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미션, 연성교환

241110

3000자

백업 by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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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과자네요? 음, 두 개 주세요.”

“고마워용! 그나저나, 요새 연인과 함께 막대과자 게임도 유행이던데. P 씨도 한 번 해 봐용.”

그럼! 말을 마친 테리가 느긋한 발걸음을 옮겼다. P가 손에 쥔 막대과자를 들여다보았다. 아기자기한 곤충 캐릭터가 그려져있는 것이 누가봐도 테리가 손수 포장한 듯했다. 손재주가 좋으시네? 새삼 그런 생각을 하던 P가 테리의 말을 떠올렸다. 막대과자 게임? 하긴, 그런 게 있긴 했지. 잊고 있었는데……. 원래대로라면 그저 선물이라며 주고 끝냈을 텐데, 한 번 떠올린 이상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법이다. P가 둥근 미소를 지었다. 슬슬 S 님께 가볼까 하며.

“S 님, 과자 드세요!”

“아, 고맙소. ……나는 오늘 줄 게 없는데…….”

S가 말꼬리를 흐렸다. 역시나 S는 단련에 집중하기라면 집중했지 기념일 같은 것엔 영 어두웠다. 특히 연인들의 무언가라면 더더욱. 초콜릿이나 사탕을 주는 날은 워낙 유명했기에 조무래기들의 도움으로 챙겨줄 수 있었으나 서로 막대과자를 주는 날이라니 S에게는 난이도 있던 터다. 그렇지만 P가 그런 것 갖고 서운해할까. 오히려 예상했다는 듯 괜찮다며 과자를 건넬 뿐이었다. 다만 이번에는 요구사항이 붙었다. 이때다 싶던 것도 있다.

“조금 서운하긴 한데~ 그럼 저랑 그거 해주세요.”

“뭐를 말이오?”

“막대과자 게임이요!”

막대과자 게임? S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하기야 막대과자를 선물하는 날도 잘 몰랐던 사람이 막대과자 게임을 알 리가 있나. 그런 S의 모습에 P가 작게 큭큭 소리를 냈다. 다만 이가단 조무래기들은 이 게임을 알기라도 하는 건지, 칼날바나나를 들고 찾아온 이가단 한 명이 S의 허락을 듣곤 문을 열고 들어오던 도중 P가 들고 있는 막대과자를 보자마자 황급히 발걸음을 돌려 도망치듯 나갔다. 제법 수상한 조무래기의 반응에 S가 P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막대과자 게임에 뭔가 있소? S의 말에 P가 어깨를 작게 으쓱였다. 별 거 아니에요! 그냥 최대한 작은 길이로 남기면 되는 거죠. P가 막대과자 하나를 꺼내 입에 물었다. 장난스레 까딱이며 S의 무릎 위에 앉는다.

문 틈으로 지켜보던 조무래기들은 덤이다. 내기 하자. 3cm 미만으로 남길 수 있다, 없다. 난 있다에 칼날바나나 다섯 개. 난 없다에 20루피.

오독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S는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 줄은 모르겠다만 단순히 ‘P가 원하기 때문에’ 게임에 참여하고 있었다. 물론 분위기를 무시할 수는 없었던 터라, 고개가 가까워질수록 점점 심장 소리는 커져만 가고 있었다. 이건 P 또한 마찬가지였어서, 분명 시작할 땐 싱글벙글 웃으며 게임을 진행했던 P 또한 점점 행동 하나하나가 소극적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두 사람의 고개가 가까워지는 속도가 점점 느려졌고, 키득대며 웃는 소리 또한 점점 작아진다. P는 분명 S가 도중에 포기하리라 믿었다. 포기라고 하기엔 좀 뭐하지만, 먼저 고개를 떼는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했으며 그렇게 믿었고, P는 S에 대해서 틀릴 때가 많이 없었다고 봐도 될 정도로 그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다만 이번엔 오산이었나 보다. P는 속도를 줄였지만 S의 속도는 일정했다. 때문에 오히려 P가 당황하고 있었다. 응? 어? 뭐지? 뭐 이런 생각이라도 하는 표정이었다. 그런 P를 보던 S가 잠시동안 가만히 있다가, 왜인지 속도를 높였다. 당황하여 고개를 뒤로 물리던 P의 어깨를 손으로 살짝 잡은 것은 덤이다. P가 눈을 질끈 감았다. 기세등등하던 아까와는 완전히 다르게.

상황을 지켜보던 조무래기들 중 한 명이 다른 조무래기에게 조용히 20루피를 건넸다.

뭐였지? 방금. 상황판단을 끝낸 P가 제법 놀란 표정으로 S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S는 그런 P를 마주보다가, 가면을 고쳐쓰곤 괜시리 고개를 돌려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P는 의문이 많았고, 그 의문들은 곧 표정 하나하나로 떠오르고 있었으나 별다른 말은 꺼내지 않고 있었다. 한참의 침묵이 오고가자 어색한 공기를 먼저 깬 것은 S였다.

“……왜 그러시오?”

“아, 아니, 그냥…….”

……예상을 못 했어서요. P가 웅얼거리는 답을 냈다. 당연히 S 님이 먼저 고개를 떼실 줄 알고 놀리려고 했는데, 오히려 놀려진 건 제 쪽 같아요. 진짜 뭐지? 원래 이렇게 대범하셨어요? 아니, 대범하긴 하지. 그러니까 제 말은, 원래 이렇게 여…… 연애 쪽으로 대범하셨나요?! 속사포로 말을 내뱉던 P의 얼굴에 점점 열이 오르고 있었다. 물론 다시 가면을 쓴 S 또한 예외는 아녔다. 오히려 이쪽은 목까지 뜨거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더하여 S는 P의 반응을 보며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었다. P의 반응이 제법 볼만했다. 이런 느낌에 매일같이 나를 놀리려 드는 거였나 싶다. 하여튼간에, S가 입을 열었다. 조금은 머뭇거리던 목소리로.

“……입에 문 직후에 이 게임의 의도를 알 수 있었소. P 공은 결국 입을 맞추려던 게 아녔소?”

“이 게임의 의도가 그렇긴 한……데요.”

“역시.”

“그게 왜요?”

“……어차피 입을 맞추고 싶던 거라면, 지난번에 싫지 않았다고 했으니…… 기회를 틈타 해봤소.”

“…….”

P가 입을 벌린 채 제법 충격이라는 듯한 표정으로 S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피, P 공. 말을 하시오. P 공.

그러니까, 이 둘의 삐꺽대는 대화가 오고가기 직전. S는 점점 속도를 올렸다. P는 잡힌 어깨 덕에 더이상 피하지도 못했고 그저 눈을 질끈 감은 채였다. 두 사람의 입이 맞닿기 바로 직전의 거리에서 S는 그런 P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짧게 남은 과자를 입에 넣는 동시에 P에게 입을 맞추었다. 직후 P가 눈을 크게 떴지만, 다시금 나른하게 감은 것은 덤이다. 짧은 키스가 이어지고 나서야 둘은 고개를 뗐다. S의 생각은 이랬다. 지난번 첫키스는 P가 먼저 시작한 일이었다. 그러니 이번에는 적당한 구실도 있겠다, 제가 먼저 시작해야 나름의 형평성이 맞지 않나. 핑계라면 핑계겠지만. S는 지난번 일을 똑똑히 기억했다. P는 싫지 않다고 했으며 오히려 좋았다는 말을 했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괜찮지 않을까? 한 번 더 해서 한 번 더 좋아해 준다면, 더이상의 후회나 죄책감이 없어지지 않을까?

역시나 P는 좋아했다. 되려 제법 수줍어하고 있었다. 그러니 그것은 곧 P에게 확인받는 것이 되었다. S는 안심할 수 있었다. P가 저를 좋아하고, 저 또한 P를 좋아한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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