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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신헤드 사와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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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꼬발레노의 무인화.

최초의 지구인이 지금의 지구인으로 바뀌기까지-어쩌면 인류문명의 창시, 혹은 그 이전부터 이어온 시스템의 종결은 어처구니없을만큼 쉽게 이루어졌다. 빈디체가 제8속성 불꽃을 계속 주입하며 관리해야하므로 무인화란 말에 이견이 있을 순 있겠지만, 그런 사소한 것들을 하나하나 따지려다가는 인문계열에 꿈을 품었으나 손에 총칼을 쥐게된 뒷세계의 너드들이 말싸움 필리버스터를 사이좋게 죽여요 세계대전쟁으로 확장할지도 모르니 관두자. 중요한 것은 고래부터 지금까지 이어온 시스템에 거대한 변혁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걸 주도한 사람은 여러 의미에서 전설로 일컬어지는 봉고레 10대 보스 사와다 츠나요시였다. 그러나 그가 가진 여러 위명과는 달리 사와다 츠나요시는 실은 머리가 좋은 편은 아니었다. 사실 바보라고도 할 수 있었다. 그는 본래가 깊이 파고들거나 추구하는 성향이 아니었고, 그건 그의 푹신푹신한 뇌와도 잘 맞아 떨어져서, 폭신폭신한 모근에 둘러쌓인 폭신폭신한 뇌와 말랑하고 연약한 몸의 최대 시너지는 뭘해도 안되는 못난이 츠나라는 별명을 나미모리 전역에 날리는 성과를 이룬 바 있다. 물론 그 폭신폭신 라이프는 세계 최강최흉 히트맨이 엉덩이를 걷어차며 성대하게 종결되었지만. 요는 사와다 츠나요시의 머리가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살육과 학살과 살인과 청부살인으로 점칠된 마피아계가 너무나 당연히 협력이란 안을 고려하지 못했던 것과 아르꼬발레노 7인만으로도 기인 대열전 생활의 달인 출연자들이라는 것과 트리니셋테 삼원석의 소유자-최소 21명-가 한 자리에 모일일 조차 없었던 것과 현생인류의 역사가 그리 길지 못했음을 감안하고서라도, 마피아들은 기억했어야 했다. 폭신폭신 뇌의 폭신폭신 모근 사와다 츠나요시가 만든 계획은 한 번 더 점검할 필요가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걸.

뭐, 이미 늦었지만.

사와다 츠나요시는 죽었다. 랜섬웨어 바이러스에 점령된 컴퓨터처럼 속수무책으로 이상을 일으키며 돌연사해버렸다. 자세한 이야기는 일단 넣어두고,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건 트리니셋테에 있어 중대한 문제였다. 첫째는 마레링이 봉인되고 아르꼬발레노의 쪽쪽이가 큰 변혁을 맞은 상황에서 봉고레링이 과도한 부담을 안고 있었기 때문이고, 둘째는 사와다 츠나요시의 폭신폭신 머리가 때로 마피아들을 대할 때면 놀라울정도로 단단해지기 때문이었고(돌머리와는 또 다른 의미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트리니셋테의 삼원석이 모두 고집쟁이 고래힘줄 덩어리들이었기 때문이다. 덧붙이자면 사와다 츠나요시의 주변인들도 하나같이 기인이었기 때문이다. 사공이 셋이면 배가 산으로 간다던데 기인이 그만큼 모이면 세계멸망도 거뜬한 법 아니겠는가.

그리고,

그래서,

그렇게...

세계는 그의 삶을 원점으로 되돌렸다. 봉고레링의 적합자가 그들이 안배한 삶을 엔딩까지 골인할때까지. 세로의 시공축을 담당하는 봉고레링의 특권으로.

오늘도 폭신폭신 머리의 사와다 츠나요시는 다정하고 안락한 해피하우스 사와다가에서 눈을 뜬다.

2

세계최강최흉 히트맨은 말랑포동 아기.

사와다 나나는 그가 건장한 문짝 사이즈 히트맨이었더래도 의심없이 활짝 웃으며 반겼겠지만, 이에미츠 부재의 사와다가에 건장한 성인남성은 이래저래 불필요한 추문을 낳았을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그는 지금의 말랑포동 아기 바디를 다소는 환영했다. 세상에는 본질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는 말이 있지만 사실 그만한 히트맨이라면 그런 말을 뇌리에 새기고 있든 말든 그가 마음만 먹으면 누구라도 무덤에 자빠뜨려 시원한 공깃구멍 뚫어줄 수 있으니 그와는 상관없는 일. 그는 활짝 웃으며 그를 반기는 나나를 따라 들어가 나나가 방석을 깔아준 식탁 의자에 앉았다.

"가정교사 선생님이 아기일줄은 몰랐어! 이름이 뭐니?"

"난 세계최고의 가정교사니까. 좀 특별하거든. 리본이라고 불러줘, 마망."

"어머, 알겠어 리본군. 츠군도 곧 돌아올테니 기다리렴. 아침 먹겠니?"

"그러지, 마망."

나나의 오므라이스는 서류상의 사와다 츠나요시만큼 폭신폭신하다. 입에 넣으면 사르르 녹으며 혀를 감싸는 맛. 쉽게 만족하지 않는 리본의 혀도 아우르는 맛이다. 과연 그의 학생 역시 리본을 만족시킬지는 두고봐야겠지만. 서류상의 사와다 츠나요시는 그야말로 못난이. 리본은 아침을 먹고 돌아와 츠나요시의 방을 둘러보는 잠깐동안 츠나요시가 나나의 눈을 피해 숨겨둔 시험지를 벌써 10개나 찾았다. 아무래도 그의 학생은 전생에 햄스터였나보다. 생긴것도 하는짓도 숨겨둔 시험지 위치를 지금쯤 까먹었을 거라는 점까지 완벽하게 비슷하다. 리본은 가볍게 뛰어올라 침대 프레임 위에 자리했다. 거기서라면 그의 짧뚱한 말랑포동 바디로도 사와다가의 마당과 그 앞 도로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다. 풍기위원장만큼이나 유명한 네임벨류의 못난이 소년 사와다 츠나요시가 설렁설렁 걸어들어오는 것도.

멍한 얼굴은 나나를 꼭 닮았다. 나나의 스마일은 나미모리 제일. 하지만 못난이 츠나는 퉁명스런 사춘기 소년이라 나나만큼 웃지도 않는다. 낮은 성적, 친구 없음, 특출한 점 없음. 다만 츠나요시의 성정 역시 나나를 닮아 삐뚤어진 곳 역시 없다는게 장점이라면 장점이랄까. 그마저도 뒷세계에선 어떨지 모르겠다만. 리본은 짧은 감상을 마치고 마당으로 걸어들어오는 츠나요시를 바라보며 눈을 깜빡였다.

순간 리본과 눈이 마주쳤다는게 특별한 점이면 특별한 점이랄까.

리본은 소년에 대한 평가를 속단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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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군, 가정교사 선생님이 오셨단다!"

"네?"

"얘도 참, 아침에 말했잖니! 엄마는 츠군이 인생을 즐겼으면 좋겠다고. 자! 이쪽은 리본군이야."

아아...그 수상한 전단지. 츠나요시는 한숨을 깊이 내쉬곤 그 커다란 눈을 굴려 리본에게 향했다. 리본의 새까만 딱정벌레같은 눈과 츠나요시의 캬라멜색 눈이 마주치고 1, 2, 3.

"아기잖아!"

다소 늦은 반응이다. 이녀석, 분명 집으로 걸어들어오는길에 눈이 마주쳤던 주제에. 아무리 멍한 소년이라도 제 방 창가에 서서 자길 빤히 바라보고 있는 아기와 눈이 마주쳤다면 그걸 집에 걸어오는동안 잊어버릴리는 없다. 아무리 바보라고 해도. 츠나요시가 바보인건 맞지만.

"엄마도 참. 아기한테 뭘 배우란건지...얘, 너 집은 어디야? 장난치면 혼난다."

결국 그 날 리본은 사와다 츠나요시 자신도 할 줄 몰랐을 게 분명한 허리꺾기 묘기를 그 애 몸으로 시전하고 방으로 안내된 후에는 총으로 변환시킨 레온을 수차례 쏴재꼈다. 앞날이 길겠는걸, 이건. 남모른 한숨을 둘 모두가 쉬었다는 것은 사소한 비밀 아닌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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