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작이_타는_소리

매짧글+펜슬 연습

난로에서 장작이 타는 소리가 들려온다.


지금은 새벽 3시 정도. 우리집에는 벽난로가 하나 있다. 사실 이웃집은 전부 벽난로가 하나씩 있다. 영국에 처음 왔을때는 요즘 시대에 왜 벽난로가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엄마는 영국은 예전에 살던 집을 고쳐 쓰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다. 

집은 시골에 있었다. 그래서 이웃집과의 거리도 꽤 되었고 그나마 있는 것이라고는 허허벌판뿐이었다. 그래서 이곳이 조금 무서웠다. 아마 내가 괴담을 너무 많이 본 탓일 것이다.

우리집은 벽난로를 쓰지 않았다. 이사 오고 얼마 뒤에는 기분이라도 내보기 위해 벽난로에 불을 켜고 꼬치에 여러가지 것들을 꽂아 구워 먹거나 치즈 퐁듀를 먹었었다. 하지만 예전 건물을 리모델링해서인지 최신식 부엌도 있었고, 전기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굳이 사용할 이유는 없다. 정전을 대비해 장작을 가져다놨긴 하지만 지금까지 쓴적은 한번도 없었다.

새벽 3시 즈음이 되면 동네는 조용하다. 몇몇 가로등을 제외하고는 어두운 이 동네에 불이 켜진 집이 있을 수도 있지만 지금 시간이 되면 모두가 잠들 시간이다. 그 사람 중에 우리집사람들도 포함이다. 적어도 이 동네는 그렇다. 젊은 사람은 어린애뿐이고, 전부 부모님과 비슷하거나 아니면 이미 노인이다. 


나는 화장실이 가고싶어 잠에서 깨어났다. 화장실을 다녀오고, 다시 방으로 돌아가려는데 아래층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소리인지 궁금해서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으로 걸어갔다. 점점 아래층과 가까워지자 무슨 소리인지 알아들을 수 있었다. 장작이 타는 소리였다.

이 밤에 우리집에 장작을 태울 사람은 없다. 만약 그랬더라도 부모님 두분이 전부 깨어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소리 외에는 아무런 소리 없이 고요하다. 호기심을 이기지 못해 위험한 일에 휘말린 공포영화와 소설 속 주인공들을 떠올렸다. 그걸 보고 왜 그렇게 자진해서 위험한 짓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해할 수 있다. 미지에서 오는 공포는 무지에서 오는 호기심에 잡아먹히기 때문이었다.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숨을 죽인채 천천히 계단을 하나씩 내려갔다. 소리가 나지 않게 내려가면서도 다시 계단을 올라가 내 방의 침대로 가라는 이성의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호기심은 이성조차 먹어버린채 나를 아래층으로 인도하였다. 

아래층으로 완전히 내려오자 장작 타는 소리가 더욱더 커져갔다. 나는 거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꺼져있는 난로를 허망하게 바라보았다. 하지만 내 귓가에는 여전히 타닥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도대체 어디에서 나는지 나는 알 수 없었다. 약 10초전의 나는 알 수 없었다.

어느새 타닥거리는 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눈 앞에 있는 난로는 그렇게도 조용한데, 왜 등 뒤에서 나는 것이지? 나는 조심스럽게 등을 돌려 내 뒤를 바라보았다. 


검고 알 수 없는 형체가 서있었다. 우리집은 천장이 그리 높지 않음에도 아득히 넘을 정도로 키가 컸다. 길게 늘어뜨린 팔과 손은 나를 한 손에 쥘 정도로 커다랗었다. 온몸은 어린아이가 그린 그림처럼 검은색 크레파스로 휘갈긴 듯한 몸이었다. 발을 시작으로 천천히 고개를 들면, 선명한 흰색 이빨과 눈이 보였다. 눈동자는 확실하게 나를 응시하며 이빨을 열었다 닫았다 했는데, 그소리가 마치… 난로에서 장작이 타는 소리 같았다. 

나는 그대로 굳은채로 아무것도 하지 않자, 그것은 나를 지나쳐 거실의 안쪽으로 들어갔다. 타닥거리는 소리가 뒤에서 멀어지자 나는 다시 뒤를 돌아 난로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곳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고 난로에서는 타고 남은 것에서 나는 탄내가 났다. 나는 얼빠진듯 난로를 빤히 바라보다가 뒤 늦게 몰려오는 공포감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계단을 올라 내방으로 도망쳤다. 난 아침이 될때까지 잠들지 못했다.

다음날이 되고, 다시 거실쪽으로 가보았지만 탄내도 나지 않은채 아무것도 없는 난로만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알 수 있다. 그것은 가지 않았다. 아직 장작이 타는 소리가 난로에서 들려오고 있다. 저 난로가 켜지면…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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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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