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작업물
글이 간절할 때 열리는 타입
U. 천재를 이루는 세 가지 요소가 무엇인지 아는가?
예, 예. 아무럼요. 니코틴, 알코올, 카페인이겠죠. 언제나처럼 들려오는 목소리가 U, 그에는 당연한 일상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스승 격인 Z의 말버릇이었으니까. 그러니 들리지 않는 것이 이상한 것이다. 들리지 않을 리 없는 음역이다. 시끌벅적한 탐정 사무소 내에서 제게 말을 걸어올 때면 늘 같은 맥락으로 말문을 틔우기 십상이었으므로.
그러나 이번만큼은 달랐다고 자부할 수 있다.
어느 날이었다. 탐정소에 출근한 그의 시선 안에 자리할 존재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요상한 기분이 들었으나 그러려니 했다. 제 스승은 불나방이지 않던가. 재미있는 것이 보이면 모닥불에 뛰어들 듯 발길을 재촉하는 그 걸음걸이. 느긋하면서도 흥미를 보이는 죽은 빛의 눈동자. 그 밑에 가라앉은 거뭇한 그림자. 그러니 자리할 곳에 자리하지 않는 이는 당연할지도 몰랐다. 기다리다 보면 돌아오시겠지, 그런 심정이었다. 그러니 기다렸다,U는. 자신의 스승. Z가 돌아올 때까지.
U는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어느샌가 어둑해져 가는 창문 밖 하늘을 바라본다. 마치 제 인생과도 비스무리해 보여서, 어쩐지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뜨게 된다. 언제쯤 오실련지. 불나방과도 같은 제 스승께서는. 불나방을 쫓아 헤매이는 것은 꽤나 골치 아픈 일이었음을 그는 알련지 모르겠다. 그것을 알면서도 모닥불을 함께 좇는다는 건 무모함인가, 자신에 대한 재능을 입증하기 위함인가. 그것도 아니면. 천재라는 단어에 속하기에는 부질없는 제 스승을……
언제부터 이렇게 밑도 끝도 없는 땅굴을 파게 되었더라.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던 즈음, U는 입을 열었다. 숨을 깊게 들이쉬고, 다시금 내쉬었다. 이것은 작은 한숨과도 다름없었다. 손을 들어 올려 턱을 괴었다. 창밖의 노을이 녹빛 눈동자를 적셨다.
천재는 27살에 단명한다지…….
문득, 제 스승의 목소리가 들려온 듯싶어 고개를 퍼뜩 들어 올리면. 여전히 자리하는 것은 없었다.
여섯째 해가 일곱째 해로 넘어가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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