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이 x 어린루디

자캐 연성 by 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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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가 어려졌다. 햇살 같은 백금빛이던 머리카락은 그 빛을 선명이 드러내고 있었고 웃음기를 완전히 잃어버린 얼굴은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이 상황을 받아들이는 중이기라도 한 것 처럼….

처음 며칠은 나도 당혹스러웠기에 그녀에게 ‘필요한 것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한 뒤 가만 내버려 두었다. 그녀는 하루 종일 잠만 자다 밥 먹을 때에만 잠깐 일어났다 다시 잠에 들었다. 잠든 모습은 여느 때의 소녀와 다를 바가 없이 평화롭고, 명화나 조각처럼 보일 정도로 아름답긴 했다만— 눈 밑이 거뭇하게 물든 모습은 여간 안쓰러울 수 밖에 없어서, 자는 모습을 한참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머리카락을 쓸어 귀 뒤로 넘겨주고, 소파에 앉아있다 구깃하게 잠들어버리면 안쓰러워 한 번 꾹 안아주었다 침대로 옮겨주는 것이다.

그녀가 깨어나서 가만히 있는 것은 거의 처음 있는 일이었다. 어느 순간 문득 잠들어 있기를 반복했으니까. 그녀는 창가에 가만 앉아있다 자연스레 담배를 꺼내어 입에 물었다. 부싯돌이 부딫히는 소리를 내었다 하얀 담뱃대의 끝이 점점 타들어간다. 잿빛 숨이 하얗게 부서진다.

“… 미성년 아니었나.”

“근데요.”

“피면 안 될 텐데.”

“안 끄겠다면?”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에 마시던 찻잔을 내려두고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의자에 앉아 올려다보는 모습은 이렇게나 무해하고, 순수한데— 당돌한 모습을 보면 나는 지금도 말려들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녀가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뺏어 내 입에 물었다.

쓴 연기를 삼켰다 도로 뱉어내었다. 잿빛 연기가 부서져가는 동안 그녀는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아무래도 적잖이 당황한 것 같았다. 이런 모습을 보면 여느 때 소녀들과 다를 바가 없는데… 무의식에 손을 뻗어 그녀의 뺨을 슬며시 쓰다듬는다. 눈을 슬쩍 감고선 손끝에 비적이는 모습을 가만 바라보다 그대로 손을 거두었다. 너무나 순수해서 내 손이 닿는대로 손자국이 남아버리면 어쩌나 두려운 마음이 잠시 들었다.

“본인도 담배 하면서.”

“하지만 자네는 미성년이잖나.”

“여태는 아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었는데.”

“주변 어른들이 잘못되었군.”

“아저씨가 이상한 거에요. 아무튼.”

“아무튼?”

“아무튼, 그걸 뺏어갔으면 뭐라도 줘야 수지타산이 맞죠. 뭐 줄 거에요?”

“… 허.”

당돌한 목소리로 덤비자 더이상은 참을 수가 없었다. 담배를 재떨이에 눌러 꺼버리곤 그녀의 턱을 슬쩍 잡아 나를 바라보게 하였다. 퍽 당황스럽단 표정은 찰나였고, 곧 웃음기 가득한 표정으로 이어질 행동을 응시한다. 도발적인 표정에 싫으면 말하라 한마디 말하고는 그대로 고개를 숙여 입술을 덮는다.

그녀는 눈을 꾹 감고선 숨을 잇기 급급한 모양새로 옷자락을 꾹 붙잡고 있었다. 뺨이며 귓가를 몇 번이고 쓰다듬어주고 입 안을 탐했다. 퍽 당돌하게 군 것 치고는 상당히 어설픈 모습이라 되려 더욱 사랑스러워 보였다. 이렇게 마음대로 탐해도 되는 것일까, 생각하다가도 순순히 응하는 모습을 보면 그런 마음이 눈 녹듯 사라지는 것이다. 늘 그래온 것처럼 입 안을 훑었다. 혀가 붙어 있다는 게 이렇게나 익숙하지 않던 일이던가. 멀어지려는 그녀의 턱을 꾹 붙잡아 숨을 잇다 숨이 가빠지는 것이 확연히 느껴질 적에야 떨어졌다.

마침내 고개를 뒤로 빼고 거친 숨을 고를 적이면,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가쁜 숨을 겨우 쉬는 꼴은 사냥당하는 소동물을 닮았나.

“수지타산이 맞는 거래였을지 모르겠군.”

“… 그러니까. 담배를 태우면 더 당할 수 있다는거죠?”

“감당도 못 해놓고 무슨 소리인가.”

웃으며 뱉은 말에 퍽 당황하고 말았다. 이런 모습은 어릴 적부터 한결 같았나, 바보 같으니라고. 그녀는 언젠가 모든 시간의 자신이 내게 반했을 것이라 자신만만하게 말했고, 지금 그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굴었다. 소녀가 당돌하게 구는 것은 이미 익숙해진 지 오래였고, 지금은 그녀를 어떻게 놀아주어야 할까, 그런 생각 뿐이었다.

“미래의 나는 잘 감당했나요?”

이번에는 내가 말려들었나. 무언가 말하려 입을 달싹이다 말았다. 집안에 그녀와 나의 사진이 몇 있었으니 이해하지 못할 계제는 아니었다. 아무 말도 못한 채로 꽁초가 가득한 재떨이를 치워버렸다. 이것이 눈에 띄지 않아야 생각도 안 할 것 같아서.

“헛소리 말고 밥이나 먹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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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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