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글
Anna P. Potapenko
“가능성은 있나요.”
“알려주면 재미가 없지 않겠나.”
“안될 것 같으면 빨리 포기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싶어서.”
“더 허덕여야 재미가 있을 텐데.”
그는 미소짓는다.
나는 애써 무시한다.
그는 참 신기한 사람이다. 나를 싫어한다기엔 놓아주려 하지 않고, 좋아한다기엔 애정표현을 해주지 않는다. 절제된 감정과 행위 사이에 갇혀 나는 늘 그를 애원하게 되는것이다. 이런 애매한 관계가 이어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가 좋은 이유가 무엇일까 늘 고민해봤지만 답을 내리지는 못 한 채로 아슬아슬한 관계를 즐겼다. 그에게 마음이 없는 것 같아 도망치려다가도 종종 다가오는 손길에 할 말을 잃는 채로 다시금 종속되기를 잇는다. 애정일까… 하여간 그런 것에 기반하긴 했다만 그의 마음은 영영 알 수 없고, 시간이 지나고 보니 이 관계는 연인이라기 보다는 이른바 주인과 애완동물일까. 그런 것과 비슷해지고 만다.
나는 문득 그의 낯을 떠올린다. 날카로운 눈매와 날 바라볼 적이면 종종 지었던 미소를 생각해본다. 애정의 대상이라기 보다는 사냥감이나 그 비슷한 무언가를 내려다보는 듯한 표정. 늘 그의 손안에서 재롱을 부린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도망치지 못 하는 이유는 그에게서 일종의 다정을 느꼈기 때문이리라. 비록 아무것도 허락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 분명하지만 나는 이 관계에 나름대로 만족하고 있다. 여러 동물들이 주인을 잃는 것을 두려워하듯이 나 또한. 참 속을 알 수 없으니 장난감 취급인지 제 애완동물 취급인지는 알 수 없겠다만서도.
어떻게 되었건 날 놓지 않고, 곁에 잡아두려 하는 모양이니 괜찮다.
도망치려 들면 날 잡아줄까.
당신의 낯을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을 하지만 다른 질문들과 마찬가지로 나는 영영 답을 내릴 수 없다.
난 내민 당신의 손에 슬쩍 얼굴을 비적였다 금세 쓴웃음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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