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스타!!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3

린네 군에게도 소속이 생겼다. 프로덕션에 출입할 때 필요하다는 사원증에는 이름과 사진이 박혀있었다. 린네 군은 일견 덤덤해보였다. 하지만 프로덕션에서 돌아오고 난 뒤에도 하루를 꼬박 그 조그만 플라스틱 카드를 들여다보는 데에 쓴 걸 보면 아마 감회가 남달랐겠거니 싶었다.

고향을 떠난 뒤로는 어디에서나 외부인이었던 린네 군이다. 신분을 증명할 방법이 없다보니 도서관의 대여 카드조차 내 이름으로 된 것을 사용해야 했다. 그렇게 살아왔으니 도시에서도 자신의 자리가 생겼다는 사실이 묘한 감회를 불러일으킨 모양이었다. 프로덕션과 작성한 계약서와 출입용 사원증은 린네 군에게 있어 소속의 증명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런 건 일개 꼬맹이인 내가 줄 수 없는 종류의 안정감이었을 테다.

코즈프로에서의 연습생 기간은 짧았다. 린네 군은 정말 열심히 했고 잘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달랐다. 연습은 대충했고 안무는 매번 틀렸다. 한 번이라도 나를 제대로 봤다면 자질은 물론이고 열정까지도 의심할 수 있었을 것이고 그렇게 해서 아이돌로서 부족하다고 내쫓아줬다면 분명 가장 완벽한 결말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린네 군과 한데 묶여 아이돌로 데뷔하게 되었다. 그들이 나를 내쫓지 않은 이유는……. 아마 별 이유 없었을 것이다.

린네 군이 아이돌로 데뷔하는 데에 가장 큰 공헌을 한 프로듀서는 연차도 있었고 프로덕션 내에서의 입지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와 린네 군의 취급이 좋았냐 하면 딱히 그렇지는 않았다. 애초에 우리에게 그리 관심이 많아보이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어쩐지 납득이 갔다. 그가 내 이야기를 들어줬던 건 나 같은 어린애들을 다루는 데에 익숙했다거나 린네 군이 대단히 매력적인 캐릭터를 가지고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적당히 프로덕션에 꽂아넣을 인물이 필요했을 뿐인 거다. 그러니까 나도 린네 군에 얹혀서 아이돌이 될 수 있었던 것이겠지.

아마 우리에게 기대가 없었던 것일 테다. 크게 신경쓸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 그야 그렇다. 대단하신 분의 소개로 들어왔다고는 해도 린네 군은 어디서 굴러먹었는지 모를 어린애였고, 어떤 요리사의 아들로서 함께 요리 프로그램에 출연했다는 내 경력은 차라리 없느니만 못한 수준이다. 그러다보니 누구도 우리에게는 큰 관심이 없었고 좋은 기획은 우리의 몫이 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린네 군은 항상 열심히 했고 필사적이었다. 그만큼 결과도 나쁘지 않았다. 아마 프로덕션이 기대하던 이상의 성과였을 것이다. 애초에 기대치가 낮았던 것도 한 몫 했겠지만. 뭐, 그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쓸데없이 기대하고 있다가 실망하는 것보다야 훨씬 낫다.

린네 군이라고 그걸 모를 것 같지는 않았다. 나 같은 것보다 훨씬 더 영리한 사람이니까. 그럼에도 입을 다물고 묵묵하게 활동에 매진하는 것은 어쨌든 아이돌이 되었기 때문일 테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무연고의 린네 군이 아이돌이 될 수 있었던 건 결국 그 프로듀서가 그런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좀 더 사람을 평가하고 재단하며 걸러내는 사람이었다면 나는 물론이고 린네 군 역시도 이 자리에 있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린네 군은 프로덕션에서 제게 관심이 없더라도 노력하면 언젠가 보답받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게 아니고서는 설명이 안 될 정도로 열심이었다. 모든 열심히하는 사람들이 전부 행복해질 수 있을 정도로 다정한 세상이 아니라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으면서도 나는 린네 군이 진짜 대단히 인기를 끌어서 프로덕션의 높으신 분들의 콧대를 콱 눌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뭐, 린네 군이 아무리 잘 되어봐야 린네 군보다 프로덕션이 버는 돈이 더 많을 테고…… 모두들 스스로가 몰라본 진주의 아름다움보다는 진흙 속의 진주를 찾아낸 그 프로듀서의 안목을 더 많이 칭찬하겠지만.

아무튼 린네 군은 노력의 일환으로 그 잘난 척하는 말투를 고쳤다. 그게 회사가 린네 군에게 요구한 사항인지, 아니면 린네 군 스스로 그게 옳다고 생각한 건지는 잘 모르겠다. 딱히 관심도 없고. 하여튼 관객 앞에서 부드러운 말투로 상냥하게 말하는 린네 군은 내겐 아무래도 낯설게 느껴지는 구석이 있었다. 내가 모르는 린네 군을 보는 건, 역시 즐거운 일은 못 되었다.

무대 위에서야 그러거나 말거나 적당히 맞춰줬지만 나와 린네 군 사이에는 분명히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그 공기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무대에서 내려오는 와중에 린네 군의 말투를 따라하며 그를 놀렸다. 그러면 린네 군이 주먹으로 내 어깨를 퍽 쳤다.

그게 스위치라도 된 듯 우리는 서로에게 별 것 아닌 짓궂은 장난을 걸고 낄낄대며 웃어댔다. 물론 린네 군이 때린 자리가 아프기는 했다. 그것도 무척이나. 순간 멍이 들었나 싶었을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도 웃음이 나왔다. 아니, 그 아픈 것까지도 포함해서 그냥 전부 웃겼던 것 같다. 눈 앞의 남자는 그제야 다시 내가 아는 린네 군으로 돌아온다. 그게 반갑게까지 느껴졌다. 이렇게 폭력적인 게 린네 군 답다.

그렇게 캐릭터까지 바꿔가며 힘내는 린네 군에게 이래저래 얹혀간 덕분인지 첫 정산으로 받은 금액은 나쁘지 않았다. 애초에 나는 적극적으로 활동하지 않았으니 기대가 없기도 했고. 뭐, 이것도 마찬가지다. 대단한 걸 기대하고 있다가 실망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것이다.

문득 린네 군도 정산을 받았겠구나 싶어졌다. 린네 군은 어떨까. 나와는 달리 린네 군에게는 또 남다른 감회가 있었을 것 같았다. 스스로 하고 싶었던 일을 해서 그 결과를 수치로 나타낸 것이 정산금이라는 거다. 이를테면, 꿈을 이뤄낸 증명이라는 것이겠지.

짧은 미팅이 끝나고 내 곁으로 돌아온 린네 군은 길고 하얀 봉투를 소중히 쥐고 있었다. 그게 린네 군의 첫 번째 정산금이라는 건 나도 알았다. 모를 수가 없었다. 나도 같은 봉투를 받았으니까. 내가 이해하지 못한 건 그가 내게 그 봉투를 내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멍청하게 봉투와 린네 군을 번갈아보자 보다 못한 린네 군이 말했다.

“니키한테 줄게.”

“엥? 저두 받았는데여?”

나는 봉투를 받는 대신 멀뚱하게 대꾸했다. 하지만 이내 생각이 미쳤다. 린네 군은 내게 마음을 쓰고 있는 것이다. 곱게 다물린 봉투에는 열어본 흔적도 없다. 아마 받은 그대로 내게 가져다 준 것이겠지. 그러잖아도 부족한 칼로리를 소모해가며 가계부를 쓰고 초등학생 수준의 산수로 예산을 남은 일자로 나누고 있는 모습이 측은해보이기는 했을 거다.

그렇다면 이건 동정일까. 시이나 니키를 아는 사람들은 쉽게 시이나 니키를 동정한다. 그건 내 체질이 수많은 약속으로 이루어진 현대 사회에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학력을 포기했고 경력을 포기했다. 드디어 현대 사회에 제대로 뿌리를 내리게 된 린네 군도 다른 사람들처럼 되는 걸까. 더 이상 나에게 돌봐져야하는 세상 물정 모르는 이상한 형아가 아닌 린네 군은…… 나를 동정하게 되는 걸까.

문득 린네 군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그 얼굴에는 담담한 척 하고 있지만 뿌듯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 모습이 어쩐지 첫 월급을 전부 부모님에게 주는 신입사원 같아서 귀엽다고 생각했다. 어라? 그럼 내가 린네 군의 부모님이 되는 건가? 이 비유는 취소다. 뭔가 잘못됐다. 나는 그 이상 생각하는 대신 손을 휘휘 저어 린네 군을 무르고 몸을 돌렸다. 어쩐지 배가 고파져서, 식당으로 갈 생각이었다.

“이번 달 식비는 충분하니까 그걸론 린네 군 하고 싶은 거 해여~!”

“내가 하고 싶은 건 니키한테 주는 거야.”

린네 군이 내 등 뒤로 따라붙으며 그렇게 말했다. 어쩐지 필사적인 투라 귀엽다고 생각했다. 목소리에는 자연스럽게 웃음기가 섞였다.

“후흥~ 린네 군도 귀여운 소리를 다 하네여~”

애초에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린네 군이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해서 벌어들인 돈이다. 아무리 내가 린네 군을 먹이고 재우며 그를 돌봐왔다고 해도 그 돈을 받기는 어려웠다. 내가 한 말은 그러니까, 내 진심이었다. 그 돈으로는 린네 군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고 싶은 것을 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니키는 왜 나한테서 아무 것도 받지 않아?”

하지만 린네 군은 나의 태도에 불만을 느낀 것 같았다. 짧은 침묵 끝에 이어지는 목소리는 내게 서운함을 느끼는 것이 분명한 태도였다.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는 몸을 돌려 린네 군을 바라보았다. 시선이 맞닿자 린네 군이 다시 한 번 물었다.

“내가 가족이 아니라서?”

거침없이 내뱉는 말에 어리둥절해졌다. 그는 속상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화가 난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아무래도 이해할 수가 없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니키는 날 위해서…….”

그렇게 말한 린네 군이 잠깐 입을 다물었다. 언제나 그러듯 멋대로 생각에 빠진 것 같았다. 똑똑하고 생각이 많은 사람은 이게 문제다. 내가 한숨을 삼킬 즈음 린네 군의 날카로운 눈이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은 육식동물의 그것처럼 곧게 나를 향해 있었다. 린네 군이 나직하게 목을 울렸다.

“니키.”

“넹?”

린네 군의 갑작스러운 부름에 무심코 대꾸했다. 린네 군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나랑 결혼할래?”

순간, 눈 앞이 점멸했다. 심장이 꽉 조여들어서, 밀려드는 핏물을 견디지 못하고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온몸의 피가 끓는 것처럼 몸이 더웠다. 동시에 등줄기는 서늘했다. 몸의 시스템이 망가진 것 같았다. 숨통을 그러막은 것은 당혹감이었다.

들켰나? 어째서인지 그런 것을 생각했다. 그리고 그 다음에야, 그 생각에 의문을 품었다. 들키다니 무엇을? 무엇을 들키면 안 되는 건지, 뭘 어떻게 들키면 결혼하자는 제안을 받게 될 거라고 생각한 건지, 그 순간엔 모든 것이 납득이 가지 않았다. 나는 답잖게 길고 긴 역산을 했다. 그리고 그 끝에 가장 최초의 명제에 도달한다.

나, 린네 군을 좋아하는 거구나.

린네 군이 내게 무엇인가를 해주고 싶어한다는 사실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만약 린네 군이 내 마음을 눈치채버린다면 분명 내게 은혜를 갚기 위해 스스로를 상납하듯 내어줄 거라고. 그런 식으로 린네 군을 취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내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았던 거다.

하지만 린네 군의 청혼은 그것과는 조금 궤가 다른 것 같았다. 아마도 내 마음을 들킨 건 아닌 모양이었지만 그렇다고 린네 군이 정말로 나를 좋아하고 사랑해서 그런 것도 아니다. 아무리 멍청한 나라도 그 정도 감정은 읽을 수 있다. 린네 군이 나와 같은 마음이 아니라는 정도 쯤은.

“린네 군 아직도 그런 소릴 하네여. 남자끼리는 결혼 못해여~”

린네 군은 입술을 깨물고 시선을 떨어트렸다. 또, 그런 얼굴을 한다. 나는 린네 군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살짝 웃었다.

린네 군은 내게 은혜를 갚고 싶은 거다. 린네 군을 향한 내 마음과는 상관 없이. 그저 결혼해서 가족이 되면 내가 린네 군에게 기댈 수 있게 되리라고 생각한 것일 테다. 내가 린네 군이 주는 걸 받지 않는 이유가 린네 군과 가족으로 묶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것이겠지. 정말, 구시대적인 가족관에 묶여있는 인간이다.

린네 군이 주는 걸 받지 않은 이유 같은 건 생각해본 적도 없다. 그가 주는 걸 내가 받지 않았다는 것도 방금 린네 군이 말한 순간에야 알았다.

나는, 내가 깨닫지 못했다 뿐이지 그냥 무서웠던 것 같다. 린네 군은 은혜를 갚겠다고 했다. 그러면 그걸 갚아버리면? 내 곁에 있을 이유가 사라진 린네 군은…… 나를 떠나버리는 건가? 그런 걱정을 하고 있었던 거다.

확실히, 그건 싫다. 무섭다. 아마 앞으로도 나는 린네 군이 주는 걸 받지 않을 것이다. 그건 내가 린네 군과 가족이 아니기 때문이 아니다. 다른 사람에게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기 때문인 것도 아니다.

린네 군이 내게 어떤 부채감을 갖는다면 계속 품고 있어주면 좋겠다. 린네 군은 성실한 사람이니까 스스로가 빚이라고 생각하는 무엇을 전부 갚을 때까지 나를 떠나지 못할 것이다. 그런 부채감 때문이라도 린네 군이 나를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대단한 것도 아닌 은혜 같은 거, 갚지 않아도 되니까.

“저는 식비가 많이 드는 체질이니까여.”

나는 아이돌을 그만뒀다. 연습생 기간 만큼이나 짧은 활동이었다. 린네 군은 애써 서운한 티를 내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내가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데에서 완전히 실패한 연기였다. 그게 조금 귀엽다고 생각했지만 굳이 입 밖에 내지는 않았다. 린네 군은 강한 척 하는 구석이 있었고 굳이 그 자존심을 건들 생각은 없었다.

“이제는 린네 군도 혼자서 잘할 수 있잖아여.”

그 말에 린네 군은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이내 시선을 떨어트렸다.

아. 부정하지 않는구나. 그렇게 생각이 미친 뒤에야 나는, 린네 군이 혼자서는 안 된다고 내가 있어야 한다고…… 그렇게 말해주길 바랐다는 것을 깨달았다. 말도 안 되는 바람이었다.

그 즈음의 린네 군은 ‘정통파 아이돌’ 따위를 셀링포인트로 삼고 있었다. 기획사에서는 나의 부재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을 요량인 듯 했고 성과는 나쁘지 않았다. 내가 린네 군의 기회가 될 수 있다면 잘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정한 얼굴을 하고 상냥한 말투로 말하는 린네 군은 내가 아는 린네 군과는 역시 너무 달랐다. 린네 군의 다정함은 그런 게 아니다. 나만 알고 있는 린네 군의 다정함이 있다. 그래서 TV에 비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어쩐지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 이제는…… 이제는 함께 무대를 마치고 내려오면서 린네 군과 장난을 칠 수가 없으니까. 내가 깨트릴 수 없는 가면을 보고 있어야 하는 것이 어쩐지 답답하게 느껴져서 나는 결국 채널을 돌려버리곤 했다.

“니키이.”

어떤 밤의 일을 기억한다. 내가 그렇게 아이돌을 그만둬버리고 얼마 지나지 않은 밤이었다.

“우웅……? 아, 린네 군…… 다녀왔, 으악!”

멋대로 내 침대에 기어들어와서는, 나를 제 품 한가득 끌어안았다. 1인분의 집과 1인분의 침대는 우리의 거리감을 어그러트리기 좋았다. 살갗은 별수 없이 맞닿았고 그건 서로의 숨소리와 심장박동이 느껴지는 거리였다.

하지만 끌어안아 품에 가두는 건…… 내가 좀 더 작고 어렸을 때나 추운 겨울에 오래된 아파트의 창문 틈을 비집고 바람이 스며들 때 정도였다. 린네 군이 유난히 온도 변화에 약한 것 같기는 했다. 날이 더울 때는 쉽게 늘어졌고 추워지면 사람의 살갗을 그리워했다. 평소에 스킨십이 많은 편은 아니었는데도 그랬다. 동생이 있다고 했던가. 그 동생을 끌어안던 버릇이었겠지.

나는 이제 린네 군이 기억하는 동생 씨와 착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자랐고 슬슬 밤바람이 차가워질 시기이기는 해도 집 안으로 들어오면 추울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니까 아주 최근에 그 경우의 수가 하나 더 늘어났는데, 그게 바로 이것이다.

“우겍, 술 냄새…….”

린네 군은 거나하게 취해있었다. 린네 군은 종종 어른들과 함께 술을 마셨다. 나이가 차기 전부터 술자리에 몇 번 불려나가는가 싶었는데 결국은 술까지 입에 대게 되었다. 아마도 사회생활이라는 것이겠지.

옳지 못한 일은 꺼려하던 때가 있었다. 조금 어렸던 시절의 이야기다. 그렇다고 해서 린네 군의 본질이 바뀐 건 아닌 것 같았다. 그럼에도 술을 마시는 이유란 실제 별 것 아닐 테다. 그저 필요하니까. 뭐, 린네 군도 재미없는 어른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의 몸은 칼날처럼 단단하고 날카로웠다. 동시에 그만큼 서늘하기도 했다. 품에 안으면 베일 것처럼 예리한 몸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낡은 아파트의 틈새로 드는 바람에 린네 군이 날렵한 몸을 애써 조그맣게 웅크릴 때는 자연스럽게 그를 품에 안았다.

그렇게 구겨넣듯 작아졌는데도 그의 몸은 여전히 너무 크고 길어서 아무래도 내 품에는 다 들지 못했다. 대신 더욱 몸을 얽었다. 다리가 엉키고 살갗이 맞닿았다. 그의 발 끝이 차가웠다. 차가운 건 싫다. 맞닿는 면적만큼 내어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열량을 소모해버린다.

성장기를 지나온 덕택에 쑥 높아진 시선은 더 이상 턱을 들어올리지 않아도 그와 눈높이가 맞을 정도는 되었다. 키가 커지고 몸이 단단해지는 걸 원한 적은 결단코 단 한 번도 없었다. 모든 생물은 커질수록 더 많은 열량을 소비한다. 그런데도 그 순간엔 어쩐지 린네 군을 따라잡고 싶다고 생각했다. 지금보다도 더 크고 싶다고, 린네 군을 온전히 품에 안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런 게 사내애라면 으레 갖는 경쟁심리라는 것일까? 그런 귀찮은 게 내게도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린네 군 같은 건 최악이다. 그에게 체온을 빼앗긴 탓인지 배가 고팠다. 그의 하얀 뺨이 복숭아처럼 발갛게 달아올라있었기에 무심코 코를 대었다. 차가운 뺨이었다. 체온을 빼앗기는 걸 겁내면서도 나는 그 매끈한 피부 위로 코 끝을 부볐다. 당연하지만 코를 아무리 깊이 묻어도 달콤한 냄새 같은 건 나지 않았다. 그저 린네 군에게서는 아주아주 지독한…… 술 맛이 났다.

“으응…….”

린네 군이 희미하게 신음하며 고개를 돌렸다. 나로부터 도망치려는 듯한 제스처를 마주한 뒤에야 비로소 나는 내가 린네 군의 뺨에 혀를 대었다는 걸 알았다. 입술도 아니고 혀다. 어지간히 허기가 졌던 모양이지. 내가 몸을 들자 막 잠에서 깬 것 같은 얼굴을 한 린네 군이 나를 바라보았다. 들켰을까. 내가 그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눈 앞이 무너져내리는 것만 같았다. 심장이 뛰고 있었다.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어지러웠다.

“니키…….”

린네 군이 희미한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취한 탓인지 숨결이 고르지 못하다. 전부 흥분의 열기를 닮았다. 그의 얼굴을 천천히 확인한다. 제대로 뜨지도 못한 눈에는 어째 물기가 스며있었다. 그 모든 게 이루말할 수 없을 정도의 자극이 되어 뇌를 가격했다. 나는 원래 참을성이 없는 인간이다. 욕망을 견딘다는 건 내게는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나는 기어코 린네 군의 위로 몸을 숙였다.

“……키스해도 돼여?”

그럼에도 린네 군에게 허락을 구한 순간이었다. 린네 군이 희미하게 한숨을 토했다. 더운 숨에서는 짙은 술 냄새가 났다.

“결혼, 하면…….”

그 말에 린네 군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힘없이 풀어진 눈에 물기가 가득 어려있는 것이 애틋할 정도로 사랑스럽다. 잠깐 망설인 나는 이내 몸을 일으켰다.

“나하항…… 남자끼리는 무리라니까여.”

그렇게, 대충 대꾸하고 관두기로 마음먹은 순간이었다. 린네 군이 내 목을 끌어안았다. 강한 인력에 다시 그의 위로 엎어졌다. 덜컥. 뭔가가 고장난 것 같았다. 린네 군과 다시 시선이 맞닿았다. 린네 군이 속삭였다.

“나는, 니키랑 키스하고 싶어.”

그런, 녹을 것 같은 얼굴과 달콤한 목소리로…….

시끄러울 정도로 심장이 뛰었다. 너무 크게 쿵쾅대서, 이 심장의 고동이 린네 군에게 들켜버릴까봐 겁이 날 지경이었다. 린네 군은 알고 그러는 건지 몰라서 그러는 건지, 필사에 가깝게 내게 매달렸다.

“그러니까…… 결혼해줘…….”

린네 군 답지 않게 엉망진창이다. 논리라고는 하나도 없는 청혼이었음에도 어쩐지 이길 자신이 들지 않았다. 나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꾸했다.

“그치만,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니까…….”

“……니키, 나…….”

린네 군이 내 말을 끊어내듯 나를 불렀다. 애원하는 것 같은 목소리였다. 술기운에 발갛게 달아오른 입술이 서툴게 오물거린다. 아……. 더 이상은 안 된다. 참을 수가 없다. 결혼이고 뭐고 상관없었다. 어차피 이 인간도 제정신은 아닌 것 같으니 지금이라면. 지금이라면…… 키스해버려도 괜찮을 것 같았다.

“옷, 못 벗겠어…….”

뜬금없이 그렇게 말한 린네 군은 곯아떨어지듯이 눈을 감았다. 그 순간 정신이 들었다. 괜찮을 리가 없지 않은가. 린네 군은 여전히 겉옷을 걸친 채다. 옷도 안 갈아입고 냅다 침대로 뛰어든 것이다.

완전히 취해서는……. 이 주정뱅이, 자기가 방금 전까지 내게 청혼하고 있었다는 것도 잊어버린 모양이었다. 두서없는 말들은 전부 이 인간이 제정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뭐가 키스는 결혼하고 나서 해야되는 건데 자기가 키스하고 싶으니까 결혼해달라는 건지…….

정말로, 제정신이 아닌 거다. 린네 군도 그렇지만, 나도 제정신이 아닌 게 분명했다. 이런 인간을 앞에 두고 대체 무슨 상상을.

나는 한숨을 내쉬고 이미 흐트러진 여밈에 손을 대었다. 그대로 린네 군을 잘 굴려가며 겉옷을 벗겼다. 커다란 린네 군이 좁은 침대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애쓰느라 죽을 맛이었다.

“으응…….”

린네 군도 내 손길이 귀찮았는지 종종 투정을 부리듯 신음했다. 나는 이렇게 고생하는데 고작 귀찮은 정도면 그냥 가만히 있어줬으면 좋겠다. 나는 우악스럽게 그의 겉옷을 벗겨내 바닥으로 치웠다. 그 사이에 린네 군이 몸을 웅크렸다.

“아니, 벗겨줄 테니까 좀 가만있어봐여!”

나는 이미 잠든 게 분명한 남자를 향해 잔소리를 하고는 그의 팔을 붙들었다. 서늘하고 끈적한 피부가 손아귀에 감기듯 달라붙었다. 몸이 차가운 편이긴 했는데 이렇게 술을 마셔도 서늘하다는 게 어쩐지 이상했다. 피부가 발갛게 달아오를 정도인데도 서늘할 수가 있구나. 린네 군을 똑바로 눕힌 나는 멍청하게 흐트러진 얼굴을 가만히 노려보았다.

린네 군의 숨소리가 머리에 울리는 듯 했다. 술을 마신 탓에 숨을 쉬는 것이 벅찬 걸까. 흐트러진 호흡이었다. 그때 문득 린네 군이 흐린 한숨을 토했다. 그 숨소리가, 떨리는 호흡 사이로 유난히 선명하게 들렸다. 그 순간 알았다. 그 숨소리는 내 것이었다. 눈 앞이 까마득해졌다. 호흡이 거칠어질 이유가 없었다. 눈 앞에 있는 건 익숙하게 알고 있는 몸이었다.

그러면 그와 거의 동시에 깨닫는다. 눈 앞의 발갛게 달아오른 몸이 서늘하다고 느낀 건…… 내 몸 또한 달아올라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어떡하지? 어떡해야…… 하는 거지?

“니키이…….”

내 손이 멈추자 린네 군이 재촉하듯 나를 불렀다. 어리광을 부리는 것처럼 섞이는 신음과 잠투정을 부리는 어린애처럼 찡그린 미간이 온몸의 신경을 다발로 쥐고 잡아당기는 것만 같았다.

“……옷, 불편해.”

린네 군의 손가락이 티셔츠를 대충 밀어낸다. 옷자락 아래로 마른 근육으로 날렵한 뱃가죽과 드로즈의 밴드가 드러났다. 그는 제 배를 더듬어 벨트의 버클을 움켜쥐었다. 힘이 들어가지 않는 헛손질에 버클은 가벼운 마찰음만 흘릴 뿐이다. 린네 군이 짜증스럽게 신음하며 몸을 뒤척였다. 이건 어쩌면…… 나를 유혹하려는 제스처는 아닐까?

“도와줘, 얼른…….”

그럴 리가 없다. 이 모든 건 결코 계획된 것이 아니다. 다정한 얼굴을 하고 상냥한 말투로 팬들을 대하던 아마기 린네는 여기에 없다. 주변의 어른들에게 맞추기 위해 스스로도 재미없는 어른이 되어버린 아마기 린네 또한 마찬가지로 여기에는 없다. 시이나 니키는 아마기 린네가 유일하게 아이돌의 가면을 벗고 대할 수 있는 존재다. 그 사실이 나의 고삐를 잡아당겼다.

“에휴…….”

나는 한숨을 내쉬고 린네 군의 티셔츠를 벗겼다. 어깨며 쇄골 근처까지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때였다.

“우왓!”

린네 군이 내 목에 매달렸다. 살갗이 그대로 닿는다. 땀이 살짝 밴 피부가 이상할 정도로 끈적하게 달라붙었다. 린네 군이 속삭이듯 나를 불렀다.

“……니키.”

고막에 엉겨붙는 듯한 목소리였다. 씁쓸하고 지독하기만 한 술 냄새가 어쩐지 달착지근하게 느껴졌다. 어지럽다. 나는 저도 모르게 린네 군의 뺨을 쓸어쥐었다. 시선은 그의 입술로 향했다. 시야를 가득 메운 그의 입술이…… 가장 달콤한 말을 뱉어낸다.

“나…… 니키가 없으면 안 되잖아.”

그 말에 손이 멈췄다. 린네 군도 정답을 알게 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나도 이제는 어떤 정답은 마냥 옳지는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한숨을 내쉬고 린네 군의 옷을 마저 갈아입혔다. 그 다음엔 간단하게 식사를 했다. 린네 군 덕분에 배가 고파진 탓이었다. 늦은 새벽이 된 후에야 침대에 널부러져 자고 있는 린네 군 옆에 불편하게 누울 수 있었다. 그러고도 나는 한참을 뒤척인 끝에 겨우 잠들었다. 답잖게 생각이 많아졌던 탓이다.

린네 군은 훌륭한 거짓말쟁이다. 그날 했던 말도 전부 거짓말이다. 제멋대로 들어앉았다 사라졌다 또 다시 돌아오고 어느 날엔 또 사라져버리는 린네 군의 애매한 공백에 나는 밥을 챙겨주던 고양이를 떠올리곤 했다. 물론 린네 군은 고양이 같은 깜찍한 생물이 아니다. 이 남자는 고양이와 달리 온전한 인간이다. 혼자서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 그걸 알고 있으면서도 내심, 내가 없으면 안 된다는 그 말이 진심이길 바라는 내가 있다.

내가 없어도 린네 군은, 그럭저럭 잘 살아갈 것이다. 조금 불편할 수는 있어도 안 되지는 않을 것이다. 린네 군은 고양이와는 다르다. 사라져버려도 죽음을 상정할 필요는 없다. 아이돌을 그만둬도 그 이세계 같은 고향으로 돌아가 군주로서 부족함 없는 생활을 하겠지. 꼭 그게 아니더라도 이 똑똑한 인간은 분명 어딘가에서 건강하게 살아갈 것이다. 그럼에도 내게 그렇게 말하는 린네 군의 의도는 명확하다.

나를, 살게 하기 위해서다. 내가 린네 군을 책임지는 행위를 통해 삶을 연명할 수 있는 것은 린네 군이 아니라 내 쪽이다. 린네 군이라고 그걸 모를 리가 없다. 알면서 그런 소릴 하는 것이다. 린네 군은 항상, 내가 살기를 원했으니까.

하지만 나도 사실은 린네 군이 없어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 강한 척 따위가 아니다. 우리는 서로가 없어도…… 분명 자연스럽게 살아갈 것이다.

살아있다는 것은 그런 일이다. 전쟁터에서 팔다리를 잃은 사람을 발견해도 그에게 희미한 숨만 붙어있다면 살아있다고 표현한다. 그것이 부조리하다고 말하고 싶은 게 아니다. 살아있다는 건 그리 거창하지 못하다. 되려 구질구질한 것이다. 나의 목표 또한 고작 그런 것이었다. 굶주리면 제 팔다리를 뜯어먹고서라고 숨이 붙어있는 채로 버티는 것 말이다.

그런데 어느 날엔 그런 삶이 어쩐지 굉장히 쓸쓸하게 느껴졌다. 나도 뭔가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구체적인 무엇을 생각해내지는 못했다. 장래에 대해 생각하기에 앞서 나는 여전히 배가 고팠고 그 굶주림을 채우는 것이 가장 급선무였다. 죽고 싶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그 날은 유난히 쓸쓸해서, 그런데도 계속 배가 고파서……. 감상을 곱씹을 여유조차 없는 나 자신이 안쓰럽고 불쌍해서 그 날은 특별히 맛있는 것을 먹었다. 답지 않게 비싼 고기와 싱싱한 야채를 샀다. 마감 세일이 시작하지도 않은 시간이었다. 엥겔 지수가 훅 뛰어올랐을 거다. 하지만 그렇게 맛있는 음식을 먹었는데도 이상하게 허기가 가시지 않았다. 목숨을 부지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없는 식사란 그런 것이다. 아무리 맛있어도 그뿐인거다.

나도, 삶의 의미가 갖고 싶었다. 삶의 목표가 고작 삶 그 자체라는 것은 너무나 퍽퍽하고 지겨웠다. 린네 군처럼 대단히 거창한 목표가 아니더라도 괜찮았다. 그건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욕심이었다. 시이나 니키가 결코 가져서는 안 되는 욕망이었다. 린네 군이 내게 이런 감정을 불어넣었다. 린네 군은 언제나 나를 이상하게 만든다. 내가 본래 우러난 모습 그대로는 존재할 수 없게 만든다. 꽃을 우려낸 푸른 찻물 위로 떨어진 레몬처럼 나의 내부부터 바꿔나간다. 그렇게 나는 맛도 색도 전부 변해버린다.

나는 느리게 고개를 들어 맞은편을 보았다. 항상 그 남자가 앉아있던 자리였다. 하지만 오늘은 린네 군이 없었다. 린네 군은 오늘도 레슨이 있다고 했다. 린네 군은 내가 없는 곳에서도 여전히 노력하고 있다. 내가 없어도 그의 삶은 아무렇지 않게 나아간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그래서 식사가 맛이 없었던 것이다.

맛없는 식사를 남겨둔 채 나는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그 행위에는 주저가 없었다. 식사를 그만둔다는 것은 살기를 그만두는 것과 같다고, 지금껏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럼에도 망설이지 않고 젓가락을 내려놓을 수 있었던 것은 이 식사에 어떤 의미도 없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행위로는 공복을 채울 수가 없다. 공복을 채우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었다. 시이나 니키의 삶의 목표 따위는 아주 오래전부터 정해져있었다.

린네 군과 함께, 식사를 하고 싶었다. 린네 군과 함께 있고 싶었다. 시이나 니키는 고작 그런 것을 원했다. 아주 작고 소박한 목표였다. 그럼에도 내내 부정해왔던 건 린네 군이 언젠가 나를 떠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의 린네 군이 천천히 나와 멀어져가고 있는 것을 보면 그것도 아주 틀린 걱정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렇게 나의 욕망을 인정한 뒤로는 오히려 괜찮아졌다. 린네 군은 아이돌 활동 탓에 스케줄이 일률적이지는 못했지만 여전히 시간을 내어 나와 식사를 했고 내가 해주는 요리를 좋아해줬다. 함께 식탁에 앉아야만 맞아떨어지는 시선이 있다. 나는 이 자리에 앉아 이 남자의 얼굴을 보고 싶었던 거구나. 식사를 하는 린네 군의 얼굴을 보며 새삼스럽게 그런 생각을 했다.

나는 비교적 결단이 빠른 편이었다. 선택이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죽는 몸이었으니 별수 없었다. 곧바로 직장을 옮겼다. 코즈프로의 사내식당이었다. 첫 출근이 확실히 정해진 뒤에야 린네 군에게 통보했는데, 린네 군은 당황하면서도 조금 들뜬 기색으로 나를 반겼다.

그는 종종 트레이닝복을 입고 식당에 와서 식사를 했고 나도 타이밍이 맞으면 그의 맞은편에 앉아 간단한 식사를 했다. 린네 군은 항상 눈을 빛내며 아이돌 활동에 대해 이야기를 해줬다. 그 모습이 무척이나 행복해보여서, 가장 행복한 린네 군의 맞은편에 내가 앉아있다는 사실이 기쁘고 즐거워서…… 린네 군을 나 같은 것의 곁에 억지로 잡아두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애초에 그럴 생각도 없기야 했지만.

뭐, 이걸로 됐다. 린네 군이 내 맞은편에 앉을 수 없게 된다면 내가 린네 군의 맞은편에 앉으면 된다. 린네 군이 나와 멀어져간다면 내가 그를 따라가면 된다. 지금까지도 그래왔다. 나는 내가 모르는 동안에도 내내 그렇게 행동해왔다. 나는, 린네 군과 함께 있기 위해 학교를 그만두고 제안을 거절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린네 군이 나를 이해하지 못했던 것도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나도 몰랐던 내 삶의 목표 따위를 린네 군이 알 리가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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