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파트너의 마지막.
1981년
“아씨오, 깃펜.”
서류를 본 채로 옆 테이블에 올라와있는 깃펜을 향해 지팡이를 휘두른다.
“…? 아씨오, 깃펜.”
제 앞으로 날아와 시야 안으로 떨어져야 하는 깃펜은 오지 않는다. 시야에는 여전히 서류만 보였다. 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
“아씨오, 깃펜. 아씨오, 하얀 깃펜.”
명칭을 조금 더 명확하게 수정하여 다시 시도해 보았으나 결과는 동일했다. 그제야 서류에서 시선을 떼고 제 지팡이와 깃펜을 한 번씩 응시한 후, 한숨을 내쉬고 자리에서 일어나 직접 깃펜을 가져왔다.
몇 달 전부터 한두 번씩 말을 듣지 않더니, 이제는 간단한 주문마저 먹히지 않는다. 도대체, 라고 하기에는 예상가는 이유는 있었다. 있었기에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흠집을 늘리고 싶지 않은 이유가 하나, 그리고….
오늘의 업무량을 가늠해 본다. 속도를 올리고, 남은 것의 1/3 정도만 내일로 넘기면 오늘은 일찍 마무리할 수 있을 테다. 마침, 다른 사람들은 외근을 나가거나 자리를 비웠으니, 지팡이는 오늘 해결해야만 했다. 복잡한 시선으로 제 손안의 지팡이를 바라본 후, 외투 안에 조심스레 넣어두었다.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제 학창 시절을, 오랜 시간을 함께해온 파트너이니 마지막 예우 약속을 지켜주고 싶었다.
다이애건 앨리에 가면 무언가 알 수 있겠지, 그리고 올리밴더스의 가게에 가야겠다.
머릿속으로 오늘의 일정을 수정한 후, 다시 자리에 앉아 서류를 읽어나가고 처리했다. 오래된 제 파트너의 마지막을 위하여 좋은 예우를 치러주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했다. 최대한 빠르게 손을 움직여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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