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 백업]다자츄-무無

사신 츄야와 그런 츄야가 보이는 다자이

창고 by 해백

2020년 1월에 작성한 썰 백업입니다. 캐붕에 유의해주세요.

츄야는 사신이야. 자신이 언제 죽었는지는 모르지만, 사신이 되어 죽은 사람의 혼을 거둬들이는 일을 하고 있지. 자신이 인간이었을 때의 기억이 없지만, 크게 불편한 점은 없었어. 필요 없었으니까. 그런 그는 어느 날 한 병원을 배정 받았어. 병원에선 사람이 많이 죽으니까, 거두라는 의미였지. 그렇게 무의미하게 혼을 거두는 일을 하던 동안, 한 아이를 만났어.열 살쯤 됐으려나. 예쁘장하게 생긴 얼굴이었지만 이상하게도 온 몸에 붕대를 감은 아이었지. 

너, 누구야? 

그 아이가 갑자기 츄야에게 말을 걸어왔을 거야. 인간은 자신을 볼 수 있을 리가 없었어. 죽음에 가까운 인간이 아닌 이상.

너 내가 보이냐. 응, 엄청 잘. 츄야는 당황할 거야. 아직 멀쩡히 살아있는 인간이 자신을 보고 있던 적이 없었으니.그 길로 돌아가서 그 아이에 대해 조사하겠지. 다자이 오사무. 10세. 이능력자... 이능력자라는 것 외에는 딱히 이렇다 할 특징은 없는 아이었어. 그 중에 마음에 걸리는 기록이 있었지.

잦은 자살 시도로 사신들이 주시하는 중. 아, 그래서 그랬던 건가. 분명 그 날도 자살 소동이 있었던 날이리라. 츄야는 생각했다. 어찌 보면 죽음과 꽤 가까운 사람이었으니, 자신이 보이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한편으로는 기대감에 찼다. 좀 더 알고 싶어.

츄야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쯤, 다자이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어. 여기는 병원이니 사신인가. 내가 자살하려고 했으니 죽음과 가깝다는 건가, 왜 그가 보이는 걸까. 결론은 그 사신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것이었다. 서로에 대해, 자세히. 그렇게 둘은 조금이나마 말을 섞는 사이가 됐어. 오늘은 뭐했냐. 새로운 자살법 연구. 지겹지도 않나 보네. 편하게 죽을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한심한 새끼. 점점 둘이 친구처럼 지내고 있을 때 쯤, 상부에서 지시가 내려왔어. 요코하마가 아닌 다른 도시로 가게끔 한 거지. 그때쯤 다자이도 계속되는 자살 시도가 잠잠해지고 있어, 퇴원하게 되었지. 서로가 떠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왠지 모르게 섭섭해지기도 했어. 야. 왜, 츄야. 어린 놈이 자꾸 반말 찍찍 해 댈래? 츄야도 어려 보이는데, 뭘. 내가 말을 말지, 츄야는 그렇게 퉁명스럽게 대하면서도 다자이를 걱정했어. 츄야는 곧 떠나는 거지? 그래, 너도 곧 퇴원 하잖냐. 그리고 곧이 아니라 오늘이야. 아 그랬었나, 다자이는 대화 상대가 사라져 섭섭한 눈치였어. 츄야도 마찬가지였지. 이제 자신을 볼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 잘 있어라, 꼬맹아. 한 100년 뒤에나 보자고.

그렇게 츄야가 떠나고 5년. 그 때의 일도 서서히 잊혀져 갈 때였어. 한창 양과 대립할 때였고, 모리 씨에게 부탁을 받은 다자이는 사발 마을에 조사 차 가게 되었지. 히로츠 씨, 그 양의 왕이라는 녀석 말이야, 아아, 중력 술사인 나카하라 츄야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츄야. 다자이는 그 이름을 들을 때 마다 그때의 그 사신이 떠올랐어. 이제는 희미해져 잘 기억나지 않을 지도 모르지만, 이름만큼은 제대로 기억하고 있었지. 지금은 뭐 하고 지내려나, 가끔씩 떠올리는 추억 정도. 응, 모리상? 조사는 순조로워-, 응, 선대는 정말 있었어. 자세한 건 돌아가서 보고를- 말을 하던 도중, 날아온 무언가에 맞아 벽으로 처박혔어. 아픈 건 질색인데. 몇 마디 바닥에 처박힌 채로 대화를 나누자, 어떤 사실이 떠올랐어. 양의 땅을 침범한 자는 무시무시한 반격을 받으리라. 

자네가 바로 양의 왕, 중력 술사 나카하라 츄야인가. 다자이의 머릿속에서 입술이 호를 그렸다. 그토록 떠올렸던, 이제는 잘 떠오르지도 않는 옛날의 기억. 츄야. 드디어 다시 만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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