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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 스포 후기

디지털 시대에도 낭만은 있다 -영화 '접속'과의 비교를 중심으로-

스포 후기 입니다!!!!!!!! 심지어 영화를 두 개 비교해서 영화 스포가 2배!!!!

영화 1997년 접속 스포 조심

영화 2022년 헤어질 결심 스포 조심

둘 다 좋은 영화니 보고 오세욘!!!!!!!!!!!!!1


https://youtu.be/aNSH8OdHx2A

노래를 들으시면서 읽으시면 더욱 좋습니다.

노래는 접속의 주제가입니다. 

1. 서론

헤어질 결심은 수작인 만큼 다양한 방면으로 해석할 수 있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방식의 해석은 '21세기 접속'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시대에, 이 시대라서, 할 수 있는 사랑과 낭만을 표현한 정말 똑똑한 영화라고요. 이런 영화라고 하면 딱 생각나는 게 있죠. 1997년 영화 접속입니다. (정말 트렌디해서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오늘은 두 영화를 비교하면서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바뀌면서 낭만은 사라졌다'라는 말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2. 주인공들의 특징 

헤어질 결심은 스릴러를 기반으로 하고, 접속은 방송국과 음악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서로 달라보이지만 그 내면은 둘은 비슷해보입니다. 사실 둘 다 굉장히 복잡한 스토리 라인을 가진 영화라서 요약하는 것도 죄송하고, 의미도 없어서 대충 엉터리 직역만 하겠습니다.

2-1. 인공눈물

접속에서는 여주인공이, 헤어질 결심에서는 남주인공이 안구건조증으로(저도 안구건조증입니다) 인공눈물을 주기적으로 넣습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여기서 인공눈물은 '감정을 억제'하는 메타포라고 생각합니다. 제 맘임. 옛 영화인 접속에서는 안과의사가 더 친절하게 말해주죠. '안구건조증은 치료가 따로 없어요. 갑자기 다시 눈물이 생기기도 하니까 기다려봅시다.'라고요. 다시 감정을 억제하지 않아도 되는 때가 언젠가 다시 오기도 하는 것이겠죠. 그래서 접속에서는 여주인공이, 헤어질 결심에서는 남주인공이 상대방을 찾아나섭니다. 감정을 억제하지 않고 앞으로 나서기로 결심한 거죠.

 여기서 중점적인 건 '억제'입니다. 원래는 그러지 않는 인물이란 뜻이죠. 접속의 여주인공과, 헤어질 결심의 남주인공은 '원래' 감정을 억제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여러 일을 겪으면서 그렇게 되어버린 것이죠. 그러나 상대방을 만나 그 억제를 풀기로 결심한 겁니다. 자연스럽게 감정이 생기고, 감정에 솔직하기로 한 것이죠.

2-2. 음악

원래 영화는 종합예술이기 때문에 음악은 매우 중요하지요. 하지만 두 영화도 주제가라고 불릴만한 음악이 있다는 게 주목할 만한 점입니다. 먼저 접속의 경우, 남주인공의 첫사랑이 보낸 더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Pale Blue Eyes'이고, 헤어질 결심의 경우, 정훈희님의 '안개'입니다. 

Sometimes I feel so happy
Sometimes I feel so sad
Sometimes I feel so happy
But mostly you just make me mad
Baby, you just make me mad

Linger on your pale blue eyes
Linger on your pale blue eyes

  더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Pale Blue Eyes'

나 홀로 걸어가는 안개만이 자욱한 이 거리그 언젠가 다정했던 그대의 그림자 하나

생각하면 무엇 하나 지나간 추억그래도 애타게 그리는 마음

정훈희님의 '안개' 

멜로디와 가사가 이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좌우하는데, 주제가로 선택할 정도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의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두 주제가 모두 공간적인 의미를 주제가에 담았다고 생각하거든요. 안개가 많은 동네인 '이포'가 배경인 헤어질 결심처럼, 접속의 주제가가 굳이 pale blue eyes인 건...저는 인터넷을 나타냈다고 생각합니다. 파란색 인터넷 창이요. 그곳이 '공간'인 것이죠.  두 주인공이 감정적 교류를 하는 공간을 비유한 음악인 것입니다. 그 공간 속에서 등장인물들은 서로 감정을 교류하고, 엇갈리고 사랑하죠. 

3. 디지털 시대에서의 '지연'과 '엇갈림' 

대망의~~~~ 디지털 시대에도 낭만은 있는가~~? 에 대한 이야기~~

먼저, 1997년의 접속을 살펴보겠습니다. 남자 주인공의 직업은 라디오 pd로 사연을 듣고 음악을 선정하는 일을 하고, 여자 주인공은 텔레 마케터로, 전화를 통해 상품을 팔죠. '이 시대'가 오면서 새롭게 등장한 직업들입니다. 통신을 통해 한 명은 음악을, 한 명은 상품을 파는 것이죠. 둘은 어떠한 계기로 음악을 통해 연결되어 채팅을 통해 서로 교류하게 됩니다. 채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기도 하고, 상처입기도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지연'입니다.

 직접적으로 만나지 않기 때문에 컴퓨터 앞에 앉지 않으면 메시지를 주고 받을 수 없거든요. 그래서 그 시간대에만 대화를 주고 받고, 그 대화를 통해 '결심'을 한 뒤에 실질적으로 행동을 옮기는 동안에는 두 주인공은 독립적으로 움직입니다. 이 영화에 아주 매력적인 점이고, 낭만적인 부분이죠. 지연되는 동안은 사랑하는데도 결합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움직이거든요. 연결되어있는데도 말이죠. 그 사람한테 들었던 부분을 실천에 옮기면서, 자신이 어땠구나, 자신이 어떻게 했었구나를 실감해봅니다. 사랑하면 자기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없다는 것과 정반대로 이 사랑은 자기자신을 되돌아보면서 시작하게 됩니다. 이게 바로 이 시대의 청춘이 해야할 사랑 아닐까요.

둘이 나중에 엇갈리는 부분도 남자주인공이 바쁜 나머지 채팅을 보지 않아 여자주인공이 메세지로 '영화관 앞에서 기다리겠다'라고 말한 것을 보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죠. 바로바로 연락할 수 있는 게 편지와 달리 채팅에 장점같았는데, 그 시대엔 아직 한계가 존재했고, 그 한계가 바로 낭만이었던 것입니다. 

다음으로, 2022년의 헤어질 결심입니다. 남자 주인공은 한국인 형사로 애플워치로 강박적으로 음성녹음을 하고, 여자 주인공은 중국인으로 한국어가 서툴러서 번역기와 사전을 가끔 사용하죠. 저는 여기서 오는 엇갈림과 지연이 정말 낭만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모두 그 시절, '번역체'의 낭만에 대해 알고 있잖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리고 번역체는 묘하게 구어체같지 않고 문어체같아서, 안 그래도 문어체같은 헤어질 결심의 대사를 더 극대화 시켜줍니다.

남자 주인공의 짧은 음성 녹음은 여자 주인공에게 뒤늦게 여자 주인공에게 흘러 들어가 사랑의 속삭임이 됩니다. 그리고 남자 주인공이 떠난 뒤에도 여자 주인공은 남자 주인공이 파괴되어 흩어진 음성 조각을 사랑이라고 생각하고 껴안은 채 계속 듣고 있죠. 이 21세기, 1초면 모든게 해결되는 시대에서도 엇갈림은 존재하고, 지연은 존재하는 겁니다. 사랑하는 누구나 무언가를 간직하고 싶어하니까요.

이후 여자주인공은 남자주인공의 버릇을 따라하듯 음성 녹음을 배우게 되고, 남자 주인공도 따라서 뒤늦게 여자 주인공의 사랑의 속삭임을 듣게 됩니다. 메시지가 1초면 다 도달하는 세상에, '상대에게 전할 마음이 없는 자기만의 녹음'이 메세지가 되어 상대에게 전달된다는 점이 로맨틱하지요.

4. 그럼에도 결국에 직접 만나는 것

그렇게 해도 결국, 두 영화 모두 결말에서 주인공들은 서로 직접 만나고자 최선을 다 합니다. 헤어질 결심은 결국 만나지 못하고, 접속은 결국 만나지만 일단 둘 다 최선을 다 하긴 하죠. 영화는 이 노선(디지털 시대의 낭만과 사랑)에선 결국 같은 말을 하고 싶어합니다. 

이 시대에도 사랑은 존재하고, 사랑은 지연과 엇갈림이 존재할 수 있으나 결국 어떻게든 이어지게 된다. 그러나 결국 계속 이어지기 위해서, 서로 사랑하기 위해서는 서로가 서로를 직접 마주 봐야 한다는 걸요. 서래가 해준에게 직접 하고 싶어하는 말은 번역기가 아니라 한국말로 내뱉은 것처럼요.

20세기의 디지털과 21세기의 디지털은 그 형태도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지만 지향점은 똑같은 게 아름답지 않나요? 사랑이란 본질은 20년이 지나고, 세기가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겁니다. 사랑이 있는 한, 낭만은 살아있고요.  

개인적으로 낭만은 한계를 전제하고, 그걸 돌파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을 낭만이라고 부르고 싶어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헤어질 결심을 21세기의 접속이라고 부르고 싶었습니다. 뭐가 더 좋았냐를 떠나서요. 두 영화는 디지털 발전의 연장선을 보여주면서도, 서로를 결국 사랑하고야 마는 뭔가 통하는 게 있는 주인공의 이야기라는 연결점이 있거든요.


후기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웠다면 제게 100원을 주세여. 감사합니다. 밑엔 암것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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