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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주1

00. 조우

사와다 츠나요시는 이상한 소년이다.

그는 명백히 의심스럽고 유별난 존재였다. 나미모리도 아주 일반적인 마을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풍기위원장의 철권통치 아래 그 이상성은 다분히 조율가능한 상태였다(어쩌면 마을 이름을 나미모리로 지은 사람은 마을이 평범해지기를 간절히 바랬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츠나요시의 이상성은 그가 나고 자란 땅에서 발원한 것인지도 모른다.

외관상으로 눈에 띄는 존재는 아니었다. 되려 그의 외견만 훑어본다면 그는 존재감 없는 소년이다. 만화나 영화라면 엑스트라, 잘 쳐줘봐야 사이드킥. 그가 뒷세계 최대 마피아의 피를 잇지 않았다면 리본은 소년에 대해 평생 알지 못하고 살아갔을 것이다. 그의 '처리 완료' 리스트에 드는 일조차 없었을지도.

그리고 리본은 이곳, 사와다가에 서 있다. 리본이라기보다는 그의 목덜미를 부유하는 듯한 눈길로 응시하는 소년과 마주보며. 모근도 색도 엷은 붕 뜬 머리, 창백한 피부와 은은한 미소. 그리고 가구를 제외하곤 방 안에 가득한 솜인형뿐. 14살 소년의 방이라기엔 다소 공허하고 사랑스러우면서도 음침하다.

골칫덩이 꼬맹이, 리본은 속으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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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리본은 차기 봉고레를 키워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노노의 노화에 봉고레도 긴장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세습직이 으레 그렇듯 은근한 신경전과 총격전이 오갔고, 세 후보자가 죽었다고. 남은 것은 요람으로 가사 아닌 가사상태가 된 잔자스와 먼 일본 땅의 어린 소년뿐이었고, 노노는 소년의 성장을 바랐다. 이에미츠는 다소 탐탁찮은 눈치였으나 구태여 보스를 거스르진 않았다. 그렇게 리본은 나미모리로 와 사전조사를 시작했다. 그같은 프로 히트맨이 의뢰를 방만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

사와다 츠나요시, 14살. 조그마한 어머니를 닮은건지 성장기가 안 온 건지 작은 키에 작은 몸집, 얼굴에서도 아버지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는 소년이다. 어린 시절에는 자주 넘어지고 덜렁대 못난이라는 별명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아니지만.

지금의 그 애는 말하자면...

어떤 불문율 취급을 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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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하루는 새벽 5시에 시작된다. 운동부도 아닌 중학생으로는 다소 이른 기상이지만, 간혹 그런 생활패턴의 아이들이 있었으니 차치하고 넘어가자. 기묘한 것은 그 다음이다. 아침 일찍 기상한 소년이 방 안의 인형들을 전부 모아놓고 다과회를 시작한 것이다...

...

그 광경을 처음 목격했을 때 리본은 소년에게 어떤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했다. 14살은 결코 많은 나이는 아니었으나 적어도 인형놀이를 할 나이는 아니었다. 어머니인 나나의 성정으로 보건데 그럴 확률은 적었지만, 어디선가 학대라던가 괴롭힘을 당해 스트레스를 받았다던가...혹은 어린시절의 트라우마일수도 있을 터다(별로 믿고 싶진 않았지만 소년의 취향이었을 확률도 있기는 했다).

리본은 답잖게 당황하며 망원경으로 변신시켜 들고 있던 레온을 원위치로 돌려보냈다. 어쩌면 그가 잘못 본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다시 고개를 올린 리본은, 그가 앉아있던 나무에서 떨어졌다.

그가. 그같은 히트맨이. 이 평화로운 마을 나미모리에서.

어떤 불가항력적인 흐름처럼 밀려났다.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반드시 그래야한다는 듯.

리본은 순간 누군가 그의 등을 밀었다고 생각했지만, 공중에서 자세를 바꿔 착지하면서 바라본 나무 위에는 고요한 공기와 나뭇잎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곧죽어도 이 바닥에서 수십년은 살아온 리본이었다. 세계 최고의 히트맨을 농락할만한 다른 사람-예를 들면 또 다른 암살자라거나-이 나미모리에 있을까? 기척조차 없이? 전해지는 이야기로 환술사들이 사용하는 반지 가운데는 기척을 완전히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없애주는 것도 있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다분히 이상했다. 리본은 검은 눈동자로 제가 올라가 있던 나무와 그 근처를 샅샅이 훑고는 페도라를 꾹 눌러썼다.

그리고 그게 츠나요시를 지켜보던 리본이 감지한 첫번째 이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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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다과회나 사건 아닌 사건을 떼어놓고 본 츠나요시에 대한 감상은...글쎄. 그 애의 눈동자가 기묘하리만치 공허하다는 거였다. 졸리다거나 흐리멍덩하다거나 단순히 그런 뜻이 아니었다. 츠나는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눈에 띄는 아이는 아니었지만, 그의 시선은 늘 사람보다는 허공을 향했다. 심지어 어머니인 나나와 아침 식사를 할 때에도 단 한 번도 눈을 마주치지 않을 정도였다. 당장 츠나의 눈 앞에서 그 유전자의 상당 부분을 물려줬을 나나가 눈을 빛내며 활달히 움직이는, 웃음이 많은 사람임을 생각하면, 그건 확실히 묘한 습관이었다.

습관은 사람을 만든다. 어쩌면 그 반대일수도 있지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논쟁은 집어치우고서라도, 츠나요시가 오랜시간 그 습관을 체화해왔음은 자명해보였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사람과 눈을 마주하지 않는 습관이 불안이나 공황에서 비롯한 것과는 달리, 츠나는 이상하리만치 침착했다. 차라리 달관했다거나 초연했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츠나가 그토록 눈에 띄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었을까? 교실에서의 츠나는 특히나 세상과 유리되어 보였다. 누구도 소년에게 말을 걸지 않고, 눈을 마주하지 않고, 다가오지 않는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였지만. 교내의 누구와도-심지어 당연히 아이들 모두를 신경써야 할 선생조차도-유리된 수업시간이 지난 뒤 종료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츠나는 다만 느릿하게 가방의 짐을 순차적으로 챙길 뿐이었다. 홀로 시간이 느리게 흐르기라도 하는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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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일은 아침의 사건 아닌 사건 말고도 수차례 일어났다.

츠나는 느긋하게 짐을 챙긴 뒤에도 다시 느긋하게 걸어갔다. 얇은 몸이 마리오네트처럼 누군가 정교히 조종하기라도 하는 양, 교과서처럼 양 발을 차례로 내딛어가며. 츠나가 걸어가는 곳은 공기마저 고요해지는 것 같았다. 꼭 그래야한다는 듯 횡단보도의 신호가 바뀌고, 사람들은 길을 튼다. 단순히 길을 걸어가는데에 쓰기엔 거창한 말이었지만 순탄한 여정이었다.

그러나 그 애가 걸어가는 길은 서투른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간섭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인위적이었다. 멀쩡히 길을 걷던 불량배들은 발이 얽혀 넘어지고 트럭은 타이어에 펑크가 났으며 하다못해 오만 것에 이를 드러내며 공격적으로 굴던 치와와마저 낑낑거리더니 전봇대 뒤로 숨었다. 그야말로 불운, 불행. 소년 하나라기보다는 백귀야행의 요괴라도 지나가는듯한 반응이다. 그렇군. 이래서…

소년이 불문율이 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던 모양이다.

00. 조우

모든 것이,

타인에게는 일상이었고 그에게는 기행이었다.

그가 그래야겠다고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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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변주곡이라도 원곡 없이는 성립할 수 없다. 변주곡의 개념 자체가 그러하기 때문이다. 처음 그는 몇 번이고 그 음악을 듣고만 있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곧 아주 지겹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나중에는 그것을 증오하게 되었다. 모든 것이 작은 변화만을 가미한 연극같았다. 오필리아도, 햄릿도, 결국은 죽는다. 15년이냐 24년이냐의 차이일 뿐이다.

츠나요시는 꿈을 꾸는 감각으로 숨을 쉬었고 헤엄치는 감각으로 발을 내딛어 걸었다. 그의 이름에는 수많은 이명이 붙었고 그건 다메츠나일때도 그렇지 않을때도 있었다. 그가 원래 사랑해 마지않았던 수많은 이름들 역시 아주 사랑스럽기도 아주 증오스럽기도 하다가 결국엔 아무 감정도 들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된지 몇 번이 지났을까, 이제 츠나요시는 변화를 주도하게 되었다.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그저 새로운 습관을 몸에 익히고 15년, 혹은 24년을 견디면 되었으니까.

도망치거나, 순응하거나, 모든 것을 포기하거나, 혹은 마음을 전부 쏟거나.

그래도 여전히 지겨웠다. 그가 사는 세계는 그저 망가진 회중시계였고 그는 그 중에서도 멈춰선 초침이었다.

아아, 지겨워.

그날도 츠나요시는 리본의 곁을 걸어가며 생각했다. 춤을 추는 감각으로. 원 틀을 벗어날 수 없는 변주곡의 리듬을 타는 건 아무리 다메츠나라도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수 백, 수 천 번 춤춰온 감각으로.

그가 마음을 다해 사랑하고 생을 전부 쏟아부어도 후회없었던-아니, 없는? 혹은 유감없는?- 이들의 곁을 미소 띤 얼굴로 걸었다.

그렇게 귀가한 츠나요시는 리본의 총알세례를 피해 심부름을 나갔고 거기서 다가오는 트럭을 부러 피하지 않았다. 적어도 아기 상태의 츠나요시는 맘편히 하루종일 잠을 잘 수 있었으므로 그러고 싶었던 까닭이다. 작고 왜소한 몸은 트럭에 부딫혀 하늘을 날았고, 튀어오른 핏자국과 뭉개진 내장이 어렴풋이 보이는듯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강렬한 고통은 때론 강렬한 각성제가 된다. 그는 제가 소리지르는 줄도 모른채 그저 입을 벌리고 소리를 냈는데 목이 뭉개졌는지 작은 동물이 낼법한 소리만 나왔다. 혼비백산한 사람들과 주저앉아 울부짓는 트럭운전사의 목소리가 눈가에서 어른거리듯 말듯했다.

그리고 마침내 편안해진 츠나요시가 눈을 감으려 했을 때,

악마는 그 순간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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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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