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신곡/커플링Coupling

[츠바하루]10년 지인 7년 교류 3초 연인

드레퓌스 츠바이크X아토 하루키

대충 이 커플링을 먹게 된 이유↓

https://fusetter.com/tw/zpB4oVrP#all

그렇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랑 사귈래요?

하루키가 그렇게 말했을 때 츠바이크는 커피를 마시고 있었고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루키는 그 옆에 나란히 선 채 흘러가는 강물이나 거기에 반사되는 햇살 따위를 바라보며 마찬가지로 침묵했다. 월은 11월, 날짜는 16일. 크리스마스는 커녕 어떤 기념일도 아닌 날. 아토 하루키는 단지 일이 있어서 일본으로 왔다고 말하던 남자의 목소리톤 따위를 잠깐 되새겨보았다.

돌아온 대답은 다분히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거 제가 해야 하는 말 아닌가요?

아무래도 그렇죠?

근데 당신이 말했군요?

그렇게 됐네요?

물음표가 꼬리를 물고 빙글빙글 돈다. 그럼에도 아토 하루키는 어떤 예감을 맛본다. 그건 단계를 하나하나 의식하지 않아도 운동화 끈을 튼튼하게 매듭지을 수 있는 것과 같았다. 이 대화는 결국 특정한 결론에 도달할 것이고 만약 엇박자가 나더라도 다시 수정할 기회가 충분하다. 그것이 퍽 기꺼웠다.

그럼 이렇게 하죠.

뭔데요.

제가 일단 거절하고 다시 말할 테니까 당신이 승낙하세요.

싫어요. 결과가 똑같은데 왜 그리 빙빙 돌아가야 하는 건데요.

저에게서 고백받고 싶지 않나요?

얼마나 로맨틱한 말을 준비했는데요?

사실 당신이랑 똑같아요.

이 흡혈귀가.

가볍게 정강이를 찬다. 츠바이크는 몸만 움츠리지 아프다는 소리도 내지 않았다. 사실상 데미지도 거의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됐으니까 대답해요. 예스에요 노에요?

알겠어요 알겠어. 예스에요. 당신이 좋아요. 사귑시다.

처음부터 순순히 그렇게 좀 말해요.

가볍게 투닥거리고는 다시 강을 바라본다. 두 사람은 이미 식사도 하고 공연도 보고 적당히 카페에서 쉬다 나온 상태여서 컨디션은 나쁘지 않았다. 오늘 하루 자신들의 행적을 더듬어보던 하루키는 에취, 하고 짧게 재채기를 했다. 코가 간질거린 탓이다. 그걸 또 츠바이크가 재빠르게 캐치했다.

감기인가요? 머플러 둘러줄까요?

갑자기 다정하게 굴지 마요.

하지만 3초 전부터 연인이잖아요.

그냥 하던대로 하세요.

하던대로, 라는건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면서 곁에 있어달라는 의미다. 당연하다는 듯 서로의 시차를 계산해서 인사를 건네고, 안부를 묻고, 일상을 공유하고, 사네미츠의 욕도 같이 하고(이건 버릇에 가깝다), 가끔 낮은 목소리로 굿나잇이라 말해주는 것. 근 7년간 해온 일이니 그걸 이제 다 알 텐데도 이 흡혈귀는 뻔뻔했다.

자, 그러지 말고. 뭐든 요구해보시죠. 당신이 사실 끝내주는 어리광쟁이라는 건 파악이 끝났습니다.

장난해요? 어리광쟁이인건 당신이잖아요. 자기 개인에게는 한없이 무른 주제에.

역시나 탐정이군요. 탄복했습니다.

키스해줄까요?

슬쩍 흘겨보며 던진 가벼운 도발에 츠바이크가 눈썹을 들어올린다. 다분히 서양인이 취할법한 제스쳐다. 하루키는 상대에게 한방 먹여줬다는 생각에 심술궂게 웃었다.

아무래도 연인의 행위를 원하는 건 흡혈귀 씨 같으니까.

그런 말 안 했어요.

전 탐정입니다만.

츠바이크가 한숨을 쉰다. 하루키는 한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시선을 다시 강가로 돌린다. 반짝이는 햇살, 강변 근처의 오리 가족, 돌을 줍는 어린 아이. 그 풍경 사이로 갑자기 낮은 목소리가 훅 끼어든다.

"기왕이면 당신 집에서 하고 싶은데."

고개를 돌리지는 못한다. 돌렸다간 당장 바로 앞에 얼굴이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아, 젠장. 이렇게 나온다는 거지. 이렇게 했다는 거지. 이 망할 장생흡혈귀할아버지가. 하루키는 속으로 험한 말을 내뱉으면서도 제 얼굴에 오르는 열까지 어쩌지는 못한다. 되려 귀까지 따끔거릴 정도다. 상대방이 보면 엄청 웃기겠지.

"돌아가죠."

물음표가 없다. 그대로 다리 난간에 올려둔 손을 잡힌다. 당기는 힘은 강하지 않은데도 저항하기가 어려웠다. 아니, 애초에 저항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일단 두 사람은 약 3초 전부터 연인이고, 거의 7년 전부터 초장거리 연인이나 할 법한 메일 교류를 해왔고, 대략 10년 쯤 전부터 알고 있는 사이이므로.

"하루키."

존칭이 생략된 이름이 간지럽다. 하루키는 츠바이크를 한 번 노려보고는, 잡힌 손에 힘을 주어 상대의 손을 붙잡았다.

"그래요, 돌아가요."

따라서 말은 허락이 된다. 두 사람은 그대로 익숙한 걸음으로 다리를 떠난다.

평범한 연인들이 함께 길을 걷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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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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