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어딘가 두루뭉술한 의식, 피부에 닿는 촉감까지도 선명하지 않았다.
꿈을 꾸는 걸지, 아니면 이것도 자신의 에러일지. 설명할 수 없었지만,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어차피 아무것도 할 수 없을 테니.
“…”
무언가를 말할 수 있을까 싶어 입을 열어도, 허공의 목구멍으로 드는 찬바람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어쩌면 이건 꿈을 꾸는 걸지도 모른다. 모든 것이 이렇게… 흐릿하니까.
괜히 눈을 감아보았다. 뜨기 전과의 차이를 잘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캄캄한 어둠 속이었구나. 적막함은 문득 심장에 추를 단 것처럼 두려움에 침잠하는 기분을 주었다. 이렇게나 무력하고, 이렇게나… 약한 존재. 아무렴, 도망치기 전과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
쇳소리가 겨우 목을 긁고 나오면 파지직, 전선이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목이 아프다고는 생각했지만 정말 아픈지는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어떤 존재들은 몸을 전혀 움직일 수 없지만, 의식만은 선명히 깨어있는 상태를 겪기도 한다고 하더라.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그게 나일 리는 없을 텐데. 난 그만큼 정교하게 만들어진 생명체가 아니니까.
…잡념이 허공을 떠돈다. 귓가에는 파스락, 무언가가 떨어져 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겨우 움직이기 시작한 팔을 휘둘러 보아도, 내 것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가볍고 허전하다. 손으로 심장 부근을 쥐려 해도, 손이 없다. 잘려나간 부위가 파직거리는 소리를 내며 부딪히고 있다.
치직, 치익. 스파크가 튀고 있다. 발도 잘려나갔는지 딛고 일어설 수 없다. 기우뚱하며 몸이 자꾸만 바닥을 처박는다. 그대로 산산조각이 되어 흩어졌다.
상체로 처절하게 기어가며 어둠에서 벗어나려 하지만, 어둠이 다리를 붙잡는다.
눈을 감았다.
_
“…아.”
눈을 떠보니, 익숙한 장소였다. 밝은 빛이 들어오고, 시야를 가리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익숙한 저택의 내부. 방금 그건 전부 꿈이었구나. 안도하고 있으면 꿈속에서 흩어져있던 무언가가 문득 떠올랐다. 모든 것을 포기한 순간에 뜬 꿈, 질척한 감각을 의식에 달라붙게 한 모양새의 악몽이었다. 쉽사리 떨치지 않는 꿈으로부터 달아나려 몸을 일으키지만, 이상하게 오늘은 내 다리가 내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A, 정신 차려.”
스스로에게 할 수 있는 말은 이것뿐이다. 내가 아끼는 사람들에게 폐를 끼칠 순 없으니, 직접 일어나야 한다. 하지만 역시… 누군가 내게 어깨를 아주 잠시만, 하늘을 가리는 구름이 지나갈 때까지만 부디. 빌려주었으면 좋겠다.
구름이 지나가야 날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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