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한 거짓말
월드 트리거. No effect
쿠가가 말했다.
“오사무. 시시한 거짓말을 하는구나.”
미쿠모 오사무는 사이드 이펙트를 발현하기엔 턱없이 적은 트리온을 보유했지만 그 순간만큼은, 정확히는 그 직전에 이르렀을 때만큼은 직후 쿠가가 자신에게 할 말을 미래라도 내다본 양 정확하게 예상할 수 있었다. 진 유이치가 가진 미래시 없이도 그 정도 ‘다음’은 또렷하게 예상할 수 있었다. 키쿠치하라 시로가 가진 강화 청각 없이도 쿠가의 말을 놓치지 않고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무라카미 코우가 가진 수면 강화 기억 없이도 이날에 알게 된 사실을 잊지 않을 것이다……. 이날에 알게 된 것은 다음과 같다. 표정은 평소와, 일전과 다름없이 무표정할지라도, 눈에 담긴 감정은 분명 실망일지라도, 실망만이 담기진 않았다는 것을. 지금 자신은 친구를 배신한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그라면 이해할 것을 미쿠모는 ‘믿고’ 있다. 친우에게 상처를 줄 것을 알면서도 입에 거짓말을 담은 자신을 포기하지 않을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실망할 것도 알고, 실망하기 이전의 저희로 돌아가지 못할 것을 알고, 말 그대로 시시한 거짓말이었으면 좋았겠으나 이 사안에 대한 거짓말은 그런 감정들, 실망들, 서운함, 그런 감정들을 이끌어낼 무게를 가지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미쿠모는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사과할 수밖에 없다.
“미안.”
“괜찮아.”
그건 거짓말에 관해 괜찮다는 건지,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그런 상황에서 그를 배제하려는 시도마저 괜찮다는 건지, 따르겠다는 건지, 무시하고 제가 알아서 하겠다는 건지. 미쿠모가 알 수 없는 것은 그런 것이다. 미쿠모에겐 진 유이치가 가진 미래시가 없어서 이 다음을 알 수 없고, 키쿠치하라 시로가 가진 강화 청각이 없어서 지금 쿠가가 어떤 심정, 감정으로 대답하는지 알 수 없고, 무라카미 코우가 가진 수면 강화 기억이 없어 후일에 이날을 돌이켜 알지 못했던 것을 알고 배우지 못했던 것을 아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럼에도, 쿠가 유마가 가진 거짓 간파가 없이도 이 하나만큼은 알 수 있었다. 무엇을 알 수 있었냐면, 그래서 무엇을 할 수 있었냐면.
“난 정말 괜찮아.”
말하며 늘 그랬듯 시원스러운 미소를 짓는 그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며 표정을 일그러뜨릴 수 있었다.
“시시한 거짓말이네.”
그 말에 쿠가도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게.”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