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晴煙

이청연

이청연 李晴煙

별과 우주와 인간. 청연은 눈을 감으면 자연스럽게 갈망하는 것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 빛을 관측할 수 있는 천체 가운데 가장 작은 행성부터, 그것을 이루는 부속품, 성운처럼 퍼지는 모양을 가진 것, 아른거리는 불꽃처럼 태어나고 죽는 인간. 그런 모든 것들을 한데 묶는 연결 고리.

남의 입을 빌려 청연을 설명하자면 ‘공부 잘하는 이상한 애’였다. 왜 뭐가 이상한데? 하고 물으면 ‘너 몰라? 걔 항상 성적은 상위권 유지하는데, 한 번도 공부하는 걸 못 봤어. 성격도 영 평범한 느낌은 아니지.’ 곧바로 대답이 돌아왔다. 예를 들어, 일반적으로 필기하기 바쁠 수업 시간에 엎드려 잔다거나 대놓고 수업과 관련 없는 책을 읽기도 했다. 고삼이라는 놈이 대놓고 그러고 있으니, 선생님들도 영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을 테고. 교무실로 끌려가 ‘성적만 좋다고 다가 아니야, 태도 점수는 어쩌려고 그러냐. 같이 공부하는 애들 분위기 좀 맞춰 줘라.’ 잔소리 듣기는 일상이었다. 아, 또 있다. 종종 창밖을 내다보며 다른 생각을 하는 듯하기도 했는데, 그 모습을 보던 짝 A 양—A 양은 알고 보니 청연에게 관심이 꽤 많았다지? 일부러 같은 동아리도 들어갔는데 자기 이름 한번 불러준 적이 없다고 했어—이 ‘무슨 생각해?’하며 말을 걸기도 했다. 그녀의 질문에 청연은 눈길 한번 주지 않고 그대로 책상에 엎드려 버린 일도 있었다. 그래. 걔는 사회성이 부족했다, 아마도.

‘그래도 걔, 좋아하는 건 좀 뚜렷한 편이지?‘ 말처럼 청연은 호불호가 뚜렷한 사람이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들고 다니는 책—종종 별이나 우주 관련된 내용이 보였던 것으로 봐서는 과학과 관련된 책이었겠지?—과 낡은 유선 이어폰, 약간은 허름한 자전거, 매점에서 파는 1,200 원짜리 우유 샌드위치 그리고 아마 청연의 시선마다 걸려 있었을 그 애. 청연은 불편함을 주는 것에게 마음을 내주었다. 정해져 있는 법칙대로 풀지 않으면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 가끔은 소리도 먹어버리는 꼬인 줄, 적게 든 크림에 가끔 목메는 샌드위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던 그 애. 더운 바람이라도 불면 손으로 대충 틀어 올리던 머리카락, 얇고 긴 손가락을 주욱 펴서 부채질하던 손, 이어폰을 뚫고 청연의 세상에 무단 침입하던 상쾌한 목소리. 그래, 얇은 치맛자락을 흩날리며 복도를 뛰어다니던 그 애.

초여름, 언젠가 꿈을 꾸었다. 청연이 늘 가고 싶어 했던 천체관, 일본의 천공 플라네타리움이었다. 더위를 식히는 서늘한 온도, 옆 사람의 얼굴 정도는 보일 정도의 밝기. 고개를 올리니 검은 머리 위로 쏟아지는 유성이 보였다. 아마 청연의 검은 눈동자도 유성으로 가득했을 것이다. 약간 들뜬 마음과 뺨에서 느껴지는 열기. 눈동자는 쉴 새 없이 바쁘게 움직이고 손가락을 자연스레 리듬을 타던 그 순간. 시야 끄트머리에 들어온 것은, 청연을 바라보는 그 애. 같은 장소, 같은 자세, 같은 눈동자. 마주친 시선.

별과 우주와 인간. 청연은 눈을 감으면 자연스럽게 갈망하는 것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 어느덧 그 애가 청연의 세상에 태어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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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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