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X헌터 드림 작업물

글이 간절할 때 열리는 타입

Commission by 김창식
2
0
0

그때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그때 그러지만 말았어도. K는 회상한다. 그러지만 말았다면. 너를 제 세계 안으로 끌어들이지만 않았더라면. 우리는, 아니. 나는. 적어도 저는 이렇게 되지 않았을 거라고. 확신한다. 그렇기에 빚어진 것은 후회인가. 점철되어 가는 것은 감회인가. 나는 너를, 만났던 것을 뉘우치고 있는가.

 

 

 

K의 삶에 후회란 존재하지 않는다.

 

 

 

햇볕을 닮아 금빛으로 빛나는 머리카락을 바라본다. 그 뒷모습에 눈이 부신 나머지 인상을 찌푸리고 만다. 태양을 바라볼 수 없는 그림자 속의 존재가 하늘을 올려다본다는 것은 역설에 해당하는가. K는 알 수 없었다. 제 눈앞의 이를 태양이라 일컫는 것마저 그럴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기에. 같은 암영 속의 사람들이다. 우리는 같은 시작점에서 태어나, 같은 운명을 짊어지고 살아간다. 그러나 그 뒷모습을 바라본다. 고개를 돌려 저와 눈이 마주친 봄철 따스한 시선에, 그만 눈길을 빼앗기고 만다.

 

 

 

네가 태양이 아니라면 어느 누가 감히 태양을 짊어질 수 있겠는가?

 

그 말을 듣는다면 너는 정말이냐며 웃겠지. 제가 누군가의 태양이 될 수 있느냐며, 그 햇살과도 같은 함박웃음을 지어 보일 터이다. 그런 너를 보며 나는, 다시 한번. 태양에 손을 뻗는 그늘진 사람이 되고 만다. 후회하지 않는다. 바라는 것은 너와 두 손을 잡는 것. 동맹도, 계약도, 그 무엇도 아닌. 그저, 친구. 친구로서. 가슴 한켠에 숨겨진 진실된 마음은 그저 깊디 깊은 어둠 속 땅 밑에 파묻어 버린 채. 그림자 속에서 걸어 나온다. 그 경계선에 걸쳐 저를 기다리고 있는 너를 바라본다. 이것은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이나 다름없다.

 

 

 

바보. 멍청이. 칠칠찮긴. 그렇게 불러도 너는 웃고만 만다. 웃으며 손을 뻗는다. 그러면 그 손을 거절하지 않는다. 이것이 우리의 관계이다. 친구라는 두 단어에 가려진 제 진심 같은 건 그저 묻어버리고 말아서. 그것을 꺼내느니 그저, 지금의 관계로 만족하는 것이다. 네가 넘어지면 같이 넘어질까. 그걸 넘어지냐고 괜시리 심술부려 볼까.

 

 

 

나날이 늘어가는 상처를 보며 K는 오늘도. 태양을 바라보는 것을 포기하지 못했다.

카테고리
#기타

해당 포스트는 댓글이 허용되어 있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