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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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레닌그라드에 또다시 혹독한 겨울이 찾아왔다. 차가운 얼음 대륙은 바다 넘어 세계의 절반과의 신경전으로 지쳐 있었다. 인간이라는 것은 누군가와 싸우지 않고서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인가. 대조국 전쟁 때까지만 하더라도 연합이라는 큰 틀 아래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 않았던가. A는 잠시 그런 의문을 품었다가 고개를 내저었다. 인간의 그러한 본성 덕에
“….” 그녀가 어려졌다. 햇살 같은 백금빛이던 머리카락은 그 빛을 선명이 드러내고 있었고 웃음기를 완전히 잃어버린 얼굴은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이 상황을 받아들이는 중이기라도 한 것 처럼…. 처음 며칠은 나도 당혹스러웠기에 그녀에게 ‘필요한 것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한 뒤 가만 내버려 두었다. 그녀는 하루 종일 잠만 자다 밥 먹
그녀는 돌이켜 보면 약에 취해 있을 때가 몇 번씩 있었다. 주로 팔뚝에 주사를 놓는 방법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언젠가는 가루를 마시거나 할 때도 있었지만… 집에 오래 머물 적이면 한두 번 씩 그런 모습을 보였다.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본인 스스로도 얌전히 깊은 잠에 들 뿐이었고, 내 앞에서는 되도록이면 하지 않으려는 것도 같았고, 슬 줄여가는
누군가 급히 계단을 뛰어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방에 무어라도 두고 간 모양이지, 싶어 방에서 책이나 읽던 차에 누군가가 방문을 두드렸다. 순간 잠에서 깨어나듯 상상의 나래에서 빠져나오고 책상 위에 어지럽게 널려 있던 공책이며 원고지들을 모아 서랍에 넣고는 자물쇠로 잠궈버렸다. 일종의 습관이었다. 열쇠를 숨겨놓고선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문을 두드리
내가 처음 볼 적부터 여태까지 그녀는 푸른색 머리빛을 유지하고 있었다. 가끔 일 덕에 머리색이 바뀌는 일이 있긴 했다만 며칠 뒤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었던데다, 푸른색이 제 원래 머리색처럼 잘 어울렸기에 크게 신경을 쓴 적은 없었다. 물빛처럼 짙고 아름다운 푸른색은 어딘가 신비한 느낌을 주기도 했으므로 이제는 그 푸른색마저 그녀의 일부처럼 느껴질 지경이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