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
1980년, 어느 날.
“이번에 새롭게 의원이 된 디아파나, 제대로 들어온 거 맞아요?”
“혼혈이면서 어떻게 의원씩이나 된 건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려고!”
“왜, 자네는 소문 못 들었나? 뒤에 다른 가문이 있다고 하던데. 왜, 그 미친 자식이 있다는 곳 있지 않나….”
“쉿, 쉿! 저기 지나가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고작 저런 소문따위가 제 앞을 막을 수 없었다. 제가 부족한 게 뭐라고, 작은 흠집 하나를 트집 잡아 이곳에 들어오지도 못하게 하려고 하던 건 저들이었다. 때문에, 수단을 가리지 않고 달려들었다. 흠집이 있다면 그걸 가릴 수 있는걸 손에 쥐면 된다. 부족하다면 더 크게, 더 귀한 것으로.
“다들 한가하신가 봅니다. 신기하네요, 제게 올라온 안건만 해도 꽤 되던데….”
“큼, 무슨 소리인가. 잠시 지나가던 길이 겹쳤을 뿐일세.”
“자네야말로 모르는 게 많을 텐데 여기서 이래도 되나? 과분한 자리에 앉아 부족한 게 많으니, 시간도 많이 필요할 텐데-.”
“과분한 자리에 제가 모르는 게 많다니…. 의원님, 이상한 소리를 하십니다. 디아파나가 언제 부족한 모습을 보인 적이 있던가요?”
그 흠집 하나가 뭐라고. 제 능력을 보기도 전에 의심하고 깎아내리고 내리누르지 못해 안달인 게 짜증 났다. 실력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자신 있다. 지금까지 제가 한 노력이 있으니까. 그런데 고작, 혼혈이라는 걸로 이렇게…. 이보다도 더 날카로우면 제가 해가 된다. 느리게 눈을 감았다 뜨는 걸로 감정을 가라앉혔다.
“제게 시간을 조금만 주시죠. 실망하게 해드리지 않을 테니."
“뭐…, 그러게나. 과연 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만.”
자신만만한 낯으로 고개를 가볍게 숙여 묵례한 후 사람들 앞을 지나갔다. 미래를 위해서라면야 잠시간의 인내쯤이야 얼마든지 견딜 수 있었다. 왼손 안으로 들어오는 펜던트를 세게 쥐며 제자리로 돌아갔다.
제 테이블 위의 편지를 집어 들어 나이프로 뜯어냈다. 디아파나의 문양. 발신자는 보지 않아도 뻔하니 굳이 확인하지 않았다. 편지지를 펼치자 역시나 익숙한 이름과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터져 나오려는 한숨을 삼킨 채 빠르게 훑어내리고, 벽난로에 던져버린다. 주먹 쥔 왼손에서 붉은 피가 한줄기 흘러내리고 나서야 손을 풀었다. 펜던트에 피가 스며들기라도 할까, 손목의 줄을 풀어내고 펜던트를 손수건으로 감싸 테이블에 올려두었다. 갑갑하고 터져 나올 것만 같은 울분을 삼켰다. 이 정도로 여기서 무너질 수 없었다.
저를 얕보던 자들이, 부모님이 저를 인정하는 모습을 보고야 마리라. 그리고 끝내 마법부의 모두에게, 디아파나에게 온전하게 인정받을 것이다. 더 많은 성공, 더 많은 성과, 더 찬란한 빛과 영광, 최고의 명예…. 모든 게 있다면 가능하다.
그 누구보다도 화려하게 빛나서 흠집 하나 정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도록 만들 것이다.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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