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그게 무슨 소리야?
월드 트리거. 오키 -> 미즈카미 -> 이코마
* 이어지는 이야기
“오키는 착각하고 있어요.”
미즈카미는 그것이 착각이라고 말한다.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는 죄책감 때문에 왜곡해서 해석하고 있죠, 많은 것을요.”
그는 예시를 하나 들고자 한다. 오키가 자신의 행동과 의도를 오해석한 사례를. 입을 여는 그의 표정은 결코 밝지 않다. 그러나 신경질적이지는 않고, 착잡한 것에 가깝다.
“먼저 저는 그 애를 비웃지 않았어요. 웃지 않은 건 아니에요. 그렇지만 허탈해서 웃은 거였어요. 저 역시 제가 잘못했다는 걸 알았으니까요, 오키가 빗겨 쏜 그 순간에.”
끝까지 멍텅구리로 남을 자신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그는 말한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이자에게, 그리고, 오키에게. 뒤늦게 자신이 저지른 짓이 무엇인지 알아 모든 것이 허탈해졌고 웃음이 나왔다. 특히 오키에게는 이를 어떻게 사과하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눈앞이 깜깜해졌는데, 문제는, 눈앞이 진짜로 깜깜해졌다는 점에 있었다. 거기서 그는 두 번째 사례를 끄집어낸다.
“그러니까 제가 일부러 깨어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오키의 억측이에요. 애초에 저는 ‘깨어있다고요’. 움직이지 못하고 있을 뿐, 듣고는 있어요. 전부 다요. 그러니까 저는.”
“부끄럽죠. 엄청. 미안하고요. 이것도 엄청이요. 얼굴을 붉힐 수가 없어 이러고 있을 뿐, 오키에게 당장 일어나 말하고 싶어요. 오키? 그건 또 무슨 헛소리야. 그럴 리가 없잖아. 왜 그런 이상한 오해를 하고 있는 거야? 사람 부끄럽게. 대충 그런 말을요.”
그가 고개를 든다. 그리곤 미간을 찌푸린다. ‘진짜예요. 진짜 일어나고 싶다고요. 왜 그런 질문을 하는 거예요?’ 툴툴거리다 자리에서 일어난다. 바지를 툭툭 털고 일어나, 다시금 숙였던 고개를 든다. 그리곤 미간을 찌푸린다. 그러니까…….
팔을 뻗는다. 그대로 그것의 얼굴을 붙잡는다.
“너 누군데 자꾸 이코 씨인 척하냐고.”
그대로 힘주어 밀어버려 바닥에 처박는다.
오키 부대는 스나이퍼인 오키, 어태커인 미나미사와, 오퍼레이터인 호소이로 이루어진 부대로, 그들의 원형에서 몇 남지 않은 부분으로 이루어진 부대이기도 했다. 만약 그들이 그들의 원형, 다시 말해 그들이 ‘온전’했을 때와 같이 랭크전 상위권에 도전하길 희망한다면, 그때와 비슷하게라도 인원 보충이 이뤄져야 그들이 가졌던 장점을 모사할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랭크전에 도전할 생각 따위 없는 오키는 가능한 한 인원 보충 없이 제 부대를 유지할 방법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랭크전에 참가할 계획부터 세우지 않았다. 그래야 언젠가…… 그가 깨어났을 때, 그에게 명령권을 반납하는 것에, 되돌아올 명령 체계에 혼란이 없을 것 아닌가. 이후의 결정은 그에게 맡기고 자신은 자신에게 맡겨진 직무를 수행하는 때로 돌아갈 수 있지 않겠는가. 많은 생각은 그의 머릿속을 필요 이상으로 번잡하게 했기에 오늘날 오키는 가능한 한 제 머릿속을 깔끔하게 정리해 두려 하고 있었다. 그때 걸려 온 전화였다. 오키. 호소이?
호소이에게 다시 한번 물었다.
“방금 그게 무슨 소리야?”
그에 아무것도 아니라고 둘러대지 않았다, 그는. ‘아무것도 아니야.’라고는.
「깨어났어.」
수화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오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야 할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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