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 전

HISTORY

역사

리프 역사

1년. 창조의 날.

15년. 루메네의 건국.

21년. 발론드의 건국.

28년. 돌로리아스의 건국.

100년. 보르의 도서관 완공.

150년. 루메네의 발론드 공격. 루메네의 승리.

200년. 돌로리아스의 모탈리티 산맥 공격. 돌로리아스의 승리.

225년. 돌로리아스의 보르의 도서관 침략. 보르의 후퇴.

250년. 루메네의 일부 영원의 숲 정복.

돌로리아스의 발론드 공격. 발론드의 승리.

260년. 영원의 숲에서 루메네의 군대와 국민이 철수.

300년. 모탈리티 산맥의 돌로리아스 습격. 성공. 영토 회복.

450년. 이변 시작.

돌로리아스의 산맥 공격 ~465년. 빛의 씨앗 쟁탈전. 무승부.

460년. 루메네의 발론드 공격. ~470년. 빛의 씨앗 쟁탈전. 발론드의 영토 회복.

479년. 마물 침공.

480년. 엘리안 파괴.

500년. 지휘관 케룸, 테라, 카일룸 출현.

루모스의 폭주.

발론드의 전염병.

600년. 돌로리아스의 끝없는 전쟁.

보르의 도서관 전소.

엘리안의 복구.

750년. 모탈리티 산맥의 검은 변색.

950년. 영원의 숲의 흰 변색.

990년. 연합군 '리프' 결성.

아래의 상세 설명은 참고 사항입니다. 반드시 읽지 않으셔도 지장이 없습니다.

1년. 창조의 날.

여신 세레스가 이 땅에 첫 숨을 불어넣으신 날. 수호목 세계수를 심으신 자리에 주신 오딘과 함께 대신전 '리프트라시르'를 세우셨다고 전해진다. 사람은 대륙과 바다 곳곳에서 세 부류로 나뉘어 탄생했다. 태초에 만들어진 빛의 세계가 안정화되는 데에는 시간이 걸렸다.

15년. 왕국 루메네의 건국.

추운 곳에 모여살던 사람들은 그중 제일 전투력이 출중한 인간을 뽑아다 왕으로 추대한다. 건국왕은 빛의 씨앗 루모스를 중심으로 성을 지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루메네로 몰려들었다. 겨우 절반만이 기상 조건을 버티고 정착했다. 큰 문제는 아닌 듯 보였다. 소수정예의 부족들이 모여 각각의 부족장이 같은 권력을 나누어 가졌다.

21년. 신정국가 발론드의 건국.

루메네에서 내려온 사람들과 온화한 기온이 합쳐지자 나라를 세울 만큼의 인구가 모였다. 초기의 발론드를 통치하던 이는 엘프였으며, 그는 주신 오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믿지 않는 사람이 태반이었지만 일식과 월식의 주기를 맞춘다거나, 천재지변을 예언하는 모습에 불신의 벽은 허물어졌다.

28년. 돌로리아스의 건국.

돌로리아스는 이때 제국이라 칭할 만큼의 영토를 소유하고 있지 않았다. 대륙 프레이에서 제일 온난하고 사람이 살기 좋은 위치가 우연찮게 그곳이었다는 점과, 당시에는 이름이 없던 빛의 씨앗 덕분에 농사짓기 적합한 땅이었다는 점을 제외하면 별 볼일이 없는 작은 나라였다. 그러나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찾아다니던 때에는 돌로리아스 왕국만한 장소가 없었다.

100년. 보르의 도서관 완공.

사람들이 자리를 잡아갈 무렵, 지식 역시 머무를 곳을 찾았다. 학문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알음알음 접선 장소를 산맥 위쪽 마을 중앙으로 정한다. 그곳의 빛의 씨앗은 짐승의 습격으로부터 안전했고, 정령의 도움 역시 빠르게 이루어졌다. 새로운 학문 '과학'을 연구하기에도 좋게끔 신비한 현상들을 많이 보여주곤 했다. 사람들은 이 지역을 보르라고 불렀다. 작은 여관으로부터 시작한 도서관은 차츰 규모를 확대해 본격적인 도서관의 형태를 갖췄다.

150년. 루메네의 발론드 공격. 제 1차 사냥개 대전.

유지되는 듯하던 평화는 150년에 깨진다. 루메네는 자원이 필요했고, 눈치를 보며 탐내온 중립지역 너머 발론드의 기름진 땅을 원했다. 요컨대 먹고 살기가 힘들었다. 루메네의 봄은 겨울과 다를 바 없었다. 눈이 조금 녹은 여름에 씨를 심으면 가을에 전부 작물이 얼어죽는 식이었다. 이른 가을에나마 수확을 시작하는 수밖에 없었는데, 양이 턱없이 모자랄 뿐더러 농사의 과정도 석연치 않았다. 왕은 침략을 명령한다. 무력으로는 그들을 이길 자가 없다고 생각한 셈이었다. 정예부대가 150년 2월 22일 새벽, 발론드의 북쪽 군사기지를 기습했다. 제대로 대응조차 해보지 못한 발론드는 2년 뒤, 북쪽 영토를 내어주는 조건으로 깨끗이 항복했다.

200년. 돌로리아스의 모탈리티 산맥 공격. 진홍빛 도약.

당시 왕국이던 돌로리아스 또한 영토를 탐냈다. 모탈리티 산맥은 다수의 엘프와 소수의 인간, 인어들이 머무르던 장소였다. 그 누구도 그들에게 그곳이 국토의 일부임을 알려주지 않았다. 당연하게도 산맥은 보르의 도서관으로 향하는 길목을 막고 있었다. 돌로리아스는 보다 넓은 땅과 많은 국민이 필요했다. 산맥에는 자원이 많으므로 불을 지르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어쩔 도리 없이 전쟁을 선택했다고 세간에는 알려져 있으나, 산맥의 입장이 다를 것임은 분명했다. 돌로리아스는 군대를 이끌고 산맥을 선공했다. 산맥에 살던 사람들은 하루만에 대열을 정비해 맞섰지만 사람 수 자체가 모자랐다. 전쟁은 1년을 채우지 못했다. 산맥의 자원과 국민, 땅을 왕국의 소유로 인정한다는 항복을 받아낸 뒤, 돌로리아스는 물러났다. 그리고 왕은 스스로를 칭제하여 제국 돌로리아스를 선포했다.

225년. 돌로리아스의 보르의 도서관 침략.

제국의 욕심은 끝없이 이어졌다. 산맥을 점령한 뒤로는 산맥 위를 넘보기 시작했다. 어쩌면 목적지가 처음부터 그곳이었을지도 몰랐다. 무서운 기세로 병력을 이끌고 지도자라 할 인물도 없는 보르의 도서관을 포위하자마자, 그 안에서 책을 읽고 있던 학자들은 낌새를 눈치채고 하나둘 밖으로 나왔다. 이제 어떻게 되는 것이오. 도서관을 허물 생각이오? 장군이 대답했다. 제국령에 편입될 뿐 도서관은 무사할 것이오. 사실상 장군은 미리 들은 내용이 없음에도 황제가 그럴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제국은 학자와 장군의 믿음에 응답하듯 도서관을 허물지 않았다. 다만 거부감을 지닌 사람들은 티이아의 영역 바깥으로 후퇴해 제국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는데, 제국군은 그들까지 쫓아 국민으로 삼으려 들지 않았다.

250년. 루메네의 일부 영원의 숲 정복, 돌로리아스의 발론드 공격.

발론드의 일부를 제 것으로 삼게 된 루메네는 군사력을 길렀다. 호시탐탐 노리던 중립지역의 평야 역시 루메네의 영토가 된 덕분이기도 했다. 250년간 그 누구도 발을 붙이고 살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땅. 에이르가 루메네의 다음 목표였다. 에이르는 인간과 엘프, 인어가 만들어졌을 아주 처음부터 사람이 살지 않았다. 그곳으로 보낸 사람들 역시 돌아오지 않았는데, 마을을 꾸렸다거나 나라를 세웠다는 이야기는 들을 수 없었다. 루메네는 병력을 차출하여 에이르의 영원의 숲으로 보낸다. 필요하다면 불을 지르겠다는 각오였으니, 사람이 없는 숲이 저항할 방법은 없었다. 그렇게 영원의 숲 일부마저 루메네의 손에 들어오는 듯 보였지만, 대륙 에이르에서 루메네로 마지막 한 사람이 넘어오기까지 꼬박 10년이 걸렸다. 많은 소문이 돈다. 숲은 사람을 미치게 한다든가, 사람을 잡아먹는 거대한 괴물이 살고 있다든가... 진위여부는 그들만 알지만, 그들은 약속한 것처럼 비밀을 지켰다. 또는 말하고 싶었어도 말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추측만 떠돌았다.

같은 해 8월, 돌로리아스는 산맥과 도서관까지 영토를 확장해 프레이의 전부를 가졌음에도 바다 건너 발론드를 노린다. 대군을 이끌었고, 엘리바가르를 건너왔기에 익사하는 이는 없었다. 병력 손실이 전혀 없었으나 지리상으로 발론드가 유리했다. 불청객과 이백 몇십년을 지켜온 나라의 싸움이었으니 당연한 결과였을지 몰랐다. 발론드는 루메네의 선공에 대비하여 국방을 철저히 강화한 상태였다. 전력으로 부딪쳤지만 바다를 건너느라 기운이 빠진 군대는 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하루가 다르게 번영해가는 제국의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군사력이었다. 발론드는 이 전쟁에서 승리했다. 그리고 승리를 기리고자 기사단을 뽑아 '황금의 영속' 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루메네의 부족장과 부딪친다 해도 물러서지 않을 십수 명의 정예 기사와 휘하의 일반 기사들. 돌로리아스 제국군은 라와르에서 철수했다. 전쟁 대신 교역을 제안했지만 그들 모두 알았다. 잠깐 손을 잡는 상대가 훗날 등에 칼을 꽂을 수 있음을.

300년. 모탈리티 산맥의 돌로리아스 습격. 불멸의 나날.

기회를 엿보던 무리가 있었다. 제국은 문화를 존중했으나 상납금을 요구했다. 내지 못하면 비도덕적이고 나쁜 일이 벌어졌다. 더는 참을 수 없다고 여긴 엘프 몇과 인간 몇이 머리를 맞댔다. 다해서 열 명을 넘지 않는 인원이었으나 저항의 의지가 거기 있었다. 싸우고자 하는 이들이 비밀스럽게 모였다. 그들은 주둔하던 제국군을 습격해 산맥 바깥으로 몰아냈다. 그리고 목소리를 합쳤다. 더는 두고 볼 수 없다. 우리는 산맥의 사람으로서 필멸하기 위해 태어났으나, 이 전쟁에서만큼은 불멸하리라. 시기가 제법 괜찮았던 셈이었다. 돌로리아스는 후대 문제로 황성 내부가 복잡했으며, 한풀 꺾인 영토 확장 욕심보다는 제 몫을 챙기기에 바쁜 시점이었다. 군대가 산맥을 향해 출정했으나 성과는 미미했다. 진홍빛 도약으로 불리던 영토 확장의 사건이 그러했듯이 이번 전쟁도 1년을 채우지 못했다. 저항 세력을 꺾으려는 힘은 강했지만 산맥의 모든 사람을 죽일 수는 없는 일이었다. 산맥은 마침내 제국으로부터 독립했다. 보르의 도서관까지 제국의 힘이 잘 닿지 않으니, 도서관 측의 자립 역시 당연한 순서였다.

450년. 이변 시작. 돌로리아스의 산맥 공격.

그리고 이변이 시작되었다. 기이한 사건. 하루 이틀이면 잠잠해질 줄 알았던 것은 먼지처럼 쌓여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스스로의 존재를 과시했다.

각국의 지도자들은 빛의 씨앗의 신비함과 능력을 알았다. 그것이 하나 더 있다면. 우리 나라에 하나만 더 있다면 어떨까. 의문은 욕심이 되고 욕심은 피바람을 불고 왔다. 그만 하시오. 공공의 적이라도 생겨야 전쟁을 멈출 생각이오? 아무도 그 노여운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았다. 아무도...

돌로리아스는 다시금 산맥을 공격한다. 영토를 회복하겠다는 것은 두 번째 목적이었다. 첫 번째 목적은 당연하게도 빛의 씨앗. 그곳에서 '모르스'라고 부르는 두 번째 '안나'의 확보였다. 산맥 역시 얌전하게 씨앗을 내줄 리가 없었다. 그들은 한 번 해낸 전적이 있었다. 제국의 심장이라고 해서 차지하지 못할 이유가 없어 보였다. 서로가 서로를 공격하고, 찌르고, 베었다. 전쟁 도중 이변이 발생하면 함께 몸을 피하다가도 한쪽이 다른 한쪽을 배신하곤 했다. 바야흐로 불신의 시대였다. 제국의 황제와 산맥의 우두머리는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지금 물러나면 민심은 고사하고 지켜온 것들까지 잃을지 몰랐다. 그들은 이미 많은 전투를 치렀다. 그렇게 15년을 싸웠다. 수행한 작전에 수많은 이름이 붙었다. 유언도 남기지 못한 전우의 장례를 각자 치르면서, 전쟁은 휴전되었다.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어느 쪽도 아무것도. 빛의 씨앗은 제자리에서 침묵을 지켰다.

460년. 루메네의 발론드 공격. 제 2차 사냥개 대전.

루메네와 발론드는 원활한 교역 관계를 이어갔다. 필요에 따라서는 돌로리아스의 침략에 맞서 연합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평화를 깬 것은 루메네였다. 그곳은 여전히 다른 지역보다 살기 버거웠다. 아니, 충분했으나 그들의 욕심이 버거웠다. 갓 태어난 아이에게 땅이 조금 더 살갑게 따스하기를 바랐고 무기를 쥐지 않고도 입에 음식을 넣고 싶었다. 답은 하나인 듯했다. 두 번째 '루모스'. 빛의 씨앗. 하나만 더 있다면 이변으로부터 안전할 것이고 토지도 비옥해질 것이라고 부족장들이 입을 모아 왕을 부추겼다. 루메네는 다시 한 번 발론드를 침략했다. 발론드의 국력이 예전처럼 약하지 않았음을 알아도 그들은 그러했을 것이었다. 발론드 또한 물러설 마음이 없었다. 루메네의 국토를 탐해봤자 득보다 실이 많은 듯했다. 두 번째 '바르문트'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발론드는 한때 중립지역이었던, 루메네의 것이었던 땅을 노렸다. 거기에 두 번째 빛의 씨앗을 심는 그림을 그렸다. 발론드는 이백년 전 창설했던 '황금의 영속' 기사단이 현재까지 전설을 이어주기를 바라며 그들을 출전시켰다. 발론드가 모시는 주신 오딘은 그 전쟁에 개입하지 않았으나, 그들은 발론드의 영토 회복을 주신 오딘의 뜻이고 힘이라고 말했다. 빛의 씨앗은 그 누구의 품에도 들어가지 않았으나 적어도 발론드는 중립지역을 그들의 땅으로 만들었다.

479년. 마물의 침공.

그러니 '그것'의 첫 등장을 아무도 몰랐다. 이 세계가 얼마나 망가질지도, 제일 큰 문제가 무엇이 될지도 사람들은 알지 못했다. 다음 전쟁은 언제가 될지를 눈치만 보았을 뿐이었다. 마물이라 이름 붙은 그것은 일상과 평화를 빠르게 찢어발겼다.

480년. 엘리안의 파괴.

첫 번째 목적지는 엘리바가르였다. 신성한 해역은 감히 누구 하나 침범하려는 이가 없었고, 해상전은 당연히 배 위에 오른 이들이 불리했으며 수중전이 가능한 대부분의 인어는 엘리바가르를 침략하는 일 자체를 껄끄럽게 여겼다. 크고 작은 전쟁에서 바다는 중립을 지켰다. 빛의 씨앗 '엘리안'을 바다 깊은 곳에 감춰두고 그들만의 성역을 이루면서 살았다. 마물은 제일 먼저 바다로 뛰어들어 엘리안을 찾아냈다. 그리고 그것을 본래 있던 자리에서 뽑아내 뭍으로 가져갔다. 인어들의 거센 반발이 있었다. 하지만 싸워보지 못한 이들은 싸우는 법을 몰랐다. 수가 인어 쪽이 훨씬 많았음에도 두려움과 공포를 모르는 마물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마물들은 엘리안을 뭍으로 꺼냈다. 루메네와 발론드 사이 중립지역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깨뜨렸다. 아무리 세게 부딪치고 도구를 써도 흠집조차 나지 않던 것이 산산조각났다. 마물들은 그것을 땅속에 묻었다. 검게 물든 토양이 흩어지는 빛을 게걸스럽게 집어삼켰다. 정령들이 비명을 질렀다. 마물들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힘을 잃은 바다에 뛰어들었다. 정령이 응답하지 않으니 물리적인 싸움뿐이었다. 엘리바가르는 평화를 지켜온 시간이 무색하게 단숨에 함락되었다.

500년. 지휘관 케룸, 테라, 카일룸 출현. 루모스의 폭주. 발론드의 전염병.

20년을 싸워왔다. 죽였다고 생각했으나 머리를 분리해놓지 않으면 죽지 않는 마물을 상대로 사랑하는 가족, 친구, 사람들을 지켜내는 일은 힘들었다. 그날은 이상하게도 사람의 군대와 자경단이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던 날이었다. 이대로만 가면 될 것 같았다. 마물은 왔던 곳으로 돌아가고, 남은 사람들은 서로를 껴안고 안도의 눈물을 흘리며 여생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 하늘에서 빛이 사라졌다.

정령의 힘을 빌려 빛을 켜 보려 해도 소용없었다. 잠시간의 암흑, 그리고 끔찍한 비명이 귀를 찢었다. 말의 울음소리 같기도, 죽을 때 마물이 지르는 단말마 같기도 했다. 무엇도 볼 수 없고 보이지 않는 암흑 속에서 사람들은 아우성쳤다. 점점 목소리가 줄어들었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게 된 사람들은 곧장 목이 달아났다. 실낱같은 빛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달리는 발굽 소리, 피가 튀는 소리, 날붙이가 떨어지는 소리. 오로지 소리뿐이었다. 공포감은 몇 곱절이 되었다. 주신 오딘은 그 순간 나타났다.

빛이 그들을 비추었다. 눈에 들어온 광경은 참혹한 전장이었다. 피범벅이 되어 발밑이 미끄러웠다. 말의 몇 배는 될 것 같은 괴물을 타고 있는 자가 셋이나 되었다. 겁에 질린 눈으로 그들의 얼굴조차 보지 못하던 사람들은 신의 군대 앞에서 희망을 얻었다. 늑대 무리가 마물의 모가지를 물어뜯었다. 까마귀가 마물의 눈을 부리로 쪼았다. 주신께서 오셨다... 신이 오셨다... 얼떨결에 중얼거린 말은 외침이 되어 사람들의 사기를 돋웠다. 꺼지지 않을 듯한 빛 앞에서 거대한 몸집의 셋은 물러섰다. 그러나.

루모스가 폭주했다. 신께서 오시지 말았어야 했던 걸까?

발론드에 전염병이 돌기 시작했다. 어쩌면 신께서 오지 않으셨다면 견딜 수 있는 고통만을 내려주셨을지도.

600년. 돌로리아스의 끝없는 전쟁. 보르의 도서관 전소. 엘리안의 복구.

돌로리아스는 제국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끝없이 마물과 맞서기 위한 부대를, 혹은 빛의 씨앗을 쟁탈하기 위해 군대를 보냈다.

보르의 도서관은 화마에 휩싸여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빛이 있다면, 엘리안의 복구였다.

어둠의 땅, 오염된 땅... 그곳에서 사람들은 엘리안의 마지막 조각을 찾아냈다. 있는 힘껏 정령을 불러 결합을 도와달라 애걸했다. 많은 사람들이 엘리안에게 소원을 빌었다. 마물을 무찔러달라고. 힘으로 모든 것을 이겨내달라고. 엘리안 조각들은 흐린 빛을 내다가 마침내 붙었다. 사람들은 엘리안에게 신성함과 강력함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저 마물의 눈이 닿지 않는 선에서 감춰두기를 원했다. 엘리안은 힘을 회복하고 있다. 지금까지도. 사람들의 간절한 바람에 응답할 날이 오기를 원하는 듯이.

750년. 모탈리티 산맥의 검은 변색.

기대가 무색하게도 산맥은 병이 들어 검게 변했다.

950년. 영원의 숲의 흰 변색.

사람의 발길을 허용하지 않는 숲마저도 이제는 하얗게 변했다.

990년. 연합군 '리프' 결성.

그러니 이제 세계의 마지막 희망은 당신뿐.

나아가라. 우리는 아직 꺾이지 않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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