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후기] 「너와, ▇▇▇」

전시 준비와 진행, 종료까지

Production Onyang by 오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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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2. 14~ 2024. 2. 18, 홍대 알지비 큐브에서 진행된 무료 전시 「너와, ▇▇▇」 후기입니다.

안녕하세요!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오냥입니다.

본 전시에서는 감사하게도 메인 아트를 맡겨주셔서 캐릭터 디자인부터 컨셉, 테마, 스토리, 키비주얼 작업 등을 할 수 있었습니다.

버블라이센스 측에서 외부 작가로 전시 참여를 제안해주신 게 6월이니까 8개월 정도 준비했었네요.

본격적으로 그림 쪽을 활동한지는 오래되지 않아서 이것저것 시도해보고 싶은 마음만 있었어요.

그 중에서 전시는 특히 상상도 해보지 못한 활동이었습니다.

팬아트 작업을 해서 오프라인 행사를 나가고 싶다는 정도의 생각은 해봤었는데, 오리지널로 전시…? 걱정과 설렘이 동시에 들었지만 저는 한 충동성과 한 함가(ㅋㅋ) 하기 때문에, 고전풍 미연시와 쁘띠-메타 얀데레 키워드로 진행하신다는 말에 아. 이건 내거다. 라는 생각이 들어 냅다 오케이했습니다. 이렇게 참여하게 되는 프로젝트들은 늘 깊은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네요… 이 자리를 빌어 초대해주신 미현님께 감사를.

키비주얼 포스터는 2000~10년대가 떠오르는 스타일인데 ‘요새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느낌이 날 정도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의식했습니다.

<핑크오버히트 ~두근거림으로 뇌내폭렬!~>은 총괄이신 지밥님이 가져오신 원안이었어요. 고전풍 미연시인데 핑크가 메인이고 서브도 몇 명 있다. 그런데 핑크가 흑화해서 다죽인다. 정도의 플롯을 전해들었는데, 제가 미연시도 미연시 클리셰도 제4의벽을 넘는 캐릭터도 다크한 미소녀도 얀데레도(!) 엄청나게 좋아해서…… 듣자마자 망상전개로 뇌내폭렬! 상태가 되어 아이디어 제시를 엄청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의미나 상징성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클리셰적인 캐릭터 ‘속성’들에 사랑의 6가지 분류를 접목시키고 상반되는 성향인 아가페와 매니아를 결부시켜 양면을 드러내면 어떨까 했는데 지금 와 돌이켜보면 정말 잘 한 선택 중 하나였던 것 같아요 ㅋㅋㅋㅋ

에리는 인기 많을 것 같았는데 예상 외로 루루카의 인기가 폭발적이라서 놀랐습니다. 그리고 확고한 매니아층이 있는 슈와 미라이… 너무 재밌었음.

원체 기획이나 스토리 짜는 걸 좋아해서 5개의 루트 > 6번째 루트라는 대략적인 흐름 외에도, 각자 루트별 스토리나 작품의 메시지, 분기 등등도 대충 설정해놓았는데 이건 아무래도 그게뭔데십덕아라서(…) 저 혼자 알고 있어요. 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진짜 게임으로 핑.오.히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준비기간을 고려해서 돈을 좀 저축한 다음에… 언젠가…….

사실 본격적으로 작품 기획하기 전까지만 해도 디지털 그림을 전시에서 감상해본 적이 없었어서 단순히 cg 그리고 캔버스에 인쇄하면 되려나~ 싶은 안이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런 저의 사고를 깨부숴준 것이 있엇으니 바로 요네야마 마이 작가님의 전시작품이었습니다.

진짜 충격 그 자체였던 요네야마 마이님 작품…….

아주 작은 규모의 타 작가님들 작품과 같이 섞인 무료전시였는데도 작품의 기획과 발상, 완성도에서 오는 충격이 너무 컸던 거 있죠….

이걸 보고 나서 전시, 라는 행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디지털 그림은 특성상 언제 어디서든 똑같은 걸 볼 수 있잖아요. 굳이 그걸 현장에서 봐야만 하게 만드는 매력이란 무엇일까. 스스로도 ‘관람'의 메리트를 느끼지 못한다면 보는 사람에게도 그저 그런 감상만 남을 것 같았거든요.

미라이 - <사랑의 체크리스트>, 포맥스에 포스트잇 / 아이나 - <DIVE INTO YOU>, 아크릴액자 위에 폼보드.

그래서 본 작품 두 개는 처음부터 혼합재료 사용, 현장감 중시라는 목적을 가지고 기획했습니다.

미라이 쪽은 단점 쪽만 붙여놓고 장점 포스트잇은 관객으로 하여금 직접 붙이게 해서 장점이 단점을 한참 앞서게 하는 체험형 작품이어도 재밌을 것 같았는데 그렇게 되면 다른 작품들도 체험형이라고 오해를 받을 것 같아서……. 훼손을 우려해 미리 붙여놓은 채 완성했어요. 붙이면서도 세어보는 분이 분명 계실 것 같아서 몇 번이고 세어봤는데 아니나다를까 세어본 후 “25장 아닌 거 같은데?” 하고 가신 분이 계셨다는 말을 듣고 다시 한번 점검 후 숫자 맞춰 보수했답니다 ㅋㅋㅋㅋㅋ ㅠㅠ

아이나 쪽은… 원래 연작이었어요. 아크릴 액자 4개를 연달아 놓아 [플레이어]를 발견한 아이나가 화면 안에서 달려와 최종적으로 튀어나오는! 구성을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제가 이 시기에 미친듯이… 정말 미친듯이 바빠져서 (현재 진행형) 아쉽게도 단작으로 끝냈습니다. 그런데 그 덕분에 원래 생각했던 것의 두 배 크기로 뽑게 되었고, 그게 아니었다면 임팩트가 확 죽었을 것 같아서 ㅋㅋㅋㅋㅋㅋ 결론적으로는 잘 된 일인 것 같아요.

캐릭터별로 루트를 진행하듯 동선을 배치했어요

그리고 너무너무 멋지고 완성도가 높았던 다른 분들의 작품들…

버블라이센스 팀의 캐치프레이즈는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는 시대에서 할 수 있는 마지막 비주얼 아트]인데, 그에 걸맞게 정말 기발하고 예쁜 작품들이 많았어요. 입체 조형과 혼합 재료를 적절히 사용한 작품들이 특히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디자인한 캐릭터를 다른 분들이 예쁘게 작업해주시는 건 역시 기쁜 일이라는 걸 다시 한번 체감한 ㅋㅋㅋㅋㅋ

저도 버블라이센스 팀도 첫 전시였어서 작품 배치와 전시장 dp에 많은 고민이 있었는데 갤러리 측에서도 많이 도와주셔서 의문의 발전하는 전시(ㅋㅋㅋ)가 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동선과 구역 배치가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히히

제 원화를 바탕으로 지밥님이 3D 작업을 해주신 작품 <전하게 해 줘> 원화. 지밥님 완성작이 정말 끝내줘서 첨부하고 싶은데 방법이 없군요…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고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어서 감사했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총괄이신 지밥님께서 정말 엄청나게 발로 뛰며 고생을 해주셔서 강하게 인상에 남습니다. 일정이 바빠서 전시 기간 중에는 조금 몸 사리려고 했는데 지밥님 하시는 걸 보니… 제가 사리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열심히 하셔서… 저도 할 수 있는 만큼 전시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뿅 하고 생겨난 포토존. 밤사이 작업하고 아침에 의뢰해 점심에 배달받은 미친 속도였습니다

어쩌다 보니 전시장에 매일 있다시피 상주했는데, 오프라인 행사를 한번은 해봐야 한다는 말이 왜 나오는지 절절히 실감할 수 있었어요. 눈앞에서 좋아해주시는 분들을 보는 건 정말 특별한 일이더라고요. 좋아해주시고 응원과 칭찬해주신 것들이 하나하나 기억에 남아서 아직도 히죽대고 있습니다. 귀한 걸음으로 달려와 찾아와주신 지인분들도 너무 감사했고요. 특히나 기억에 남는 분들도 몇 분 계세요. 정말 격한 반응을 보여주신 중학생 자매분들과 따뜻하게 응원해주시고 명함 받아가주셨던 분들이라거나. 이런 순간 때문에 다들 몇 달 몇 년을 갈아 가면서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거겠죠…… 정말 마음이 충만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놀랍게도 반대쪽 면도 있습니다

마지막 날 마감할 때에는 벽면 가득 방명록이 붙어서 뿌듯했습니다. 중간중간 힘들었을 때가 있어서 규모가 축소될 뻔하거나 온라인으로 전향될 뻔하거나 했는데 강경하게 이 위치의 이 공간에서 하려던 걸 하자고 주장하길 엄청 잘했던 것 같아요. 홍보를 제대로 못했는데도 오며가며 우연한 기회로 많이 들러주시더라고요… 그것만으로도 감동이었습니다.

어쩌다보니 글이 엄청 길어졌네요. 저는 확실히 투머치 토커의 기질이 있는 것 같습니다……. 벌떡 일어나서 접객하고 전단 돌리고 호객하고 했더니 같이 전시 지켜주시던 현님이 ENFP인줄 알았다고 하셔서 엄청 웃었어요(INFJ임)

와주셨던 분들, 와주시지 못했더라도 응원해주셨던 분들, 같이 작업했던 버블라이센스 팀원들과 가융님, 이런 소중한 기회를 만들어주신 미현님, 그리고 무엇보다 준비하시느라 가장 고생하셨고 책임감 있게 끝까지 잘 이끌어주신 지밥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헤비한 후기를 마칩니다(^_^) 다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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