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ne
정차
bgm : 僕の存在証明
「 Plane 」
□
인간 본연의 천성이 악하지 않다면, 어째서 저들은 배운 적 없는 적의를 드러내는 것인지 궁금했다.
이전, 내가 집필했던 책의 다음 내용을 서술하고 있다. 직전 내가 냈던 책의 내용과 상이하겠으나 크게 본다면 상충하는 내용이란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지난 책에서 나무를 잘 키우는 방법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번 책에선 …
*
4학년. 크리스마스이브, 짧은 방학을 맞이하여 나는 열차에 몸을 실었다. 평소 같았으면 각자 짐을 싣고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보낼지에 대한 이야기로 꽃을 피웠을 열차가 사무치게 조용했지만 동시에 날카롭고 무거웠다. 방학식, 불타오르던 양피지, 한 줌이 되지 않을 재가 되어 흩어진 것에 대한 열이 사라지지 않았다. 너무 올곧은 나무는 꺾이기 쉽다고 했던가. 그렇다면 지금, 자신은 꺾인 것일까. 그래서 목이 바짝 마르고 숨쉬기가 힘들어 입술만 깨물게 되는 것일까. 열차의 창 너머에 비친 자신의 표정은 사정없이 일그러졌다. 우는 것도, 웃는 것도 아닌 그 표정이 꺾여버린 무언갈 비추는 것만 같았다. 눈을 감으면 다시 방학식의 일이 떠올랐다. 고작 나의 이름으로 세상이 크게 바뀔 거라 생각하지 않았으나 제 역할도 마치지 못한 것이 형태를 잃고 사라지던 순간이 지독하게 익숙했다. 찰랑, 차갑고 서늘한 것이 발목을 스친다.
*
카다이프의 통통한 배를 한 번 만져주었다. 만족스러운지 울음소리를 내기에 머리를 조금 쓰다듬어 준 뒤 간식을 물려주었다.
“아빠에게 전해주면 돼.”
편지를 건넨 뒤 그리 얘기하니 곧 고개를 갸웃거리던 부엉이가 열차를 벗어나 하늘을 가르며 사라졌다. 창을 닦고 조금 눈을 붙이니 시간은 금방 지나, 정차역에 닿았다. 짧은 방학이라 많은 짐을 챙기지 않았다. 간단한 옷가지가 든 가벼운 캐리어를 한손에 들고 목적지를 향해 움직였다. 앞으로 나아가는 건 누구보다 자신 있다고 생각했다. 멈추지 않고, 굳건하며 한결같은 낯으로 ‘다음'을 바라보는 일에 두려움은 없을 거라 자부했다. 도착한 곳에 짐을 내려두고 펼쳐진 수평선을 한참 눈에 담았다. 같은 기숙사의 친구가 곧잘 카메라를 들고 이것저것을 찍던 모습이 떠올랐다. 하지만 지금의 자신에겐 카메라도, 수첩에 이 풍경을 그릴 재주 따위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잘하는 것이라곤 후회를 회상하듯 뇌리에 박힌 것을 꺼내보는 일인지라 눈앞의 풍경을 찬찬히 새겼다.
나아가는 일은 재밌다. 이전과 달리 미지의 새로움을 탐하는 것이 어찌 재미있지 않을 수 있을까. 굳건한 것은 타인과 자신으로 하여금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다. 바뀌지 않고 관철해 나갈 수 있는 반듯한 신뢰가 타인과 자신을 이어주었으니 말이다. 호그와트에 입학한 뒤 자신은 조금씩 신조, 신념, 정의, 신의, 신뢰를 하나씩 겹쳐 쌓아갔다. 다음에는 또 무엇을 쌓고 보고 경험하며 즐거운 내일을 보낼지 기대했다. 자신에게 마법, 호그와트, 마법사 세계는 언제나 즐거운 이야기가 펼쳐지는 ‘장'chapter이었다. 사박사박 거리는 길을 걷다 잠시 멈춰 섰다. 발목을 스치는 것은 고작해야 바람일 텐데 묵직하고 축축한 것이 발목을 지나 종아리까지 출렁였다. 한참 그 기분에 매몰되어 있을 때였다. 펄럭이는 날갯짓 소리가 들렸다. 제 머리 주변을 돌던 것이 천천히 내려왔다. 카다이프가 답장을 받아왔는지 작은 편지를 떨어뜨렸다. 기특함에 오른쪽 검지로 머리를 긁어준 뒤 편지를 뜯었다. 원치 않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게 될 것 같은 예감에 멈췄던 발걸음을 옮겨 집으로 향했다. 상자의 걸쇠가 잘그락 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
… 이후 내용을 언급하기 이전, 잠시 쉬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하자. 지난 책에서 나는 속담 이야기를 하나 했었다. 나무가 부러져서 꺾이면 죽는다, 너무 올곧은 것은 꺾이기 쉽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말이다. 그리고 나는 그 이야기에 코웃음 치는 문장을 적어두었다가 팬레터를 가장한 문의를 받았다. 이 이야기는 상당히 길기 때문에 넘어가도록 하겠다. 그렇다면 관점을 바꿔보자. 속담을 벗어나 나무를 부러뜨리지 않고 꺾는 방법에 대해 궁금하지 않은가? ‘나무' 전체는 어려울 수 있으니 간단하게 나뭇가지를 통해 이야기하겠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뭇가지를 하나 줍는다. 만약 떨어진 나뭇가지가 없다면 나무에서 꺾는 것 또한 방법일 수 있다. 그 뒤 나뭇가지가 잠길 정도로 물을 받고 거기에 나뭇가지를 잠기게 한다. 나뭇가지의 굵기에 따라 시간이 다를 수 있으나 나의 경우 오리나무의 나뭇가지로 실험을 진행했다. 일주일이 지난 뒤 나뭇가지를 꺼내 양손으로 끝을 잡아 꺾었다. 부러지지 않고 잘 휘어지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책의 주제를 관통하는 이야길 안 꺼낼 수 없다.
이 책의 거대한 주제가 바로 나무를 잘 죽이는 방법이며 앞에서 그리고 이 뒤에서도 우린 나무를 죽이는 방법에 대한 아주 여러 가지 방법을 알게 될 것이다. 나무를 빠르게 죽이는 방법, 효율적으로 죽이는 방법 그리고 천천히 죽이는 방법까지 나는 친절히 안내할 생각이다. 이번에 내가 서술할 방법은 다소 독특한 방법이다. 이를 위해 나의 마법사 친구 C가 도와주었다. 이 기회를 빌려 감사 인사를 전한다. C! 지난 책에서 나는 나무가 잘 자라기 위한 환경요소를 이야기했었다. 그렇다면 잘 자라지 못하는 환경요소를 적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앞에서 말했던 ‘환상박피’를 진행한 나무를 기억하는가. 친구 C에게 환상박피 조치가 된 나무를 ‘바다’에 옮겨 달라 부탁했다. 연구 목적으로 대여한 해수욕장에 나무를 심고 사진을 찍었다. 파도가 치는 다소 깊은 곳에 나무를 옮겨 심었다. 바다에 잠긴 오리나무를 본 적 있는가? 밀물과 썰물을 이용해 나무는 하루 두 번 완전히 잠겼다. 나무의 생장 메커니즘을 기억하는가. 호흡, 광합성, 뿌리의 삼투압 현상을 이용한 영양 흡수를 말이다. 바다의 물은 농도가 나무와 비교했을 때 농도가 높다. 또한 바다에 잠겨 있는 동안은 원활한 광합성이 불가능하며 호흡 또한 마찬가지이다. 나무는 필요한 영양을 만들거나 흡수할 수 없게 된다. 더불어 물에 잠긴 뿌리는 점차 썩어가니 그야말로 ‘느린’ 죽음이 아닌가. 해저의 흙은 모래와 달리 점도가 높아 나무가 생존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해초의 경우 이에 적응된 형태로 존재하나 나무는 그렇지 않다. 그렇게 실험체였던 나무는 죽음을 맞이했다. 환상박피 조치까지 된 나무를 실험체로 사용하였기에 보다 확실한 나무의 죽음을 관찰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이 실험을 통해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이렇게 죽은 나무의 경우 사인은 무엇인가. 나무가 ‘익사’할 수도 있는가?
*
이제 곧 방학이 끝난다. 짐을 싸겠다고 방으로 서둘러 들어왔지만 우습게도 싸야 하는 짐이 없었다. 깃펜이 두 개—하나는 검붉은 색인데 깐깐한 누군가 호그스미드에서 사줬다.—, 양피지 한 묶음, 사복이 두 벌, 양말 다섯 짝, 손목시계 하나, 약간의 돈과 열차에서 갈아입어야 할 교복. 이외에는 전부 책상 서랍이나 옷장에 넣어두었다. 기록하길 좋아하는 친구가 준 기숙사 반지는 진작 서랍에 들어가 있었다. 튼튼한 갈색의 머리끈은 책상 위 여분의 양피지 말이에 묶여 있었다. 올빼미 형태의 배지는 의자 위 카디건에 걸려있었다. 그것들은 전부 집에 두고 갈 것들이었다. 1학년 때에 비해 상당히 가벼운 짐을 침대 옆에 끌어두니 카다이프가 큰 몸집을 부풀리며 날아왔다. 예언자 일보를 가져왔으니 간식을 달라는 당당한 몸집에 코웃음을 치며 말린 지네를 던져주었다. 카다이프가 기쁜지 말린 지네를 한입에 삼키고는 왔던 창문으로 도로 날아갔는데 그 모습에 기가 찼다. 날이 갈수록 식탐이 늘어가더니 자신의 부엉이는 이제 제 상체를 다 가릴 정도의 크기가 되었다. 하지만 밖으로 나가 사라지는 모습은 점점 작아지더니 이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예언자 일보에는 다른 내용의, 그러나 익숙한 기사가 실려있었다. 이제는 매 신문을 구매하는 것이 어리석게 여겨질 정도로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데도 번번이 예언자 일보를 받아 확인하곤 했다. 자신이 찾던 영웅은 이제 기사에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1학년 때 읽었던 전기의 내용이 아득해서, 인제 그만둘 때가 되었단 사실만 뼈저리게 느꼈다. 아버지가 어째서 마법사가 아닌 머글의 정체성을 선택했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이미 그곳엔 자신이 있을 곳이 없었다. 호그스미드에서의 사건 이후, 줄곧 마찰이 이어졌는데 그것이 때때로 아크 자신을 지치게 했다. 혹자는 그 불타오르는 석양만큼 분란을 몰고 다니는 자신이 졸업까지 변치 않을 거라 했었다. 하지만 5학년이 지나 6학년이 되었을 때는 자신이 지쳤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차별이란 포괄적 단어에 내포된 흉기가 얼마나 많은지 이제는 여실히 알고 있었다. 사람이 환상박피를 당한다면 딱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었다. 발목을 찰랑이던 소리는 이제 들리지 않았다. 그저 말하기 위해 열었던 입에서 마지막 기포가 떠난 뒤에야 깨달았다. 아크는 자신이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 알았다. 나아갈 수 없었고, 굳건할 수 없었다. 숨이 멎는 것만 같아서 침대에 누웠다. 오늘이 너무 힘겹기만 했다.
이 고요한 밤, 눈 감은 이의 ‘오늘’은 그리 흩어졌다.
*
자신이 한때 가장 보고 싶었고 좋아하였으며 우상으로 여기던 영웅이 나타났다. 죽었기를 바랐는데 살아서 모두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모두가 그를 액자에서 꺼내고자 주문을 외칠 때 그 모습을 지켜만 보았다. 쥐었던 지팡이를 내렸다. 외쳐야 할 입은 다문 채로 모두의 등을 바라보았다. 모두가 나아가는 모습을 그저 … 바라만 보았다. 자신이 주문을 외우지 않더라도 영웅은 다시 귀환했다. 일은 일단락되었고 모두의 얼굴엔 잠시간 기쁨이 담겼다. 호그와트를 드리우던 그림자가 사라지고 해임된 교수가 돌아왔다. 하지만 절망적이었다. 마법사 사회는 바뀐 것이 없었다. 알렉산더 워커는 그간의 책임으로 은퇴하였고 차기 총리로 유력한 후보는 …
여전히 무력감은 자신을 스쳤다. 발목 언저리는 이제 시리지 않고 그저 시원했다. 익숙한 무력감은 큰 감상을 주지 않았다. 모두가 웃으며 ‘계율부’나 ‘미네르바의 부엉이’ 할 것 없이 이야기를 꽃피우던 때. 검은 호수를 따라 걸었다. 이전, 사빌에게 알려준 적 있던 곳은 아름다웠던 풍경 대신 칠흑 같은 암흑만 자리하고 있었다. 지팡이를 들어 빛을 냈다. 루모스의 작은 빛에 의지해 걸어간 곳은 이전에 보았던 가을 들꽃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마치 지금의 호그와트 같았다. 지금은 이 작은 불빛에 꽃이 보일지도 모르지만 자신이 지팡이를 거두면 곧 다시 어두워져서 꽃은 흔적도 보이지 않을 터. 씁쓸한 미소가 얼굴에 피었다. 신념으로 선택한 것이지만, 그런데도 자신의 선택이 그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했음이 통탄스러웠다. 사회는 바뀌지 않았다. 그렇다면 피해를 줄이기 위해 자신은 … 학교의 악명이 널리 퍼지길 기대했다. 신입생이 줄어들어 이윽고 폐교하길 바랐다. 당장 졸업을 앞둔 시점에서, 발칙하게도 예비 졸업생은 그리 생각하고 마는 것이다.
고작, 그 신념이 무엇이라고.
고작, 그 이타가 무엇이라고.
고작, 그 믿음이 무엇이라고.
바닥에 주저앉아 무릎을 끌어안고 있으면 소란이 일어났던 것이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귀에는 바람이 풀을 스치는 소리만 들렸다. 이따금 벌레나 부엉이가 우는 소리, 흐르는 호수의 물소리. 익숙하지만 결코 이전에 들었던 소리가 아닌 ‘오늘’의 소리. 아크는, 자신은 … 처음으로 내일이 오지 않기를 바랐다. 하지만 상반되게도 내일이 오길 바랐다. 오늘 하루로 무너질 신념이 아니었다. 자신은 여전히 사람을 돕고 싶었고 … 사람이 사람으로 살 수 있길 바랐다. 자신은 내일이 오길 두려워할지언정, 타인이 ‘내일’을 바랄 수 있기를. 이 캄캄한 밤에도 누군가는 등불이 되어주기를 바랐다. 그리고 자신의 욕심이 오만이나 만용이 아니라면 … 기꺼이 해내고 싶었다. 영원할 것 같았던 밤은 오늘이 마지막이었다. 전진하지 못하고, 굳건해질 수 없으며 멈춘 채의 자신은 새로 선택해야만 했다. 이후의 길을….
point .
line —
plane □
ark ?
- 카테고리
- #기타
해당 포스트는 댓글이 허용되어 있지 않아요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