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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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지 샘플은 8화가 마지막입니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다. 가을의 선선한 바람에 겨울의 서늘함이 묻어나오기 시작할 즈음, 청명은 그동안 꼭 해보고 싶었던 김장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김장 뭐 어려운 게 있나. 그냥 배추 절여서 양념이랑 잘 섞어주면 그게 김장이지. 사랑방의 뜨끈한 아랫목에 모여 고구마를 까먹으며 하하 호호 수다를 나누던 마을 어른들은
한편 그 시각. 그토록 보고 싶은 장문사형과 사제가 근처 국밥집에서 식사 중이라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청명은 양손에 짐을 잔뜩 든 채 기분 좋게 트럭으로 향하고 있었다. 미뤘던 은행 업무도 보고 정육점에서 고기도 잔뜩 샀다. 예약을 해뒀던 단골 만둣집의 고기만두와 김치만두 각각 한 박스를 챙기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냉동실에 넣어놓고 그때그때 쪄 먹으면
새벽 다섯 시 반. 청명의 하루는 이른 아침부터 시작했다. 첫 번째 생에서 새벽 수련을 시작하면서부터 만들어진 습관은 두 번의 삶을 지나 세 번째 삶에 이르러서도 변하지 않았다. 눈을 뜨자마자 곧장 일어나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세수를 한 뒤, 뒤늦게 잠에서 깨 뒤따라 나온 백아의 얼굴을 손가락에 물을 묻혀 정돈해줬다. 자기 스스로 단장 할 수 있으면서도 매번
청명은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시골로 내려왔다 해도 혼자서만 지낸 건 아니었다. 이제껏 많은 사람이 도망갔던 귀신 들린 땅에서 혼자 멀쩡한데다 집을 짓고 이사까지 온 청명은 그야말로 마을 사람들의 초유의 관심사였다. 젊은이들이 모두 도시로 떠나버리고 중년에서 노년층만 남은 마을에 나타난 이십 대 후반의 청년은 어딜 가도 주목의 대상이었다. 거기다 예의도 바르
첫 삽을 뜨고부터 일 년. 길고도 길었던 공사 끝에 완성된 집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친구는 자기 손으로 직접 만들어낸 작품에 감탄을 금치 못했고, 청명은 눈앞에 나타난 익숙하고도 그리운 장소를 보며 말없이 추억에 잠겼다. 내부 마감과 인테리어는 어느 정도 타협했지만, 방의 위치나 큰 틀만큼은 수정 없이 그대로 밀어붙인 집의 외형은 화산의 장문인 저를 똑
청명은 결국 원래 세웠던 계획을 접고 대학에 진학했다. 한번 하자고 마음을 먹었으면 최선의 결과를 내야만 직성에 풀렸던 청명은 기어코 국내 1위 대학의 농대에 성적 장학금을 받아내는 기염을 토했다. 수능에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고 입학한 데다 시험, 과제, 실습을 전부 완벽하게 해내는 학생을 오랜만에 만난 교수들은 감격의 눈물을 글썽였다. 아직 이
청명은 심란한 마음을 도무지 가라앉힐 수가 없었다. 망할 원시천존 같으니. 두 번의 생을 산 것만으로도 이미 차고 넘치게 살 만큼 살았는데 왜 또 살아나게 하냔 말이다! 분통이 터진 청명이 짧아진 팔다리를 버둥거리며 소리를 지르자, 좀 전부터 숟가락을 들고 이유식을 먹이려 허둥거리던 여자가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미안해, 청명아. 엄마가 요리를 못해서 맛
“오늘은 날씨가 좋네. 연화봉이 선명하게 보여.” 윤종은 화산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 흐드러지게 꽃을 피운 커다란 매화나무 아래의 전각에서 당과를 우물거리던 청명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 요 며칠 동안 옅은 안개가 끼어 흐리기만 하던 하늘이 오늘따라 유난히 맑았다. 무릎 위에 흩어진 새하얀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 넘겨주며 윤종이 그렇구나,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