나왔다. 할 수만 있다면 침대에서 그의 목을 졸라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발이 오히려 좋아할 테니까.

심호흡을 하며, 엔젤은 큰 청색 문을 두드렸다.

즉시 문이 열리고, 수많은 스크린 앞 커다란 의자에 앉은 복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각 화면에는 모두 다른 장면이 띄워져 있었다. 몇몇은 복스가 나온 다양한 채널을, 일부는 시장의 주식과 동향에 대한 통계와 그래프를, 그리고 나머지는 복스가 가능한 한 어디에나 심어놓으려 고집하는 막대한 양의 보안카메라 화상을 띄우고 있었다.

엔젤은 특정 화면을 보고 눈을 찌푸렸다.

“안녕, 엔젤. 어떻게 지냈어?”

화기애애한 미소를 지으며, 복스는 머리를 살짝 까딱해 책상 앞 의자를 가리켰다.

엔젤은 불안한 기색으로 자리에 앉았다.

“무슨 일로 부른 거야?”

빠르게 인사치레를 넘긴다면, 보다 빨리 집으로 가 팻너겟과 놀아줄 수 있었다.

붉은 눈이 실룩거렸다.

“오, 뭐, 알잖아, 그냥 수다나 좀 떨자고 불렀어. 바쁜 일정 속에서 너도 좀 쉬어야 할 것 같기도 했고.”

팔짱을 끼며, 거미는 짜증스레 몸을 뒤로 기댔다. 저 빌어먹을 새끼는 늘 이랬다. 호의를 베푸는 양 굴지만 실제로는 뭔가 원하는 게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때문에 곧 상대는 고통을 받게 되는 거고.

저 두 얼굴의 개새끼가 생전에 정치인이었다는 소문이 돈다면, 엔젤은 그걸 충분히 믿을 수 있었다. 루시퍼께서 알고 계시듯, 그는 제가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서라면 누구에게라도 제 화면 속 가상의 이빨을 털 수 있었다.

“그으으……치. 무슨 얘길 하고 싶은데?”

엔젤은 다리를 꼬았다. 뭐가 됐든 간에, 좋은 얘기는 아닐 터였다.

복스는 깍지를 꼈다.

“거 왜, 그냥 호텔에 대해 좀 궁금해서. 요즘 어때? 뭐 흥미로운 영혼이라도 있나? 뭔가 새로운 거라든가?”

복스의 시선이 그의 화면 위쪽을 향해 튕겼다. 그는 미친 듯이 낄낄거렸다.

엔젤은 조용히 자리 깊숙이 몸을 파묻었다.

또 알래스터 얘기면 씨발 존나 화날 거 같은데.

“아니, 새로울 건 없는데. 왜?”

어쨌든 엔젤은 복스가 원하는 것을 그냥 넘겨줄 생각이 없었다.

복스는 주저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제 폰을 두드렸다.

“그, 좀 전에 내 가게 앞에서 너희 그 품위 있는 시설 관리자가 엮인 흥미로운 걸 좀 봤거든…….”

아는 게 있나 해서.

영상에는 알래스터가 웬 사내를 반으로 찢어 그 하체를 전시창에 내던진 다음, 펜셔스를 길고양이처럼 집어 드는 모습이 찍혀있었다.

솔직히 라디오 악마가 애완동물 전반에 대해 보이는 헌신은 거의 인상적이기까지 했다. 엔젤은 그가 일주일 안에 질려서 손을 털 거라고 생각했었다.

뭐, 그 헌신이란 게 좆같이 이상하고 걱정되지만 않았어도 인상적일 수 있었겠지만.

그는 긴 고통의 한숨을 내쉬었다.

“찰리한테 말해서 손해 배상할 수 있게 할게.”

“오 아니, 아니, 그런 푼돈은 됐어!”

복스가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태연하게 엔젤의 팔걸이에 손을 올렸다.

“그냥 제일 작은 거 딱 하나만 알고 싶은 거거든.”

그거구나.

엔젤은 어깨를 들먹였다.

“잘은 몰라. 알래스터가 요즘 그 뱀 주변을 서성거리는데. 왜 그러는지는 모르겠어. 네가 걔한테 물어볼 수 있지 않을까?”

오 그치, 스파크가 튀는 걸 보니 예민한 데를 건드린 모양이었다.

복스는 제 의자로 성큼성큼 돌아갔다. 그는 의자에 가려서 스크린을 올려다보았다.

“그— 알래스터가 그 웃기는 놈을 따라다니고 있다고?

“어, 음, 이제 가봐도 돼?”

아 젠장. 네일 덧칠해야겠네. 그가 붙여놨던 작은 리본 하나가 떨어졌다. 엔젤은 눈을 굴리며 손을 내렸다. 그는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책상의 금속이 날카로운 손톱 아래서 우그러지는 것을 주시하고 있었다.

하나만 더—


* ‘lemon’ : 쓸모없는 것, 결함이 많은 것 등을 뜻하는 속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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