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7.03
커미션 작업물입니다.
A는 서류를 내려보며 펜을 까딱거리다 사무실의 시계를 바라보았다. 시간은 오후 4시 23분. 하지만 그 사실은 그녀에게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그저 작게 째깍거리며 움직이는 초침과 시침을 흘려보내듯이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돌아오지 않는 시간을 얼마간 흘려보내고 나서야 그녀는 정신을 차렸다. 4시 35분. 10분을 넘게 넋을 놓고 있던 것이다. 그녀는 그제야 자신의 사무실을 눈으로 훑어보고, 서류를 다시 내려봤다. B가 자리를 비운 지 닷새째다. 그녀의 손을 거쳐 가야 할 서류가 오늘따라 많았고, 오늘따라 그녀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결국 작은 한숨 소리가 사무실에서 새어나왔다. 퇴근이 늦어질 것만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여름이라는 낮이 긴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해가 뉘엿뉘엿 져가는 시간에 모든 업무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A의 경호원 중 막내가 조심스럽게 A에게 말을 걸었다.
“…걱정되십니까?”
A는 이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았다. 자신을 지키는 경호원들은 B의 비밀을 모르지만 어쨌든 그가 그녀를 걱정시킬만한 일-물론 경호원들의 기준이기도 하다-을 하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가 염려되었고. 그렇기에 막내는 그녀에게 물었던 것이다. 그녀도 막내인 그가 자신을 생각해서 말했다는 걸 알았다.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괜찮아요.”
그렇기에 사실대로 말했다. 완전히 사실대로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당장은 그녀가 사실대로라고 생각했으니 그렇다 치기로 하자. 어찌 되었든 그 말에 막내 경호원은 약간은 우려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알겠다 답했다.
집에 들어와 샤워를 마치고 아직 완전히 마르지 못한 머리를 하고선 거실의 소파에 앉았다. 거실은 아무런 소리 없이 고요했다. 가만히 허공을 가르던 시선은 이내 창밖으로 향했다. 이제는 해가 넘어가 막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한 참이다.
“B.”
그런 적막이 흐르는 거실 속 침묵을 깬 울림은 다름 아닌 그녀의 연인인 B의 이름 두 글자였다. 그녀는 뒤늦게 자신이 현재 곁에 없는 사람의 이름을 불렀다는 걸 자각하고선 멋쩍게 웃었다. 텅 빈 집안에 그가 있을 리 없음에도 그의 이름을 부른 건 단순히 익숙해서일까, 아니면 닷새째 빈자리가 어색하고 불안해서일까.
B가 자리를 비우는 건 종종 있는 일이었고, 이제는 그가 비밀조직의 일원이라는 사실까지 알고 있음에도 A는 불안했다. 두렵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분명 그가 비밀을 털어놓으며 자리를 비우는 일이 있다면 중잘집을 잘 부탁한다는 말을 한 것에 맡겨만 달라고까지 했지만, 이렇게까지 멀리 떨어져 있을 때면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생각에 곧잘 사로잡히곤 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A의 가슴을 꽤나 쓰리게 만들었다. B가 이따금 크고 작은 부상을 달고 오는 날에는 심장이 철렁해 가슴을 쓸어내리고, 그의 모든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또 A를 괴롭혔다.
물론 B는 더 이상 A라는 여자를 무력한 사람으로 보고 있지 않았다. A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자신이 B를 도울 수 있단 사실 역시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불안감과 두려움은 종종 A를 덮쳐왔고, 이것들은 전부 오롯이 A만의 것이었다. 그리고 이 불안감과 두려움은 결국 그녀가 기나긴 밤을 보내도록 만들었다.
다음 날 아침, A는 피곤한 얼굴로 일어났다. 한숨도 못 잔 건 아니었지만 자주 깼고, 잠드는 족족 선잠이었다. 다행인 점은 오늘이 토요일이라는 점일까. 적어도 자신은 쉬니 말이다. 먼저 식사부터 챙기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오늘은 연어샐러드였다. 졸린 눈-감고 있지만-으로 아삭아삭한 채소들과 연어를 먹고 나서야 조금 정신이 드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기분전환을 할 겸 간단히 나갈 채비를 하고 밖으로 나섰다. 평소와 같은 차림이었다.
“아, A 씨!”
얼마나 걸었을까? 적당한 높낮이와 크기의, 부드럽고 상냥하지만 동시에 신난 듯한 목소리가 A의 뒤에서 들려왔다. 그녀가 뒤를 돌아보자 보인 건 눈처럼 하얀 머리카락을 가졌고, 자신보다 키가 약간 작은, B의 정신과 주치의-그리고 B와 같은 비밀조직의 동료이기도 하다-C였다. 그의 손에는 텀블러가 들려있었고, 가벼운 셔츠 차림에 메신저백을 매고 있었다. 그는 특유의 맑은 웃음을 지으며 그녀에게 다가와 말을 붙였다.
“여기서 만나네요. 반가워요!”
“어머, 그러게 말이에요~. 저도 반가워요.”
“어디 가시는 길이세요?”
“글쎄요, 맞춰보시겠어요?”
“하하, 산책 중이셨나요?”
“정답이에요. 선생님은 못 속이겠다니까요~. 제 속을 다 들여다보시는 것 같아요.”
A는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그녀의 말대로 C는 곧잘 속을 들여다 본 것마냥 상대의 생각이나 감정을 읽어내곤 했다. 그리고, 지금 A의 심정 역시 그가 놓칠 리 없었다. 그는 여전히 미소를 띈 얼굴로 입을 열었다.
“같이 카페라도 가요! 저, 카페에 가려고 나온 거였거든요. 원래는 테이크 아웃을 하려고 텀블러까지 챙겨나온 거였는데 이렇게 된 거, 같이 앉아있다 나오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카페 좋네요~. 선생님이랑 오랜만에 대화하는 것도 즐거울 것 같아요. 갈까요?”
A는 흔쾌히 그 제안을 수락했고, 둘은 서있던 곳에서 조금 떨어진 동네의 개인 카페로 향했다. 넓고 쾌적하지만 동시에 예쁘고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고, 가격도 저렴한 편인데다가 디저트도 정성스러운 곳이었다. 아직 오전인데도 자리가 꽤 들어차 있었다. C는 익숙하다는 듯이 진열대로 가 카페 사장으로 추정되는 인물과 반갑게 인사했고, ‘오늘은 뭘 먹을까요~.’라며 진열대 안을 들여다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결정한 듯 몸을 일으키곤 A에게 고개를 돌렸다.
“저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에그타르트랑 치즈케이크 같이 먹으려고요. A 씨는요?”
“저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할게요.”
“디저트는 안 시키시고요?”
“네, 저는 괜찮아요.”
A는 그렇게 말하며 미소 지었다.
“주문할게요. 매장 이용으로 아이스 아메리카노 2잔, 에그타르트 1개…….”
“자, 잠시만요, A 씨! 제 거는 제가 살게요.”
A는 그러고선 자연스럽게 C의 몫까지 결제하려고 했으나, C는 그걸 가만히 두지 않았다. 결국 각자 계산하게 되었고, 진동벨을 가지고 구석 창가 자리에 앉았다. 그러는 편이 대화하기 좋을 거란 둘의 판단이었다. 자리에 앉아 다시 인사를 나누기로 했다.
“밖이 오전인데도 꽤 더워요. 아직 초여름인데……. 상담한 지 겨우 일주일이 지나긴 했지만, A 씨는 어떻게 지내셨어요? B 씨가 지금 파견을 나가셨잖아요.”
“아, 저는… 그냥 그렇게 지냈어요.”
C와의 상담이 있고 정확히 이틀 뒤, B는 파견 임무를 나가게 되었다. B가 파견을 나가는 것에 대해 둘은 C와 얘기를 나누기도 했고, 이후 단둘이 대화를 하게 되었을 때도 괜찮을 거라며 서로 안심시키고, 다정하게 안아줬으며, 마지막에는 웃는 얼굴로 출발하고, 배웅했다. 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A는 달랐다. 전혀 안심되지 않았다. 불안하고 또 걱정됐다. 언제나 감은 눈 아래로는 어떤 감정이 요동쳤을까. 그것까지 알 길은 없지만, 그녀가 평소와 다르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아, 진동벨 울린다. 제가 가지고 올게요.”
C는 그렇게 말하고서 금세 주문한 음료와 디저트를 가져왔다. 아마 서비스인지 쟁반에는 레몬 마카롱도 두 개나 있었다. 테이블에 쟁반이 놓이자 A는 그제야 C를 바라봤다. 가장 끔찍했던 기억을 막 떠올렸던 참이다.
A가 마주한 것은 산소마스크를 쓰고 침대에 곤히 잠들어 있는 B였다. 아니, 이걸 곤히 잠들어 있다고 표현할 수 있나? 그것보다는 다른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그래, 그는 의식이 없었다. 그저 심전도 그래프를 그리는 기계와 오르내리는 그의 가슴만이 그가 살아있음을 알리고 있었다. A는 그 모습을 보고 처음에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곧 A에게서 주변인들을 향한 의문이 쏟아져나왔다. B가 이렇게 되는 동안 한 게 도대체 무엇이냐는 원망 섞인 의문이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두려움이 A를 덮쳐왔다.
‘두 번 다시 걱정 끼치지 않겠다고 약속했잖아요……. 나는 언제나 B에게는 아무것도 해주지 못해서……. 무력하고,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 채로……. 이렇게 B를 잃어버리면…….’
“B는… 거짓말쟁이…….”
결국 수많은 생각이 엉켜 흘러넘친 눈물이 A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A는 무서웠고, 지금 이 순간조차도 자신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무력한 존재라는 사실이 싫었다. 이 모든 것들은 A를 너무나도 슬프고 힘겹고 아프게 만들었다. A는 다시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얼굴을 제 손에 파묻었다. A는 그렇게 한참을 의식이 없는 B의 곁에서 울었다. 하지만 B은 대답은커녕 어떠한 반응도 없이 그저 침대에 누워있을 뿐이었다.
D는 이 모든 상황을 지켜봤지만, 원망 섞인 의문에 답해주지 못했다. A를 B가 있는 이 병원으로 이끈 이가 D 본인임에도 불구하고, 답할 수 없었다. 주월의 비밀 유지 조항은 원칙적으로 지키는 게 맞고, 주월 내부에서 A와 가장 가까운 존재인 B가 말하지 않았는데 자신이 발설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D가 할 수 있는 건 울고 있는 A를 혼자 두지 않고 다독여주는 것이었다.
“…지금 B에게 가장 도움이 될 수 있는 건 너야. A, B를 지킬 수 있는 건 너밖에 없어.”
“언니…….”
그렇게 말하는 D의 목소리는 차분했고, 다정했다. 평소의 D와 비슷했지만, 그래서 A에게는 도움이 됐다. A는 그 말을 들으며 마음을 다잡기로 했다. 여전히 힘들고 받아들이는 것조차 버거웠지만 B의 곁을 지키기로 했다. 얼마가 될 기다림일지도 몰랐지만, 그 끝이 어떻게 될지도 몰랐지만 A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그저 묵묵히 곁을 지켰다. 그리고 D는 종종 그 곁을 함께했다.
여느 때와 같이 A가 B의 곁을 지키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B의 손가락이 움찔거렸다. 손을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고, A는 급하게 의사를 호출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주 천천히 B가 눈을 떴다. B의 시야가 제대로 트이기도 전에 그에게 가장 먼저 들린 건 자신을 부르는 A의 목소리였다. B가 몸을 일으키자 A는 B를 끌어안았다.
“A…….”
“…깨어나줘서 고마워요, B.”
“미안해. 약속, 어겨버려서.”
다시금 A의 눈에서 눈물이 넘쳐흘렀다. 처음에는 B가 깨어났다는 사실에 대한 안도감과 재회를 했다는 사실에 대한 기쁨의 눈물이었다. 하지만 곧 자신이 B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무력감에 대한 감정에 대한 눈물로 바뀌었다. 그 눈물은 하염없이 흘러내리며 B의 환자복을 적셨다. 그리고 A는 다시금 입을 열었다.
“B를 잃는 줄 알았어요…. 또 아무것도 못 하고, 나는… 나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많은 것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B에겐 항상… 항상 아무것도 못 해줘서, 기다리는 것밖에 못 하는 게 너무 무력해서…. 지금까지 가꿔온 것들이 B에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해서….”
A의 눈에서 눈물이 계속해서 넘쳐흘렀다. 그렇게 하염없이 울고 있는 A를 B는 그저 마주 안아주고선 A의 등을 제 한 손으로 쓰다듬었다. B는 자신이 지켜내야 하는, 이 세상 앞에서는 무력한 존재인 A에게 주월이라는 비밀조직의 소속이란 자신의 신분을 밝힐 수 없었지만, 위로의 한마디는 건네줄 수 있었다.
“…A, …네가, 네가… 이때까지 가꿔온 것들이 나에게 도움 되지 않을 리는 없어. 지금쯤 너가… 너가 없었다면 난… 악착같이 버티면서 살아나갈 긍지라는 것을… 다지지 못했을 거야.”
“그치만, …그치만…….”
“…네가 그저 곁에 있는 거만으로도 충분히 도움 된다니깐 그러네…….”
·
“A 씨, 안색이 안 좋으세요. …역시 B 씨가 걱정되고 불안한 건가요?”
부드럽고 다정한 그 말은 A를 꿰뚫어 본 듯이 날카로웠다.
“…정말 선생님은 못 속이겠어요.”
오늘 처음 C를 마주했을 때와 비슷한 말이었지만, 그 무게는 확연히 달랐다. 그렇게 A는 자신의 심경을 C에게 털어놓기 시작했다. 자신이 도움이 되어주지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에 슬프고, 종종 다쳐오는 건 언제나 걱정된다며 B가 하는 일을 완전히 이해할 수도 없다는 게 자신을 괴롭힌다 했다. 카페는 시끄러웠고, 둘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조용했기 때문에, 그리고 다른 이들과 한참 떨어진 구석의 창가 자리였기 때문에 남의 귀에 들어갈 일은 없었다. A의 말이 끝날 때까지 경청하던 C는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A 씨, B 씨를 걱정하고 싶으면 걱정하셔도 괜찮아요. 그런 부정적인 감정들을 인정하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다만… 최악을 상정하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그건… A 씨를 갉아 먹는 일이에요. 적당한 긴장감은 도움이 되지만, 과한 건 독이 되는 것처럼요.”
아시겠죠? 라고 덧붙이는 그는 웃고 있었다. 동시에 걱정을 담은 눈을 하고 있었다. A는 그 사실을 알 수 있었다. C에게 말해서인지, C의 조언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막 B에 관한 질문을 받았을 때보다는 한결 나아진 기분이 되자 A는 그제야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다시 웃음을 지었다. 둘은 각자 음료를 마시기 시작했고, A는 서비스로 받은 레몬 마카롱을 한입 베어 물었다. 어느 정도 새콤하면서도 너무 달지 않은 게 본인의 취향에 맞는 기분 좋은 맛이었다.
“으음…….”
A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볼펜을 딸깍거리며 결재해야 할 마지막 서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B가 파견 임무에서 돌아오기로 한 날짜까지 이제 정확히 사흘이 남았다. A는 잠을 설친 날도 종종 있었고, 집에서는 당연히 없을 B의 이름을 자연스럽게 부르기도 했다. 아직 걱정되는 것도 많고, 불안한 점도 한가득이지만, 그가 걱정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건 아니었다. 그렇기에 A는 그저 가만히 참아내고 있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니 어느 정도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A가 문득 시간을 확인하려 시선을 옮겨 시계를 바라보자 시침과 분침은 오후 5시 27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퇴근까지 약 30분이 남은 시점이었다. A는 의자를 뒤로 젖히며 기지개를 한 번 쭉 켜주고서 꼼꼼히 서류를 다시 검토했다. 그리고 이상이 없는 걸 확인한 뒤에 서명란에 서명했다.
낮이 길어지고 있어 아직 밝은 하늘 아래에서 집으로 돌아갔다. 경호원들과 가벼운 대화를 나누고, 근처에서 헤어져 집에 들어간 후 먼저 씻고, 머리를 말린 뒤 준비된 저녁을 먹고……. 거실의 소파에 앉아 시선을 허공에 가만히 두었다.
“B-.”
B를 부르는 A의 목소리가 허공을 갈랐다. 또 없는 사람을 불러버렸단 사실에 멋쩍게 웃은 A는 곧 시선을 시계로 돌렸다. 7시 40분을 넘어가고 있었다. B가 돌아올 때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A는 조금 불안했고, 약간은 두려웠고, 많이 보고 싶었다. 이 또한 반복되면 익숙해지겠지만, 그러려면 A에게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다.
“B-!”
“A!”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아마 A와 B에게는 상당히 길었을 게 분명하다-2주가 흘러가고, 둘은 재회하게 된다. A와 B는 가장 먼저 서로 반가움의 포옹을 나눴다. 그러고 나서 안부를 묻기 시작했다. 다치지는 않았느냐, 잘 지냈느냐, 보고 싶지는 않았느냐……. 평범한 연인의 걱정과 애정 섞인 대화였다.
“무사히 돌아와 줘서 고마워요.”
그렇게 말하며 A는 행복하다는 듯이 웃었다. 진심 어린 웃음이었다. 당장은 더 이상 걱정할 일이 없으니 말이다. B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니 포옹은 따스했다. 둘은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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