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For Thought 생각할 거리
11. 가스 불 요리*
원제: Food For Thought
저자: BlueberryPaincake
알래스터는 그의 애완동물을 치장하기로 한다.
오래된 공예품의 미는 결코 진정 죽지 않는다.
알래스터는 섬세하게 지어진 정장, 드레스, 바지 등이 걸린 진열대를 거닐며, 제 안에 시적인 감상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는 어떤 것도 손대지 않았고, 눈에 띄는 옷감을 살피기 위해 멈춰서는 일도 거의 없었다. 그는 모든 것에 대한 완벽주의자였다. 심지어 남을 위해 의복을 고르는 일에 있어서도 그러했다.
아름다운 검붉은 색이 그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는 걸음을 멈추고 세심하게 원단을 살피며, 이것이 어떻게 접힐지를 상상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그의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죽음에서 찾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진정한 아름다움 중 하나는 영원의 축복이리라. 정신은 그러할 수 있겠으나, 악마의 육신은 결코 쇠퇴치 않는다. 그러므로 영혼이 살아있는 한 그들의 기술 역시 살아남을 것이다.
“따로 빼놓을까요, 손님?”
거미가 모습을 드러냈다. 안경이 달린 체인을 목에 걸고, 핏빛 바른 입술로 웃는 여인이었다. 그녀의 이름처럼, 샤르트뢰즈는 예리하고 대담했다. 많은 다른 이들과 달리, 그녀는 제 열정이 틀어막히는 것을 거부하는 추진력을 지닌 영혼이었다.
가족의 전통 때문에 가게를 운영할 기회를 빼앗기느니, 차라리 목에 밧줄을 걸어 발코니에서 몸을 던지게 이끈 것은 바로 그 추진력이었다.
알래스터는 조끼로 시선을 옮겼다. 그의 거친 손 아래 리넨은 부드럽고 가벼웠으며, 지옥의 열기를 견디기에 꽤 매력적이었다.
“그렇게 해주세요.”
그는 계속해서 걸음을 디뎠다.
사실, 알래스터는 생전보다 죽은 후에 더 안락했다. 권력이란 거부하기에는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다. 그가 지배자로서 군림하는 한, 권력의 영원성은 그에게 라디오의 아름다움을 부여해 주었다.
“알래스터?”
수많은 진열장 사이에서 낮은 혓소리가 그를 불렀다.
“오 이런, 나 좀 봐, 좋은 구경에 정신이 팔렸네요.”
그는 그림자 속으로 녹아들었다.
펜셔스 경은 양장점의 화장실에서 뒤집어쓴 피를 닦아내는 데 이십 분이 걸렸다. 그때쯤엔 그의 옷도 뻣뻣하게 굳어 있었지만, 그가 입고 왔던 얼룩진 흰 셔츠를 그대로 입고 나갔다. 겉으로 드러난 성기가 없다 하더라도, 태어나 사는 동안 그에게 내재화된 수치심과 창피함은 그가 몸에 걸친 것 없이 밖으로 나서는 것을 두렵게 만들었다. 최소한 인간 부분만이라도. 게다가 그는 꼬리 언저리에 꽤 가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아마 일부 비늘 아래로 스며든 피 덕분일 터다.
그가 밖으로 나와 라디오 악마를 불렀을 때, 그를 맞이한 것은 그를 주저 없이 화장실로 안내했던 날카로운 눈매의 여인이었다.
“이쪽으로 오세요.”
그녀는 말이나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펜셔스를 피팅룸으로 거의 밀어 넣다시피 했다.
“음, 감사합니다?”
대개 지옥의 고객이란 예의 바른 대접을 거의 받지 못했는데, 이 여성은 자로 잰 듯한 세심함을 보였다. 이 대접이 이상할 만큼 쾌적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그는 대접에 불안함을 느꼈으리라.
“물론입니다. 고르신 것들은 선반 위에 있습니다. 피팅 준비를 마치시면 거울 옆의 끈을 당겨주세요.”
“하지만 아무것도 고르지 않았는데요.”
커튼이 닫혔다.
알래스터는 때맞춰 커튼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샤르트뢰즈는 그가 고른 옷에 어울리는 색상의 실패를 분류하면서, 명백한 의심의 시선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알래스터는 가슴에 손을 얹고, 무고하고 당혹감이 어린 표정을 지어 보였다.
“거, 무엇이 당신께 저를 그런 눈으로 쳐다보게 했을까요?”
그녀는 많은 재봉핀을 챙기며 익숙한 방식으로 눈을 굴렸다.
“수십 년간 당신을 알아 왔는데.”
서로 다른 실을 꿴 바늘 두 개와, 직접 짠 실크를 꿰기 위해 잠시 멈춘 동안,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침묵을 채웠다.
“갑자기 손님을 데려오셨군요.”
알래스터는 그녀의 과감한 발언에 웃음을 터뜨렸다. 에두르는 법이 없다, 이 여성은.
“좋은 어울림이 있으면, 이런 멋진 가게를 방문하고 싶지 않을 사람이 있겠습니까?”
그녀는 회의적인 시선으로 돋보기안경을 꼈다.
“이런 부류의 분과?”
다른 이들에게는 모욕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알래스터에게는 마이동풍이었다. 그는 그녀의 행간을 읽는 데에 능했다.
그토록 한심한 존재가 알래스터 같은 이의 곁에? 게다가 사내?
알래스터는 손을 제 볼에 대고 머리를 모로 기울였다.
“그저 새로운 애완동물 프로젝트를 찾은 거라고 해두죠.”
말이 이어지기 전에 종이 울렸다.
펜셔스는 안절부절못하며 거울을 바라보다, 커튼이 즉시 걷히자 화들짝 놀랐다. 좀 전의 여성이 그녀 앞의 단으로 손짓했고, 펜셔스는 지시대로 했다.
“제 눈은 상처 입은 개체를 가려내는 데에 꽤 예리해요.”
그의 뱀이 화들짝 놀라 알래스터를 돌아보았다.
“아뇨, 아뇨, 계속 도세요.”
옷의 핏은 완벽했다. 짙은 밤색은 비늘의 강렬한 붉은색과 샛노랑에 대조를 이루고, 크림색 드레스 셔츠는 그 둘과 멋지게 대비되었다. 물론 악마는 디테일에 깃듦이라.**
“더 조여드릴게요.”
이는 명령이었으나, 등 뒤에 가려진 코르셋 리본에 손이 닿지 않았기 때문에 펜셔스는 토를 달 수 없었다. 지시대로 몸을 돌리기 직전, 그는 거울 너머로 알래스터의 모습이 연기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그가 돌아보았을 때, 알래스터는 이미 사라진 뒤였지만.
알래스터는 리본으로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의 손은 제 기교에 몰두한 여성에게 툭 쳐내졌을 뿐이다. 특정 영역에 있어서는, 아, 두 명의 완벽주의자란 그야말로 서로를 칭찬하지 않는 법이다. 실제 전문가에게 일임하는 것이 최선이지. 그는 마지못해 그렇게 생각했다.
옷이 그의 허리 곡선에 맞춰 천천히 조여짐에 따라 펜셔스의 볼이 물들었다. 가게에 들어설 때보다 더 많이 가리고 있었음에도, 이상스레 노출된 기분이 들었다.
“제가 여념이 없는 동안 옷을 골라주셔서 고마워요.”
“별말씀을! 애초에 당신 옷을 망친 건 제 잘못이었는걸요.”
거울 너머로 보이는 알래스터는 빈 의자 옆에 서서 상대를 분석적으로 뜯어보고 있었다.
늘 엔터테이너의 태도를 고수하던 이가 평소와 다르게 차갑게 응시하자, 그 벌거벗은 듯한 기분은 배가 되었다. 비늘이 근질거려 꼬리 끝을 바닥에 문지르면서, 그는 거울 너머 제 모습을 바라보았다.
늘 그러했듯 옳았다. 등뒤를 조이는 코르셋은 옛날 사람, 특히 남성에게는 대담한 선택이었으나, 제 애완동물의 형태를 생각하면 쉬운 결정이었다. 넓은 어깨는 연필마냥 가는 허리로 깊은 경사를 이루고, 알래스터와는 달리 골반께에서 꼬리에 이르기까지 다시 한번 넓게 펼쳐졌다. 재봉사의 부담을 덜고, 그 몸의 다양한 곡선을 수용할 수 있는 명료한 선택이었다.
이처럼 대담한 조치에는 간소한 디자인의 조끼가 필수였으나, 단추의 금색은 그가 고른 드레스 셔츠 소맷단의 자수 장식과 더불어 수수한 조끼를 보완해 주었다. 엔젤 더스트의 솜털에 견줄만큼 가슴을 부풀린 너울진 주름 장식은 말할 것도 없었다.
알래스터는 피팅하는 내내 놀랍도록 조용했다. 이는 펜셔스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작업 동안 빈틈이 없는 거미여인의 고요함 역시 불안을 부추겼다.
“정말 멋진 가게네요.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나직한 말이 라디오 악마를 그의 분석적인 생각 속에서 끌어냈다.
“예인(藝人)이란 미소에서 차림새에 이르기까지 늘 최상의 모습만을 보여야 하지요.”
알래스터는 펜셔스의 뒤에서 튀어나와 뱀의 입꼬리를 당겨 억지로 웃음 짓게 했다. 거봐. 훨씬 낫지.
“샤르트뢰즈는 제가 오버로드로 군림하기 시작할 무렵 제가 시간을 할애할 가치가 있는 유일한 이였습니다. 제 판단은 결코 틀리지 않았고 말입니다.”
펜셔스는 경외심을 갖고 돌아볼 수밖에 없었다.
“제가 살던 시절엔 재단사가 흔했지만 그럴 형편이 못 됐어요. 아내가 옷을 챙겨줬는데, 세상을 뜨고…….”
영혼이 몸에서 벗어나던 때의 기억에 그의 미소가 흐려졌다.
“지옥에서는 옷장을 직접 관리해야 했죠.”
그가 뱀의 입꼬리를 당겨 곧장 억지웃음을 짓게 했을 때처럼 뱀의 미소가 빠르게 흐려지자, 알래스터는 제 웃음 역시 아주 작게 사그라듦을 느꼈다. 가엾어서가 아니라, 뭐랄까, 이는 자신의 의무이기 때문이었다. 미소를 포함해서, 그의 애완동물이 언제나 남 앞에 내세울 수 있는 상태로 있게 하는 것. 그의 즐거움을 위해 재미있는 반응을 보일 때가 아닌 한은.
라디오 악마의 불쾌감이 역력했다. 재단사가 소매를 조정하는 동안 손짓을 자제하려 애쓰면서, 그는 서둘러 이를 수습하려 했다.
“하지만 당신 덕에 이런 사치를 경험하네요!”
솔직히 알래스터와 이런 경험을 하는 자체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두려웠지만, 그걸 곧이곧대로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리고 왜 재단사를 찾는지도 알겠어요. 다양한 체형에 꼭 맞는 옷을 찾기란 정말 어렵죠……. 결과물을 보는 건 정말 멋질 테고요!”
가능한 한 최대로 이 경험에서 기쁨을 찾아내기 위해 애쓰며, 펜셔스는 혼자 고개를 끄덕였다.
찬사에 알래스터의 눈이 가늘어졌다. 사실이긴 했지만, 이는 분명 그를 기만하려는 시도였다. 엔터테이너는 아무것에나 웃음 짓지 않는다.
샤르트뢰즈가 목을 가다듬었다.
“옷을 벗어주세요.”
“알겠— 아!”
알래스터가 손가락을 튕기자 펜셔스의 옷이 사라지고, 정말 고맙게도 이전의 피 묻은 셔츠로 교체되었다. 루시퍼여, 저자는 그에게 미리 주의를 줬어야 합니다, 아니면 심장마비로 또 죽을 것 같았으니까!
알래스터는 한가로이 손목시계의 시간을 확인하고 있었다. 뱀은 쭈뼛쭈뼛 알래스터 옆의 빈자리를 채웠다. 마침내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게 된 그는 제 꼬리를 손으로 긁었다. 그러다 손톱에 긁히는 소리가 평소와는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손톱을 쓰는 대신 제 손가락 끝으로 비늘을 매만졌다. 마치 태양에 화상을 입은 때처럼 뻣뻣하고 퍼석했다.
오 루시퍼 맙소사.
“알래스터, 혹시 오늘이 며칠인지 알고 있어요?”
지옥엔 달력이 거의 없었다. 살아남을 수만 있다면 기본적으로 시간은 무한한데, 달력이 왜 필요하겠는가? 대부분의 이들에게 기억할 만한 가치가 있는 날은 오직 학살의 날뿐이었다. 허나 펜셔스에게는 제 비행선에 달력을 가져다 둬야 할 타당한 이유가 있었다.
알래스터는 그의 애완동물을 내려다보았다.
“아마 봄쯤일 겁니다. 무슨 일이죠?”
“오, 아니, 무슨 일은요. 그냥 궁금해서요.”
불행하게도, 혹은 관점에 따라서는 다행스럽게도, 알래스터가 어떤 종류의 심문을 시작하기도 전에 샤르트뢰즈가 다시 나타났다. 그녀가 뱀에게 옷을 입히는 모습을 지켜보며, 알래스터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 질문 전에 무슨 일이 있었지?
그림자가 알래스터의 어깨를 툭툭 쳤다. 검은 손이 바닥을 따라 뻗어 펜셔스의 꼬리 끝을 가리켰다. 허나, 알래스터가 그것을 잡기도 전에 그의 강한 의지를 지닌 친구가 그를 거의 들어올리다시피해서는 단상 위에 세웠다.
“옷은 잘 맞나요? 문제는 없어요?”
뱀은 의자에 앉아 가슴께에 꼬리를 끌어안고 뭔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알래스터는 샤르트뢰즈의 어깨 너머로 뱀을 주시하다가, 아래쪽에서 심각한 눈초리를 받았다.
펜셔스는 코트가 언급되자 움찔했다.
“완벽해요! 여기 제 친구가 찢어놓은 뒤에 더는 구제할 수 없을까 봐 걱정했는데, 당신 마법의 손길은 여전히 범접할 수 없네요!”
여성은 뒤돌아 뱀을 흘겼다. 뱀은 제 팔 아래 몸을 웅크린 채였다.
“문제는 사실 조끼예요. 어깨가 좀 빠듯한 것 같거든요.”
“벗어요.”
거의 자리에서 펄쩍 뛰어올라서는, 펜셔스 경은 곧바로 거울벽을 등졌다. 아니 이는 단지 코트일 뿐이었다. 알래스터는 분명 코트 외에 더 많은 것을 입고 있었으나, 그가 그런 식으로 입은 것을 허락 없이 보는 것은 해서는 안 될 짓으로 느껴졌다. 그가 오버로드이든 아니든 간에.
“저는 가서, 어, 앞쪽을 좀 둘러보고 있을게요. 두 분은 일 보세요.”
으. 그는 정말로 구식이었다.
펜셔스는 수선을 기다리는 옷들이 줄지어 걸린 곳을 미끄러져 나아갔다. 맞춤은 그에게 있어 무척이나 낯선 세계였다. 하지만 세상 모든 것이 발전했음에도 여전히 이러한 수요가 있는 이유를 그는 이해했다. 잘 맞춘 의복의 아름다움과 견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젊은 영혼들은 그 아름다움을 좇고, 나이 든 영혼들은 그 친숙함을 즐겼다.
그러나 사후에 이러한 기회를 누리게 된 펜셔스는 혼란스러웠다. 이런 경험 또한 혼란스러웠지만, 이를 누리게 만든 장본인 때문에. 그 순간에 휘말린 동안은 우쭐하고 으쓱했지만, 지금처럼 한발 물러서서 보면 불안했다. 이 모든 것은 왜일까? 애완동물이라는 이유만으로는 부족했다. 게다가 자신이 알래스터의 앞선 제안을 거절했던 것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랬다.
하지만 그 거절이 알래스터에게 정말 의미가 있었을까?
머리를 휘휘 저으며, 그는 다시 옷 생각으로 돌아갔다. 아름답게 수 놓인 검은 천이 그의 시선을 끌었다. 하지만 그의 손이 닿으려 할 때 찌르는듯한 충격이 그의 손가락을 쳐냈다.
“아얏!”
그는 이 이상한 방범 시스템에 혼란스러워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다 바닥에서 움직임을 알아차렸다.
제 그림자? 오 루시퍼여, 이토록 창피할 데가, 그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제 그림자에 화들짝 놀랐나이다. 창피가 그의 뺨을 물들이고, 그는 다시 셔츠로 몸을 돌렸다. 잠깐, 그림자?
그가 다시 몸을 돌려 옷 아래를 살피기 전에, 그는 말 그대로 그의 어깨 위에 얹힌 손에 몸이 돌려졌다.
알래스터는 제 장난에 만족하며 뱀을 미소로 맞이했다.
“달궈진 양철지붕 위 고양이 같은 분이 계시네요, 오늘.”
찌푸려진 붉은 눈이 이리저리 튀었다. 왼쪽, 오른쪽, 그리고 중앙을 제외한 어느 쪽으로든. 마치 평소보다 조금이라도 편하게 입은 알래스터를 보는 것이 걱정되는 것처럼.
흠. 꽤 신선하군.
“피곤하실 테죠, 흠? 다행히, 우리의 외출은 이제 끝났습니다.”
펜셔스는 계산대까지 떠밀려가며, 마침내 호텔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의 외출은 다음 세기까지 통틀어도 충분한 자극이었다.
알래스터가 값을 치르는 동안, 펜셔스는 거울 너머로 저들의 모습을 언뜻 보았다. 그들 옷의 붉은 통일감은 거의 의도된 것처럼 보였다.
마치 커플룩처럼.
펜셔스는 그 생각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런 위험한 생각을 떨치기 위해 그는 곧장 제 이마를 쳤다. 절대 그럴 리 없다. 하고많은 이들 중에서도 라디오 악마는 절대 아니다. 그는 그러한 위기를 겪지 않을 것이다. 더 가능성 있는 진실은 그것이 단지 상대에게는 일종의 꾸밈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마치 주인이 애완동물에게 옷을 입히듯이.
죄다 엉망이었다. 어쩌면 알래스터가 원했던 애완동물 종류에 대한 처음 추측이 옳았을지도 모른다.
순간에 휘말리지 않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알래스터는 달아오른 얼굴로 고개를 숙인 채 제 셔츠 가슴팍의 주름장식을 만지작거리는 뱀을 힐긋 보았다. 그는 거울 너머로 나란히 선 저들의 옷차림을 바라보았다.
완벽한 선택이었다.
* ‘Cooking With Gas’ : 일이 효과적으로 진행되어감을 뜻하는 관용구. 불을 피워서 요리하는 것보다 가스불을 쓰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데에서 유래함.
** ‘the demon’s in the details’: 어떤 계획 등에서 세부사항을 소홀히 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하라는 관용어. ‘God is in the detail’이라는 표현에서 유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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