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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카힐] SAUDADE

환생한 카일과 힐데 이야기

[약카힐] SAUDADE

W. 분점주


saudade

명사

1. 그리움, 향수, 갈망((포르투갈어에서 온 말))

내가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그녀석과 함께였다.

언제부터 같이 지냈는지는 모른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 옆에 그녀석이 있었을 뿐이었다. 전과 다를 것 없는 피부 색과 머리카락 색을 가졌으면서 익히 알던 눈동자의 색과 키와 나이가 달라진 모습으로.

"끄, 흑…. 카, 카, 이일…."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세계수의 지복을 받기 전의 어린 시절을 연상시키는 모습이었다. 부족의 특징이 주었던, 아버지를 닮은 붉은 색 눈을 갖고서, 8세 정도의 신체가 되어서.

"죽어."

아마 이 녀석도 나와 같은 거겠지.

"죽으라고. 죽어…. 제발…."

우리가 언제부터 함께였는지는 모른다.

내 기억이 돌아오기 전부터 녀석과 나는 어느 고아원에서 함께 지내고 있었다. 그러다가 지워지지 않는 증오심과 배신감이, 뒤따라오는 연민과 애정이 뱃속에 똬리를 틀고 앉아 그의 죽음을 갈망케하는 나날을 보내게 됐다.

매일 밤, 잠든 녀석의 목을 조르는 것은 그때문이었다.

반항도 하지 않는 녀석은 꺽꺽, 숨을 몰아쉬면서 소리없이 울었다. 그러다가 곧 제 숨이 넘어가기 일보 직전이 되어서야 조르는 내 손을 긁어댔다.

그러면 나는 손을 놔줬다.

모자란 숨을 허겁지겁 긁어모으며 들이켜는 그녀석이 거칠게 토해내는 기침소리를 들으면서, 증오해 마지않는 이를 가만 내려다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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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페어
#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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