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시 도장 필수입니다. (끝)

준수른 종합 세트

1화 링크:  

https://penxle.com/beckup/1552320555/

2화 떼이얏:

https://penxle.com/beckup/680445158/


*썰체에 가까움

*일단은 다들 성인인걸로

*이런저런 커플링 주의 (개적폐인걸 인지하고 있음)

*정말 죄송합니다

*아래 커플링들을 포함 하고 있습니다.

(탯준, 쫑준, 빵준, 샼쿨(개인파트는없음))


최종수, 공태성, 전영중.

3명, 정말로 3명이 남았었음. 하필이면 첫인상이 개판이였던 놈이거나 꾸준히 개판인 놈이거나 현인상이 개판인 놈이 남았지만, 그래도 3명이잖아. 쪽 3번이면 이 거지 같은 곳에서 나갈 수 있다고. 근데 이 새끼들은 나가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건지 누구를 봐도 심드렁한 분위기였음. 전영중은 마지막에 한다는 말을 지키려는 건지 앉아서 움직일 생각도 없어보였고, 최종수는 주찬양 사건 때 잠깐 깼나 싶더니 다시 자고 있고, 공태성은.. 뭔가 복잡한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고. 할말 있음 하던가, 언제 내 눈치를 봤다고.

"야, 공태성."

"...예?"

"입술 한 번 부딪히는 게 그리 어렵냐? 표정 꼬라지 하고는."

"허 참, 입술 박치기 그까이꺼 출석 도장 찍는 것처럼 쾅쾅 찍을 수 있거든요?"

그럼 찍고 얼른 꺼지던가 왜 그딴 표정으로 꿍시렁대고만 있는데. 아니.. 그게 딴기 아이고... 싸우기만 했었는데 갑자기 입술 부대끼라니 남사시러 그라는거죠, 준수햄. 원래 이런 곳에서는 그런 갭을 보는 맛이 있다고 들얶 우드득. 마 기상호!!! 아아아아악!!! 드래곤 슬리퍼!! 햄요 기법, 기브업!! 탭탭!! 진짜 죽어요!!! 너.. 진짜냐? 아닌데요? 아인데? 내가 와? 허허, 내가 왜요? 키스도 아이고 입술 한 번 부딪히는걸로?? 닳는 것도 아닌데! 그럼 네가 먼저 하고 꺼지던가. 성준수는 기상호를 구출시켜주고 자연스레 공태성의 멱살을 잡고 끌었음. 공태성은 웬일로 순순히 끌려가면서 그래, 공태성! 눈 한 번 감고 부딪히면 끝난다! 생각하며 성준수를 벽으로 몰았음. 물론 그랬음 이 시리즈가 3화까지 나올 일도 없었겠지만!

♩ ♪ 빰↗ 빠↗ 바↗ ㅂ브아암→ → → → !!!!!!

마치 그런 공태성을 위해 준비했단 듯이, 문 쪽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음. 다들 놀래서 뭐야? 하면서 바라보고 있었는데 기상호만 뭔가를 잠시 생각하더니 퍼뜩 설마! 하며 널부러져 있던 조건표를 다시 주워서 깊이 살펴봄.

..아무래도 클난 것 같아요, 햄들.. 왜, 뭔데? 조건이 하나 더 있었어요. 뭐 시바? 무슨 조건인데? 너무 작아서 병찬햄이 못 봤었나봐요. 아니면.. 보고도 못본척 했거나. 간접키스 핑계 대면서 일찍 나가는 게 좋다고 말한 게 이것 때문이였나...? 친절한 것 같은 인상이면서 은근 악랄한 면이 있다니까, 그 햄은.. 퍼뜩 조건이나 말해라, 빙시야. 그래서 뭐가 바뀐 건데?

뽀뽀말고 키스하라는데요..

..뭐? 와하.. 진짜야? 뭐, 뭐라꼬?!?! 시끄러워......

정확하게는, 방 안에 3명만 남게 될시 조건이 성준수한테 벽쿵하면서 자신이 만족하는 키스를 해야 문이 열리는 방으로 변경 된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음. 많은 인원으로 인해 간단한 조건인가 싶었는데, 인원이 줄어드니 스케일이 커지는 유형인줄은 꿈에도 몰랐네. 1화의 자신이 제대로 떡밥을 던진 셈이였다. 하.. ㅅㅂ.. 개같네. 죄, 죄송합니다. 니 말고 등신아! 가, 감사합니다. 야, 기상호. 그럼 너도 다시 해야되냐? 나갈 수 있어? 아 저는- 헉.

:0c

...이 새끼 표정 왜 이래?

기상호는 문이 열려 있는걸로 보이니, 여전히 나갈 수 있었음. 그런데도 이렇게 얼빠진 얼굴이 된 건, 딜레마에 빠졌기 때문임. 이대로 정확한 조건을 말 안하고 숨기게 되면, 그러니까 내가 나갈 수 없게 됐다고 거짓말을 치게 되면, 준수햄이랑 키스까지 할 수 있는 건가? 내가 여기서 제일 박식하니까 순순히 믿어줄지도?? 그래놓고 구라깐거 들키면 진짜 죽을지도 모르긴 하는데.. 그래도 가장 잘생겼다고 생각하는 얼굴이랑 키스할 수 있는 기회가 또 언제 있겠는가?? 기상호는 성준수한테 뽀뽀 2번에 키스까지 한, 그야말로 스핑크스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럴 때 쓰이는 건 아니지만, 유레카!

"..."

하지만 어림없지! 성준수는 멍청한 얼굴의 기상호한테서 무언가를 눈치채고 조건표를 원온원으로 뺐어냄. 멍 때리면서 디펜스는 웰케 잘해 이 새끼; 아무리 생각 중이라 했어도 준수햄한테 공을 뺐기다니...ㅠㅜ 뒤진다. 딱콩. 악! ..3명? 그럼 왜 아까 주찬양이 나갔을 때 바로 안 울린 건데? 어으.. 그건 아마 제가 있어서가 아닐까 싶긴한데요. 보통 조건 충족하면 바로 밖으로 나가는데 나는 여서 죽치고 있었으니깐.. 시스템도 예상 못하고 눈치 보다가 울린 게 아닐까.. 하고요? 그러니까 빨리 했었으면, 속이고 뽀뽀만으로도 나갈 수 있었다? 그럴.. 수도 있죠. 성준수는 이마를 짚었음. 하루를 뽀뽀로 날렸다면 다행이지, 이젠 키스까지 하란다. 그것도 저 새끼들이랑. 시바.. 두통 오네. 야, 기상호. 넵?! 이제 안 봐도 되니까, 나가. 그래도 돼요? 여기 있어봤자 너나 나나 좋을 게 뭐가 있는데. 아니죠, 이런 곳은 또 마지막에 무슨 뇌절을 할지 모른다구요, 햄. 그리고 솔직히 저는.. 궁금하기도 하고.. 봐도 상관 없어서. 허, 변태 새끼가 여기 또 있었네. 이규랑 친하게 지내라. 예? 무슨 뜻이예요, 햄? 끼리끼리 놀라고, 상성 좋아보이는데. 그 햄은 저랑 장르가 달라서 쫌.. 아니, 어쨌든. 생각보다 덤덤하시네요? 왜, 키스하란 말에 얼굴이라도 붉힐줄 알았어? 아무래도 이런 곳은 그런 클리셰를 잘 따라가는 것 같길래 혹시나 싶었죠. 알고싶지 않았으니까 가뜩이나 머리 아픈데 더 오게 하지마라..

기상호는 전영중을 살짝 흘려봤음. 진짜 마지막에 하실라나보네. 그럼 저는 태성햄이랑 같이 나갈게요. 뭔가 제 도움이 필요하실 것 같은데. 쟤가? 아뇨, 준수햄이요. 뭐, 내가? 얼른 나가고 싶으시잖아요? 상대방이 만족하는 키스를 해야하니 그런 취향이 아닌 이상 준수햄이 억지로 먼저 해봤자 소용 없을테고. 지금 자고 계신 종수햄이랑 키스 소리 듣자마자 진짜로 굳으신 태성햄, 제가 발딱 일어나게 만들 수 있-... 을지도 몰라요. 그럴지도 모르는 건 뭔데. 태성햄은 그럴 수 있는데, 종수햄은 지금도 먹히는지 잘 몰라갖고.. 뭐길래 그러는데. 그럼 잠깐 귀 좀.. 하면서 기상호는 구태여, 자고 있는 최종수가 들을리도 없는데 성준수 귓가에 맨 처음 자신의 입술이 닿았을 볼 쪽으로 가까이 붙었음. 성준수도 그냥 가까이 붙어줬음. 키스도 못 하는데 이정도 보상은 당연하다. 종수햄한테도 내 계략이 잘 먹혀들면, 이걸 빌미로 준수햄한테 밥 한 번 사달라 해야지.

12. 쫑준

그렇게 비법(?)을 전수 받고, 태성햄은 제가 어떻게 설득해 보고 있을테니 종수햄부터 부추겨보란 기상호의 말에 성준수는 그 비법에 의아해 하면서 자고 있는 최종수 옆으로 갔음. 누가 오는 것도 신경 쓰지 않는지, 아니면 그럴 수도 없을만큼 어제 잠이라도 못잔 건지. 최종수는 그저 자신의 팔을 배게 삼아 옆으로 누워, 차가운 맨바닥에서 세상 모르고 잘도 자고 있었음. 근데.. 이런걸로 벌떡 일어난다고? 그런 표정으로 기상호를 쳐다보자 씩 웃으면서 따봉이 날라옴. 저 놈 저런 표정 할 때 마다 믿음직스러웠던 적이 없었는데. 성준수는 일단 먼저 한 번 깨워보기로 했음. 야, 야. 최종수. 하면서 어깨를 흔들었는데, 눈은 뜨나 싶었지만 이내 성질내며 손을 탁 친 뒤 다시 자기만 했음. 이걸 팰 수도 없는 노릇이고, 어쩔 수 없나. 얼마 지나지 않아 성준수는 결국 전수 받은 비법을 쓰기로 함.

기상호의 비법 그 첫 번째, 대상의 귓가에 붙는다. 두 번째, 소리를 증폭시킬 수 있게끔 손을 입에다 모은다. 세 번째, 무관심한 듯하면서도 발음은 확실하게, 속삭인다.

"그래도 쉽네, 상호보단."

번쩍.

말 그대로 최종수의 눈이 번쩍 뜨임. 마치 마법의 주문처럼, 백설공주가 왕자의 키스라도 받은 것처럼.

곧장 최종수의 눈알이 성준수쪽을 째려보고, 노려보고, 꼬라봤음. 기상호한테서 병찬형한테 들은 얘기라곤 했는데, 벌떡 일어나게 하는 면에선 효과가 개같이 좋네. 키스할 분위기는 좃도 안 나겠지만. 최종수는 잠이 깼는지 부슬거리다가 곧게 일어났음. 성준수도 꿀릴거 없으니 벌떡 일어났음. 188은 ㅅㅂ 구라칠걸 쳐야지. 아직도 어이가 없네.

"..죽고 싶어?"

"왜, 찔렸어?"

최종수는 정말로 찔려서 벌떡 일어난 것인가? 그럴리가. 그때 쿠크다스 새끼가 지껄인 건 농구에 대한 것이였고. 나이가 몇인데 저런 도발에 넘어갈리가. 이제는 기상호란 자식을 나랑 비비는거 자체가 불쾌해서 벌떡 일어난거임. 엥 결국엔 도발이 잘 먹힌 건가? 아무튼.

진짜로 여기가 여관인줄 아는 것 같아서 말하는데, ㅈ 같게도 나도 밖으로 나가려면 네 새끼들 다 내보내야 되거든? 얼른 하고 꺼지라고. 내가 왜? 여기 조용하고 좋은데. 귀 먹었냐? 내가 나가야 된다고. 못 들었어? 알빠 아니라고. 둘은 으르렁 대고 있었음. 저러다 진짜로 몸싸움이라도 날까 싶어 기상호와 공태성은 그 광경을 보고 있었음. 그러다 성준수는 기상호와 눈이 마주쳤고, 성준수는 잠시 미간을 찌푸리며 쳐다보다가, 이대로라면 분명 싸우기만 하고 진도는 ㅈ같이 안나갈걸 그 옆에 있는 새끼랑의 경험으로 느꼈음. 그래서 성준수는 다시 그 비법을 쓰기로 함. 야, 기상호. 이리 와. 응? 저요?

"어, 너. 뭘 물어, 아까 처음에 했던 것처럼 '모범' 보여달라고, 최종수한테. 아무래도 할줄 몰라서 이러는 것 같은데."

이른바 기상호 들먹이기.

기상호 청천벽력.

:ㄷc

워, 시범도 아니고 모범이래. 준수햄 도발 아직 건재하시네. 근디 이거 나만 개이득인거 아이가. 아닌가, 내가 좀 까였나? 아무렴 어때! 기상호는 일단 불렸으니 신나서 준수 옆에 붙음. 최종수는 어이 없단 표정으로 서있었지만 기상호는 눈빛이 빛났음. 종수햄 덕분에 준수햄이랑 키스도 다 해본다. 언제 밥 한 번 사야겄네. 그럼, 준수햄.. 저짝으로.. 하면서 둘이 벽으로 가는데 최종수 갑자기 기상호 뒷덜미 잡아서 뒷쪽으로 휙 내침. 필요 없으니까 꺼져. 아아앙~~ㅠㅜ 기상호 널부러지며 퇴장. 최종수가 그 뒤를 따라갔음.

성준수는 벽쪽에 오고 뒤돌아서 기대고 보면 기상호는 어디 가고, 어쩐지 익숙한 그림자가 드리워짐. 지국민 때 이랬던거 같기도 하고. 눈을 올려 쳐다보면 최종수의 어딘가 피곤해 보이는 눈이 있었음. 뭐 잠이라도 설쳐, 악몽이라도 꿔?

"왜, 안 보여줘도 되냐?"

"..감아, 눈. 내가 만족해야 한다며."

성준수는 혀를 차며 눈을 감음. 그래, 들먹여진 기상호에겐 좀 미안하지만 모로 가도 키스론 왔으니까.

쪽.

?

입술이 닿았음. 설마 이 새끼 진짜로 할줄 모르나 싶어서 눈을 떠보면 그 눈이랑 여전히 맞대고 있었음. 빡친 눈으로 바라보고 있자니 그제서야 슬쩍 비소를 날림. 이 새끼 일부러 이러네. 보채지 마. 하며 최종수는 입술을 한 번 핥았음. 소름 돋는 감각에 움찔 떨었더니 반댓 손으로 입술을 열어 버리고, 그대로 입을 맞춤. 누가 봐도 악의 뿐인 행동에 성준수는 새삼 깨달았음. 최종수가 방금 그 도발에 넘어갔던 이유도, 도발 당했으면 철저히 돌려주려는 놈이란 것도. 뭐 그냥, 한 마디로 유치한 새끼란 소리다.

츕, 하는 소리가 가끔씩 들려왔음. 최종수는 좋을대로 혀를 놀렸고, 성준수는 그냥 거기에 대충 맞춰줌. 키스를 안해본 건 아니지만 많이 한 것도 아니라, 얘가 지금 배려 없이 ㅈ대로 놀리는 건지, 그냥 평범하게 ㅈㄴ 못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음.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건 그런 행동에 흐트러진 모습이라도 보고 싶은 건지, 그저 쉴새없이 몰아붙이고 있었단 것. 인간태풍 ㅅㅂ. 숨쉴 새도 없이 계속해서 얽히니 지고 싶지 않아도 이러다 질식사로 뒤지겠다 싶어, 최종수 뒷덜미를 움켜 잡고 뒤로 당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입가를 닦으며, 노려보고 있자니 최종수도 자신보단 덜하게 거친 숨을 몰아쉬며 슬쩍 웃었음. 만족스럽단 듯이. 이 새끼가 진짜.. 야, 열렸어? 아니, 아직. 성준수는 그 말을 듣자마자 뒷덜미를 다시 제 쪽으로 당기고 입을 맞춤. 그냥 이 새끼랑 끝장을 봐야겠단 의미로.

이게 키스야, 몸 싸움이야. 기상호랑 공태성은 말려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고 있었음. 키스란 본디 서로가 얼굴 붉히고 되게 거시기한 분위기가 되는걸로 알았는데, 저거는 그냥 전투 그 자체였음. 패지만 않았지 아주 서로가 서로를 죽이러 들고 있었음. 애초에 이미 열렸는데도 일부러 저러나, 문이 열렸는지 않았는지는 당사자만이 알 수 있었기에. 말린다고 해도 어차피 나갈라믄 저렇게 됐었겠지 싶어서 둘은 잠자코 달달하지도, 야하지도 않은 그저 폭력적인 키스를 보고만 있었음. 

그렇게 얼마나 지났나, 한참을 섞다가 다시 입을 떼는 시간이였음. 최종수는 원하던대로 성준수가 흐트러진 모습을 보자 시원한 느낌은 들었는데. 근데 왜 문은 안 열리지? 제 자신도 조금 의문이긴 해서 제 입가를 핥짝이며 잠시 생각했고, 곧, 떠올림. 아.

츕.

몇 번의 키스인가, 이제는 이 새끼 입 구조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알 수 있을 것 같았음. 욕구불만이야, 무슨? 이딴 것도 합이라고, 둘은 조금은 키스다운 키스를 하게 됨. 그러다가 최종수가 다른쪽 손으로 성준수의 팔 한쪽을 붙들었고, 이건 또 무슨 개수작인가 하고 있었는데. 

츱-.

"-윽...?!"

아릿한 고통, 익숙한, 아니. 그보다 더한 고통이 다시금 그 빌어먹을 상처로부터 느껴졌음. 이 미친 새끼가 대놓고 혀로 상처를 쑤셨으니까. 건드려지다못해 쑤셔져버린 상처는 다시금 피를 흘려냈고, 최종수는 익숙하게 핥아 먹었음. 이 유치한 도른 새끼! 성준수는 웬 하이에나처럼 상처에 득달같이 달려드는 최종수의 머리채를 쥐어채고 떼어냄.

핥짝.

"-왜, 아팠어?"

떼어내진 둘 사이엔 피가 섞인 은사가 이어졌다 끊어짐. 고통, 보단 분노로 일그러진 성준수의 얼굴을 보고나니 그제서야

철컹.

하는 소리가 들려옴. 그럼 만족보단 욕망이 아닌가? 열렸다고 말하며 멱살을 잡히면서도 최종수는 생각했음. 죽고 싶냐? 아까 봐주길래, 이런거 좋아하나 싶어서. 이 새끼가. 워--!! 최종수는 주찬양의 업그레이드 버전인가? 고의적인 들쑤심으로 아까 전, 성준수가 주찬양을 봐주지 않았다면 어떤 꼴이 됐을지. 지금 안 봐도 그려진 기상호랑 공태성이 나서서 막음. 결국 공태성은 평생 없을 성준수를 막는 경험을 했고 기상호도 평생 없을 최종수를 막는 경험을 하게 됨. 누구도 행복하지 않은 엔딩이 나버림... 근데 미안 사실 나는 행복함.

어찌저찌 싸움이 잦아들고, 그래도 조건은 달성 했으니 다음으로 넘어가잔 얘기가 오갔음. 최종수는 끝난 뒤에도 관심 없다며 일부러 성준수를 바라보며 입을 한 번 다시더니, 제자리로 돌아가 누워서 자기 시작함. 나가기나 할 것이지 저 새끼는. 여기가 조용하단 얘기도 핑계가 아니였는지, 피곤한 것도 사실인지, 최종수는 금방 잠에 들음. 저걸 보면 오로지 잠을 위해서 문이 열렸다는 거짓말을 굳이 칠 필요는 없겠지? 최종수가 조건을 충족했다면, 그 방에는 2명만이 남게 된다.

그 다음?

당연하게도.

13. 탯준

최종수가 제자리로 돌아가 누울때 까지도, 공태성은 성준수를 꽉 붙들고 있었음. 언제 투우 하는 소처럼 뛰쳐나갈지 몰라서. 이 양반 말렸던 사람들 다 이런 생각이였나. 분명 전력으로 막고 있는데도 한사코 쉽게 제압되는 때가 없노. 그렇기에 공태성은 젖 먹던 힘까지 다해 성준수를 막았을 뿐임. 그래서 마침 성준수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음. 이 새끼는 숨 막히게 힘 주고 있지도 않은데 왜이리 꽉 붙들어? 지가 무슨 곰이야?

"야, 놔라."

"진정 되셨나이까?"

"그 말투 아직도 못 버렸냐, 등신아."

"전하한테만 쓰는 건데요 뭐."

공태성은 이제 괜찮겠다 싶어서 힘을 풀었음. 그러자 성준수가 다시, 공태성의 멱살을 잡고 벽에 기대면서 끌어당김. 아까 하던거 마저 해. ㅈ 같아서 얼른 나갈라니까. 아까는 뽀뽀였고 지금은 키스인데? 왜, 처음이냐? 아니...!!

그렇게 해서 공태성은 일단 성준수를 벽에 가둠. 진짜 가뒀음. 양손 다 벽에 짚고 성준수를 내려다봤으니까. 내가 도망이라도 갈줄 아는 건지. 아까 키스도 아니고 뭐가 닳는다 어쩐다 하더니, 생각보다 공태성의 표정은 뭔가를 결심한 진지한 표정이였음. 오히려 살짝 의욕으로 불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기상호 이 자식은 설득을 어떻게 했길래 이래?

궁금하십니까? 시간은 한창 성준수와 최종수가 혀로 싸우고 있을 때로 돌아감. 공태성은 둘의 전투적인 키스를 바라보고 있었음. 저딴 것도 키스로 쳐주는기가. 워-.. 소리 봐라. 나도 저카믄 얼렁뚱땅 넘어가나. 하 근데 내가 만족할만한 키슨데...

뭐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 공태성을 눈치 채고 기상호가 말을 걸어옴.

거.. 태성햄한테만 말씀 드리는 건데예, 3명 남았을 때 조건 바뀐다고 친절히 말해줬지만, 이런 방이 보통 뇌절까지 가면 1명 남았을 때 조건이 더 심해지는 경우가 자주 있단 말이예요? 뽀뽀, 키스, 그 다음은 뭐가 될지 몰라요 햄. 진짜 차라리 빨리 하시는 게 좋을 듯? 준수햄이랑 억지로 더한거 하고 싶은 게 아니면..

기상호가 말했던 건 하나같이 다 그뭔씹, 이였지만. 당연하게도 눈 앞에 선명한 예시가 있었기에 공태성은 무시하지 못했고, 자연스레 떠올리게 됐음.

..더한거? 뽀뽀, 키스. 그 다음에... 아무튼 더한걸 성준수랑? 

...

~

-

..

발 기똥차게 미친소리 아이가!!! 그것만은 죽어도 안 할란다. 차라리 죽고만다. 그니까 싸나이답게 키스 갈겨버려요. 준수햄도 싸나이답게 별 생각 안하실 텐데. 이게 그딴 문제가 아니라고..

그럼 무슨 문제지? 공태성은 정말로 왜 이러는걸까? 성준수랑 키스 하기 싫어서? 그것도 맞긴 한데. 더 정확한 정답은 상대가 '성준수'라서. 아니 그렇잖아. 뽀뽀 하라고 했을 때는 뭐 동요 하긴 했어. 지금껏 지내온 나날들 중 사이좋게 지낸 때보다 싸운 때가 더 많은 성준수랑 입맞춤 하라니, 여태껏 지내온 얼굴이 뭔데 그런 상상도 안한 일을 하겠어? 그래도, 적어도 나갈순 있었어. 입만 맞추면 열린다잖아? 그래서 미루고 미루다 억지로 시키길래 결국엔 눈 딱 감고 할라 그랬는데, 이게 무슨 일이야. 마치 영화의 한 연출인 것 마냥, 그 타이밍에 조건이 바뀌었어. 자신이 만족하는 키스를 하라네? 성준수랑.

어, 성준수랑.

그 성준수.

키스 자체도 뭐 죽는 것도 아니고 못할거 없지, 근데 내가 성준수랑 해서 '만족'을 얻을 수 있나? 그게 문제란 얘기. 아까 최종수가 했던 것처럼 그런 방면도 생각해 봤지만, 만족의 부분이 자신의 심리가 반영되는 거라면. 그건 키스가 아니였다. 키스 자체가 아니게 되면 곧 조건 충족이 안된다 이 소리고. 그래서, 공태성은 고민 끝에 그냥 눈을 감고 다른 사람으로 상상 하기로 함. 어쨌든 몸은 성준수랑 하는거니까.

..해서! 때는 원래로 돌아간다. 진지한 눈빛의 공태성은 눈을 감고 머릿 속에서 성준수를 제 취향으로 뜯어 고치고 있었음. 음, 일단 얌전하고, 조용하고, 가만히 있고? 멀었냐, 등신아? 아 쫌! 있어 봐요. 나를 등신이라 안 부르고, 상냥하고? 다정하고? 부드러운. 그래, 됐다.

공태성은 살짝 눈을 떠서 성준수의 입술만 어딨는지 확인 하고 다시 감았음. 공태성이 숨을 들이켜 한 순간의 정적이 일고, 누군가가 침을 한 번 삼키고나면. 머지않아 둘의 입술은 가까워졌고, 곧 맞닿게 됨.

쪽.

와 씨, 진짜 닿았다. 아니. 딴 생각 하지 말고. 공태성은 키스, 키스만을 생각했음. 나 키스 어케 했드라. 그렇게 생각하니 공태성은 잠시 굳었음. 애초에 항상 상대방의 반응을 봐가며 리드 했던 타입이라, 평소대로 할라면 눈을 떠야했으니까. 망했다 이 소리임. 눈 감은 채로 키스 어케 하는데?! 아무것도 안할순 없었으니, 안 보인다고 뭐 심하게 다르겠나? 입술 사이를 조심스레 핥으며 서서히 들어가자, 반대쪽이 순순히 입을 열어줬음. 진짜 얌전하게. 와, 진짜 성준수 안 같게. 아니. 딴 생각 하지 말라고.

얌전하고 조용하고 다정한, 뭐 그런 느낌을 생각하며 입을 맞추니 정말 딴 사람 같았음. 가만히 있으면서 내가 어떻게 나올지를 기다리고, 내가 행동하면 그대로 따라서 맞춰주고, 들어가면 들어오는대로 받아준다는 점이. 이거 정말 가능할지도?

공태성은 그렇게 눈은 계속 감은 채, 어느새 행위에 몰두하고 있었음. 그래서 버릇대로 양 손으로 상대방의 양쪽 뺨을 감쌌고, 성준수가 곧바로 공태성 턱을 붙잡고 입을 떼 저지함. 야, 벽에 손 유지해라. 아, 이게 버릇이라갖고.. 공태성은 다시 벽에 손을 짚었지만, 키스를 하다보면 저도 모르게 계속 상대방 몸 쪽에 손을 얹었음. 뺨이라던가 뒷통수라던가 등이라던가 허리라던가. 그렇게 하다하다 결국, 벽에 짚은 손목을 성준수가 잡고 붙들게 됨. 다시 키스가 이뤄지고 손이 움직이려 하면, 키스 하는 와중에도 콱 잡히는 게 느껴졌음. 공태성은 이제 안 보는 것 말고도 성준수를 인식하게 된거임. 왜냐면 이 손, 내 뒷통수 때리며 뽈 떤지던 그 슈터 손이니까.

아 괜찮아질라 그랬는데. 어쩌지. 애초에 와이리 안 열리는데. 좀 더 디테일하게 생각해볼까? 눈매는 얄쌍하지만 날카롭고, 코는 오똑하고. 속눈썹도 길고, 머리는 찰랑거리고. 깊은 눈동자를 하면서..

"-하아."

성준수가 숨이 찼는지, 틈이 나자 한숨을 내뱉었음. 손도 그랬지만, 이젠 귀로도 인식 시킬라 그러네. 배려차 입을 떼고 잠시 시간을 가진 뒤, 다시 입을 맞췄음. 이제는 손목을 잡는 힘에도 익숙해졌고, 벽에 짚고 있기만 한다면 다른쪽 손은 어디에 둬도 신경쓰지 않았고, 가끔씩 저쪽에서 먼저 들어오려는걸 허락해 주기도 했음. 상처 쪽이 가까워진다 싶으면 이따금씩 다시 손목이 아파져서 아 이 양반 여기 상처 있었지 참. 싶었고, 연이은 행위에 아무래도 버거운지 가끔씩 뱉는 숨에는 욕이나 지껄이던 그 목소리가 묻어 나오지.

그런걸 계속, 계속 느끼고 있자면 공태성은 알 수 밖에 없었음. 지금 눈을 감고 있는 것이 무의미 하다고 생각할 수 밖에. 이미 진즉에, 이건 '성준수'라고.

그렇게 마지막으로 혀가 얽히면서 떨어졌고, 공태성이 눈을 뜨자마자

철컹.

하는 소리가 들려옴. 그래서 공태성은 혀를 갈무리 하지도 못한 채로 멍하니 문쪽을 바라봤음. 보기 흉하니까 혀 집어 넣어라. 에.. 왜 이래? 야, 열렸어? 예...

만족을 했네요, 성준수랑. 예.

...ㅈ망했네.

스흡-

혀랑 타액 등을 대충 갈무리 하고, 공태성은 싸나이 답게 기상호랑 바로 나갈 채비를 함. 그보단 여태 몰랐던, 알고 싶지도 않았던 가능성을 알아버림에 의해 당장 얼굴을 안 봐야지 살 것 같았음. 성준수도 싸나이 답게 굳이 잡지 않... 아니, 잡았음. 엥? 최종수 데리고 나가. 예? 이거 우리가 델꼬 나가도 된답니까? 알게 뭐야.

결국 자고 있는 최종수를 구급대에 옮기기 위해 잡는 폼?을 최선으로 상체를 공태성, 하체를 기상호가 맡으며 출구 쪽으로 데리고 감. 어떻게 이 와중에도 잘 수가 있지? 이거 그냥 나가면 어디 도시 한복판에서 자는채로 나오는거 아이가. 괜찮아요, 햄. 그런 뒷일은 알아서 상상하는걸로 떠맡기면 되니까! 그럼 뭐 됐다.. 공태성과 함께 최종수의 상체가 먼저 밖으로 나갔고, 기상호가 나중에 따로 연락 드릴게요. 햄! 하면서 최종수의 하체랑 같이 밖으로 나감.

성준수는 그 3명에게 대충 손을 흔들어줬고, 전부 다 사라진걸 보자마자, 질질 끌 것 없으니 곧바로 뒤를 돌아 말했음.

마지막. 빵준

"전영중."

"왜, 준수야."

"왜긴 왜야? 이리 오라고."

준수는 초딩 때부터 봐온 사이랑 1초라도 빨리 키스하고 싶은가보다? 1초라도 ㅈ같은 방에서 나가고 싶은거니까 역겹게 착각하지 마라. 2렇게 초조해서 3초는 어떻게 기다릴래? 장난스럽게 하하 웃으며 전영중은 자리에서 일어나, 성준수한테 다가갔음. 그리고 성준수의 얼굴보다 약간 윗쪽 벽에 손을 얹음. 어쩐지 익숙한 감이 있는 건, 그때랑 달리 뒤에 자판기가 없고 내가 전영중 쪽을 바라보고 있단 점. 그게 ㅅㅂ 벽쿵이였어? 어쩐지 ㅈ 같더라니.

"준수야."

"...어."

...

...

마음의 준비는 방의 조건이 확정 지어졌을 때부터 시작 했겠지만, 막상 진짜로 순서가 오니까 둘은 잠시 멀뚱히 쳐다볼 수 밖에 없었음. 딱히 서술할 이유도, 말로 꺼낼 필요도 없이 전영중과 성준수는 오래 지내왔었고, 서로 느껴왔던 감정이 어쨌건 얘랑 키스라는걸 하려면 시간은 필요했으니까. 그렇게 서로 착잡하고 어딘가 복잡한 눈빛을 교환 하고 있으면, 방은 이 와중 다행스럽게도(?) 라스트 1명이 남았다며 현란한 노래와 함께 조건이 더 바뀌진 않았음. 그저 조용히, 마치 둘의 키스를 기다리는 것 마냥 고요했으며, 관중 없는 무대처럼 긴장감을 자아냈음.

성준수는 전영중의 얼굴을 바라봤으며, 어차피 제가 먼저 해봤자 소용이 없으니까 무슨 심정인진 이해하면서도, 아무리 그래도 왜 이리 머뭇거려 이 새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고. 전영중은 성준수의 입술을 바라봤으며, 이내 눈으로 시선을 옮겼음. 무슨 생각이였을까, 피식 웃으며 한 건 잡았다는 표정을 하며 정적을 깬 것도, 전영중이였음.

"준수야, 혹시 금붕어야?"

"왜 또 시비야?"

"아니, 내가 처음에 했던 말을 잊은 것 같길래. 아니면 정말로 물고기라서 그러는 건가?"

처음에?

...

하...

이 새끼는 돌려말하기 대회 따위가 있었다면, 1위를 유지하는 것도 모자라 심사위원으로까지 발탁 될 새끼다.

눈 감으란 말을 뭐 이렇게 꼬아서 말해?

빡쳤지만, 이 자식이 숨 쉬듯이 내뱉는 도발은 무시 하는 편이 더 원활하게 흘러간다는걸 알았기에 성준수는 별 말 없이 눈을 감았음. 전영중은 눈을 감은 성준수의 얼굴을 바라봤고, 이내 눈을 감고, 고개를 내렸음.

쪽.

생각보다 무덤덤하게 두 입술이 닿았고, 입술이 핥아지고, 입을 열어주면, 입 안으로 평생 모를 것 같았던 감각이 스며들어왔음. 나갈려면 어쩔 수 없다. 얘도 그렇게 생각하겠지.

빌어먹을 조건 덕분에 성준수는 여태껏 상대방의 움직임에 맞추기만 했었음. 대충 지 하고 싶은대로 하게 두면, 방이 열렸다고 말했으니까. 그래서 지금도 여전히 그랬는데. 전영중은 가끔씩 제쪽에서 움직이길 바라는 건지 뭔지 이따금씩 가만히 있었고, 제가 뭐라도 하려하니 입을 떼냈음. 어지간히 ㅈ같나 싶어서 눈을 뜨려고 하면 또 어떻게 아는 건지, 눈 뜨면 비매너인거 알지? 시비를 털었음. 야무진 새끼. 그래도 전영중과의 키스 자체는 그렇게 최악은 아니였음. 지금까지 누구랑 해왔는데? 상처를 일부러 쑤시는 놈, 어떻게든 얼굴 안 보려고 죽을 듯이 눈 감는 놈. 되려 오래 지낸 부x친구랑 한다 쳐도 부드럽고, 다정했었음. 다정? 당연히 이 새끼 입에서 튀어나오는 말 말고, 키스. 솔직히 얜 좀 이런 스타일일거 같긴 했지. 예전부터 주변 사람 챙기는걸 못 하진 않았으니까. 근데 왜 나만 보면 주둥이가 그 지랄인지. 알다가도 모를 새끼.

알다가도 모를 그 새끼, 전영중은, 성준수와의 키스를 생각하고 있었음. 옛적, 그때도 한 번쯤은 떠올리긴 했었지만, 지금 조건이 바뀐 뒤에 이 방에 있는 내내. 성준수랑.. 막상 진짜로 하게 되니 기분이 묘했음. 만족? 뭐 하자마자 바로 열리면 좀 창피하겠는데. 너야말로 해본적 없었냐고 비웃음 받으려나? 차라리 그게 낫겠다. 전영중은 성준수의 입술과, 눈과, 얼굴을 바라보며 그런 생각들을 하고 있었음. 그래도 성준수가 눈을 감으면, 어쩔줄 몰라하며 망설이진 않았다. 예전 그 호기심은 진즉에 반 이상 접어뒀으니까. 성준수도 방에 나가려면 어쩔 수 없잖아?

쪽.

전영중은 저도 모르게 벽을 짚은 손을 주먹 쥐었고, 반대편 손으로 성준수의 뒷통수를 받쳐줬음. 그리고 생각했던대로 입을 움직이자면, 그 안에 평생 알 수 없을 것만 같았던 감각이 퍼졌음. 그 감각은 혀를 섞으면 섞을수록 제 생각과는 의외로 정반대였기에, 가끔씩 뒷통수라도 맞은 듯 굳을 수 밖에 없었음. 하하, 성준수. 너는 정말...

슬슬 숨이라도 쉴까 싶어 입을 떼자면, 생각과는 달리 문은 열리지 않았음. 쪽팔릴 일이 없었단 건 좋았지만, 이게 안되는 건 의외네. 아니면, 최종수처럼 해야되나? 전영중은 아까 성준수가 주찬양을 봐주는 모습에 같은 생각을 한 일원이었기에, 제 자신 어딘가에 희미하게 있던 울컥함을 부정하지 않았음. 그냥 진짜로 그 성준수가 가만히 있던 게 의외라서. 이것까지 해소하면 열리나 싶었지. 실제로 아까 최종수가 그랬고, 문이 열렸으니까. 성준수가, 나는 어디까지 봐줄까?

..준수야. 왜.

전영중은 한쪽 발을 성준수 다리 사이에 살짝, 한 발자국 집어 넣고 뒷통수에 있던 손으로 목 부분을 감쌌음. 그 손짓에 흠칫 놀란 성준수가 뭐하는데. 묻자, 전영중은 그야 내가 만족할만한 키스지. 하며 다시 입을 맞췄음.

전영중은 키스만 하지 않았음. 벽에 짚은 손을 교대로 바꿔가며 한쪽 손으로는 성준수의 귓가를 만지거나, 허리를 지분대거나, 옆구리를 간지럽히거나, 손을 잡기도 했음. 키스에 필요한가? 라고 묻는다면 아닐지도 모르지만, 만족하는 키스라고 묻는다면, 필요할지도 모르지.

이 자식은 키스를 그런 분위기에서 밖에 안 하나? 방에 우리 뿐이라고, 이럴려고 마지막에 한다 지껄였던 건지. 성준수는 이 방에 왔을 때 맨 처음, 그러니까 모두가 나를 바라봤을 때. 그 중에서도 제일 끈적거리는 눈빛을 가졌던 놈한테 그런 의문을 가졌음. 키스 하나에 거기까지 가야한다고?

순화해서, 애정을 담은 키스가 한참을 이어졌지만 전영중한테서 열렸다는 말은커녕, 어떠한 말 한 마디도 없었음. 그저 대부분은 상냥하게, 나머지는 과격하게 입을 탐할 뿐. 그 사이에 자리잡은 발은 반 발자국씩 내딛어도 시간이 지나자 점차 가까워졌고, 앞으로 한 발자국 남았을 때.

"하-, 야. 좀만, 쉬었다 해."

성준수가 멈췄음.

"...그럴까. 내가 준수의 약한 체력을 신경 못 써줬네? 미안."

"네가 연속 3번 키스해보던가, 개새끼야."

..접혀있었던 호기심이, 접혀있던 시간만큼 커진채로, 펼쳐졌다. 전영중은 입가를 닦으면서 문이 안 열리는 이유에 대해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성준수는 드러누웠음. 결국 여관인줄 아는 건 준수 아니야? 라는 비아냥에도 ㅗ나 날려주고 편하게 있었음. 왜냐면 지국민 교통사고 이후로 내내 서있었으니까. 전영중은 벽에 기대 앉았음. 온 세상 모든 종류의 키스를 다 해봐야하나 따위의 생각을 하면서. 사실 9/10 정도는 달성한거 같긴 한데.

성준수도 눈을 감고 저 키스 불만족자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음. 왜 이렇게 안 열리는지 생각을 좀 하다가, 쓸데없는 것 같아서 말로 뱉음. 야, 너 키스 못 하고 죽은 새끼냐? 그게 무슨 황당한 소리야. 그럼 왜 이렇게 안 열리는데? 나야 모르지. 이쯤되면 너한테 잘못이 있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한데 나는?

나한테? 지랄은...

...

"전영중."

"응?"

휙휙, 성준수는 누운채로 전영중을 바라본채, 손가락을 제 쪽으로 까딱거렸음. 도발? 대체 왜? 성준수는 그저 전영중을 바라보기만 함. 내가 무슨 개야, 준수야? 오기나 해. 전영중은 일어나서 성준수 옆으로 갔음. 그러면 성준수가 다시 휙휙, 손가락을 까닥임. 바라는 것도 많네. 전영중이 무릎을 꿇으면

덥썩.

쿵.

성준수가 전영중의 멱살을 잡고 끌어서 입을 맞췄음. 전영중은 갑자기 끌려져선 버틸 새도 없이 성준수 위에 엎어지기 전 겨우 땅에 손을 짚었고, 그 상태로 질척한 키스가 이어짐. 아까와는 달리 쉽게 맞춰주지도, 기다려주지도 않는 키스가 이어지면, 그 감각들은 난잡하게 얽혔음. 전영중이 입을 떼고 성준수를 내려다보며 키스만 하다가 돌아버린거야, 준수야? 하면, 성준수는 아무리 생각해도, 네가 문제인 것 같아서. 하며 전영중의 목덜미를 두 팔을 감싼 뒤 다시 입을 맞췄음. 됐으니까 계속 해.

왜냐면 지금까지 했었던 키스의 공통점은 전부, 전영중이 먼저 했단 점이였으니까.

누워서 무슨 생각 하나 했더니 또 경우의 수 계산이나 ㅈ 빠지게 하고 있었고, 못 버티고 엎어지기라도 했으면 나랑 무슨 꼴이라도 될려고 무작정 사람이나 당기고 앉은 건지. 예전부터 이런 점은 변하질 않는다니까. 전영중은 그렇게 입을 떼고, 성준수랑 눈을 맞췄음. 그러니까 한 마디로 말하자면..

완벽하게 생각했던 대로의 성준수답단 소리다.

철컹,

철컹.

...

둘은 동시에 한 곳을 바라봤음. 시선은 고정 됐으며, 한 사람은 드디어 고대하던 목표를 달성함에 따라 깊은 한숨을 내뱉었고, 다른 한 사람은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사실에 확인 사살을 받고 헛웃음을 쳤음. 

전영중까지 만족했고, 문이 완벽하게 열렸다. 전영중의 문이 열림과 동시에, 성준수의 문도. 그래서 전영중은 문이 안 열렸다는 거짓말도 하지 못했고, 이것으로 만족이 되겠냐는 거짓말도 하지 못했음. 눈 앞에 확실한 증거가 있었으니까. 마지막으로 하지 말걸, 전영중은 후회 했음. 준수야, 바닥도 벽쿵으로 인정 안됐으면 어쩔뻔했어? 그럼 서서 해야지. 하하, 성준수 진짜.. 비켜, 나가게. 

전영중은 키스햇던 그 자세를 뒤집어서, 비켜줌과 동시에 대자로 뻗었음. 성준수는 그대로 일어나 문쪽으로 방향을 돌리다가, 전영중을 내려다봄. 넌 안 나가냐? 먼저 가. 하고싶은대로 즐겨놓고, 걱정해주는거야? 아니면 한가해? 비위도 좋네, 준수. 너.. 하, 말을 말자.

전영중은 성준수가 나가는 뒷모습을 잠자코 지켜보고 있었고, 눈을 떼지 않았음. 그래서 문 바로 앞까지 다가간 성준수가 갑자기 멈춘 모습도, 보고 있었음. 뭐 놓고가는 거라도 있어? 일일일에 이어 칠칠치도 못하다, 준수?

"..전영중."

"..."

아무 말도 안 했으면 좋겠는데, 성준수는 그런 배려 평생 못 하겠지. 전영중은 천천히 상체를 일으켜 무릎에 팔을 놓고, 턱을 괴며 성준수를 바라봤음. 그냥 시간을 끌고 싶어서, 굳이.

"왜?"

"...."

"연락해라."

성준수는 그렇게, 방을 나갔음.

"...어?"

전영중은 그렇게, 방에 남았고.

 

(괜찮아요, 햄. 그런 뒷일은 알아서 상상하는걸로 떠맡기면 되니까!)

카테고리
#기타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